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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생각의 오해:
인터넷 공간의 함정과 착각

인터넷이 내 삶의 모든 경험을 대신해줄 수는 없다.

by 이도

인터넷은 나의 시야를 넓혀준다.

동시에 나의 생각을 좁게 만든다.



인터넷과 축구장의 공통점


백수가 되면 보통 이 두 가지 중에선 반드시 하나 이상은 취미로 가지게 되는데요, 그것은 인터넷 서핑과 스포츠 경기 관람입니다. 보통은 두 가지 다 즐기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령 좋아하는 팀의 스포츠 경기를 보고 나서 관련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서 팬들의 글을 읽는다거나, 혹은 스포츠 뉴스의 기사를 읽고 댓글을 보는 것들이 이런 취미활동의 예시가 될 것입니다. 저의 생각은 여기서부터 출발하고자 합니다.


두 가지를 다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인터넷 서핑과 스포츠 경기 관람에 어떤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느낌으로는 대충 짐작이 가지만, 이걸 제대로 설명하려고 하니 쉽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저는 시간의 부자인 관계로, 제가 여러분을 대신해서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두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두 가지 활동에는 굉장히 많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usbank-soccer-interior.jpg 오늘 이야기는 이 사진을 생각하며 읽으시면 좋을 듯합니다.


저는 인터넷 서핑과 스포츠 경기 관람의 공통점으로, 크게 2가지를 찾았습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소수의 활동을 다수가 지켜본다.
소수의 행동에 다수의 감정이 움직인다.


아마 바로 이해가 되시는 분들도 많을 듯합니다. 그래도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을 들어보면 이해의 깊이가 한층 깊어지는 장점도 있으니, 제가 각각의 특징에 대해서 한 번 설명을 드려보겠습니다.


소수의 활동을 다수가 지켜본다.


스포츠는 물론이며, 인터넷의 글을 읽는 행위 역시 동일한 기능을 합니다. 대표적으로 제가 적고 있는 이 글을 다수의 독자분들이 봐주신다면, 바로 이러한 문장의 사례가 될 것입니다. 사실 이런 기능은 대부분의 매체가 가지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라디오, 책, 영화 등 우리가 흔히 '콘텐츠'라고 부르는 매체들이 기능하는 기본 원리가 바로 창작자의 저작물을 다수가 공유한다는 것이니까요. 인터넷에는 오늘도 상대적으로 소수인 작성자가 게시판에 올린 글, 그리고 영상을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마치 축구선수의 시합을 관중이 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 자체로는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소수의 행동에 다수의 감정이 움직인다.


문제가 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축구를 계속해서 예로 들면, 우리는 축구선수가 골을 넣으면 열광하고, 화려한 동작에 다시 기쁨과 쾌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또한 응원하는 팀이 패배하거나 역전골을 허용하게 되면 분노와 좌절감을 경험할 때도 있습니다. 이처럼 스포츠 경기가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소수의 행동 하나하나에 우리의 감정이 요동친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의 게시글이나 동영상도 마찬가지의 기능을 합니다. 스포츠 경기에 비해 명확한 규칙과 규정이 모호하다 보니,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것은 자신들이 작성한 글과 영상을 통해, 이를 지켜보는 다수의 마음을 [의도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계획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많은 예시를 들지 않더라도, 아마 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짐작하시는 분도 있으시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은 이런 일들을 마케팅 사업으로 하는 회사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 부분에 주목했습니다.




인터넷은 객관적일 수 없다


흔히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이며,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수많은 정보를 집에서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절반만 맞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먼저, 아무리 인터넷에 많은 정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그러한 정보를 검색해낼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인터넷의 정보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인터넷에서 접하는 글과 무수히 많은 댓글들을 읽으며, 그러한 글과 댓글에 적힌 의견이 세상의 중심적인 여론이며 다수가 맞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 역시 문제가 있는 생각입니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의 인구는 5천만 명이며, 아무리 큰 호응을 얻은 게시글이라 하더라도 그 조회수가 100만이 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또 댓글이 달린다고 한들 1,000개를 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매우 긍정적인 가정을 해서, 어떤 주장이 담긴 게시글을 100만 명이 조회하였고, 그 게시글에 달린 댓글 1,000개가 모두 게시글의 주장에 찬성하는 내용이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그 게시글의 주장은 무조건 옳은 것일까요? 물론 이 자체를 하나의 통계적 표본조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이 표본조사가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한다는 근거는 어떻게 설정되었나요? 혹시 '통계조사'라는 전문성이 담긴 문장을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글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지는 심리적 기분을 느낀 것은 아닐까요?


