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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백수의 경제 이야기:
집에서 시작된 대항해시대

초연결 시대를 기회삼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하여

by 이도

글로벌, 초연결 같은 용어가

여전히 낯설게만 느껴진다

누군가는 글로벌 시대에 기회를 찾는다





상사맨의 꿈


학생 시절 저의 꿈과 가장 닮아있던 직업은 상사맨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이런 꿈을 가지게 된 것에 대단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저 상사 회사에서 일을 하게 되면 아침엔 서울에서 회의하고, 점심은 도쿄에서 먹은 뒤, 저녁에는 상하이에 가서 비즈니스를 할 수도 있겠다는 철부지 같은 상상을 했었기에, 어린 시절엔 상사맨으로 살아가는 것이 멋지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나이가 들고나서는 상사맨으로 살아가는 것이 저의 상상처럼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멋진 관광지가 많은 나라도 업무 차 출장으로 방문하게 되면 별로 즐겁지 않은 법이니까요. 결국 저는 어느 순간에서부턴가 상사맨으로 살고 싶다는 꿈을 가졌던 것조차 잊어버린 채, 주어진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별 이유도 없이 문득 제가 어린 시절 가졌던 '상사맨이 되고 싶다'는 꿈을 떠올릴 때가 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저는 그 이유에 대해 제가 가진 꿈의 형태가 여전히 상사맨의 삶과 닮은 지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저의 능력을 통해 전 세계의 사람들과 소통하고, 이를 통해 제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 그러한 일이 제 삶에 보람과 만족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즉, 다시 생각해보면 저의 꿈은 상사맨이 되고 싶다는 것보다는, 글로벌과 초연결이라는 말로 정의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적합한 인재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꿈을 이루는 방법에는 상사맨이 되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길이 있다는 생겼다는 것이 과거와 오늘날의 차이점이 될 것입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들께 말씀드릴 내용의 핵심도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조그만 방 한 칸에서, 글로벌 시대에 맞게 전 세계의 사람들과 연결되어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러한 삶을 살아가는 3명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백수인 우리들에게도 상사맨과 같이 전 세계의 사람들을 상대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bigstock-138247913-Converted-e1494619150511.jpg 글로벌과 세계화는 우리와 동떨어진 단어가 아닙니다.




과장님의 부업


모 회사에 근무하는 A과장님의 부업은 한마디로 '해외직구 구매대행'사업입니다. 요즘은 해외직구를 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이 잘 되어있어 많은 분들이 쉽게 따라 하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분들은 외국어로 된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A과장님이 여기서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과장님은 우선 구매대행 홈페이지를 만듭니다. 그리고 해외에서 판매하는 물건 중 한국에서도 인기가 좋은 제품에 대해 본인이 만든 사이트에 해당 물건을 올립니다. 물론 누구나 이 제품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품에 대한 설명을 한국어로 꼼꼼하게 번역해 놓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과장님이 만든 홈페이지에 등록된 상품을 주문할 때까지 꾸준히 홈페이지에 상품을 등록해 나갑니다.


그리고 한국의 구매자로부터 주문이 들어오면, 과장님이 할 일은 주문이 들어온 물건을 다시 해외 사이트에서 주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물건의 배송지를 국내 주문자의 주소로 설정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관세 문제를 포함한 약간 복잡한 절차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A과장님의 사업 아이디어는 '해외직구를 어려워하는 이들을 위한 구매대행 서비스'에 있다는 데 착안해 이 사업의 특징을 알아보겠습니다.


이러한 사업은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초기 투자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해당 사업의 주 수입원은 구매대행을 통한 수수료 수익에 있기 때문에 사업을 하며 들어가는 추가 비용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프로그래밍을 통해 국내에서 들어온 주문이 자동적으로 해외 사이트에 대한 주문으로 연결되도록 설정해 둔다면, 본업을 하면서도 큰 노력 없이 운영할 수 있는 사업이라는 점입니다.


