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아껴뒀다가 나중에 찾아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오늘 드릴 이야기는 제가 정말 오랫동안 고민했던 주제입니다. '행복'인데요, 저도 '행복해라'라는 말을 듣기도 많이 들었고, 또 제가 다른 분들에게도 많이 말했던 것이 '행복해라'입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보면 이상합니다. [행복]이라는 것이 뭔가 좋은 일, 행운이 가득한 사건이 계속 생겨나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 계속해서 일어난다면 느껴지는 감정 같은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만, 정작 행복에 대해서 제대로 생각해보거나 공부한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행복에 대해서 사전 정의를 찾아보았습니다.
행복(幸福)
: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다행스럽게도 제가 평소에 짐작하던 바와 크게 다르진 않은 내용이 행복의 정의였습니다. 결국 행복함이라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를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다면, 그때 느껴지는 감정과 심리상태라고 할 수 있네요. 그렇다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단순합니다. 어떤 일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면 기분이 좋아지고, 만족스럽다는 생각이 드는지 고민해보고, 그대로 살면 되니까요. 행복한 삶이라는 것이 되게 어려운 것인 줄 알았는데 뭔가 김 빠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문제는 이처럼 단순한 것을 왜 우리가 하지 못하느냐에 있습니다. 행복의 개념도 알고 있고,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지 그 방법도 알고 있습니다. 더해서 우리는 언제나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살지 못할까요? 심지어 제가 아무나 붙잡고 "저 진짜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라고 했을 때, 과연 "흠... 그건 곤란한데요, 당신은 행복한 삶을 살면 안 됩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을 것인데요. 우리의 고민은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행복을 가로막는 것은 자기 자신
제가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할 때 굉장히 단호하게 입장을 고수하는 몇 가지 주제가 있습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이 '행복'과 관련된 것입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종종 보이는 모습이 있는데요, 그것은 '자신이 지금 행복하게 살 수 없는 이유'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분들의 사연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말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이만큼 성공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지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상황만 놓고 보면 여전히 힘들고 괴롭습니다. 그런 힘든 마음이 듣는 저로서는 충분히 느껴지기 때문에, 저는 그분들이 말이라도 맘껏 함으로써 속풀이나마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마무리되어갈 때쯤, 저는 슬며시 질문을 건넵니다. 혹시 해보고 싶거나 생각했던 하고 싶은 일은 없으신가 하고 여쭤보는 것입니다. 사실 이런 질문을 할 때는 저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왜냐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짧게 끝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최소 30분은 더 이야기를 듣게 된다는 각오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저의 질문을 들은 그분들은 상기된 얼굴로 신이 나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 꿈꾸는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막상 들어보면 대단한 일은 별로 없습니다. 작은 텃밭 가꾸기, 서핑 배우기, 악기 연주 연습하기, 외국어 공부, 여행, 책 쓰기 등.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는 일들을 이야기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이 좋게도 제가 먼저 경험했던 일들을 해보고 싶다는 말을 하실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저의 경험과 더불어 전혀 어렵지 않게 시작하실 수 있다는 말을 드립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분들은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을 지금 당장 해본다는 것에 망설이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나이와 직업에 관계없이 자주 보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 막 대학교에 들어간 신입생 친구는 정말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친구의 입장에선 너무 바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오랜 기간 시험공부에 매달려 마침내 원하는 직장과 직업을 가진 친구가 있습니다. 드디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며 살겠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소비하는 금액이 더 높아졌을 뿐, 정작 만만치 않은 업무량과 스트레스로 자신이 수험생 시절 꿈꿔왔던 일들은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그래서 몇 번의 시도를 해보다가, 이내 그만두고 맙니다. 물론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바빠서, 지금은 때가 아니라서, 더 중요한 일이 있어서, 피곤해서, 귀찮아서, 알아보니 번거로워서, 오래 걸려서 등등. 제가 안 들어본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결론은 같습니다. "나중에 여유 생기면 할 것이다."입니다. 그리고 요즘 '소확행'이라고 흔히 부르는, 진짜로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적당히 만족할 수 있는 대안들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조금씩 채워가며 만족감을 느낍니다. 이것이 제가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이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삶의 방식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만, 이와 같은 삶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목적과도 정확히 부합하기에 제겐 익숙하기도 합니다. 