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Dear myself:
끝없이 쓰고 기록하기

불안한 마음을 없애는 최선의 방법

by 이도

뭐든지 좋으니

끝없이 적으며

기록해 나가면

불안은 사라진다




이해하지 못함


과거에 제가 읽었던 책에선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성숙함의 증거 중 하나는, 이 세상에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라네"


책에선 이 대사가 우주의 광활함을 설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을 뿐이지만, 제 마음엔 이 말이 울림이 되어 오랫동안 남아있습니다. 언젠가 제가 이 말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처럼 불안과 걱정을 느끼지 않으면서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제가 성숙하지 못한 탓인지, 제겐 세상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만큼은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저는 궁금한 것은 반드시 풀어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니까요. 그리고 제가 이해하고 싶은 것들 중 최우선 순위로 꼽는 것에는 '불안'과 '걱정'이 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불안과 걱정이라는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감정들에 대한 책과 강연은 무수히 많이 있으므로 감정 자체를 공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제가 불안과 걱정을 이해하고 싶었던 이유는 더 이상 불안하지도, 걱정하고 싶지도 않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통해 이런 감정에 대한 내용을 알게 된다고 해서 제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불안과 걱정이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일이 생깁니다. 저는 여전히 불안함과 걱정이라는 감정을 이해하진 못하고 있지만, 이러한 감정을 이전보다 덜 느끼도록 만드는 방법은 알게 된 것입니다. 마치 수학 문제를 풀어가는 데 필요한 개념과 공식을 제대로 알지는 못하지만 어떻게 답은 맞출 수 있는 것과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 방법은 언제 찾아올지도 모르는 불안함과 걱정이라는 감정을 줄이는 데 있어 언제나 효과적이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삶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적어나가는 것입니다.




불안의 정체


불안감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 경우엔 크게 봐서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잊혀지는 과거

쌓여가는 것이 없다는 것


제 삶을 세 부분으로 나눠본다면 저는 학생 시절, 직장인 시절, 그리고 백수 시절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분명 학생 시절에는 학생 본분에 맞는 역할을 했을 것이고, 직장인으로서도 적지 않은 일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도무지 기억나는 것이 없습니다. 제가 학생과 직장인으로서 10년을 살았다고 했을 때, 아무리 기억을 더듬고 떠올려봐도 기억나는 시간을 모두 합해도 1시간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물론 모든 순간을 다 기억하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기억나진 않더라도 현재를 살아가며 순간순간 과거의 기억이 떠오를 때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기억은 나지 않지만 지금 제가 이렇게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는 데는 과거의 제 자신이 해왔던 여러 가지 경험들이 쌓여있기 때문이라는 것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머리론 이해되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괜찮다, 열심히 살아가면 분명 남는 것도 있고 쌓여가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되내어 보기도 했지만 마음이 괜찮은 것은 그때 그 순간뿐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예전보단 덜 불안하게 느끼지만 이 증상이 심했을 때는 시계 초침이 1초씩 변해가는 것만 봐도 '아, 또 시간이 지나가버렸어'라는 생각이 떠올라 마음이 힘들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랬던 제가 삶의 모든 내용을 기록해보자는 마음을 먹게 된 것은 어떤 계기로부터 찾아왔습니다. 제가 초반부에 적었던 글을 읽으셨던 분 중에는 수면에 관련된 내용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시는 분도 있으실 텐데요, 언젠가부터 저는 잠을 자고 일어나면 어깨와 허리 통증이 심해지는 증상이 나타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저는 갈수록 심해지는 통증으로 인해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제 머리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제가 자는 모습을 카메라로 녹화해보는 것이었습니다. 예전부터 제가 자는 동안 어떤 행동을 하는지 궁금해하기도 했었던 데다,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노트북에는 카메라가 내장되어 있었기에 제가 자는 모습을 녹화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자는 모습을 카메라로 촬영한 다음날, 저는 제가 자는 동안 했던 행동을 보고 엄청 놀랐었습니다. 카메라에 담긴 저는 베개가 맞지 않았던지 자는 동안에도 수십 번이나 베개를 뺐다가 다시 베는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좌우로 뒤척이며 팔을 베거나 이불을 끌어올려 베개로 만들기도 했던 것입니다. 그러다 새벽이 되어 점점 추워지자 제가 다시 이불을 제대로 덮으며 자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가 자면서 이렇게 뒤척인다는 것을 전혀 몰랐었습니다. 제가 봐도 이런 식으로 6시간 이상을 자고 나면 피로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날 저는 곧바로 마트에 들러 베개를 새로 구매했고, 수면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도구를 알아보고 사용해보는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약 1주일가량 자고 일어날 때마다 제가 어떤 식으로 자고 있는지를 카메라로 녹화했었고, 다양한 방법을 사용함에 따라 수면 중 뒤척이는 빈도가 점점 줄어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자고 일어났을 때 개운하다는 느낌이 올라간다는 것으로도 저의 수면건강이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하기도 했었습니다.


