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것과 같다.
시간에 대한 생각과 오해
지난 글을 읽으셨던 분들은, 제가 백수라는 표현보다는 '맑고 하얀 손을 가진 사람', '시간의 부자'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백수라는 단어에는 '건달'이라는 뜻이 담겨있어, 아무래도 이물감이 드니까요.(저희가 건달은 아니잖습니까?)
오늘은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드리려고 합니다. 백수인 저희들은 '시간의 부자'이기도 합니다. 이때 제가 시간의 부자라고 표현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만, 핵심은 딱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먼저 첫 번째 이유는, 실제로 백수가 되면 활용 가능한 시간이 늘어납니다. 직장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반드시 정해진 시간에 해야 할 일도 없습니다. 또한 체력이나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도 직장과 학교에 다닐 때에 비해서 줄어들기에, 저희는 주어진 시간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보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실 두 번째 이유가 좀 더 중요합니다. 그것은 너무 조급해하지 마시라는 의미에서 드리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백수로 지내도 된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의 삶이 대단히 문제 많고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가지게 됩니다. 그러니 자꾸만 이 상태에서 탈출하고자 마음을 조급하게 가집니다. 결국 앞선 글에서처럼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직장을 가지게 되고, 또다시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이 맞는지 혼란에 빠지는 과정을 반복하게 되곤 합니다.
이런 결과를 맞이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조급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조급하게 마음을 가진다고 해서 실제 일이 더 빨리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무리 빨리 가더라도 방향 자체가 틀렸다면, 우리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거듭 강조하게 됩니다. 또한 방향을 제대로 맞추기 위해선 아무래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 도달하고 싶은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살펴봐야 합니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찾아보자. 우리가 가진 시간은 아직 충분하니까, 시간의 부자니까. 이런 말을 드렸던 것입니다.
그런데 저의 이 '시간의 부자'라는 말은, 가끔 오해를 불러오기도 했었습니다.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뭐든지 천천히 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느긋하게 마음을 먹되 행동도 느긋하게 해선 곤란합니다. 핵심은 '잘 될 것이라는 긍정감과 기대'를 가지기 위해 너무 마음을 조급하게 가지지 말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몇몇 분들은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적당히, 대충, 좀 있다가 알아봐도 된다'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심지어는 저에게 조급해하지 말라면서 뭘 그리 열심히 사냐고 되묻는(?) 신기한 경험도 했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니, 저는 예전에 봤던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빠삐용]입니다.
인생을 낭비한 죄, 그리고 집념
빠삐용 영화는 그 명성이 여전하기에, 아마 많은 분들은 이 영화의 줄거리에 대해서 익히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제가 다시 한번 간략하게 설명을 드리려고 합니다. 주인공인 빠삐용은 살인을 저질렀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감옥에서 오랜 세월을 보내게 됩니다. 하지만 벌레를 먹으면서까지 탈출에 대한 집념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마침내 그 어려운 감옥 탈출을 성공한 빠삐용은 그토록 원했던 자유를 누리며 영화가 마무리됩니다. (제가 한 요약은 영화의 큰 줄기일 뿐이니 실제 감동을 느끼시려면 꼭 영화를 보시길 권장드립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감명받은 부분은 빠삐용이 감옥에서 꿈을 꾼 장면입니다. 꿈에서도 빠삐용은 유죄를 선고받는데요, 죄목은 현실과 다릅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빠삐용이 심지어 억울해하기보단 어쩔 수 없다는 표정까지 지어 보이는데요, 그 죄명은 바로 다음과 같았습니다.
저는 위 문장에서 '인생'이라는 단어를 '시간'으로 바꾸더라도 의미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인생이라는 것은 결국 시간이 모여 완성되는 것이니까요. 빠삐용은 이 꿈을 꾼 이후 자신의 삶에 절망하는 것을 그만둡니다. 오히려 탈출에 대한 의지를 화산같이 폭발시키며 하루하루 집념과 열망 속에서 살아가죠. 이제는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이라는 기회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이 시간을 잘 활용한다면, 우리는 과거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도 있지만, 만약 시간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흘러가는 강물처럼 시간을 내버려 둔다면, 그것은 인생을 낭비한 죄를 짓는 것과 맞먹을 만큼 심각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제 지금까지의 내용을 정리해봅시다. 분명 하얀 손을 가진 우리들은 시간의 부자가 맞습니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니까요. 그렇기에 모든 일을 너무 빨리 이루려고 조급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렸던 것을 기억하시죠?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말고 약간의 긍정적인 기대를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간의 부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말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이 말이 게으르게 살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빠삐용의 사례를 통해 설명드린 것입니다. 마음은 느긋하게 가지더라도 실제로 매일매일 살아가는 순간은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아직 하고 싶은 것, 잘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했다면 과연 어떤 능력을 기르고 싶은지를 꾸준히 알아봐야 합니다. 또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과 자격을 찾았다면, 그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죠. 이런 과정을 반복해서 경험하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자신이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깁니다.
