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에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플랫폼 위주로 세상이 움직인다
이곳에선 곰과 주인이 함께 돈을 번다
플랫폼 시대
어떤 기업이 얼마나 잘 나가는지를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기업의 시가총액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시가총액은 지금까지 시장에 발행된 기업의 주식 수에 당일 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 가격을 곱해서 계산하는데요, 예를 들어 ㈜내 인생의 오늘자 주가가 1,000원이고 발행한 주식수가 1,000주라면, ㈜내 인생의 시가총액은 1,000 x 1,000 =1,000,000원이 되는 것입니다. 그럼 이제 요즘 잘 나가는 기업을 알아보겠습니다.
보시면 평소에도 자주 들어본 기업들의 시가총액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 생소한 기업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면 2등에 위치한 사우디 아람코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운영하는 국영 석유기업입니다. 또 알리바바는 중국의 아마존이라고도 불리죠. 텐센트는 중국의 인터넷/게임 기업입니다. 그리고 9위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한국에도 잘 알려진 투자자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투자회사입니다.
위의 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1~4등 기업의 시가총액이 무려 2천조에 달한다는 것인데, 이게 얼마나 큰 숫자인지 감이 오지 않는 분들도 있으실 수 있습니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한국의 상장기업 주가 시가총액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기업 상장을 통해 회사의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 2,384개의 전체 시가총액은 곧 대한민국의 경제 수준을 평가하는 참고자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시가총액은 매일 변동하기에 정확한 수치를 아는 것은 어렵지만 2020년 10월 말 기준으로 코스피의 시가총액은 약 1,900조로 보고 있습니다.
이제 감이 좀 오실까요? 이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만약 애플 회사를 2,300조에 팔 수 있다면 그 돈은 한국에 상장된 모든 기업을 다 사고도 돈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한민국을 1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전체 예산이 약 500조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애플 회사 하나로 한국 전체 상장기업을 매수하고, 대한민국을 1년 동안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상상도 해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애플은 시가총액 측면에서 굉장히 큰 기업입니다.
그렇다면 이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기업들은 어떤 사업으로 돈을 벌고 있는지를 확인해봅시다. 보시면 시가총액 상위에 분포한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생산한 제품 이외에도, '플랫폼'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서비스를 판매함으로써 돈을 벌어들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역시 쇼핑몰과 게임이라는 플랫폼 서비스를 주된 사업으로 운영하고 있기에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의 시가총액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지금의 시대는 분명 플랫폼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시대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분들은 이러한 플랫폼 기업이 벌어들이는 매출에 대해 여전히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저희도 이러한 기업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돈을 내지 않거나 비용을 지불한다고 하더라도 그 금액이 크지는 않은 경우가 많으니까요.
애플의 경우엔 휴대폰이나 pc와 같은 고가의 기기를 함께 판매하고 있으니 높은 매출과 시가총액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합니다. 하지만 페이스북만 보더라도 2019년 기준 매출액은 약 80조 원으로 한국의 삼성전자(230조)나 현대차(105조)와 같은 기업들이 같은 기간 벌어들인 매출에 비해 작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시가총액은 페이스북이 훨씬 높은 데는 어떤 이유가 있는 것일까요? 여기에 대한 답은 '생태계'라는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쿠팡 없이도 잘 살았지만
몇 해 전 쿠팡을 창립한 김범석 대표는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앞으로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도록 기업을 만들겠다"
얼핏 들으면 꽤 멋진 말처럼 들리지만 사실 꼭 멋지고 대단한 말인지에 대해선 저는 회의적입니다. 왜냐하면 저희들은 쿠팡 없이도 그동안 나름대로 잘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로켓 배송을 통해 하루 만에 주문한 물건이 도착하는 것은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거기에 마켓 컬리와 이마트에서 선보인 쓱배송을 통해 저희는 새벽 배송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며 생활의 편리함을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쿠팡이 우리의 삶을 바꾼 것은 로켓 배송뿐만이 아닙니다. 쿠팡 플렉스를 통해 누구나 택배 배송을 부업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되었고 쿠팡 이츠는 음식 배달을 통해 직장인들이 용돈을 벌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물론 쿠팡이라는 기업이 생겨남으로써 만들어진 물류 관련 일자리들 역시 우리들의 삶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최근 들어 주목할만한 기업은 당근 마켓입니다. 당근 마켓은 올해 들어 월간 이용자 수가 1,000만 명을 넘을 만큼 단기간에 급성장하고 있는데요, 현재 당근 마켓은 기존의 개인 간 중고품 매매를 뛰어넘어 개인 사업 홍보, 동네 커뮤니티 조성과 같은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당근 마켓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분명 이 어플이 유용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집에서 아무 필요도 없이 자리만 차지하던 물건이 누군가에게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며 생각지도 않았던 부수입이 생기니까요. 저도 서울에서 이사를 갈 때 불필요한 물건들에 대해 구청에서 스티커를 구매해 버리는 대신 당근 마켓의 무료 나눔을 통해 손쉽게 물건들을 처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사례로 제시한 쿠팡과 당근 마켓에는 플랫폼 기업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도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고객으로 하여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고객이 기존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들은 자신의 삶이 이전보다 더욱 편리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어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쿠팡과 당근 마켓을 이용하게 만드는 것이 이러한 회사들의 경영목표입니다.
