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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생각의 오해:
돈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것들은 너무나 많았다.

by 이도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들 생각한다.

의외로 돈 없이도 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필요한 금전에 대한 시각 차이


시간의 부자, 맑고 하얀 손을 가진 백수인 제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는 역시 '괜찮냐?'입니다. 이 질문은 단순히 저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상태를 묻고자 하는데 의도가 있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저의 통장잔고에 대한 궁금증에서 물어보는 질문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별로 유쾌한 질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부분은 사실 중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제가 '백수는 좋아요, 우리가 살면서 한 번쯤은 경험해야야할 과정이에요!' 라고 외쳐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런 주장은 쓸모가 없다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동시에 많은 분들이 백수로 살아가는 것을 가장 크게 두려워하는 부분이 바로 이 금전문제 때문이라는 것도 저는 알고 있습니다.


오늘 다룰 이야기는 아니지만, 기왕 말이 나온 만큼 조금만 설명을 하려고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백수의 삶에는 '노동'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더 정확하게는 '소득을 창출하는 노동'인데요, 벌써부터 '이게 무슨 소리야? 백순데 노동을 하라니?'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요. 다만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그만큼 소득이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가 모르지는 않는다는 것. 그것만 미리 말씀드리고자 조금 빨리 이야기를 드렸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매우 자세하게 설명을 드릴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결국 백수의 삶에 대한 오해는 '돈'과도 뗄 수 없는 관련이 있습니다. 즉,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백수로 살아보는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납득할 수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돈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그럴 바에는 직장을 다니면서 돈이라도 버는 것이 낫지 않냐. 이런 질문을 저는 많이 받았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그 생각에 저도 동의합니다. 다만 구체적인 각론에서는 서로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최소한 생명은 유지할 수 있어야겠죠. 또한 의식주만 해결된다고 제대로 된 삶을 사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습니다. 우리는 사람도 만나서 소통하고, 다양한 문화생활도 경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일정 부분 소비가 필요하고 당연히 소비는 금전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돈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동의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하시는 분들이 생각하는 금전의 액수 측면에서는 저와 생각하는 수준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제가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


제가 평범하게 하루를 살아가며 시간과 소비하는 내용을 간략하게나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가령 저는 친구를 만날 때 옷을 사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보단 상황에 맞게 깔끔하고 잘 정돈된 상태의 옷을 입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유행이라고 그걸 전부 제가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인기 있는 맛집보다는, 제가 오랫동안 다녀본 동네의 가게를 선호합니다.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면, 제가 사는 집으로 초대해 제가 좋아하는 원두나 혹은 찻잎을 우려내 음료를 대접합니다.


기분이 우울하거나 생각이 복잡해지면 음악을 들으며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을 다녀옵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책을 대여해 읽고 최근 완성을 눈앞에 둔 소설의 후반부 마무리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심심할 때는 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요리를 잘하지는 못하는데, 그래도 제철 채소를 알아보고 시장에서 구입해, 유튜브를 참고해 요리를 만들어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선 주로 라디오를 듣습니다. 가끔은 맥주도 마십니다.


매일 아침엔 신문을 읽으면서 동시에 제가 사는 곳의 구청과 각종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를 검색합니다. 찾아보면 다양한 일자리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 급여를 주진 않지만 주민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됩니다. 저는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의 공공기관 업무에 자문위원으로도 참여해보고, 또 교육강좌도 듣곤 합니다. 최근 제일 관심 있었던 것은 의용소방대였는데, 이 역시 지원조건이 까다롭지는 않았습니다.


49258_49113_2157.jpg 전국 지자체에선 주민으로 구성된 의용소방대원을 모집합니다.


이쯤 되면 이런 질문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당신 금수저 아니야?' 아무 걱정 없으니까 그렇게 살 수 있는 것이지 않느냐는 생각에서 하신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찌 이 공간에서 가족사를 다 말씀드리겠냐마는, 제 사연을 들었던 대부분의 사람은 저를 불쌍하게 여겼다는 것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저는 중학교 시절 수학여행을 '못'갔습니다. 슬픈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행복하니까요.




돈의 '적당함'과 삶의 만족도


저는 돈이 '하나도' 없이 잘 살아가는 방법은 모릅니다. 하지만 적당한 돈을 가지고도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해서는 꽤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선 명확한 답은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더라고요.


하지만 동시에 깨달은 것은, 우리가 '필요하다'라고 생각하는 돈의 액수가 상당히 과장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들어온 정보들이, 곰곰이 따져보면 사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소비하게끔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지출하지 않고도 자신의 삶을 한층 발전시키는 방법도 매우 많다는 것을 저는 이 백수기간을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가 조금 빨리 당겨온 이 비대면 사회는 '재택근무'를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로 인해 미래에는 집에서도 얼마든지 소득을 벌 수 있는 길이 훨씬 많아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당장 올해 정부에서 편성한 추경예산의 일자리만 보더라도, 재택근무가 가능한 것들이 많았거든요. 저는 직장에서 근무할 때는 이런 일자리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정리하면, '돈'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그 생각은 두 가지 이유로 인해 백수생활을 할 수 없다는 근거가 될 수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앞서 말했듯, 정말로 생활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돈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것. 돈 없이도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론 비대면 시대가 보편화되면서 앞으로는 집에서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다양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심지어 정부에서 만든 일자리조차 비대면 재택근무가 가능해졌으니까요. 이런 시대의 변화를 놓치고 있으면 결국 뒤처지는 것은 자신이 되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을 단어 하나로 요약하면 '재검토'입니다. 정말 내가 살면서 필요한 돈은 얼마인지를 다시 한번 알아봅시다. 그리고 많은 지출이 필요하지 않으면서도 나의 삶의 만족도를 높여줄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게 있는지를 찾아봅시다. 여기에 보태어, 직장 없는 백수가 되었을 때, 집에서도 내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알아보고, 그 방법으로 소득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는 방안을 연구해봅시다. 이런 항목들에 대해 충분히 재검토가 이루어지고 난 뒤에는, 돈이 백수생활에 필요조건이긴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실 수 있게 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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