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 Dear myself: 자기애만 많아가지고

지나친 자기애는 모든 것을 합리화한다.

by 이도

자기애의 함정은

합리화에 있다

자기애가 강할수록

인정하는 법이 없다




자기애의 거품


제가 최근에 들었던 말 중에 깊이 공감했던 한마디가 있습니다.


"용어에 거품이 끼면 인식에도 거품이 끼게 됩니다"


원래 이 말은 최근 주식시장에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을 두고 [동학 개미혁명]이라고 부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데서 나온 것입니다. 동학 개미혁명이라는 용어의 기원은 동학농민혁명일 텐데, 잘 아시듯 동학농민혁명은 실패한 혁명이었고 당시 혁명에 참가했던 수많은 사람들은 비참한 결말을 맞이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수많은 개인의 땀과 눈물이 베여있을 소중한 투자금에 대해 '혁명'이라는 용어를 쓰며 주식시장에 투자하면 누구나 쉽게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언론에서 분위기를 조장하는 듯한 상황을 두고 '용어와 인식에 거품이 끼었다'는 표현이 나온 것입니다. 이 생각에 공감했던 저는 같은 관점에서 떠올린 단어가 하나 있는데요, 그건 바로 자기애입니다.


자기애라는 단어는 자신을 뜻하는 '자기'라는 말과 한자어인 사랑 애(愛)가 합쳐져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정도가 될 텐데요,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그냥 듣기엔 전혀 나쁜 것처럼 생각되지 않습니다. 구절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성경에도 자신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도 있었습니다. 그나마 요즘에는 자기애가 많다는 말이 마치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어 예전보다는 자기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기애라는 감정의 위험성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갑자기 자기애라는 용어를 말씀드린 것은, 저 자신부터가 자기애가 지나칠 정도로 많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자기애와 자존감을 구분하지 못했고, 심지어 자기애라는 것은 많을수록 더 좋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기애가 많은 사람의 단점과 인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소에 대해서 늦게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위의 표현을 빌리자면, 제가 생각하는 자기애라는 인식에도 거품이 끼어 있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자기애가 많다는 것이 왜 문제인지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승전'나'


자기애가 많았던 저의 문제점 중 하나는 삶에서 경험하는 모든 것에 대해 자신을 기준에 두고 해석한다는 것입니다. '다들 그렇게 사는 거 아냐?'라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만, 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있어 오직 자신만을 기준에 둔다는 것은 거칠게 표현해 어떤 것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점에서 자기애가 많은 사람들은 모든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루에 경험하는 온갖 일과 떠오른 생각에 대해 자신의 감정과 편견이 담긴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객관적으로 현상을 바라본다는 것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자기애가 많은 사람들은 이런 행위에 대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자기애가 많은 사람은 '타인의 호의'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의미 부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우연히 방문한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했는데 종업원으로 일하는 분이 쿠키를 같이 주었다던지, 혹은 별다른 접점이 없었던 이성 동료로부터 조그만 선물이나 간식을 받게 되었다는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물론 이런 사례들은 정말로 상대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행동으로 이어졌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겉으로 나타난 행동은 마음씨 좋은 분들이 친절과 배려를 베풀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됩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분들의 친절과 배려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며 비슷한 수준의 답례를 한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자기애가 많은 사람들은 이 소소한 행동 하나를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단지 쿠키 하나를 더 받았을 뿐인데도 머릿속에서는 이미 웨딩벨이 울리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자기애가 많다는 것도 사람마다 유형이 달라 그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보통은 타인의 작은 친절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과잉해석을 해서 '이 사람이 혹시 날 좋아하나?'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어떤 분들은 '혹시 나한테 뭐 숨기고 있는 잘못이 있나?'라는 식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의미부여가 지나치다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눈치가 빠른 분들은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자기애가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온갖 것들에 대해 주관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의 원인은 생각의 중심에 항상 자신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저는 [기-승-전-'나']라고 표현해 보았던 것입니다. 기억을 떠올려 보시면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대화를 할 때 분명 A가 이야기를 꺼냈고, 이야기의 주제도 A와 관련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끝날 때까지 자기 이야기만 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의 행동이 바로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전형적인 모습 중 하나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대화의 주제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결론은 자신과 관련된 내용으로 마무리될 것이니까요. 그래서 대화를 하다 보면 결론이 이상해 지거나, 듣는 사람 입장에선 '자꾸 다른 소리를 하는 것 같네?'라던지 '이 사람은 다른 사람 이야기는 전혀 듣지 않는 것 같아'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말을 하는 본인은 이상하다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본인의 입장에선 대화의 주제와 맞지 않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으니 말은 술술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오늘따라 대화가 즐겁다는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즐겁겠습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실컷 하고 어떤 주제가 나오더라도 자신만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듣는 입장에선 이런 사람들만큼 피곤한 부류가 없습니다. 그래서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과의 사이가 서먹해지거나 만남이 뜸해지는 경험을 종종 맞이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 쯤되면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야 합니다만, 대부분 그러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자기애가 강한 사람의 가장 큰 단점이기도 합니다. 바로 모든 것을 자기식대로 합리화하는 것입니다.



포장과 합리화


자기애가 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합리화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납니다. 여기서 말씀드리는 합리화라는 것은 이성과 논리에 근거한 생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식으로든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생각의 결론을 내리는 것이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하는 합리화입니다.

