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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백수의 매력:
잘 자는 것도 행복한 일이다

진정한 꿀잠이 뭔지 비로소 알게 되었다.

by 이도

제대로 잠들 수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인생은 행복해진다.




소소(少少) 익선


저는 꽤 최근까지도 자는 시간을 아깝게 생각하였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자는 시간에는 제가 움직이며 활동할 수 없다는 그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저의 지난 글들을 보셨던 분들은 아실 수 있는데, 저는 '시간'에 대해서 그 가치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면 자는 시간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제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Polar-Bear-Symbolism-Facts-Meaning-A-Totem-Spirit-Power-Animal.jpg 딱 이 모습 그래도 잠든 적이 정말 많았습니다.




물론 저런 자세로 자고 나면 다음날 몸이 뻐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억지로 잠들지 않으려고 애쓰기 때문에 자는 시간 자체도 늦어집니다. 보통 새벽 1시를 넘겨야 잠이 들었는데, 정시까지 출근을 하려면 늦어도 6시 30분에는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그러니 저는 평균적으로 5시간 30분 정도를 잤던 것입니다. 하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출퇴근 이동시간에서 30분씩, 그리고 점심시간에 30분 정도를 잘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으니까요. 그러면 대략 7시간 정도를 자는 데 사용하므로 문제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저의 잠에 대한 신념은, 휴가 때 방문한 호텔에서의 경험 덕분에 포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중력을 체험하다


한참 신입사원으로 바쁘게 살던 기간 중, 저는 남들이 다 휴가 가는 8월엔 휴가를 가지 못하고 9월에서야 2일 정도 휴가를 낼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과는 시간도 맞지 않았고 또 여차하면 회사에 나와야 한다는 선배의 경고(?) 덕분에, 저는 멀리 갈 생각은 하지 못하고 요즘 유행한다는 호캉스를 하기로 결정합니다.


비수기인 데다 이것저것 쿠폰을 쓰고 나니, 평소엔 꿈도 못 꾸던 호텔의 숙박이 가능할 것도 같은 생각이 드는 수준까지 내려오게 됩니다. 제가 가본 호텔이라곤 침대밖에 없는 비즈니스호텔 정도가 전부였기에, 고급 호텔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던 차에 저는 큰 맘먹고 고급 호텔에서 하루 자보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아, 이때 좀 부끄러운 일이 있었는데, 저는 고급 호텔에 갈 때는 뭔가 드레스코드? 같은 것이 있는 줄 알고 휴가인데도 세탁소에서 찾아온 정장을 입고 갔었습니다. 하여튼 별 것을 다 신경 쓰고 살았네요 참..




저는 중력이 사라진 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hotel-furniture-bed-banner.jpg 아직도 그 순간의 경험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순간 '뭐지?'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이 느낌은 제가 알던 침대의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무언가 몸이 사막의 모래구멍에 빨려 들어가듯, 제 몸이 침대에 닿자마자 침대 위에 놓인 이불이 저를 감싸주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매트리스는 저의 무게에 맞게 아래 부분이 몸의 형태만큼 꺼졌습니다. 그리고 베개! 베개가 저의 목과 뒷머리를 부드럽게 받쳐주는 그 기분이 너무나 좋았기에, 저는 일어나서 베개의 상표부터 확인했었습니다. 여하간 종합하면, 저는 제가 수십 년 동안 누워보면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체험을 이날 처음으로 했던 것이었습니다.


