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 Dear myself:
마음을 줄 수 없었다

사람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못했던 자신에 대하여

by 이도

자신의 마음조차

이해하지 못했기에

다른 사람을 향한

내 마음을 전할 수 없었다




외로움에 대한 고민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부터 저는 혼자 있다고 해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만나서 소통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제겐 그보다 조용히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또는 문득 생각난 곳에 혼자서 산책을 다녀오는 것이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더 좋을 때가 많았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제가 어린 시절부터 굉장히 좋아했던 한 가수의 노래 제목에도 '혼자 놀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제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생각 하나가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혼자서 잘 지낸다고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 성격을 타고났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반대로 저는 제가 살아가는 환경이 제게 외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걸 제가 모르고 있었을 뿐인 것이죠.


가령 저는 가족들과 사이가 좋은 편입니다. 저는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가족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제가 먼저 연락하지 않아도 종종 안부 연락을 주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친구들은 제가 만나고 싶다고 말하면 보통은 거절하는 경우가 없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제가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것들은 아닙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들이지만, 저는 이런 것들을 당연한 것처럼 생각해왔던 것입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저는 상황이 조금만 바뀌면 얼마든지 외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가족 중 한 사람이 제 곁에서 사라지는 일이 생기거나, 제가 그동안 당연하게만 생각해왔던 친구들과 만나는 것이 앞으론 불가능해지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저는 분명 외로움과 상실감을 느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지금 상상했던 일들은 제 인생에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일들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저는 상황의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고,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제가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먼저 마음을 표현함으로써 소통을 시작하지도 못하는 편입니다. 간단히 말해 저는 다른 사람에게 제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너무나 미숙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외롭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혼자서 삭히거나 마음속에 외로움을 묻어둘 뿐, 다른 사람과의 소통을 통해 저의 외로움을 덜어내지는 못할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마음이 복잡해서


이야기의 시작은 외로움이라는 데서 출발했지만, 사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마음 그 자체에 있습니다. 제 마음은 정체를 파악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만큼 너무나 복잡합니다. 그래서 지금도 저는 글을 몇 번이나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는데요, 다른 사람들은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을 그리 어렵지 않게 해내는 것 같은데 저는 이게 참 어렵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이전 글에서 밝혔듯 다른 사람에게 호감이 생겼다 하더라도 제 마음을 표현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습니다. 반대로 감사하게도 저에 대해 호감이 있다는 것을 용기 내어 표현해주신 분에 대해서도 그 마음에 대해 저의 속마음을 있는 그대로 알려주지 못했습니다. 저는 항상 애매하게, 그리고 어정쩡하게 멈춰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런 태도를 보이는 저에 대한 상대방의 마음이 차갑게 식어가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을 것입니다.


이처럼 제가 다른 사람에 대해 어정쩡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지금도 여전합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갈수록 처세술만 늘어가 제 마음이 어정쩡하다는 것을 숨기는 것 방법만 세련되어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차라리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지금보다 조금 더 솔직하게 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는 것이 제 솔직한 심정이니까요. 하지만 그러질 못하고 있습니다.


저도 제가 이렇게밖에 행동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도 습관이 되어버렸는지 시간이 갈수록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든 저의 마음가짐을 바꿔보긴 해야 할 텐데요, 사실 어떤 이유로 제가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서툰지에 대해선 저도 짐작하는 바가 있긴 합니다.


먼저 생각했던 것은 두려움입니다. 제가 상대방에 대해 좋아한다는 마음을 표현하거나 싫어한다는 마음을 전했을 때, 그 행동으로부터 되돌아올 반응을 제가 감당하고 싶지 않다는 데서 오는 두려움은 저를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나마 싫어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그 이유는 싫어하는 것에 대해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저의 성격과, 상대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느끼는 분노의 감정이 제가 행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호감을 표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제가 누군가를 좋아한다고 표현했을 때 상대방과 지금보다도 어색한 관계가 되는 것에 대한 큰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이 말은 제 마음속엔 이미 성공에 대한 확신보단 실패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생각에 대해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저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이 많으니까요. 결국 여기까지 생각해봤을 때, 제가 마음이 복잡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실제 마음이 복잡해서라기 보단, 실패를 걱정하는 마음이 너무 크다 보니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에 마음이 복잡하다고 느꼈던 것입니다.




