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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hanist Jan 15. 2016

감성부부의 아이슬란드 #2화

Landrover Defender @Iceland

그릉, 그르릉!

    시동을 걸어보니 경쾌한 엔진음과 함께 가벼운 진동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간단히 차량 상태를 점검하고 운전석에 앉아 패달도 밟아보고, 클러치를 밟고 수동식 기어도 변속을 해본다. 크게 문제는 없는것 같다. 근데...,


   '아차, 이걸 8일동안 타고 다닐 수 있을까?'


   옆에 열정감성 와이프는 이미 여행을 세상을 가진 표정이다. 이 차를 타고 아이슬란드를 일주한다니, 여행의 목적을 이미 반이상은 달성한 듯 하다.


   '하.. 이 수동기어로.. 눈길에서.. 8일동안...'


    앞이 깜깜하다.


   "여봉? 조하?(좋아?)"


   "응!!! 응!!! 너무좋아!!!"


   서울에서는 스포츠카만 좋아하던 감성와이프였는데 언제 스타일이 이렇게 변했나?


    "여봉 잠깐만, 나 사무실에 잠깐 갔다올게~"


    혹시나 몰라 싶어서 디펜더(1999년식, 수동, 2,000CC) 말고 디스커버리4(2010년식, 오토, 3,000CC)는 없는지 물어봤다.


    젠장, 없다고 한다.


    '그냥 달려보자. 나의 5분 드림카. 달리다 보면 또 마음에 들겠지.'



    호텔 앞으로 차를 옮겨서 프런트에 미리 빼놨던 장비들을 옮겼다. 본격적인 카박을 위해 뒷좌석을 접고, 에어매트를 깔고, 전기장판 위에 침낭을 펼쳤더니 제법 안락하다. 서울을 떠나온지 38시간만에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되었다. 10시 30분쯤 넘어가니 이제야 동녘이 조금씩 밝아왔다.


"자~ 어디부터 가볼까?"


    "여긴 굴포스(Gullfoss)가 되게 유명하데!"


    그래도 어디서 들은건 있어서 굴포스로 던져 보았다.


    "아! 그전에 우리 데이터유심 사야해, 마트로 가자 여봉"


    현지 물가도 좀 알아볼겸 레이캬비크의 마트를 찍고 출발했다. 공항근처라 제설은 잘 되어 있어 한국에서의 운전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처음운전하는 디펜더도 금방 익숙해졌다. 1999년 감성의 승차감에 익숙해지는건 조금 뒤로 미뤄야겠다. 밖엔 눈과 비가 섞여 계속 내려왔다. 아직은 궂은 날씨도 낭만으로 녹여버릴 수 있다. 정말 조금 달려보니 눈은 계속 내리지만 구름이 좀 걷혔는지 날이 밝아졌고 훨씬 풍경이 좋아졌다. 기분이 날아갈것만 같다.    



아이슬란드 도로위에선 누구나 춤출것이다.


   그 기분으로 30분을 달려 마트에 도착했고 각각 1GB짜리 유심을 사서 갈아끼운 다음에야 우리는 굴포스로 향할 수 있었다. 그르렁 거리는 엔진음과 아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섞여 묘한 아날로그 감성을 살려주었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도 없이 오로지 아스팔트의 검은색과 그 위를 뒤덮은 흰색 눈길을 1시간 30분 달려왔더니 풍경이 90년대 흑백 TV을 달리는 기분이다. 그러다 갑자기 어느덧 차가 많이 모여있는곳에 다달았다.


   "여보?! 여기 뭔가봐"


   "Geysir!"


   "아 여기 게이시르(Geysir:아이슬란드어, 간헐천)인가보네?, 우리도 가보자~"


"아빠! 저거~!"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다. 가까이 갈수록 계란이 썩는 듯한 매케한 유황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제일 커보이는 간헐천 앞에 사람들이 모여 뜨거운물을 분출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꼬마애를 태우고 있는 아빠는 유심히 봐보라고 재촉했지만 꼬마애는 바닥에 있는 파란 돌이 더 신기한듯 간헐천에는 관심없어 보였다. 2분쯤 기다렸을까, 조용하던 물이 출렁이더니 지켜보던 사람들도 웅성거렸다.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어느순간


   "푸왁~" 하며,


    뜨거운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신기하다기 보다는 커다란 분수를 눈앞에서 본듯 깜짝 놀랐다.


게이시르 물기둥이 말했다. "푸왁!"


    "우와~~"


    "어땟어?"


    "음..그냥 그래~"


    "그치?, 생각보단 별론데?"


    "신기하긴 해, 바닥에서 물이 솟았네? 히히"


    그정도? 그렇게 유명한 관광지를 하나 접수했다. 지질학적으로 매우 흔하지 않은 현상이긴 하지만, 무언가 우리부부의 가슴을 후벼파는듯한 감성을 전달해주지는 못했다.


    "그보다 차타고 여기까지 달려온게 더 신나?"


    그랬다, 관광지의 유명함보다 여길 찾아오는 여정이 더 즐거웠다. 우리부부는 우주여행을 가도 멀리서 지구를 바라보는것보다 지구를 보러 가는 길에서 더 신이 날것같다. 언젠가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나간다면 그 길에서 David Bowie의 Starman을 듣고싶다.


    이젠 굴포스(Gullfoss)로 가자.

    여기서 10분 거리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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