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_보내주세요
"니 뭐하러 가는데? 잘데는 있나?"
"그냥 여행으로 가는거예요, 숙소는 차에서"
이번 여행을 부장님께 설명하자니 난감하다. 10일동안 아이슬란드에서 카박(차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캠핑의 일종)을 하되 식사도 모두 캠핑장비를 통해 해결하자는 거라 주섬주섬 설명하고 나니 부장님은,
"도데체 그짓을 거기까지 가서 왜 하냐?"
부장님은 기가막혀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니 그럴만도 하다. 네이버 블로그 검색으로 여행을 시작하고 카카오톡 프사 인증샷으로 여행을 마치는 부장님의 여행 Frame안에는 12월에, 10일동안 휴가를 내서, 아이슬란드로 캠핑을 다녀오는, 심지어 차에서 잠을자는 여행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리 설명하려 해도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에서 아이폰을 설명해야 하는 것만큼 막막하다. 그냥 퉁쳐서 재미라는 이름으로 다시 공감을 시도했다.
"그냥요, 재미있을것 같지 않아요?"
그래봤자 돌아오는 답변은,
"니 회사는 돌아올끼가?"
"그럼요, 제 자리가 있는데..."
나는 '09년에 입사한 올해로 7년차 대리다. 신입사원때를 제외하고는 2년차 때부터 네팔에서 "ABC트래킹", 탄자니아에서 "킬리만자로 등반", 요르단의 "와디럼사막 캠핑", 노르웨이에서 "오토캠핑"을 매년 꾸준히 다녀온 직장인 여행광이기도 하다. 불과 5개월전 신혼여행으로 2주간 자리를 비워놓고선 또 말 같지도 않은 한겨울에 아이슬란드 캠핑을 가겠다니, 기가막혀서 혀를 끌끌 차셨다. 나도 안다. 이번건은 제법 무리수였다는것을. 그래도 사실 어쩔수 없다. 비행기 티켓을 이미 사버려서.
'부장님, 죄송합니다. 내년에는 더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카박을 하려했던 이유는 크게 3가지이다. 첫번째는 거부할 수 없는 LANDROVER DEFENDER에 대한 로망때문이었고, 두번째는 북유럽은 캠핑장 시설이 잘 되어 있다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미 총각시절 노르웨이에서 북유럽의 캠핑장의 규모와 시설을 경험한 바 있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나에게 이번 여행이 승진을 앞둔 무거운 회사생활을 위로해줄 수 있는 일탈이자 한줄기 희망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여행의 메이트는 올해 오월 나와 평생을 기약한 프리랜서 와이프. 아웃도어 경험은 많이 없지만 여행에 대한 로망과 낭만에 대해서는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감성 그림작가이시다. LANDROVER DEFENDER를 선택하는데에도 와이프의 열정낭만이 상당부분 작용하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총각의 몸으로 터프한 여행일정을 잡아도 전혀 문제없었는데 유부남의 몸이 된 올해부터는 Fancy하고 Soft한 여행으로 바뀌어야 될것 같은 생각이 우선 들지만 우리 부부의 여행스타일이 다이나믹듀오만큼이나 척척인것은 이미 신혼여행으로 확인된바 있다.
"여봉, 가서 돌아보고 가서 예약하지 뭐~ 어때?"
"좋아~!"
디테일한 여행일정을 미리 잡고 떠나는 부류와 가서 정하는 부류가 있다면 우리부부는 예상했겠지만 후자다. 각각 여행의 장단점이 있기에 개인적인 호불호는 있겠지만 중요한건 둘다 같은부류이기 때문에 Travel Mate간 생길 수 있는 큰 장애물은 쉽게 넘은셈.
12월의 아이슬란드 동장군을 이겨내자니 준비물이 제법 많아졌다. 캠핑장비들과 침낭, 전기장판, 차에서 잘때 편안함을 더해줄 에어매트, 한국에선 겨울 내내 사용할만큼의 핫팩 80봉지, 비상식량과 의약품들 밥은 굶어도 낭만과 간지는 버릴수 없어서 각각 DSLR카메라를 챙기고 삼각대까지 챙겨보니 24Kg짜리 캐리어 두개로도 부족해 와이프와 나 각각 배낭까지 짊어졌다. 여행에서 결국 남는건 사진이라고 한다. 그렇지, 추억을 계속 곱씹으려면 사진을 뒤쳑여 봐야한다. 아무리 내사진이지만 못나게 나오면 눈에서 멀어지는 법, 이쁘게 찍혀야만 계속 뒤쳑여 볼 수 있고, 추억으로 남을 수 있다. 그래서 힘들어도 삼각대를 포기할 수 없다.
짐을 다 꾸려놓고 다시 회사, 아직 2주나 남은 연말에 새해 인사하고 다녔더니 마음이 썩 편하지만은 않다. 연말 연초 회사가 어떻게 바뀔지도 모른 상태에서, 괜히 나때문에 조정할수 밖에 없었던 송년회 일정에 뒤통수가 뜨겁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는 인사한마디로 회사를 돌아나서고 나니 발사한 로켓마냥, 고개는 돌아가지 않는다.
"룰루랄라~"신나기만 하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