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행복, 만족감이 어우러진 협주곡
낮의 목욕탕과 술
소제목의 낮, 목욕탕, 술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건 직장을 다니는 분들에게는 아무 때나 즐기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직장을 다니는 이상 아무리 날씨가 좋아도 낮에 공원에서 산책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근무시간에 목욕탕에 간다?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술을 마시는 것도 업무를 겸한 식사자리가 아니라면 자유롭게 마실 수는 없습니다.
사실 이 [낮의 목욕탕과 술]이라는 제목은 일본에서 발간된 에세이집의 제목입니다. 저자에 대해서도 아실 가능성이 높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바로 [고독한 미식가]의 원저자인 쿠스미 마사유키 씨가 이 [낮의 목욕탕과 술]의 저자이기 때문입니다. 책의 내용은 아주 단순합니다. 저자가 도쿄의 흔히 말하는 '동네 목욕탕'을 직접 가보고, 목욕이 끝난 뒤 간단하게 맥주와 안주를 먹고 마시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읽고 있으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 이 책이 주는 매력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드라마로 제작된 <낮의 목욕탕과 술>은 조금 더 직장인의 삶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극 중 영업사원인 주인공은 업무가 마음처럼 풀리지 않으면 외근을 하다가도 딴 길로 새 버립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찾아가는 곳은 바로 '목욕탕'이죠. 목욕탕에서 한껏 목욕을 즐기고 난 뒤, 주인공은 몸과 마음이 개운해진 상태에서 배고픔이 찾아오는 것을 외면하지 않습니다. 목욕탕 근처에 있는 선술집에 들러 맥주 한 잔과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안주를 주문해 맛있게 먹습니다. 이게 드라마 내용의 전부입니다.
아무 때나 자유롭게 사는 건 쉽지 않다
이처럼 별 내용도 없는 에세이는 어째서 인기를 끌고, 드라마로 제작되어 한국에 수출까지 될 수 있었을까요? 그리고 이 책을 읽고 감명받은 저는 어째서 이 단순한 내용에서 매력을 느낀 것일까요? 생각해보면 직장을 다니면서도 하루 휴가만 내면 낮에 동네 목욕탕에서 목욕하고,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 한잔 하는 것 정도는 내일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인데 말입니다.
저는 그 이유가 '아무 때나'에 있다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유롭게 산다는 것의 전제조건은 바로 내가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그 순간'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해본 많은 분들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마음대로 휴가를 낼 수도 없고, 매우 제약된 환경 하에서 제한된 수준의 자유만 누릴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워라밸'이라던지, 칼퇴근을 지켜달라고 하는 등 직장생활에도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실 칼퇴근이라는 것이 정시퇴근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건 원래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것인데 우린 당연한 것을 지켜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자유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희생을 통해 얻어진 것을 감안하면, 이런 논의가 나오고 있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직장생활이든, 계약이든, 여러 가지 형태로 얽매여 살아야만 하는 우리들에게 '아무 때나' 자유롭게 생각한 것을 행동에 옮길 수 있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재 백수인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이 '아무 때나'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의 가치를 가볍게 생각해선 안됩니다. 자칫 이 말을 오해하는 사람들은 '아무 때나'할 수 있으니 지금 굳이 안 해도 되는 것 아냐?라고도 생각하곤 합니다만, 평생을 백수로 살 생각이 아닌 이상 이 '아무 때나'의 자유도 언젠가는 누릴 수 없는 날이 온다는 것을 잊어선 안됩니다. 지금 할 수 있을 때 즐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백수로 살아가는 바로 지금입니다.
자유+만족=행복
저의 이야기를 정리하면, 우리는 현재 주어진 시간 속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즐기는 것이 허락된 순간을 살아가고 있으니, 하고 싶은 것이 떠오르면 생각만 하지 말고 바로 실천으로 옮겨라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예로서 저는 직장인으로 살면서 참 해보기 어려웠던 [낮의 목욕탕과 술]을 말씀드린 것이 되겠습니다. 여러분만의 [낮의 목욕탕과 술]을 찾아보는 것도 필요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엔 여러분만의 [낮의 목욕탕과 술]을 찾는 방법에 대해서 설명을 드려보고자 합니다. 사실 마음 내키는 것은 전부 하면 됩니다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굉장히 나태하고 게으르게 살아도 된다는 것처럼 생각하는 분들이 계셔서요. 그건 제가 생각하는 [낮의 목욕탕과 술]과는 다릅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방법은 아래의 방정식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의 목표가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라는 것을 동의하신다면, 제가 제시한 방정식을 생각하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시면 충분합니다. 결국 우리의 삶이 더욱 행복해지기 위해선, 더 자유롭고, 만족한다는 느낌을 자주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지금 머리에 떠오르는 여러 가지 생각들 중에서, 어떤 것을 하면 자신에게 자유롭다는 생각과 만족감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셔야 합니다.