이제 목표가 결정되었다면 주어진 시간 대부분을 목표 달성을 위해 사용해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당연한 것인데요 어떤 분들은 목표를 정했다는 사실 자체에서 만족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 이제 시작한다! 그러니 좀 쉬자'이런 생각이신 듯합니다만... 이 생각이 맞을까요? 네 맞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뚜두려) 맞아야 하는 말이라고요.
두 번째는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를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목표가 정해졌다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죠. 하다 보면 생각한 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수정하거나 보완할 부분이 생기기도 합니다. 어쩌면 아예 기대했던 것과 다른 결과로 인해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뭐가 되었든,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단 결과가 나오면, 그걸 토대로 다시 목표를 설명하고, 또 시작하면 됩니다.
이와 같이 목표 탐구 - 목표 결정 - 실행 - 결과 - 수정과 재설정 - 실행이라는 과정을 계속해서 반복하면 됩니다. 이 자체로 우리는 인생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다른 글에서 말씀드릴 것인데요, 사실 저희들은 굉장히 바쁩니다. 어떤 날은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더 바쁘기도 합니다. 저만 하더라도 지금 하는 일 이외에 글을 쓰는 것만 해도 하루에 3만 자는 적어야 하거든요.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과거 직장생활 시절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때는 '월급을 위해서' 하기 싫은 일을 참고했다면, 이제는 '제가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을 스스로 정해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예전보다 일하는 것이 훨씬 즐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책임도 제가 지면 됩니다. 제가 정했으니까요. 이게 남의 일 해줄 때보다는 부담이 훨씬 적다는 것을 여러분도 아시게 될 것입니다.
하루 종일 '나'만을 위해 시간 쓰기
제가 길게 설명드렸지만, 핵심은 딱 하나입니다. 주어진 시간 전부를 자신만을 위해서 사용하실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쾌락과 재미만을 위해서 쓰는 것은 곤란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자신을 위해서'라는 의미는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 그리고 그러한 목표 달성이 스스로의 삶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일을 달성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 일을 하면 꽤 즐겁게 오랫동안 할 수 있을 것 같고, 심지어 이걸 통해서 생계유지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일을 하자는 것입니다. 그게 제일 중요하니까요.
처음부터 잘 되진 않을 것입니다. 살다 보면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생기거든요. 그러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들 마찬가지라서요. 특별히 우리만 집중이 안 되는 것도 아니고, 자신만의 일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도 아닙니다. 이건 제가 장담할 수 있어요. 저의 경우엔 책상에 가만히 1시간 앉아있는 것도 6개월이 지나야 가능해졌으니까요.
약간의 팁을 드리자면, 하루 종일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쓴다는 것을 굉장히 가치 있는 소중한 일로 생각하실 수 있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실 수 있다면, 이제 더 이상 친구들이나 지인들로부터 연락 오지 않는 것에 대해 외로움이나 섭섭함을 느낄 필요가 없으니까요. 오히려 나중에는 만나자는 연락이 귀찮아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내 할 일도 얼마나 많은데 사람까지 만난다고? 어휴 기가 빠지는 기분이 드실 겁니다. 그래서 제가 문득 드는 생각이, 앞으로는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보다 혼자 놀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훨씬 잘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질 것 같아요.
또, 학교 다닐 때도 도덕책에서 그런 말 있지 않았나요?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 기억나시죠? 우리가 지금 하려는 것이 바로 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첫 번째 과정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잘 사는 것이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의 삶과 비교할 필요가 없어요. 자신이 상상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하루 종일 고민하고 그것에 맞춰 행동해나가는 것. 지금은 여기에만 시간을 쓰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