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근로하는 백수: 집에서 일하는 능력(1)
재택근무가 보편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
직장보다 직업이 중요한 시대
집에서도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코로나로 인해
코로나 바이러스로 많은 분들의 삶은 변했습니다. 직장에 출근하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던 직장생활에도 변화가 생겼고, 아직도 어색한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재택근무를 통해 회사일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변화는 직장인의 삶에만 찾아온 것은 아닙니다. 제가 집 공사로 인해 잠시 근처 스터디 카페를 다닌 적이 있었는데, 학교를 쉬는 대신 학생들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화상수업을 듣는 장면을 종종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아직 나이가 많이 들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이런 것들을 보면 격세지감이라는 단어가 생각나곤 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준 이후로, 많은 사람들은 고통받게 되었지만, 그 반대로 일이 너무 많아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아는 지인의 경우 회사를 퇴사하고 프로그래밍을 배운다는 것 까지는 알고 있었는데, 몇 년 소식이 없더니 지금은 데이터 분석가로 활동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 분은 올해 들어 데이터 분석 교육의뢰가 너무 많이 들어와 집필하는 책을 쓰지 못할 정도라고 하니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이라는 작품이 이런 상황을 두고 그려진 것 아닌가 싶은 농담도 생각났습니다.
바빠서 힘들긴 한데 왠지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나는 순간을 누군가는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사례가 있겠지만,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코로나 사태 발발 이후 많은 사람들은 직업과 업무에 위기감이 높아졌지만, 그 반대의 상황을 맞이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즉 오프라인에서 직접 사람을 만나 물건을 사고팔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는 분들은 코로나가 엄청난 위기로 작용했습니다만,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사람들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하나의 기회가 되었던 것입니다.
저희가 함께 생각해볼 부분은 코로나 이후의 시대입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백신의 개발로 언젠가는 사라질 것이라고 가정했을 때, 우리의 삶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없었던 이전으로 돌아갈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합니다. 제가 이 질문을 여러 사람들에게 했을 때 들었던 대답은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지금도 살아가고 있으며, 앞으로도 살게 될 이 '코로나 이후'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계팀의 관점에서
오늘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과거 저의 업무지식을 사용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저는 공공기관과 회사에서 재무회계 업무를 담당했었습니다. 대학에서도 경제학을 전공했기에 회사를 생각할 때는 숫자를 보고 이해하는 것이 익숙한 편입니다.
이 관점에서 코로나 이후의 미래를 그려본다면,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은 재택근무를 더 확대해서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한데요, 재택근무를 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훨씬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몇 가지 장점이 있는데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우선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에 반드시 건물과 사무실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법률에 규정된 '법인'신고의 조건만 갖추고 나면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절차만 잘 지키면 되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보통 직장인들이 출퇴근하는 직장과 사무실은 그 자체로 회사의 자산이면서 동시에 비용 덩어리이기도 합니다.
회사 운영에 따른 비용은 크게 고정비와 변동비로 나눌 수 있습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이 아깝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부분은 '고정비'입니다. 회사의 매출과 무관하게 매달 일정 금액이 지출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고정비의 예로는 건물, 사무실 월세, 건물 관리비, 임직원 주차장 사용료, 식당 운영비, 각종 소모품비, 급여, 사무실 가구 등등 건물을 빌려 사무실답게 운영하는 데 필요한 대부분의 일들이 이 고정비의 항목에 포함됩니다.
거기에 회계보고서를 작성하는 입장에서는 '감가상각비'라는 것도 비용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가령 천만 원 가격의 자동차를 구매해서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1년이 지나고 난 뒤 그 차를 판매하려고 하면 차량은 천만 원에 팔리지 않습니다. 1년 동안 가치가 하락되었다고 인식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감가상각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회사가 가지고 있는 건물 등에도 있습니다. 그리고 비용이 적지 않습니다.