미리 판단하지 않기


저는 이러한 제 마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미리 판단하지 않는 것'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누군가의 행동과 말에 대해 제가 싫다는 생각이 들면 이 마음을 표현했을 때 되돌아올 결과에 대해 처음부터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지나치게 눈치 보거나 분위기를 읽어내려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대신 저의 목적이 상대로 하여금 상대의 행동과 말로 인해 내 마음이 힘들고 불편하다는 것을 전달하는 것이라면, 기왕이면 좋은 말로 전달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얼굴을 붉히고 큰 소리로 화를 내는 것만이 최선은 아닐 테니까요. 또한 중요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자신의 생각을 전할 것이라는 용기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도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며 자신의 불쾌감을 표현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누군가를 싫어할 수 있는 용기입니다.


저는 모든 사람을 좋아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마음은 풍선과도 같아서, 잔뜩 차오른 마음속 공기를 빼내지 않으면 언젠가는 다른 순간에 마음의 풍선이 터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싫어한다는 것도 마음 건강을 위해선 꼭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누군가를 싫어하는 데는 그에 합당한 이유와 근거가 있어야겠죠. 다만 자신이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해 그가 싫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속 불쾌감을 해소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은 마음에 큰 병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누군가를 싫어할 수 있는 만큼 어떤 누구라도 좋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가지 경우에 모두 필요한 것은 역시 미리 결과를 판단하지 않는 것입니다. 제가 상대방에게 좋아한다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던 것은 아직 오지 않은 결과의 두려움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결과가 나쁘지 않을 수 있도록 조금씩 과정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은 비단 상대방에게 고백을 하는 데에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과 배려와 도움을 주고받으며 호감을 쌓아 가다 보면,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에 대한 믿음을 만들어갈 수 있습니다. 믿음을 주고받은 상대방에 대해선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도 괜찮을 것이란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때 중요한 것은 역시 기왕이면 좋은 단어, 상대방을 배려하는 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제 어떻게 마음을 표현할지에 대한 방법은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습니다. 남은 것은 자신의 태도입니다.




마음을 주고받는 것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다른 사람에게 제 마음을 표현하는 행동 자체에 대해 번거롭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제가 앞에서 언급했듯 마음을 표현한 뒤 받게 될 결과에 대한 두려움 또한 제가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망설이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인 것도 사실이지만, 제가 상대방에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이를 통해 다른 사람과 마주하게 될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생각 때문인지 저는 다른 사람을 만날 때도 마음속에서 제 방의 형광등을 켜고 끄듯 스위치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오늘 만날 사람들에겐 진지하고 침착한 모습이 필요할 때는 그에 맞게 스위치를 켜고, 제가 뭔가 나서서 상황을 주도해야 할 때는 평소보다 더 활발하고 말도 많이 하는 스위치를 켜는 것이죠. 여담이지만 이런 저의 행동을 보고 이전 글에 소개된 교수님은 제게 '자연스럽지 않다'라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이런 행동들은 거칠게 표현하면 가식적인 행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제가 어떻게 보이는 지만 중요했을 뿐 상대방이 어떤 마음으로 제게 말을 거는지를 공감하거나 이해하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습니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상대의 심정과 상황을 추측해 그에 걸맞은 말을 생각해 감정 없이 말하기만 했을 뿐이니까요. 지금 생각해도 참 부끄러운 과거입니다.


하지만 이런 저의 행동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뒤로는 의식해서라도 제 생각과 마음을 담아 상대방에게 표현하려는 노력을 거듭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너무 어색하고 힘들었습니다. 싫은 것에 대해선 상황에 맞지 않아도 싫다는 표현을 해야 했고, 좋은 것에 대해선 아무리 부끄럽다고 해도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저의 호감을 표현하고 애를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의 소통방식의 변화는 또 다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우선은 상대를 만남에 있어 저 자신이 이전에 비해 차분하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미리 대화거리를 준비해오거나 상대방에게 맞춰서 행동하겠다는 생각을 포기함으로써 얻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솔직한 제 심정을 말하기 시작하자, 제 말을 들은 상대방의 반응도 이전에 비해 한결 더 진솔해졌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저의 변화는 상대방에게도 느껴졌는지, 저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제가 예전에 비해 부드러워졌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이전의 제가 얼마나 예민하고 부자연스러웠다는 것인지 생각하니 민망함을 감출 수 없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습니다.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한다는 것이 처음엔 어렵기만 느껴졌는데 막상 몇 번 해보니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 데다가, 이러한 행동이 반복될수록 다른 사람과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제 마음에도 잔잔한 울림을 전해줄 수 있다는 것을 종종 경험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누구를 만나더라도 솔직하게 제 마음을 표현하는 데 익숙해졌습니다. 저는 글을 쓰는 것 또한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제 글을 통해 저의 솔직한 생각과 마음이 잘 전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다른 사람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나눌 수 있으니까요. 저의 글도 여러분의 마음속 온도를 조금이나마 덥혀줄 수 있었으면 제 마음도 행복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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