경제학은 아주 귀하고 얼마 없는 자원을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비춰본다면, 위에서 설명한 삶은 여러 가지 일들로 지친 그분들이 남은 에너지와 시간, 그리고 상대적으로 풍부해진 금전을 활용해 나름의 만족도 느끼면서 효율적인 자원 사용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삶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이 맞는지 물어본다면, 저는 반대합니다.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은 느낄 수 있었지만, 내 삶을 관통하며 하루도 머리에서 사라진 적 없었던 하고 싶었던 일을 하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 어려운 시험에 합격하고, 밤늦게까지 공부해서 들어간 직장이 이런 소소한 것들을 즐기기 위함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물론 누군가는 직장에 들어감으로써 안정감이라는 최고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반문합니다. 그러나 행복은 그 목표 한가지만 달성 하면 100%로 채워져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감정이 아닙니다.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수백 가지가 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그 방법을 실행하는 것을 망설이고 뒤로 미룹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것을 가로막는 것은, 사회가 아닌 우리 자신일 수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할 이유
제 생각부터 말씀드리면, 우리의 삶이 행복으로 가득하길 원한다면 오늘 당장 행복해질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행복은 은행 예금처럼 지금 맡겨뒀다가 나중에 이자까지 얹어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급훈에 '지금 공부하면 미래의 배우자가 바뀐다'등의 문구가 자주 보였습니다. 나중에 행복해지기 위해서 지금은 참으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몇 명에게나 그 방법이 통했을까요? 급훈은 분명 모두를 위해 만들어져야 하는데, 그 문장대로 살 수 있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여러분들이 행복해질 것으로 믿고 있는 그 생각들 대부분이, 본인이 직접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직간접적으로 넣어준 인공적인 행복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의사만 되면 삶이 행복해질 것이란 말을 들었던 많은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그 어린 시절 의대에 진학하면 약 10년을 공부하고 밤잠 줄여가며 환자를 위해 고생해야 한다는 것을 제대로 알았다면 과연 그 선택을 했을지 저는 의문입니다. 물론 여전히 의사란 직업은 좋은 직업으로 인정받지만, 핵심은 행복을 느끼는 부분이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배려하지 않고 단편적으로 '이렇게만 되면 넌 행복해질 거야'라고 믿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이런 말을 듣고 오랜 시간을 참았더라도, 정말 행복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이런 삶은 마치 도박과도 같은 것 아닐까요? 나에게 무슨 패가 들어왔는지 알 수 없지만, 패를 열어보니 운이 좋게도 좋은 카드가 들어와 이긴 것처럼 인생을 사는 것이죠. 이런 불확실성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는 것이 과연 맞는지에 대해서 저는 의문을 가졌던 것입니다.
그보다 확실한 방법이 있었습니다.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일은 망설이지 않고 하는 것입니다. 뭔가를 먹어보고 싶다면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만큼 구해서 먹어봅니다. 그럼 당분간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또 하고 싶은 것이 생각났는데 이건 조금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자세히 알아보니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지 감이 잡힙니다. 여전히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렇다면 목표를 설정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매일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합니다. 그리고 이루어냅니다.
이런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당장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효과가 매우 확실합니다. 단순히 나에게 쾌락과 즐거움만 주는 일을 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TV를 보고 할머니가 손자 손녀와 이야기하는 장면을 봤다면, 우리도 할머니 할아버지께 안부인사를 드려보는 것입니다. 이유는 '그냥 해보고 싶어 져서'면 충분합니다.
누군가 호감이 가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다짜고짜 고백하는 것은 상대에게도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최고의 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계획합니다. 그리고 고백합니다.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나는 진심을 전달했고, 상대가 거절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이렇게 거절당하더라도 마음을 표현하고 정리하는 것이 짝사랑만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사랑도 인생의 행복도, 방법은 동일하네요. '생각나는 것을 실천하기'
우리 자신이 행복해지는 것을 막았다면, 반대도 가능합니다. 지금 당장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살면서 행복해지고 싶다는데 그걸 방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누가 잘못된 것일까요? 심지어 나의 미래 행복을 위해서 지금 내가 경험할 수 있는 행복을 제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분들의 심정을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습니다만, 미래에 행복해지려고 지금 행복해선 안된다는 말을 고민 없이 받아들여도 되는 것이 맞을까요? 지금도, 미래에도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아예 없는 것일까요? 이 부분에 대해서 시간의 부자인 우리들은 계속해서 고민을 이어나가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