저는 이러한 합리화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합리화를 많이 할수록 우리는 어떠한 도전과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제가 글을 쓰면서 가장 걱정했던 부분 역시 '혹시 내가 백수생활을 합리화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이전까지 적었던 글을 읽다 보면 직장생활은 하나도 좋을 게 없고 백수로 지내다 보니 오히려 장점이 훨씬 더 많더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종종 말씀드렸듯 저는 제가 직장생활의 고달픔과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했기에 도망친 것입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기간 동안 미래에 대한 방황과 고민을 이어갔고 무수히 많은 도전과 실패의 경험을 오늘 이 순간에도 쌓아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제 미래엔 안정보단 불안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인정하지 않고 합리화의 포장을 두르게 되면 모든 생각의 방향은 '직장생활보다 백수로 지내는 것이 훨씬 좋은 이유'만 찾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직장을 그만두었다는 선택에 대해 잘못은 하나도 없으며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만 끝도 없이 만들어냅니다. 동시에 '백수생활의 장점'을 떠올리는 것은 물론입니다. 하지만 짐작하셨듯 이런 생각들은 좋게 표현해서 합리화일 뿐 사실은 도전하는 것이 두려워 끊임없이 변명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기애 많은 사람의 합리화의 결론은 언제나 동일합니다. '나는 괜찮아', '다른 사람들이 잘 몰라서 저렇게 사는 거야', '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은 아니야', '지금 상황이 좋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라기 보단 다른 이유 탓이 더 크다고 봐야지' 등등 자신의 선택엔 아무런 잘못이 없으며 잘못된 부분을 생각해본다고 한들 그 대상은 자신이 아닌 외부 환경, 남, 조건, 재능 등 다른 요인 때문에 자신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애가 많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잘못과 실수에 대해 인정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런 분들에게 있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은 하나밖에 남지 않은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가장 소중한 것이기에, 감히 이런 자신을 두고 잘못되었다던가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자기애가 많은 사람의 또 하나의 특징을 알 수 있는데요, 그것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높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 때문에 자기애 많은 사람들은 마음이 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냉정하게 바라보기

자기애가 많은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신과 비교할 수조차도 없는 업적을 이룬 사람들에 대해선 과도한 동경과 애정을 가지는 것도 자기애 많은 사람들의 특징인데요, 제가 생각해볼 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자신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으로부터는 뭔가 확실하게 배울 것이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자신에게 도움이 될 테니까요.


이러한 생각의 문제는 마음속으로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훌륭한 성과를 보여주었을 때 발생합니다. 가령 고등학교 때 나보다 성적이 낮았던 친구가 좋은 회사에 취직했다던지, 시험에 합격했다는 등의 소식은 자기애 높은 사람들의 마음에 큰 상처가 됩니다. 그리고 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그들은 또다시 합리화라는 포장지를 상처 난 마음에 두르기 시작합니다. 좋은 회사라 해봐야 몇 년 안에 그만두는 사람이 태반이라더라, 요즘 전문직이라고 해도 먹고살기 어렵다더라 등등.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처지를 합리화하기 위한 온갖 생각을 만들어내는 것이 이들의 합리화인 것입니다.


이처럼 자기애가 많을수록 사람의 심리에는 긍정적인 것보단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그리고 고백하자면 위에서 적은 모든 내용은 제가 직접 경험했고, 생각했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저 또한 오랜 기간 동안 자기애가 많다는 것이 단점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이전 글에서 말씀드렸던 교수님께서 제 눈을 쳐다보며, 제가 자기애가 너무 지나치나는 말씀을 해주셨기에 스스로의 마음을 점검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말 한 귀로 듣고 그대로 흘리고 있죠?"
"어떤 이야기도 자기 식대로만 해석하네요"
"자기가 하는 그 생각,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거 알고 있는 거 맞죠?"
"잠깐만, 또 선하 씨 자기 이야기만 하네"


글을 쓰는 저도 얼굴이 화끈거려서 글을 쓰다가도 몇 번씩이나 멈춰서는 것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적지 않으면 자신의 마음을 고쳐나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애가 강한 분들은 겨우 글 한 편 읽는다고 평생의 마음습관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제가 '자기애'라는 주제로 글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 번째는 평소에 자신이 생각하는 방법이 자기애가 많은 사람들의 생각 방법과 유사한 부분이 있는지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고쳐나가는 것이 좋습니다만, 설령 고쳐지지 않는다고 해도 자신의 마음 쓰는 방법에 대해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도 인지하실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자기애가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사고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처럼 다른 사람이 대놓고 "넌 자기애가 많아서 문제야"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거나, 다른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마음을 써주지 않습니다. 저 말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훨씬 즐겁고 편할 테니까요.


그래서 자기애라는 감정은 스스로 점검하고, 인정한 다음, 스스로 고쳐나가야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당연히 어렵습니다. 아마 자신이 자기애가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경우에 따라선 '난 내가 자기애가 많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이야'라는 것에서 만족을 느끼며 이해할 수 없는 합리화를 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고치는 방법도 단순하기 때문에 어럽습니다. 자신을 냉정하게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내가 그동안 잘못 생각해왔고, 합리화가 아닌 변명을 일삼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이 과정을 극복해낸다면 우리는 분명 지금보다 더 건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오랜 기간 자기애밖에 없었던 제가 자기애라는 마음에 대해 이해한 내용의 전부입니다.


이 글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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