두 번째 특징은 사업을 운영함에 있어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쿠팡의 경우 직매입과 자체 유통설비 구축을 통해 사업에 개입하는 측면도 물론 많이 있습니다만, 비슷한 사업을 운영하는 네이버 쇼핑이나 G마켓을 생각해보면 의미가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쇼핑기업들은 자제적으로 상품을 제조한 뒤 홍보를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할 수 있는 창구를 제공해주고, 양측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이익을 통해 매출을 일으키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궁극적으로 이러한 플랫폼 기업들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일까요? 저는 앞에서 소개한 쿠팡 대표의 말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이들은 고객들이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끊임없이 노출됨으로써,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없이는 더 이상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도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그저 새롭고 신기하게 느껴졌던 쿠팡과 당근 마켓이, 시간이 지나면 생활을 하는 데 있어 필수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앱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저는 여기에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곰이 동시에 주인인 세상
여러분들이 만약 앞으로도 이러한 플랫폼 기업들의 시대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신다면, 자신의 삶에 있어서 플랫폼 기업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을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여러분들이 플랫폼 시장에 있어 단순한 이용자가 아닌, 콘텐츠 생산자도 함께 하실 수 있는 준비를 해두실 것을 권장하고 싶습니다.
이미 잘 알고 계시듯, 플랫폼 시대에는 서비스의 이용자가 동시에 제공자가 될 수 있습니다. 유튜브를 재미있게 시청하던 이용자가 어느 날부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플랫폼 시대가 본격화되기 이전에는 이러한 행동들은 그저 취미생활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도 인터넷 유머 사이트를 통해 누군가가 재미있는 영상이나 사진과 글을 올리는 경우는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시글 작성자에겐 별도의 수익이 돌아가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게시판을 제공해준 사이트 운영자들은 사이트 방문자들이 클릭하는 배너광고나 협찬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과거의 인터넷 사이트 운영방식은 한 마디로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버는'구조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방문객의 접속을 유도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며, 이제는 단순히 콘텐츠 생산자들의 자발적인 봉사정신에만 기댈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이 발달되며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면서, 기업들 역시 기존의 홍보수단이었던 TV 방송과 신문 대신 인터넷 매체를 활용하여 제품과 서비스를 광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업은 흔히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는 이들의 유명세와 구독자를 활용해 자신들의 제품을 홍보하는 것이 매출 증가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경험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기업은 인터넷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광고비를 지급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제품의 홍보가 필요한 기업과, 그러한 홍보를 가능케하는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은 서로가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관계를 맺게 됩니다. 제품을 팔아야 하는 기업은 플랫폼 기업을 통해 자사의 제품을 홍보하고 이로 인해 매출을 증가시킵니다. 플랫폼 기업은 광고비를 받아 매출을 올리며, 제품의 광고가 보다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더 많은 콘텐츠 제공자들이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금전적인 보상을 포함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플랫폼 시대의 경제 작동원리를 이해한 사람들이라면, 자신이 선택할 길은 두 가지로 나뉘게 됩니다. 첫 번째는 스스로 플랫폼 서비스를 창조해내는 것입니다. 이 길은 어렵고 힘들지만 성공을 하게 된다면 그 보상 또한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크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혹은 이미 이러한 꿈을 가지고 플랫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과감히 입사해 함께 꿈을 키워나가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자신이 보유한 콘텐츠를 플랫폼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유튜버로 활동하는 것이 그 사례입니다. 혹은 저와 같이 웹소설을 집필해 보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 방법 역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손해 보는 것이 많지 않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기억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플랫폼 시대에는 곰이 재주만 부리는 것이 아니라, 돈도 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플랫폼 시대가 발전될수록, 단순히 노동을 제공해서 소득을 창출하는 것 이외에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소득이 창출되는 사례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말은 곧 노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소득이 소비할 곳은 많아지는 데 비해 경제 전체에서 한정된 자원인 소득을 놓고 경쟁할 대상은 점차 늘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요즈음 저의 고민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분명 플랫폼 시대가 발전될수록 단순한 근로소득만 가지고는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는 되면서도, 이렇게까지 다양한 일을 하며 사는 것이 꼭 옳은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게 되는 것이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저는 이 글을 적으며 부모님이 알려주셨던 동물원의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라는 노래를 듣고 있습니다. 가사를 듣고 있으면 이 노래가 나왔던 1990년에도 사람들은 플랫폼 경제 같은 것은 몰랐을 테지만 그 나름대로 삶에서 행복과 만족을 추구하며 잘 살아왔을 텐데 라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 것은, 제가 가을을 타서 그런 것일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춰 삶의 양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아무쪼록 여러분들도 이러한 플랫폼 시대에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하실 지에 대한 고민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D7JTf7QOV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