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능력을 전 세계에 판매하는 시대가 왔다.
구청장님의 고민
제가 이전 글에서 잠시 언급드렸는데, 저는 백수에게 위협적인 외로움을 극복하고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가 추천드렸던 것은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주민참여활동이 있었는데요, 저도 제가 사는 지역구에서 주관하는 '청렴 감사관'이라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민 청렴 감사관 활동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특별히 직책이 주어지는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에 대해 의견을 제안하고, 또 각종 신고나 건의사항에 대해 구청장님과 구청 담당 실무자분들께 중간과정을 생략하고 말씀드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특히 저는 감사관 중에 제일 어렸기 때문에, 구청장님으로부터 청년들을 위한 여러 가지 제안을 해줬으면 한다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제가 거주하는 지역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청년들의 인구유출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선 저도 실감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한 동네에서만 살았고, 서울에서 잠시 회사생활을 한 기간만 제외하면 인생의 대부분을 이 지역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백수로 살기 위해 동네에 돌아왔을 때, 저는 그 어떤 동창회도 없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제 동년배인 친구들이 아무도 이 동네에 살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제가 졸업한 초등학교의 경우 현재 1반에 20명 남짓한 인원으로 구성되었다고 하는데, 그 숫자는 제가 다닐 당시보다 절반 이상 줄어든 것이었습니다. 확실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구청장님의 해결방안은 한마디로 '기업유치'였습니다. 현재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산업단지 개발을 조속히 완료하여, 해당 산업단지에 다수의 기업이 유치된다면 청년들의 인구유출도 감소하지 않겠냐는 것이 구청장님의 생각이었는데요, 저는 이 부분에 대해 큰 기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듯 기업이 새로운 지역으로 이전을 할 만큼 경기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닌 데다가, 많은 청년들을 채용할 만한 기업이 향후에도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도 부탁을 받은 만큼, 기업 유치 이외에도 청년들이 이 동네에서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저도 이곳이 좋아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은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모르는 분들이 없을 만큼, 유명한 곳입니다. 특히 바닷가로 유명한데요, 최근엔 집값이 폭등한 것으로도 신문지상에 자주 등장했습니다. 또 제가 계속 살고 있어서 팔이 안으로 굽는 것도 있겠습니다만, 확실히 이 동네는 살기에 나쁘지 않습니다. 어디서든 조금만 걸어가면 바다가 보이고, 동네를 벗어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문제는 일자리입니다. 관광도시다 보니 서울과 판교, 수원처럼 청년들이 원하는 기업들이 입주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백화점이 있긴 하지만 자신의 첫출발을 계약직 판매사원으로 하고 싶은 청년들은 잘 없죠. 근처에 업무지구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공공기관과 스타트업 수준의 소기업이다 보니 아무래도 첫 직장으로 선택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은 듯합니다. 월급도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고 말이죠.
결국 이 청년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자신들도 이 동네에서 계속해서 살면서 취업, 결혼 등을 하며 자리를 잡고 싶은데, 너무 비싼 부동산 가격과 그걸 감당할 수 없는 급여 수준으로 인해 취업을 포기하고 다른 지역으로 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지만, 이 동네의 청년들이 유독 아쉬움이 큰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심이 어릴 때부터 굉장히 높았는데, 정작 어른이 되고 나니 자신은 이 동네에서 자리 잡고 살 수 없다는 데서 느끼는 실망감 때문이겠죠. 어린 시절엔 자신도 우리 동네에 있는 저 높고 멋진 고층빌딩의 집 한 채 정도는 구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부동산을 한번 다녀오고 나니 독립해서 원룸 하나 구하는데 필요한 보증금 500에 월세 40만 원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뭔가 방법은 없을까요? 이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1. 내가 거주할 수 있는 공간
2. 소득을 벌 수 있는 일거리
주거 문제가 해결되면서 동시에 적당한 소득을 벌 수 있는 일을 구한다는 것. 청년문제의 핵심이기도 합니다만, 의외로 간단하게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이렇게 말입니다.
"지금 사는 이 집, 내 방에서 일하기"
지구단위 구직활동
부모님과의 협상이 필요하겠지만, 마침 코로나 사태로 직장 구하기도 힘들어진 마당에 조금 집에서 기대서 사는 것은 부모님도 이해해주실 것입니다. 허락만 받아낸다면 우선 거주문제는 해결이 되었네요. 만약 본인이 백수라면 이제 부모님을 임대인으로 생각해 집 관리비 정도는 본인이 책임지는 것도 좋습니다. 제 경험상 그게 본인에게도 마음이 편해지는 방법이 될 수 있거든요. 남은 문제는 하나군요. '일을 구한다'
우선 의아해하실까 봐 미리 말씀드리면, 왜 갑자기 백수 이야기를 하다 청년문제 해결을 말하는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그건 지금부터 설명드릴 방법이 청년과 백수 모두에게 적용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재 대다수의 청년들이 슬프게도 비자발적인 백수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아 청년을 언급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는 데서 청년들 이야기로 시작했습니다. 우리 청년들 힘냅시다!