과장님이 사업에서 가장 신경 쓸 부분은 딱 하나입니다. 그것은 '잘 팔릴 수 있는'아이템을 선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물건이 잘 팔리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해외 사이트에서 보편적으로 잘 팔리는 것 중 아직 한국에선 유행이 덜 되었거나 한국에서 판매하는 가격에 비해 보다 저렴한 유사제품을 골라 홈페이지에 등록해 둔다면 누군가는 구매를 해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장사가 잘 되지 않아 그만둔다고 하더라도 손실이 날 일은 거의 없습니다. 애초에 초기 투자를 한 것이라곤 홈페이지를 제작한 것 말고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취준생 B의 부업


언론사에 취업을 준비하는 B는 연예인들과 관련한 최신 정보를 습득하는데 매우 빠릅니다. 한 때는 최근 인기 있는 연예인들이 입었거나 사용했던 제품을 남들보다 먼저 주문해 다른 이들에게 되파는, 이른바 '리셀러'로도 활동하며 부수입을 얻기도 했었지만, 이제 B는 더 이상 리셀을 하지 않습니다.


B는 예전에 블로그를 운영하며 각종 회사로부터 협찬을 받아 물건의 리뷰를 올리는 일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블로그를 운영하면 사람들이 자신의 블로그에 많이 방문해주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블로그 운영도 경쟁이 치열해 광고수입이나 기업의 협찬 의뢰도 예전만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B는 여기서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그것은 구글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한류스타들과 관련한 최신 정보를 영어로 정리해 올리는 것입니다. B가 자신의 블로그의 장점으로 내세웠던 부분은 '한국인이 알려주는' 한류스타 관련 블로그라는 점이었습니다. 한류스타들에 대한 최신 정보는 물론, 최근 한국에서 유행하는 화장법은 무엇인지, 또 한국인들에게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이야기나 음식 등등 한국에 관심 있어하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끌 수 있는 정보를 연구해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setup-google-adsense-blogger.png 한국에선 인기 없는 구글 블로그, 전 세계적으론 가장 많이 쓰는 블로그 중 하나입니다.


반응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습니다. 물론 운이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B는 사람들의 검색을 유도하기에 적절한 제목과 해시태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또 자신의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에 대한 성향을 분석해 방문자들이 선호하는 정보를 모아 올리는 데 많은 노력을 했던 것입니다.


사실 B에게 이러한 일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과거에도 이미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여러 가지 노하우를 쌓아왔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B는 자신의 블로그를 가장 많이 보는 사람들이 남미와 인도네시아 10대 여성들이라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고, 그들이 관심 있어하는 것은 한국 연예인들과 sns 스타들의 화장방법이라는 것도 파악했습니다. 이제 B의 블로그는 한국인들에게 유행하는 화장품과 화장법을 소개하는 것을 중점으로 운영되기 시작합니다.


약 6개월 정도 블로그를 운영한 결과, B의 블로그는 전 세계에서 매일 약 1만 명에 달하는 방문자가 찾을 정도가 되었고, 애드센스 수입으로도 취업준비에 필요한 생활비는 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B는 자신의 이러한 블로그 운영 노하우를 살려 일본과 중국에서 인기 있는 블로그 사이트에도 자신의 블로그를 개설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원데이 클래스를 개설해 블로그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제공하는 강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취미로 시작했었던 블로그 운영이 이젠 B에게 있어 전 세계와 소통하는 창구가 되었습니다.




대학생 C의 부업


영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C는 코로나로 인해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하며 인턴으로의 입사가 확정되었던 상황이 모두 취소된 것입니다. 결국 원하던 기업에 인턴으로 취직하지 못한 C는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예정에 없던 한국으로의 귀국이라 C는 취업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일단 되는대로 원서를 써봤지만 한국에서의 취업도 쉽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인턴이 될 것이라 생각해 그동안 모아놓은 돈도 별로 없는 상황입니다. 우선 C는 자신이 과거에 했었던 아르바이트를 다시 시작해봅니다.


