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인생에 보람이 깃들 수 있도록
인생의 법칙
오늘은 조금 가벼운 이야기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지난번 글이 좀 무거웠으니까요. 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데, 사실 이 모든 이야기의 결론은 한 가지로 귀결된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건 '한 번 사는 인생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잘 살아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일 것입니다.
인생은 삶 전체를 두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일정 기간을 놓고 조금씩 기간을 나눠서도 생각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가령 유년시절, 학생 시절, 성인이 되어 직장에 다니는 시절 등등으로 말이죠. 각각의 삶의 기간에는 잘 살기 위한 방법과 수단이 조금씩은 다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백수로 사는 기간 역시 그에 맞는 적절한 삶의 양식이 있다고 저는 믿고 있기에,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듭니다. 별개의 삶의 기간 동안에 필요한 좋은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보단, 내 삶의 모든 기간 동안 적용되는 보편타당한 법칙 같은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인데요, 약간 어렵게 말을 하면 인생의 법칙을 찾아감에 있어 귀납추리가 아닌 연역 추리를 해보고 싶은 것입니다. 내가 언제 어떤 순간의 삶을 살더라도 항상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삶의 자세가 뭔지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다면, 백수로 사는 기간에도 이것만 잘 유념하며 살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인 것입니다.
만족과 보람
사람마다 내리는 답은 다를 수밖에 없는 질문이지만, 저는 인생을 살면서 만족스럽고 보람을 매 순간마다 느낄 수 있도록 살아간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러한 만족과 보람됨을 느끼는 삶은 어느 시기에만 가능한 것도 아니고, 자신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인생의 시기와 무관하게 누릴 수 있는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백수로 살아가는 기간도 내 삶의 한 부분이기에, 우리는 만족하고, 또 보람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족과 보람은 주관적인 감정인 성격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이 가장 만족하는 것을 매일 살아가면서 조금씩 해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가령 저의 경우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에서 굉장한 보람을 느낍니다. 일단 일찍 일어나게 되면 아무래도 하루를 더 충실하게 쓸 수 있고, 오늘은 어제보다 더 많고 다양한 것들을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일어나는 시간과 잠드는 시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요즘은 밤 10시가 되면 잠이 들고 아침 5시쯤에 일어나는 생활이 익숙해졌습니다. 이런 것이 개인적인 보람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는 보람이 다른 사람에게도 보람으로 느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언젠가 저의 친구가 잠시 동안 제가 거주하는 집에서 잠시 살았던 적이 있는데, 그 친구는 제가 잠들고 일어나는 시간에 대해서 못마땅했습니다. 밤이 돼서 이제 좀 진지한 이야기를 꺼내려하는데 저는 졸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제가 아침에 일어나 근처 빵집에 가서 갓 구워진 블루베리 식빵과 몇 가지의 빵을 사서 커피와 함께 크림치즈를 발라서 주면 친구의 표정만 봐도 상당히 행복해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역시 사람은 다르네요.
삶에 쌓여가고 채워진다는 기분
그렇지만 어쩌면 많은 분들이 읽을지도 모르는 글에 '여러분 만족과 보람을 주는 일을 하면 행복해집니다'라고 적고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것은 너무 하나마나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다른 사람의 경험과 생각이 담긴 설명을 읽어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바꾸거나 혹은 기존의 생각에 대한 믿음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데 있다고 저는 생각하니까요.
그렇다면 저의 글쓰기가 누군가, 특히 백수로 살아가는 어떤 분의 삶에 만족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저도 상당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조금 더 구체적인 방법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삶의 보람과 만족을 느끼는 확실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행동을 통해 내 삶이 채워지고 쌓여가는 것이 있다는 기분이 드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것의 핵심입니다. 어떤 행동을 하시든 그걸 통해 과거보다 지금의 내 삶에 쌓인 것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다면, 우리는 보람과 만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 이 말을 듣고나시면 당장 떠오르는 개념들이 몇 가지 있으실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경험'입니다.
어른들이 괜히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쌓으라"라고 하신 것이 아닙니다. 경험의 축적 자체가 보람 있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어른들은 이미 삶을 살면서 체득하셨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한 어린 친구들에게 조언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경험을 쌓으라는 말은 머리로는 이해가 되더라도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또 경험을 쌓는다는 것은 다양한 활동을 한다는 것이기도 한데, 그러기 위해선 일단 움직여야 하고, 또 게을러지는 마음을 다독이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경우에 따라선 비용도 발생합니다. 즉, 경험 축적이라는 것이 인생에 필요하고, 좋은 것인 줄은 알지만 이걸 실천하는 것이 번거롭다는 생각이 드는 게 우리의 속마음입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하는 것입니다.
일을 통해 채우고 쌓는다
백수에게 일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선물상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이므로 이를 통해 인생에 경험이 축적됩니다. 더해서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을 하게 되면 만족과 보람이 더해집니다. 이 자체만으로도 하루를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말한 것은 전부 형체가 없는 무형의 가치들입니다. 사람에 따라선 그 중요성이 느껴지지 않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일이 좋다는 것입니다. 소득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만족과 보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계좌에 찍힌 숫자는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직접적인 일의 대가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해선 반론도 있습니다. 아직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거나 너무 무기력하게 사는 사람들에겐 소소한 일을 해보는 것도 도움된다는 것을 알겠지만, 나는 지금까지 힘들게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이제야 백수로서 좀 살아보려고 하는데, 또 일을 할 바에는 그냥 회사생활을 하는 것이 나은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즉, 본인은 휴식을 통해서 인생에 여유와 에너지를 '채움'으로써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회사에서 퇴사한 이유는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돌아가서 일을 하고 싶지 않은, 그리고 퇴사하게 되었던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기에, 단순히 근로활동을 재개한다는 것이 회사생활로 돌아가라는 의미가 되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더해서 백수생활을 하며 하시게 될 일은, 그동안 회사에서 경험했던 일과는 분야와 영역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이전 글에서 새로운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생각만 해봤던 일을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껏 경험하는 것도 좋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 이런 분들에겐 소득은 부차적인 것이며, 일을 통해 얻는 새로운 경험과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 더 의미가 클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우리는 다양한 환경 하에서 백수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을 것이지만, 그럼에도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의 삶에 만족과 보람을 더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제 생각합니다. 일을 통해 즐거운 기억이 쌓이고, 새로운 경험이 채워지고, 더해서 통장도 채워지니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