일단은 일을 구하는 것이 가능한 지부터 말씀을 드려야겠죠. 가능합니다. 그리고 소제목처럼 자신의 구직활동을 지구 레벨로 생각하시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해졌습니다. 무슨 말인가 싶으실 수 있습니다. 그건 자신의 능력을 전 세계에 판매할 수 있는 시대가 드디어 왔다는 것입니다. 그 사례로 upwork를 소개합니다.
업 워크는 한마디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을 등록하고, 그걸 원하는 사람에게 일을 해준 다음 소득을 창출하는 것을 중개하는 공간입니다. 사이트에 들어가 보시면 알 수 있지만, 이미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프로필을 등록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철저히 능력에 따라 자신의 시급이 결정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말은 반대로 일을 의뢰하는 입장에서는 같은 일이라도 다양한 견적을 받아보며 일을 해줄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이 말에 중요한 함의가 있습니다.
즉,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드리자면, 홈페이지 개설이나 앱 개발을 필요로 하는 한국의 사업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회사엔 이걸 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 외주업체에 의뢰를 해야 합니다. 아마 외주제작을 맡겨본 분들은 아실 텐데 그 비용이 결코 저렴하지만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일을 할 사람을 고용해서 처리하자니 그건 또 부담됩니다.
이럴 때 업 워크 사이트를 이용하면 한국에서 책정된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일을 맡길 수가 있습니다. 한국인 사업가는 경력이 필요한 갓 대학교를 졸업한 브라질 출신의 웹 개발 디자이너를 발견한 것입니다. 프로필과 포트폴리오를 보니 한 번 맡겨볼 법합니다. 그래서 계약을 하고 간단한 채팅과 서류를 통해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결과물은 생각보다 잘 나왔으며 비용은 한국 외주업체에 맡겼을 때의 절반도 들지 않았습니다. 너무 만족스러웠기에 한국의 사업가는 이 브라질 디자이너에 대한 칭찬의 코멘트를 열심히 작성해줬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브라질 디자니어는 이번엔 스웨덴의 어느 건축회사의 모바일 홈페이지 제작 의뢰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번 의뢰는 한국 프로젝트 건보다 시급도 더 높게 책정되었습니다.
현실 속 이야기입니다
제가 사례로 설명드린 이야기는 실제 지금 이 순간에도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은 제가 이런 말을 해도 실천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안정적이지 못하다. 영어가 안돼서 못한다. 저런 것들은 대부분 컴퓨터 전공자들이 하는 것 아니냐 같은 말씀을 항상 덧붙여주십니다.
여기서부터는 사실 개인의 판단 영역이라서 제가 강요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는 직접고용을 통한 업무처리가 아닌 외주를 통해 필요한 만큼의 일을 의뢰하고 대가를 지불하는 1회성 처리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제가 업 워크로 했던 업무는 미국 어느 대학교 문화학 연구자로부터 받았던 일이었는데, 한국인들의 해외문학 선호와 인식 수준에 대한 설문조사와 통계자료 작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제 입장에선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미국의 문화연구자에겐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의뢰를 받고 나서, 경품추천 정보를 올려주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한 뒤, 설문조사에 참여해주시면 추첨을 통해 커피 기프티콘을 제공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한 300명 정도만 해줘도 되는 일이었는데 무려 580명이나 참여해주셔서 저도 놀랐습니다. 그렇게 간단히 설문자료를 모은 뒤 통계 프로그램을 돌린 다음 자료를 작성해서 보내줬습니다. 그리고 3일 뒤 페이팔을 통해 계약한 대금을 받았습니다. 그게 답니다.
이런 일이 제 입장에선 기업 서류전형에 합격해서, 필기시험과 면접에 합격하는 것보다는 쉽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직장생활의 스트레스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저도 위의 일을 할 당시 모든 메일 내용을 이해하진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문제는 없었습니다. 번역 기능으로 대충만 이해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에도 업 워크와 같은 사이트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부터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인을 상대로 자신의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경력을 쌓아나가는 데 있어 훨씬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마시고 도전을 해보시길 권장드립니다. 아직도 이런 일이 영화 속 엘리트 주인공만 할 수 있는 일처럼 느껴지신다면, 곤란합니다. 동네 백수도 하고 있는 일입니다.
이제 마지막 이야기가 남았네요. 그렇다면 이렇게 내 능력을 전 세계에 판매할 수 있는 능력 그 자체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 것이냐는 것입니다. 물론 가능합니다. 대한민국은 무료교육의 천국이니까요.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시간의 부자인 백수의 진정한 장점이 드러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