저의 경우엔, 해야 하는 작업이 끝나면 일단 그 자체로 굉장한 자유가 느껴집니다. 이제 당분간은 마감 걱정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마트에 가서 먹고 싶은 것을 잔뜩 구매해서 요리를 한 뒤, 제가 좋아하는 술을 곁들여 식사를 합니다. 여기서 1차 만족감을 느낍니다. 그다음에는 깔끔하게 샤워를 하거나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식사 중에는 술을 조금만 마십니다. 그리고 따뜻해진 몸상태를 유지하며 저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습니다. 요즘 제가 가장 많이 듣는 음악은 얼마 전 발매된 [가을방학 4집]에 수록된 '세상은 한 장의 손수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zrHrRnIIO0
이렇게 저는 해야 할 일을 끝낸 뒤, 제게 만족감을 주는 것들을 하면 굉장한 행복을 느낍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계속해서 이렇게 살고 싶습니다. 특히 지금 하는 일이 가장 만족스러운 이유는, 직장에서 일할 때보다 시간 활용이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물론 급여는 비교할 수 없게 줄었지만, 그래도 그 대신 자유를 얻었다고 생각하니 꽤나 괜찮은 거래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많은 생각이 드실 텐데요, 하나만 더 생각을 보탠다면 '자유로움'과 '만족감'을 동시에 줄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하루 종일 자는 것은 만족감은 줄 수 있지만, 왠지 시간을 제대로 잘 썼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 엄청 많이 먹는다던지, 그냥 하루 종일 놀기만 하면 자유롭다는 생각은 드는데 뭔가 만족스럽지는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자유와 만족을 둘 다 충족시킬 수 있는 어느 균형점을 잘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해볼 수 없을 것 같은 일
지난 글에서 '출처를 알 수 없는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이는 여러분들이 맑고 하얀 손을 가진 사람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아주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했었죠. 아마 여러분들만의 [낮의 목욕탕과 술]을 찾는 시도를 하다 보면 굉장히 많은 편견들이 내 머리에 있었다는 것도 알 수 있게 됩니다.
가령 '낮술'이 있죠. 여러분들도 '낮술 하면 바보 된다'같은 이야기 들어본 적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낮술 하는 사람들은 다 한심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제게 있다는 것을 알고 좀 놀랐습니다. 이러한 생각은 아마도 보통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해야 하니 그 사이 시간인 낮에 술을 마시는 것은 제대로 된 직장이나 직업이 없는 사람일 것이라는 나쁜 편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생겼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생각 자체가 굉장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하는 것은 아니죠. 제가 자는 동안에도 어떤 분들은 아주 열심히 일을 하고 계시죠. 제가 사랑하는 다양한 예술작품이 정해진 근무시간에 완성되지는 않았을 것이고요. 그러니 우선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의 출처와 근거를 제대로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고 나면, 이젠 행동으로 옮겨봐야 합니다. 저는 마감시간이 임박하다 보니 새벽부터 오전 내내 매달렸던 업무가 있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마무리가 되었고, 밥을 먹고 나니 배도 부른 데다가 피곤했던지 잠도 조금씩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날따라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지금 창문으로 불어오는 이 시원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을 조금 더 충분히 즐기고 싶었습니다.
저는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좋아하는 술을 한 병 꺼내어 '오후의 낮술'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많이 피곤했던지라 1잔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지만, 드디어 프로젝트가 끝났다는 데어 오는 해방감, 배부르고 선선한 바람이 느껴지는 데서 오는 만족감에 기분 좋은 술향기가 어우러지니, 그때 느낀 행복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그날이 제가 손에 꼽을 수 있는 최고의 술자리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니까요.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이런 것들, 누구나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하물며 시간의 부자인 우리 '하얀 손'들에게는 훨씬 쉬운 일이죠. 그러니 자신의 삶이 지닌 그 매력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오늘부터 고민을 시작해 봅시다. 그것은 바로 자신만의 [낮의 목욕탕과 술]을 찾기 위한 고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