회계팀의 역할 중 하나는 회사의 사장님이 어떤 의사결정을 하실 때 숫자를 가지고 만들어진 보고서를 통해 의사결정을 돕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사장님들의 의사결정에는 항상 어떤 목표가 전제되어 있을까요? 다들 아시듯 '어떻게 해야 회사의 이익을 높일 수 있지?'입니다. 여기서 방정식 하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회사의 이익 = 회사의 수익 -회사의 비용
이 식을 통해 아실 수 있듯, 회사의 이익을 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수익을 더 늘리거나 비용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코로나 시국에서 수익을 높이는 것은 업종에 따라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비용을 줄이는 것은 업종과 무관하게 모든 회사에서 다 할 수 있죠. 그래서 불경기가 되면 뉴스에서 구조조정, 인원감축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비용절감'을 통해 회사 이익을 유지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는 좀 더 속 깊은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휴머니티는 비용이다
휴머니티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인간미', '정(情)'과 같은 의미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즉, 휴머니티를 추구하게 되면 아무래도 효율보다는 비용의 증가를 감수하고서라도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를 중시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차마 어쩌지 못한다는 측은지심과도 비슷합니다.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 이러한 휴머니티로 인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됩니다. 가령 정말 해고하고 싶었지만 그간 해왔던 노력과 수고를 모르는 바도 아니고, 이 회사에서 해고하게 되면 저 사람의 미래가 뻔히 보이는 터라 사람이 싫더라도 주변에서 좀 참고 넘어가주는 사람들이 어느 회사에나 있기 마련입니다. 또 미운 정이 무섭다고 지금은 싫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과 일할 바에는 같이 일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드니까요.
하지만 재택근무가 되면 마음도 멀어집니다. 휴머니즘보다는 실적과 성과가 먼저 보이는 것이지요. 제가 인사부서 동기들과 이야기하면서 알게 되었던 것은 인사부서의 업무 중 참 괴로운 것 하나가 해고든, 권고사직이든 그 사실을 당사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재택근무는 이 부담감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실적에 근거해 메일로 해고 통보하는 시대가 눈앞에 있으니까요. 물론 아직까지는 제가 말하는 것처럼 해고가 쉽지는 않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 해고절차 역시 더 간편해질 것입니다.
영화 속 조지 클루니의 직업이 회사 대신 '해고 통보'해주는 것입니다. 언제나 일이 많아 전 세계를 출장 다니죠.
이렇게 한바탕 인력조정을 하고 나면 남은 사람들은 더 괴롭습니다. 남게 된 이유가 능력이 좋아서일 테니 사장님은 더 많은 일을 시킬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을 사장님도 모르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새로 인원을 뽑자니 그것도 싫습니다. 기껏 줄여놓은 고정비가 급여로 또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저 같은 경영지원팀에선 사장님에게 이런 제안을 드립니다.
그것은 외주를 통해 일을 해결하자는 것입니다. 특히 과거 총무팀이나 인사부서에 처리하던 연말정산, 급여 입력 등과 같은 사무를 최근엔 외주를 통해 매달 일정 금액만 지불하면 대행해주는 회사가 많아졌습니다. 비용도 총무직원을 고용하는 것보다 훨씬 적게 듭니다. 또 문제가 생기면 계약서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사장님 입장에선 얼마나 편하고 좋습니까. 이렇게 한번 외주를 통해 회사 업무를 대행해주는 일이 자리가 잡히면, 그 일을 하는 직원이 고용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결국 코로나는 우리에게 우연히 찾아왔지만, 이로 인해 효율적인 비용절감을 경험한 사장님의 마음은 바뀌는 법이 없습니다. 불황은 앞으로도 장기화될 것이며, 계약직인 대표이사님이던, 창업주인 사장님이든 이익을 통해 자신의 실적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수익 증가가 힘들다면 비용절감이라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코로나 이후엔 재택근무가 사람들의 출퇴근 걱정을 줄여주고 가정에서의 시간을 보장해준다는 워크-라이프-밸런의 관점에서 늘어가는 것이 아닌, 철저히 기업가의 관점에서 계산기를 두드려 도출된 결과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재택근무는 보편화될 것입니다. 그게 효율적이니까요.
그렇다면 이런 시대의 변화에 백수인 우리들이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최근 만난 취업준비생은 이젠 취업은 포기하고 남은 선택지는 창업 아니면 유튜버밖에 없다고 한탄했지만, 이 말은 저의 생각과 상당히 비슷합니다. 핵심은 '집에서도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처음이네요.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 나겠습니다.
우리는 집을 곧 직장이 되도록 능력을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