제가 이 경험을 통해서 가장 만족했던 것은 그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자신의 수면습관에 대해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카메라 속 저는 가끔씩 잠을 자면서도 소리 내어 웃기도 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왜 그렇게 목이 건조한가 했더니 제가 입을 하마처럼 벌리고 자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피곤할 때는 확실히 코도 골았습니다. 저는 이런 내용을 전혀 모르고 있었을 때에 비해서 제 마음속의 불안감이 줄어드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경험을 계기로 삶을 기록해보자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기억할 필요가 없다


제가 매일 간단하게라도 일기를 쓰고, 머리에 복잡한 생각이 생길 때는 일단은 전부 글로 옮겨 적어 보는 습관이 생겼던 것도 이 무렵 즈음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 힘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게 되자, 저는 매일 먹는 식사와 운동에 대한 내용도 기록해가기 시작했습니다.


기록의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당장 기억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도 과거의 제가 적어놓은 기록에 남아있을 것이란 믿음이 생기자 저는 과거가 잊혀져 간다는 불안감에서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기억하고 있는 것들이 줄어들면서 머리가 한결 개운해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록하는 것이 즐거워지자 저는 글 쓰는 것에도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친한 지인들에게 축하할 일이 있을 때면 짧게라도 카드에 편지를 써서 선물과 함께 주는 일이 많아졌고, 저도 편지를 적으며 지인들과 함께 했었던 추억을 떠올라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쓰고 있듯이, 저는 생각나는 주제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주말을 보내는 저만의 특별한 여가활동이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글을 쓰고 생활을 기록해나가며 제가 기억할 것들은 줄어들었지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이해하는 것은 전보다 훨씬 선명해졌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에 대한 이해도가 선명해질수록, 지금 제게 필요한 목표는 어떤 것인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어떤 일을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 해내야 하는지도 분명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목표가 분명해지고,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노력의 양도 확실하게 알 수 있게 되자, 저는 과거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예전에 비해 훨씬 줄어들게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기록의 힘입니다.


가끔씩은 제가 너무 강박관념이 심해진 것인가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보통은 저처럼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꼼꼼하게 기록하며 살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니 제가 강박증이 심해져 이런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록이 조금 틀리는 것에 대해 그리 불편함을 느끼진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제가 매일 꾸준하게 주어진 삶을 기록해가고 있다는 그 자체에 있었습니다.


또한 제 마음속에 언제나 자리 잡고 있었던 소망 중 하나는, '무슨 일이든 좋으니 열심히 한 번 살아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게 있어선 일상과 제가 가진 마음속 생각을 기록해나가는 것이 열심히 사는 방법이자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꾸준히 쌓여가는 기록을 보고 있으면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낄 수도 있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제가 하는 이러한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저처럼 사라져 가는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많은 분들이라면 꼭 한 번 인생을 기록해나가는 것을 해보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은 매일 일기를 써보는 것도 좋습니다. 또는 직접 펜을 통해 글을 적어나가는 것도 좋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의 삶을 기록할 수는 있으니까요. 이것 만으로도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불안과 걱정들이 예전보다 훨씬 줄어든다는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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