이후 사우나도 다녀오고, 또 맛있는 것을 먹고 오랜만에 별 걱정 없이 술을 마신 뒤 제가 깜짝 놀랐던 그 침대에 누웠을 때, 저는 평소처럼 TED 영상이나 다큐멘터리를 볼 수 없었습니다. TV를 켜자마자 바로 잠들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약 8시간 정도를 푹 자고 일어났는데, '눈이 저절로 떠진다'는 경험을 몇 년 만에 한 것인지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저는 흔히 이야기하듯 '꿀잠'을 자고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날 이후로, 저는 잠에 대한 저의 편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제대로 잠들기 위한 노력


저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저의 모든 관심은 제가 자는 공간을 '제대로 잘 수 있는'공간으로 바꾸는 것에 집중되었습니다. 우선 학생 때부터 사용했던 매트리스를 교체하였고, 인터넷을 통해 많은 분들이 선호한다는 침구류를 주문했습니다. 이런 저의 꿀잠에 대한 욕심은 더욱 확장되어, 이제는 침대뿐 아니라 제대로 잠들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한 공부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emma_sleep_christian-doming-pexels-sleeping-tan-and-white-dog-731022-800x530-opt.jpg 꿀잠을 위해선 노력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절대 포기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자는 시간에 대한 아까움'에 대한 생각을 버려야만 했습니다. 의외로 이게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저는 이미 꿀잠이 뭔지 경험한 사람이었기에, 헌신짝 버리듯 저의 신념을 쉽게 포기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살기 위해 자는 것이 아닌, 자기 위해 사는 사람처럼 완전히 바뀌어버린 것입니다. 저도 이런 제가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일단 어느 정도 수면시간이 확보되자, 제가 다음으로 관심을 가졌던 것은 '햇빛 냄새'였습니다. 어디서 들어보니 침구류를 따뜻한 햇빛에 바짝 말리고 나면 그 온기가 밤에도 느껴질 수 있다는 완전 미신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햇빛의 냄새가 느껴진다는 것은 머리로 접수가 안 되는 내용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단 속는 셈 치고 시도해봤습니다. 그리고 저는 앞으로 이 미신을 믿기로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군대에서 괜히 일광소독을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햇빛 냄새는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뜻한 햇살을 머금은 저의 이불과 침대 시트는, 제가 언제라도 진드기 걱정 없이 잠들 수 있게 도와줬습니다.


7880ddef16d18afecb177c573767921c.png 꿀잠을 위해선 햇볕 소독이 필수입니다.





꿀 잠자는 인생에 행복이 깃든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는 제대로 잘 자게 되면서 제 인생이 훨씬 행복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잘 자는 것도 습관처럼 얼마든지 조건과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제가 그렇게 했기 때문입니다. 당연하게도, 백수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야말로 잘 자는 것을 가장 확실하게 실천해낼 수 있는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예전의 저와 같이 제대로 자는 것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걸 반대로 생각해보면 잘 자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하실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제대로 잘 수 '없는'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흔히 불면증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만, 저는 그분들이 제대로 자는 것은커녕 수면 상태에 들어가는 것조차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듣고 제가 하는 꿀잠 자기 위한 노력은 별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 작은 노력만으로도 꿀잠을 잘 수 있다면, 이걸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당장 자기 전에 식사를 하지 않거나, 인터넷, 스마트폰을 보는 것만 중단해도 우리는 생각보다 쉽게 '좋은 잠'을 잘 수가 있게 됩니다. 물론 처음에는 평소에 하던 것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스트레스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직장인이 아닌 시간의 부자, 백수로 살아가는 분들이라면 이런 생각도 해보면 어떨까요? 지금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는 그 내용, 꼭 자기 전에 안 보더라도 큰 문제는 없지 않냐는 것이죠. 하지만 제대로 잠을 자게 된다면 그 효과는 반드시 긍정적으로 나타납니다. 당장 내일 아침에 매우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매일매일 즐거운 기분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생의 큰 행복이자 즐거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백수로 살아가는 이들은 오늘 당장부터라도 누릴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어떻습니까? 아직 잘 시간이 되지 않으셨다면, 혹은 이제 자야 할 시간이라면, 오늘 하루는 잠시 스마트폰은 멀리 두고 제대로 자는 방법에 대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는 것은 어떤지 말입니다.


header-good-sleep.jpg 아침에 즐거운 마음으로 일어나는 것 자체가,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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