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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백수의 경제 이야기:
물가변동에 대한 이해

물가의 변동에 맞춰 우리의 선택이 이루어져야 한다

by 이도

물가는 매 순간 변동하며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결정은

물가변동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물가의 중요성


경제 이야기의 첫 번째 주제는 물가로 정했습니다. '물가'라는 단어를 듣고 나면 여러분들은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르시는지 궁금합니다. 백수인 제 입장에서는 자주 가는 마트에서 파는 물건들의 가격이 먼저 생각이 떠오르는데요, 저와 같이 물가의 의미에 대해 물건의 가격이라는 의미로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물가의 정의는 물건의 값이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보통 마트의 식재료 가격이 예전보다 오른 것을 보고 '물가가 올랐구나'라는 말을 하기도 하니까요. 다만 기왕 물가에 대해 배워보기로 하였으니 오늘은 물가를 조금만 더 깊이 있게 생각해보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물가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해보겠습니다.


물가를 물건의 가격이라고 봤을 때, 물가는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할 것입니다. 이처럼 물가는 한 번 결정되었다고 해서 언제나 그 가격으로 고정되는 성질의 것은 아닙니다. 왜 그럴까요? 그것은 물가라는 것이 여러 가지 경제활동을 통해 이루어진 의사결정의 결과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점점 이야기가 복잡해지네요.


그렇다면 경제활동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저는 경제활동을 쉽게 '돈을 벌기 위해 하는 모든 행동'이라고 정의하겠습니다. 즉 우리가 일을 하기 위해 식재료를 사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일어나 회사에 출근해 일을 하거나 혹은 저처럼 재택근무를 하며 돈을 버는 것들이 전부 경제활동의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을 바탕으로 물가를 다시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이 설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가란 생산과 소비, 분배와 같은 경제활동을 통해 이루어지는
거래의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즉, 우리는 물가가 결정되는 원리와 물가변동에 대한 흐름을 이해함으로써, 물가의 변동만 보더라도 경제의 움직임에 대해 어느 정도는 감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물가를 이해하는 것이 경제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는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미리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제가 말씀드리는 모든 내용은 곧 우리가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물가의 변동에 역행하는 결정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점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돈에 물을 섞는 것


물가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분들이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을 떠올리시곤 합니다. 각각의 단어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만, 사실 저는 이러한 개념 설명이 잘 와 닿지는 않았습니다. 줄여서 인플레, 디플레라고도 하는 이러한 물가변동 현상은 돈과 연결 지어 이해하면 훨씬 쉬워집니다.


결국 인플레가 발생했다는 것은 같은 물건을 사려고 해도 예전보다 돈을 더 많이 지불해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령 제가 좋아하는 초코파이가 작년에는 1박스에 8천 원이었다가, 올해 같은 마트에서 구매하려고 보니 똑같은 초코파이 1박스의 가격이 1만 원이 되었다면 초코파이의 물가가 약 25% 상승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초코파이의 가격 상승은 초코파이의 값이 올랐다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제가 가진 돈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즉, 예전에는 8천 원으로 살 수 있었던 초코파이가, 이제는 2천 원을 더 줘야지만 같은 양의 초코파이를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즉,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가 하락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인플레이션의 화폐가치 하락 효과에 대해 '돈에 물을 섞는다'는 비유를 좋아합니다. 돈을 주스라고 생각한다면 주스에 물을 섞었을 때 아무래도 주스 원액이 희석되면서 맛이 밍밍해지겠죠? 인플레이션이 돈에 미치는 영향이 바로 이와 유사합니다. 이제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물건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만 생각하지 않고, '돈의 가치가 많이 떨어졌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플레이션의 특징은 돈(화폐) 가치의 하락에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배운 것 하나를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제가 지난 장에서 우리가 가진 돈이 일을 하도록 투자 등에 사용해야 한다고 말씀을 드린 바가 있는데요, 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즉, 만약 어떠한 자산이 인플레이션 상황이라 자산가치가 계속해서 높아진다면, 우리는 그러한 자산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 우리의 돈이 열심히 일하도록 만드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방법의 대표적 사례가 부동산 투자였습니다.


2019091802623_0.png 부동산이라는 인플레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돈을 일하게 만든 사례입니다.


표에 제시된 중위 가격이라는 것은 여러 개의 값들 중에서 딱 중간에 위치한 가격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1,2,3,4,5}라는 집합의 중윗값은 3이 될 것입니다. 만약 표의 내용대로 2013년에 4억 6천만 원을 아파트 구매를 투자목적으로 사셨던 분이라면, 2019년엔 8억 6천만 원에 매도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러한 투자의 경우엔 서울과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 아파트처럼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위험도 존재합니다.


