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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백수의 돈 관리: 인생 예산계획서를 작성하다

돈을 통해 나의 삶을 스케치한다는 것

by 이도

내 인생에 위한 돈을

인생 예산계획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계산해보는 일이 필요하다




돈의 이중성


생각하면 할수록 돈이라는 것이 참 특이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특히 돈이 가진 이중적인 특성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그것은 돈과 같은 화폐는 얼마든지 숫자로 계산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렇게 계산된 가치를 돈 이외의 가치에 대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가령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돈으로 메길 수 없는'가치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시간, 우정, 사랑, 정의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이 주로 여기서 인용됩니다. 물론 요즘은 돈으로 우정도 사랑도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우정이 얼마인지, 사랑은 얼마를 지불해야 얻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돈으로 메길 수 없는'가치는 분명 존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만약 제가 여러분들에게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여쭤본다면, 많은 분들은 만족스러운 기분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 행복, 자유로움 등의 답으로 말씀해 주실 것입니다. 하지만 상술하였듯 행복이나 만족감, 자유와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은 돈으로 정확히 환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일단은 돈을 최대한 많이 벌기만 하면 만족감과 행복, 자유가 자동적으로 자신에게 생겨날 것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만큼의 돈이 자신에게 행복을 주는지 계산이 불가능하니까요.


돈이 많을수록 그에 비례하여 행복과 자유가 따라오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만약 아무런 시간 투자와 노력 없이 행복과 자유를 얻을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비례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선 상당한 양의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해야 합니다. 동시에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투입하였다는 것은 행복과 만족을 얻을 수 있는 다른 일을 해보는 데 사용할 수 있었던 시간을 포기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물론 이렇게 포기한 시간의 가치가 돈으로 얼마인지를 계산하는 것 또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돈으로 계산되지 않는 것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돈이 이중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뭐든지 돈으로 해결될 것처럼 생각이 들다가도, 정작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이유이자 최종적인 목표인 만족, 행복을 돈으로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돈으로 행복은 계산할 수 없으니 손을 놓아버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오늘을 살아아 고, 목표했던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필요'라는 부분에 집중해 돈에 대한 생각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오늘 제가 여러분에게 4장에서 마지막으로 드릴 이야기입니다.





내 인생엔 얼마가 필요한가


고백하자면 저도 최근까지 돈을 버는 것에만 관심을 가졌었습니다. 정작 제 인생 전체를 놓고 보았을 때 살면서 얼마 정도의 금액이 필요한지에 대해선 고민을 한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퇴사 후 백수가 되고 나서 저의 삶에 대한 고민과 이루고 싶은 목표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제가 목표한 바를 이루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전체 금액에 대한 대략적인 스케치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이 중요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삶의 목표에 대한 선택이 선명해진다는 것입니다. 가령 공무원이나 공기업에서 근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분들이라면 자신의 삶에서 벌 수 있는 금액이 입사할 때부터 구체적으로 추정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만약 그렇게 계산된 금액이 자신이 벌고자 하는 금액과 차이가 많이 난다면, 그분은 자신의 직업선택을 다시 고민하거나, 혹은 벌고 싶은 금액을 줄여야 할 것입니다.


이 부분은 특히 중요합니다. 만약 본인이 선택한 직업이 자신이 벌고자 하는 금액만큼의 소득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상황임을 알면서도 직업을 바꾸지 않는다면, 그러한 분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불만족스럽다는 기분을 계속해서 느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직장생활에 집중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창업, 부업, 고수익의 위험투자와 같은 부수적인 수입을 벌어들이는 방법의 유혹을 쉽게 이겨내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직장에서 담당한 업무를 익히는 것도 쉽지 않은 신입사원 시절부터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지 못해 다른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이 다른 곳에 마음이 가 있다는 것을 금방 눈치챌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업무 중 실수라도 하게 되면 자신의 평판이 나빠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할 것입니다.

자신의 깜냥을 파악하지 못하면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 고통받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얼마가 필요한지에 대한 대략적인 숫자라도 계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원하는 직업이나 목표하는 바가 결정되지 않은 분들이라면, 자신이 계산한 숫자에 맞게 인생의 계획과 목표를 세운다면 목표를 달성한 이후에도 큰 후회가 없으실 것입니다.


인생에 필요한 금액을 계산하는 것이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자신에 대하여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돈은 많이 벌수록 좋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에겐 이 두 번째 이유가 중요합니다. 만약 살면서 100억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분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분이 해야 할 것은 자신이 100억을 벌기 위해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알아봐야 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100억 혹은 그 이상을 벌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알아볼 것입니다. 그리고 거친 말로 자신의 '깜냥'을 파악하게 됩니다.


