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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열 Nov 04. 2022

잘못한 사람이 화를 내는 이유

적반하장의 기묘한 심리에 대하여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잘못한 사람이 오히려 화를 내는 당황스런 상황을 마주할 때가 있다. (반드시 직장에서만은 아니다. 저기 용산 높은 곳에 계신 어떤 분도 이태원에서 일어난 참사에 대해 사과와 반성 대신 화를 내고 있다.)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하게 보이는 상황에서 잘못(또는 실수)의 당사자가 눈꼬리를 치켜올리며 분노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런 의문을 갖게한다. "뭐지 이 상황은?" "뭐지 저 인간은?"


잘못을 했으면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개념이다.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도 그걸 모를 리 없다. 그 정도도 모르고 사회생활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잘못을 해놓고 도리어 화를 내는 사람은 도대체 뭘까? 그렇게 복잡한 얘기는 아니다. 보편과 상식을 뒤집으면서까지 그런 행동을 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목적이 있기 마련이다.


잘못을 저지르면 낯뜨겁고 부끄럽다. 잘못으로 인해 받게되는 비난이나 평가가 두려워진다. 잘못을 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열등감으로 인해 의기소침해진다. 후회를 할지언정 어디에도 화가 날 구석은 없다. 드러난 자신의 잘못 앞에서 화를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감정표출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서의 화(분노)라는 감정은 만들어진 것, 다시 말해 '선택된 감정'이다.


개인심리학자의 창시자인 알프레트 아들러(Alfred Adler)에 따르면 화를 내는 주된 이유는 타인을 통제하거나 타인의 통제를 벗어나기 위함이다. 타인을 통제하기 위해 화를 내는 경우는 아주 흔하다. 부하직원에게 화를 내거나 을의 위치에 있는 협력사 직원에게 화를 내는 것은 감정적 분위기를 장악하고 자신의 뜻을 강요하기 위해서다. 타인을 통제하기 위한 분노는 상하관계나 갑을관계와 엮으면 제법 잘 먹히기 때문에 지시나 요구를 할 때 화부터 내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타인의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 화를 내는 것은 분노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이용하는 측면이 강하다. 화를 내면 타인과의 거리(간격)가 만들어진다. 분노라는 감정은 공격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분노의 대상이 아닌 사람조차도 화가 난 사람에게서 거리를 두게 된다.


자신이 잘못하고도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는 사람의 의도와 목적이 거기에 있다. 일단 분노의 표출로 사람과의 거리를 만든다. 그렇게 거리를 둬서 비난이나 비판, 시시비비 가리기, 지적질, 감정이 섞인 평가 같은 것들이 접근을 못하게 막는 것이다. "나 지금 이 일 때문에 화났어. 그러니까 이 일에 대해서는 지금이든 나중이든 아무말도 하지마."라는 엄포로 보면 된다.


직장에서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주로 이런 적반하장의 기법을 쓴다. 뒤에서 어떤 말을 들을 지는 모르지만 일단 앞에서는 입 다물도록 하는 데는 효율이 좋은 전략이긴 하다. 그래서 딱히 대응 방법도 없다. 없는 자리에서 "우리 팀장 지가 계약서 잘못 쓰고는 막 화내는 거 봤냐?" "부장님 웃기지 않냐? 자기가 실수해놓고는 자기가 더 화내더라?" 이 정도 얘기하는 게 다다.


그래도 하나쯤 위안을 삼자. 적어도 자신의 잘못이 분명한 상황,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울 수도 없는 명백한 상황에서 화를 내는 것은 본인의 잘못이 맞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점을 말이다. 그러니 이런 경우를 보게 되면  그냥 속으로 풋~ 하고 웃어주자. 그리고 이렇게 읊조리자. '그래도 지가 잘못한 건 아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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