혹시 제가 든 사례를 보고 '역시 무조건 부동산 투자가 정답이야'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저는 단지 물가상승 자산에 대한 사례를 부동산으로 든 것이니까요. 실제로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선 규제 정책, 세금, 대출 가능 여부, 인생 계획 등등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또한 부동산을 투자로 실행할 수 있는 만큼의 여윳돈이 있으신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요. 아직까지는 자신이 가진 돈을 자산에 투자함으로써 인플레이션에 따른 화폐가치의 하락을 예방할 수도 있다는 것만 배우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노동의 물가에 주목하자


물가를 생각했을 때 우리가 놓치지 않아야 할 부분은 근로와 같은 노동입니다. 우리는 백수로 지내는 기간 동안 미래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직업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직업선택의 고민을 함에 있어서도 역시 물가에 대한 고려를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노동 역시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돈을 상품으로 생각하는 것이 어색한 것처럼, 우리가 제공하는 근로활동과 같은 노동에도 가치가 측정되고 상품처럼 거래된다는 것을 어색해하는 분들이 간혹 계십니다. 하지만 우리가 기업에 채용되고 근로계약서와 연봉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과 형식 차이만 있을 뿐 사실은 동일한 구조입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저렴하고 괜찮은 가격 대비 품질이나 성능이 만족스러운 물건을 구매하듯이, 기업은 저렴한 비용으로도 괜찮은 업무처리능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는 사람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합니다. 물론 사람이 상품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기에 근로기준법과 같이 인권침해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법의 보호가 이루어지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근로하는 우리들 역시 하나의 상품으로써 값이 메겨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의 근로활동에도 물가의 개념을 적용시킬 수 있습니다. 즉, 자신의 근로능력을 개발해 자신의 노동가치를 끊임없이 인플레이션 상태로 만들기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회사를 선택할 때에도 근속연수에 따라 자신의 연봉이 얼마나 상승하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미리 알아두어야만 합니다. 정작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회사에서 연봉을 올려주지 않는다면, 그런 회사를 선택한 우리에게도 후회가 생길 것이니까요.


공무원의 장점이자 비판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기도 합니다.(자료제공:인사혁신처)


이런 점에서 공무원을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인식하는 부분을 알 수도 있습니다. 위 그래프를 보면 아실 수 있듯, 공무원의 경우 매년 물가상승률과 제반 상황을 고려해 매년 급여가 일정 수준 상승합니다. 어떤 분들은 이러한 상승률에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분들의 경우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에도 매년 급여는 인상된다는 것을 지적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현재 직업과 직장 선택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이라면, 공무원의 임금인상률과 평균임금이 하나의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본인이 원하는 직업의 임금이 공무원의 임금과 임금인상률보다 너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직업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합니다. 적어도 공무원분들 만큼의 임금인상을 매년 기대할 수 있으며 급여 또한 자신과 비슷한 연령대, 경력의 공무원분들이 수령하는 수준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셔야 한다는 것인데요, 그 이유가 바로 물가변동에 있습니다.


jobs (1).jpg 물가는 매년 오르기에, 임금도 매년 상승해야 합니다. (출처:청와대 일자리 상황판)


위 그래프는 약 20년간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주로 소비하는 품목들의 평균 물가 수준의 증감률을 나타낸 것입니다. 보시면 알 수 있듯 편차가 있더라도 매년 조금씩 증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령 2008년의 경우 생활물가가 5.3%나 올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말을 앞서 배운 인플레이션의 화폐가치 하락 효과에 대입해서 생각해봅시다.


만약 자신이 받는 급여가 100만 원인데 월급은 오르지 않고 생활물가만 5%가 오르면 우리는 이제 100만 원을 내고도 95만 원어치의 물건밖에는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직업을 선택하실 때는 그 직업군의 평균임금도 중요하지만, 매년 급여 인상률이 어느 수준인지, 최소한 물가상승률보다는 높은 지도 확신하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앞서 제시한 두 그래프의 2011년을 보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가가 많이 오른 해에는 공무원의 임금 상승률도 높다는 것이 보이시나요? 여러분이 선택하는 직장도 이처럼 물가상승분만큼은 급여를 인상해주는 곳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내 월급 빼고' 다른 것은 전부 오르는 경험을 하지 않게 됩니다.




경제의 건강지표


이상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물가라는 것이 단순히 물건 가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즉, 물가는 경제활동의 결과로 측정되며 이 과정에서 물가의 변동이 발생합니다.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기도 하며 반대로 하락하기도 합니다. 만약 물가가 상승하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난다면, 우리는 자신이 보유한 화폐의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에 투자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우리 자신이 곧 노동 상품이기에, 자신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노동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을 꾸준히 모색해야 합니다. 이때 자신의 노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내가 선택한 직장에서 매년 물가상승분 이상으로 임금을 올려주는가의 여부입니다. 아무리 내가 열심히 일하더라도 물가가 오르는 것만큼 내 월급이 오르지 않는다면, 우리가 받은 월급으로 구매할 수 있는 양은 점점 줄어들 테니까요.


이처럼 물가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여러 가지 경제 상황을 점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물가는 경제의 건강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다시 해석하면, 물가를 안정된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것만 가지고도 경제가 제대로 작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물가의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은행에서는 오직 '물가 안정'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연구를 수행하며 정책을 개발하거나 시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백수로 지내는 우리들에게 물가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를 생각해보겠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우리는 '자신의 가치에 대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될 것입니다. 자신이 보유한 능력과 자산을 통해 경제활동을 시작했을 때, 그 가치를 높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물가상승에 따라 자신이 보유한 능력과 자산이 이러한 물가상승에 맞춰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하루를 보낸다면, 우리는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보람찬 백수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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