MZ세대가 책임감이 없다는 X세대의 평가에 대한 반론
'성과를 위해 야근은 어쩔 수 없다'는 항목에 대해 40대와 50대는 긍정응답 비율이 각 35.5%, 42.8%였다. 반면 20대․30대는 26.9%, 27.2%만이 긍정해 큰 차이를 보였다. ... 세대별 심층면접에서도 아랫세대는 윗세대는 아랫세대의 태도가 “조직원으로서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020년에 펴낸 '한국기업의 세대갈등과 기업문화 종합진단 보고서'의 한 부분이다. 단면적이지만 상사 위치에 올라선 X세대 직장인들이 직장생활의 쓴맛 단맛을 맛보고 있는 MZ세대 직장인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구절이다.
2022년 초에 구인구직 서비스 사람인에서 조사한 '신입사원 인재상'이라는 설문에서 과거에 비해 더 중요해진 인재상 키워드에 책임감이 52.8%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인재상이 변했냐는 질문에 42.9%가 그렇다는 응답을 했고, 변화의 이유가 'MZ세대 유입 등으로 인재의 특징이 변해서'였다.
책임감이 충만하다면 굳이 중요하게 여길리 없다. 책임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니까 인재가 갖춰야 할 중요한 요소로 책임감을 가장 앞에 놓은 것이다. MZ세대는 '책임감이 없다'는 특징을 지닌 세대라는 전제에서 시작을 하니 이런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채용전문기업인 리크루트는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 124명을 대상으로 신입사원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를 조사한 결과 인사담당자 중 '신입사원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27%(34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 인사담당자들이 신입사원에 대해 느끼고 있는 가장 큰 불만으로는 '책임감 부족'(39%)이 가장 많이 꼽혔고, 다음으로 '개인주의적 태도'(27%)가 뒤를 이었다.
위의 설문조사 내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굳이 별다른 점이 찾자면, 위의 설문조사가 이뤄진 때는 2003년이라는 사실이다. 2003년이면 17년 전, 2002년 월드컵이 끝난 다음 해다. 지금 윗분으로 자리 잡고 있는 4050 세대, 그 시절의 명칭대로면 X세대가 사원, 대리 노릇하던 시절이다. 다를 게 없다. X세대도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책임감 없다는 소리를 듣고 자라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책임감이 부족하다', '요새 애들은 자기밖에 모른다' 같은 얘기는 직장의 역사에서 그저 그런 클리셰일뿐 별 의미 없다. 10년, 20년 전에도 그랬고 30년, 40년 후에도 비슷할 것이다. 그렇게 복잡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책임이 적기 때문에 책임감을 덜 느끼는 것뿐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책임을 안고 있는 윗분들이 본인들의 책임감 기준에서 바라보자니 책임감이 부족해 보이는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 정도는 아니었어'라고 항변하지 마시라. 쉽게 입증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바라보던 X세대나, X세대가 바라보는 MZ세대나 다를 바 없다. 시대를 막론해서 젊은 세대는 윗세대를 꼰대로 보았고, 윗세대는 젊은 세대를 버르장머리 없다고 보았다. 인류학적 전통성을 지닌 세대 간 갈등으로 볼 필요도 없다. '각 세대의 자기다움'으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덧붙이자면, 이제 막 일머리 잡아가고 있는 젊은 직장인들의 책임감을 평가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짓도 드물다. 자신이 가진 권한의 한계는 어디인지, 그에 따른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칼같이 안다면 그게 어딜 봐서 사원, 대리인가? 부장 시켜도 모자라다. 대단한 권한을 부여하지도, 막중한 책임을 지우지도 않으면서 책임감이 부족하다고만 하면 그 논리적 모순에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책임, 책임감이라는 말을 하찮게 여기자는 게 아니다.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말을 하려면 최소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게 먼저다. 그것들은 당연히 위에서 정해줘야 한다. 그런 것도 없이 책임감이 부족하네 어쩌네 하면 평가받는 입장에서는 꼰대질로 느낄 수밖에 없다.
세대갈등과 같은 정치적 의미가 가득한 소리에 휩쓸리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자.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X세대는 쿨하게, MZ세대는 어른스럽게 굴면 된다. 각자 원하는 자신들의 모습 아닌가? 마음에 들지 않는 다른 이의 모습에 투덜대는 것보다야 쿨한 척, 어른스러운 척하는 게 차라리 낫다. 척도 하다 보면 언젠가 내 모습이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