그것은 영국 대학을 다니는 유학생들이 자주 하는 아르바이트 중 하나로, 스카이프와 같은 화상회의를 통해 영국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입시 과외를 해주는 것입니다. C도 대학생 시절 이 아르바이트를 통해 비싼 영국 물가를 감당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시국에는 이 아르바이트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C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던 중, 한 광고판을 봅니다. 필리핀 사람과 진행하는 전화영어에 대한 광고였습니다. 여기서 C는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다만 자신이 하고자 한 것은 '전화 한국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날부터 C는 자신을 한국어 과외선생으로서 소개하며 구직활동을 시작합니다.


C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국가의 주요 대학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 한국어 교사로서 자신을 홍보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또한 한국 기업에 입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소개서와 면접 코칭을 해주겠다는 내용으로도 자신을 홍보했습니다. 얼마나 많이 올렸는지 나중엔 C의 친구가 자신이 유학하는 대학교 홈페이지에 C의 홍보 게시글을 보고 C에게 연락을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C의 적극적인 홍보 덕택인지, C는 '전화 한국어'를 희망하는 사람들과 한국어 과외, 그리고 한국 대기업 면접시험을 앞둔 사람들을 위한 코칭을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연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C는 이러한 활동을 오랫동안 하지는 않았지만, 이때의 경험을 자기소개에서 담아냄으로써, 나중에 원하는 기업에 취업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how-to-learn-online-create-classrooms-on-zoom-thumb-hJ0OSJPF2.jpg C야말로 화상회의 프로그램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한 사람 중 한 명입니다.





집에서 세상을 항해하다


위에서 언급한 A, B, C는 각자의 능력을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도 세상과 소통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방법들은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본업 이외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 사례를 소개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글로벌, 세계화, 초연결과 같은 단어를 자기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지금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는 무슨일을 하더라도 그 일을 전 세계와 연결 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근로소득 이외에 뭔가 부수적인 수입을 만들고자 할 때는, 한국이라는 범위를 뛰어넘어 계획을 세우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 번째로 세계와 소통하는 데 있어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이 부분이 바로 초연결 사회가 가능해진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3가지 사례의 공통점은, 설령 자신이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실패 비용이 높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얻게 되는 경험은 다른 도전을 함에 있어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물론 경험의 값어치에 비해 들이는 비용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좁은 시야를 한 번에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을 해보는 경험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들만이 사례와 같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A, B, C는 우리 사회에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회사원, 취업준비생, 대학생입니다.

특히 B, C의 경우 사실 저희와 동일한 백수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우선은 A, B, C가 해낸 일을 여러분과 제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단을 찾으면 됩니다. 영어가 부족해 시도하는 것이 두렵다면 주변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찾아서 같이 하면 됩니다. B의 경우 일본어 블로그는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만들고 있습니다. 즉, 방법은 어떻게든 찾을 수 있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방에서 컴퓨터만 가지고도 어떻게 하면 세계와 소통하며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우선은 스스로가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한 백수일 때 위 사례와 같이 전 세계와 소통하는 창구를 만들어보는 경험을 많이 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이를 통해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다면 가장 좋지만, 만약 결과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세계와 거래하겠다는 이러한 시도 자체가 매우 값진 경험으로 자신에게 각인된다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취업을 준비하는 분이시라면 더더욱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수천만 개의 물건이 팔린다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와 중국의 광군제를 소비자가 아닌 판매자로서 참여해보는 것은 불가능이 아닙니다. 자신이 상품을 선정하고 절차를 거쳐 판매 등록을 해보는 경험을 가져보시는 것 자체만으로도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서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이를 계기로 취업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성공하신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이번 글의 내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세계화를 직접 실감하라"가 될 것입니다. 정보통신의 발달과 초연결화된 사회는 저 같은 백수에게도 상사맨과 같이 전 세계와 소통하며 교역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이러한 디지털 대항해시대에서 우리는 세계를 항해할 배를 언제라도 띄울 수 있습니다. 바로 집 안에서 말입니다.


bg_history.jpg 세상은 넓고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은 많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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