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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생각의 오해:
생각이 나의 인생을 망친다

생각만 하는 것 자체가 문제였는데, 그걸 몰랐다.

by 이도

그럴듯한 이유는 어떻게든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사는데 별로 좋은 것은 아니다.





백만 가지 이유


혹시 '내 인생은 왜 이럴까?'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 있으신가요? 물론 진지함의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그래도 이런 질문은 살면서 한 번 이상은 해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질문은 보통 지금 사는 인생이 불만족스럽거나, 뭔가 잘못되어간다는 기분이 느껴질 때 해보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이 질문이 머리에 떠올랐다는 것 자체가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이 들었을 때 그 원인을 찾는 방식입니다. 사실 저의 경우, 이 부분에 대해서 한 가지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자신의 인생이 만족스럽지 않은 사람들 대부분은 그 원인에 대해서 가정환경, 운, 선천적인 능력, 조건 등등 외부적인 요소가 자신의 삶에 악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미리 예상했었습니다. 즉, 무언가 '탓'할 거리를 찾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내가 잘못한 부분이 감춰지고, 내 인생이 기대와 다르게 진행된 것을 변명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이 주제에 대해서 여러 사람들과 대화해보면, 의외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건 아무리 다양한 이유로 남 탓, 외부환경 탓을 하더라도 마지막은 항상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내 탓'으로 결론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를 극복해내고 열심히 노력해서 내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은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 대해 자신이 덜 노력해서 상황을 바꾸지 못했다고 자책합니다. 그리고 이 자책은 다시 이렇게 노력하는 자신에 대해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 주변 환경에 대한 탓으로 이어집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가 쉽게 끊어지지 않습니다.


이쯤에서 반론이 들어올 것 같습니다. 아니 어떻게 당신 주변에는 그런 사람만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인데요, 그래도 지금 언급된 사람들은 자신이 뭐라도 해보겠다고 노력은 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몰라서 그렇지 아예 노력조차 하지 않고 뭐든지 남 탓만 하면서 하루를 낭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것이 반론의 내용입니다. 저는 이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좀 더 솔 적하 게 말씀드리면, 제가 이런 반론에 딱 들어맞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조금만 변론하자면, 이렇게 겉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머릿속에선 자신의 삶에 대해 엄청난 불안과 고민을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단지 그게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을 뿐입니다. 만약 정말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은 힘들게 고생해 하루하루 살아가는데 자신은 그 사람들의 노력에 기대어 살면서도 만족과 편안함을 느낀다면, 그건 이런 글 몇 줄 읽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그분들은 환경 자체가 바뀜으로써 위기감을 스스로 느껴야만 합니다.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위기감이 닥치면, 그분들도 결국은 움직이게 됩니다.


조금 이야기가 벗어났는데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결국 아무리 다른 이유를 대며 외부 탓을 하더라도, 자신에 대해 자책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자신의 삶을 제대로 살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책이 새로운 도전을 함에 있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먼저 떠올리게 만듭니다. 지금까지도 분명 크고 작은 시도를 해봤을 테니까 심지어 지금 느끼는 두려움엔 경험에 기반한 근거도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노력하고 도전하는 게 얼마나 무가치한 일처럼 느껴지겠습니까? 과거에도 이렇게 마음먹고 시도했다가 실패해서 고통받았는데, 이걸 또 해본다는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런 방식으로 자신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고 노력하지 못할 이유에 대해선 수백 가지도 만들어낼 수 있게 됩니다. 물론 그와 동시에 자신의 이런 비굴한 모습에 대한 자책도 하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뭔가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이때 하는 자책은 자신이 그나마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윤리적 양심은 가지고 있다는 심성을 확인하기 위한 보조장치 같은 것이니까요. 내가 남 탓은 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 책임도 어느 정도는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러니 난 도적적으로 큰 문제는 없는 사람이야. 뭐 이런 생각입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이런 남 탓, 자기 탓과 같은 이유에 있지 않습니다. 문제는 '생각' 그 자체입니다.




자신의 생각에 취하다


생각이 나를 망친다는 것이 무슨 말일까요? 그것은 말 그대로 생각하는 행위 그 자체가 자신의 삶을 망치게 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말을 제가 반복하고 있죠?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앞서 저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며 자신의 상황이 잘 안 풀리는 것에 대해 변명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기에는 남 탓과 같은 외부요인에 대한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결국 그걸 극복하지 못한 자신이 제일 문제라는 자책으로 이어진다는 말씀도 드렸습니다.


이때 어떤 사람들은 '남 탓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건 제대로 된 문제 해결 방법이 아님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남 탓을 하지 못하면 결국 남는 것은 자신을 탓하는 것 밖에는 없는데, 지금의 인생이 오로지 나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면 그걸 견뎌내는 것은 더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남 탓하지 말고 '노력'으로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고쳐내라는 것이 위험한 이유입니다.


저는 조금 다른 방법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그것은 우선 그분들이 주장하시는 '남 탓'이 맞다고, 그럴듯하고 설득력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런 전제를 잘 못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생각을 '남 탓하는 그분들'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본 것입니다. 남 탓을 하는 분들의 입장에선 자신이 남 탓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스스로는 입장 정리가 완벽하게 끝난 상태입니다. 그러니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남이 지적한들, 그 논리를 보완할 방법을 찾을 뿐 생각을 그만두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남 탓이든 자책이든, 지금 여러분이 자신의 삶에 대해 가지고 있는 그 여러 가지 생각들이 전부 다 맞다고 동의하고 난 뒤,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보려는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제가 글이 아닌 실제로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할 때는, 저의 역할을 '물개'에 비유하곤 합니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가끔 양손으로 박수도 치고, 눈을 똘망하게 뜨고 상대의 말에 열심히 동의해줘야 하니까요. 물개 손뼉 치는 것이죠.