여기에 더해서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최근에는 어떤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서 의도가 남긴 게시글을 작성하고, 그 글에 동의하는 내용의 댓글을 조직적으로 달아주는 일을 하는 회사도 적지 않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을 말씀드리면, 어떤 분은 자신의 유명세를 높이기 위해 모두가 자유롭게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전식의 글을 적는 특정 위키사이트에 자신에 대한 항목이 생기도록 마케팅 회사에 의뢰하기도 했습니다. 즉, 보통은 먼저 유명해지면 그 팬들이 자발적으로 위키사이트에 등재해주는 항목을 이제는 반대로 일단 위키 등록부터 하고 그걸 근거로 자신이 유명하다는 것을 내세워 팬을 끌어들이는 구조로 마케팅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런 글들이 너무나 많아진 지금의 인터넷 공간은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다 알 수 있다는 착각


이런 객관성이 결여되었다는 단점 이외에도, 인터넷 공간은 그 다방면에 걸친 정보량으로 인하여 이용자로 하여금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것 대부분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만듭니다. 하지만 이 생각이 착각이라는 점은 수산시장만 가도 알 수 있습니다.


아마 tv 등을 통해서 수산시장에서 경매하는 장면을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 경매 참가자들은 일반인들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수신호와 단어를 외칩니다. 그 짧은 시간에 수백수천만이 오고 가기도 합니다. 이런 것을 인터넷에서 배울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백수가 되면 집 안에서 자꾸만 모든 것들을 해결하려고 하는 습성이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이 가진 생각의 대부분은 '무언가를 제대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라기보다는, 게으르게 살더라도 적당한 노력으로 자신의 나태함이 드러나지 않도록 해주는 효율 좋은 무언가를 찾겠다는 생각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직접 해보는 것을 선호하지 않고, 누군가가 경험해봤다고 '주장'하는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그 게시글에 맞춤으로써 '좋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고 생각해버립니다.


사실 이 주장의 사실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블로그의 맛집 방문기를 읽고 카드결제 영수증 사진이 있으면 안심하시나요? 우선 결제하고 나중에 입금받는 경우가 있다는 생각 해보셨나요? 아니면 사진만 찍고 결제 취소하는 경우를 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저는 봤습니다. 제가 오늘따라 글을 좀 날카롭게 적고 있는데요, 그만큼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에는 거짓과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으로 점철된 글이 많고, 그런 것들만 읽는다고 해서 자신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답답했었거든요.


저만 해도 그렇습니다. 제가 이렇게 저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글을 적는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어떤 시기가 지나기 전에 책을 한 권 완성시키고 싶었고, 백수로 살게 된 이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서 백수로 산다는 것은 자신이 살아가기에 따라 얼마든지 인생의 값진 순간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글을 적는 것 자체가 제겐 즐거운 일이기도 합니다. 믿으실 진 모르겠지만 이게 제 속마음입니다.



정보와 경험은 다양하게 획득하자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한 가지입니다. 자신이 뭔가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정보와 지식을 얻는 수단을 인터넷 하나로만 국한시키지 말자는 것입니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수만 명이 찬성한 글 100개보다, 부모님의 한 마디 말씀으로 인해 인생이 바뀔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합니다. 또 이것저것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우리는 정보 그 자체인 '사람'과의 관계를 맺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좋은 기회를 별 것 아닌 것처럼 치부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말도 있지 않나요? '진짜 제대로 된 정보는 인터넷에 없다'라고 말이죠.


시간의 재벌인 우리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 중 하나가 바로 '다양한 경험'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될 수 있다면 '직접'경험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제철 채소를 알아보는 것까지는 인터넷의 도움을 받으면 좋습니다. 하지만 그걸 시장에서 사서 집에서 요리해 먹어보는 것은 직접 경험해야 할 요소인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몇 년 전 만난 지인이 와인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가진 것처럼 이야기를 하길래 상당히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그분이 언급한 와인을 다 마셔보고 그 정도 경험담을 말하려면 수천만 원은 들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좋은 와인을 시식할 기회가 생겼을 때, 예전에 그분이 이 와인에 대한 찬사를 장황하게 설명했던 기억이 나 그분을 초대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저에게 이 좋은 와인을 마시게 해 줘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 제게 자랑했던 것은 와인 만화책을 보고 그걸 마치 자신이 마셔본 것처럼 이야기했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깜빡 속았던 기억이 나네요.


제 글을 읽은 여러분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괜찮은 와인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고, 근처 마트에 가서 비슷한 와인이 있는지를 찾아봐야죠. 그러고 와인을 구매합니다. 함께 먹을 음식도 찾아보면 더 좋죠. 그리고 와인을 마셔본 뒤, 자신의 감상평을 노트나 영상으로 기록해 둡니다. 이걸 테이스팅 노트라고 하죠. 이렇게 하나씩 경험해보면서 자신이 어떤 포도 산지의 와인을 좋아하는지, 쓴맛과 단맛, 신맛은 어느 정도가 좋은지, 나에게 잘 맞는 와인은 어떤 것들이 있었고 곁들여 먹는 음식과 음악은 뭐가 좋았는지를 정리해 두면 됩니다. 이런 정보가 인터넷에 있을까요? 설마요. 방금 자신이 직접 만든 정보니까 있을 리가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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