100억 이상을 버는 사람들을 알아보니, 자신의 현재 수준에선 이를 달성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본인이 이들과 같이 성공하기 위해선 상상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선 노력만으론 부족하며 여러 가지 환경 조건과 예상할 수 없는 운도 따라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즉, 이 과정을 통해 돈은 많을수록 좋다는 막연한 생각의 환상에서 빠져나와 자신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게 된다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현재 주어진 여건에서 노력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있는 수준의 노력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게 되어, 최종적으론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수 있게 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선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볼 만하다 싶은 일은,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나의 인생 예산계획서


저도 제 인생의 예산계획서를 작성해봤습니다. 우선 제가 살고 있는 곳 근처에 집 한 채는 구입하고 싶었습니다. 시세를 확인해보니 10년 내로 구매한다면 약 4억 정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자동차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구매하는 데 3천만 원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제 생활비는 저축을 제하고 50만 원이면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상황이 생길 수 있으므로 매달 100만 원은 지출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였습니다.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자녀가 2명 생긴다고 상상했습니다. 적다 보니 저의 속마음이 공개되는 기분이라 좀 부끄러워졌지만 그래도 계속하겠습니다. 자녀들은 아마 25살까지는 저랑 같이 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학비를 포함해 전반적인 양육비용으로 1명당 매달 50만 원을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남은 수명은 50년으로 설정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생각했을 때 제가 자신의 인생을 계획한다는 것에 대한 느낌을 크게 받았습니다. 그러면 저의 생활비는 앞으로 50년 치만큼 이 필요할 것입니다. 계산해봅시다.


집 1채와 자동차 : 4억 3천만 원

생활비 : 100만 원 × 600개월(50년) = 6억

자녀 양육비(2명) : 100만 원 × 300개월(25년) = 3억 → 총 12억 3천만 원


대략적으로 계산했는데도 12억 3천만 원이라는 큰돈이 제 인생에는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정확한 수치는 아닙니다. 저의 생활비는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할 것이며 자녀 양육비는 더 많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와 같은 인생 예산계획서는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구체적으로 채워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약간 높게 잡아서 제 인생에 필요한 돈을 15억이라고 한다면, 확실히 저는 월급만으로는 15억을 벌 수 없을 듯합니다. 월급으로 15억을 벌 수 있는 직장은 제 능력으로는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니까요. 20년을 직장에서 근무한다고 가정하면 근로소득을 통한 급여와 매달 납부하는 국민연금을 통해 제가 충당할 수 있는 돈은 약 10억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아직 5억 원이 남았습니다.


남은 5억 원을 벌기 위해선 아무래도 제 회사 직원이 좀 일을 해줘야 할 듯합니다. 그 직원은 바로 ㈜내 인생에서 열심히 근무 중인 제 투자금입니다. 50년 동안 열심히 투자하면서 배당금도 받고 이자수익도 받으며 수익률이 좋을 때는 차익실현을 통해 제가 필요한 5억 원을 충당할 수 있도록 저도 노력해야 할 듯합니다.


이와 같은 방법이 제가 말씀드린 인생의 예산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직접 해보시게 되면 생각보다 즐겁다는 것도 아실 수 있는데요, 예산계획서를 작성하다 보면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또 필요로 하는지 에 대한 생각들이 머리에 떠오르는 그 과정이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자신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기분도 들었기에 저에겐 의미 있는 경험이 되었거든요. 이 글을 읽으신 분들도 자신만의 인생 예산계획서를 충실히 만들어봄으로써 자신의 삶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생의 예산계획을 세워봅시다.




4장을 마무리하며


이번 글로 4장도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돈에 대한 여러분들의 생각에 저의 글이 작은 참고나마 되었으면 하는 제 바람이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4장은 저도 글쓰기를 준비하며 스스로의 생각도 많이 점검해보는 시간이 되었기에, 제게도 상당히 깊은 의미가 있는 경험을 매 순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저희는 많은 내용을 함께 고민해봤습니다. 돌이켜보면 1장에선 제가 백수가 되기 전까지는 잘 모르고 있었던 생각과 오해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죠. 그리고 2장에선 제가 백수로 살면서도 행복함과 만족을 경험하고 살았던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백수의 삶이 만족스러운 삶이 되기 위해서는 근로와 소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3장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4장은 백수에게 무척 소중한 돈을 관리하는 것에 대한 내용이었죠.


5장에선 조금 쉬어가려고 합니다. 바로 '경제'이야기로 5장이 채워질 것인데요, 아주 가볍게, 그렇지만 알아두면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또 다른 렌즈를 장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중요한 개념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경제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경제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상당히 재미가 있습니다.


도대체 백수의 삶에 경제가 왜 중요하냐고 묻고 싶으시죠? 경제 엄청 중요합니다. 특히 지금 반 강제적으로 백수의 삶을 이어가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너무 자신의 무능력 때문이라고 탓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경제가 지금보다 좋았다면 여러분들 능력이면 웬만한 회사는 합격하고도 남으셨을 것이니까요. 그만큼 경제는 백수의 삶에도 많은 영향을 줍니다. 그러니 한 번 가벼운 마음으로 저와 같이 경제에 대한 생각을 고민해보시면 어떨까요? 제가 여러분들을 잘 모시고 가겠습니다.


그럼 5장 [백수의 경제학]에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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