상대는 신이 납니다.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대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부모님도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인상을 찌푸리고 잔소리만 하셨는데, 드디어 남이었던 상대방으로부터 자신의 생각이 다 맞다는 동의를 이끌어낸 것입니다. 사실 상대는 항상 불안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생각들이 남 탓이었기에, 왠지 밖에서 이런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은 부끄럽기도 해서 혼자만 마음에 품고 있었던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이 사람 앞에서는 이야기가 술술 나옵니다. 그래서 더 자신 있게 나의 주장을 이야기합니다. 내 인생이 잘못되어가는 이유는 (내 책임도 있지만) 외부적 요인이 더 크다고 말입니다.


이쯤 들어줬으면 저의 봉사활동은 이제 끝내야 할 시간입니다. 손바닥도 박수를 하도 많이 쳐서 혈액순환이 너무 잘되고 있거든요. 고개도 상하운동을 너무 많이 하니 어찌 좀 목이 뻐근합니다. 저는 이제 손뼉 치던 손을 무릎 위에 내려놓고, 온화한 부처님의 염화미소를 얼굴에 띄우며 상대에게 묻습니다.


"그래요, 다 맞는 말인데, 그래서 뭐가 달라진 게 있나요?"




생각의 감옥에 갇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생각의 정답 유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설령 그 사람의 남 탓에 틀린 부분이 있다한들, 그걸 집어내서 지적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본인이 정답이라고 믿고 있는 데다 지적사항에 마음이 뜨끔하면 그 부분만 또 열심히 보완할 것이니까요. 그러니 남 탓이든, 자책이든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그런 생각의 맞고 틀림에 있지 않다는 것을 먼저 이해해야만 합니다.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인생에 대해 자꾸만 '생각'만으로 뭔가 원인과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는 것 그 자체입니다. 과거에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반성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인생이 바뀔 수는 없습니다. 결국은 반성을 토대로 '현재' 그리고 '미래'의 자신이 행동해야만 그 사람의 인생은 바뀔 수 있습니다. 이러한 행동에 대한 전체 없이 생각만 거듭한다고 인생에 멋진 기회가 생기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제가 이번 챕터 [생각의 오해] 마지막 편의 주제로 이런 이야기를 드리는 것은, 특히 시간의 부자로서 삶을 살고 있는 우리 백수들이 너무나 생각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생각이라는 것은 거듭할수록 처음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생각 자체만으론 아무것도 바뀌는 것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저는 앞선 글에서 인터넷을 통해 모든 것을 알려고 해선 안된다거나, 시간은 지나가면 돌아오지 않으니 지금 이 순간부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입니다.


즉, 우리는 반드시 생각과 행동이 연결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뭔가 생각나는 것이 있다면, 그걸 바로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직접 경험해보고 그때 자신이 느낀 감정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해둡니다. 그리고 지금 했던 행동이 불러온 생각을 바탕으로 또 다른 행동을 시도합니다. 오직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 우리의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생각의 감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꼭 아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생각-> 행동'의 연속된 과정을 수행하려면 무엇보다 시간이 충분하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직장에 다니거나 다른 일로 바쁜 분들은 생각은 하더라도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볼 시간과 에너지가 충분치 않아 포기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간의 부자, 넘치는 에너지를 가진 우리는 이걸 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부자도 언젠가는 곳간이 빌 수 있듯,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 역시 무한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항상 잊어선 안됩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분이라면, 지금의 백수로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며, 내가 생각만 해왔던 일들을 직접 해볼 수 있는 기회한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이를 더 간단하게 요약하면, 우리의 삶에 필요한 것은 딱 한 문장입니다. '생각하고, 바로 행동하라'



이번 장을 마무리하며


이번 글을 끝으로 첫 번째 장 [생각의 오해]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어떻게 읽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쓰다 보니 신이 나서 즐겁게 글을 적긴 했는데 과연 다른 분들이 읽으셨을 때도 저의 생각이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사실 긴장도 됩니다.


그렇지만 아직 90개의 글이 남아있으니까요, 조금 더 다양한 글을 통해 저의 생각이 전달되다 보면,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이 충분히 전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던, 긍정적인 기대감을 가지고 막연하게 잘 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니까요.


좋은 일도 하나 생겼습니다. 제가 5번째 글을 쓰고 나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는데, 오늘 작가 신청이 승인되었다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저는 최소 3수는 각오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빨리 승인이 나서 정말 기분이 좋아요. 그만큼 더 열심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역시 생각한 것은 바로바로 행동으로 옮겨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저는 일단 실천하고 있습니다.


다음 장에서는 이제 본격적인 맑고 하얀 손을 가진 우리 시간의 부자들, 백수로서의 삶이 지닌 매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원래 제가 이 글을 쓰고자 마음먹었던 이유도 '백수로 살더라도 불안하지 않고, 매일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며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소개를 하고 싶었던 것이니까요. 아마 제가 가장 즐겁게 쓸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번 장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 다음 장에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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