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마음의 이해:
오늘의 행동에 후회하지 않기를

지나간 과거를 후회한다는 것에 대하여

by 이도

어떤 선택과 행동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후회와 미련이 남지 않아야 한다는 것





과거와 후회


지나간 과거는 돌아오는 법이 없으니, 미래에 과거를 돌이켜 보았을 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오늘을 살아야 한다


멋진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반복해서 이런 주제가 언급되는 이유는 아는 것에 비해 실천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 방법은 오늘을 열심히 살며 후회할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인데, 이걸 알면서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사실 저도 여기에 대해 뾰족한 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후회하지 않는 행동을 했던 기억이 자신에게 강렬히 남아있다면, 그 기억이 오늘의 자신이 하는 선택에 대해 조언은 해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오늘 말씀드릴 내용도 이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잘했다고 생각하는 행동이긴 한데, 사실은 이 내용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이 망설여져 몇 번이고 지웠다 쓰고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제 짝사랑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인데요, 제가 이걸 글로 적는 것이 옳은지는 모르겠지만 여하간 한 번 적어보겠습니다.




1학년 기말고사


제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짝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것은 대학교 1학년 기말고사 무렵이었습니다. 1학년 때는 전공수업뿐 아니라 다른 단과대학에서 운영하는 교양수업도 많이 수강했었는데요, 그분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교양수업 시간이었습니다.


학과도 나이도 달랐던 그분과 친해질 수 있었던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었습니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았던 것이 계기였는데요, 조금씩 말을 나누다 보니 학과는 달랐지만 바로 서로의 학과가 속한 단과대학이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교양 수업을 들으며 알게 된 사실은 그분이 경제학과가 아니었음에도 미시경제학 개론을 수강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분이 신청한 미시경제학 강의가 시험을 어렵게 출제하기로 유명한 교수님이 담당하시는 과목이라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다음부턴 교양수업에서 만날 때마다 제게 경제학에 대한 질문을 해서 저도 덩달아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도 납니다. 이를 통해 저는 그분과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었던 일화는 함께 강의를 들었던 교양수업의 마지막 기말고사 시간에 일어났습니다. 시험은 오후 1시에 시작되는지라 저는 점심을 거른 채 12시부터 강의실에 가서 시험에 출제될 법한 내용을 다시 복습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분도 저와 똑같은 생각을 했던지 제가 강의실에 도착하니 이미 강의실에 와서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함께 시험공부를 했었고 시험시간이 다가오자 마지막엔 시험에 출제될 것 같은 3가지 주제만 정리해서 그것만 열심히 쓰고 나오자고 서로 다짐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신기한데요, 그날 시험은 교수님이 3가지 주제를 칠판에 적어주신 뒤, 한 가지를 선택해 아는 만큼을 시험지에 적어 제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교수님이 칠판에 주제를 적자마자 저는 눈을 의심했었습니다. 10분 전에 제가 그분과 시험에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던 3가지 주제와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순간 저와 그분은 눈이 마주쳤고, 저희 두 사람만 시험시간이 종료될 때까지 시험지를 빼곡히 채우고 나올 수 있었습니다. 저는 반드시 A+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에 가득 찬 기분으로 기분 좋게 강의실을 나왔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먼저 나갔던 그분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강의실 앞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기도 저와 같이 정리했던 내용이 시험문제로 나와 깜짝 놀랐다며 시험을 잘 보고 나왔다는 이야기를 제게 해주었습니다. 그러고 난 뒤 서로 오늘 시험이 기말고사 마지막 시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기념으로 같이 밥을 먹으러 가자고 저에게 말을 건네주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이분에게 반했던 첫 순간이 바로 이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망설임과 고백


중간의 많은 내용을 생략하고 결론만 말씀드리면, 저는 이런 일이 있은 뒤로도 오랫동안 이분께 호감이 있었지만, 호감을 표현하기까지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용기 내어 고백하겠다는 결심이 섰을 땐 이미 그분은 다른 좋은 분과의 만남을 이어가는 중이었습니다.


그 뒤로도 몇 번의 기회가 생겨 그분과 만날 수 있는 계기가 있었고, 그럴 때마다 저는 고백이 아니더라도 1학년 때 즐겁게 교양수업을 들으며 호감을 가졌다는 이야기를 할까 말까를 가지고 정말 많이 고민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용기를 내보려고 마음을 먹어도 그분 앞에서는 간단한 한마디를 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시간은 더 흘렀고 이젠 오래전 일이 되어버린 교양강의 수강 시절, 제가 그분에게 호감이 있었다는 말을 꺼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많은 시간이 지난 뒤의 일이었습니다.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는 지나간 추억거리를 말하듯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말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었던 그분이 미묘하게 웃음 짓는 표정이 아직도 잘 잊히지가 않습니다. 그 웃음의 의미는 어떤 감정이 담겨 있었을까요? 저는 지금도 이걸 물어보기가 망설여집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도 종종 대학교 1학년 시절 그 순간을 떠올립니다. 제가 저 당시에 그분과의 인연을 조금 더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수는 없었을지, 호감 표현을 조금만 더 빨리 했다면 제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지에 대해 늘 궁금합니다. 차라리 거절의 대답이라도 빨리 들을 수 있었다면 다른 기회라도 찾을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겐 이 기억이 추억이면서도 동시에 아쉬움과 후회가 섞여있는 복잡한 과거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누군가를 좋아했었다는 사실은 제게 추억으로 남은 부분이 크다고 생각하지만요.




미련 없을 선택


제게있어 이 짝사랑의 추억은 오늘까지도 매우 강력한 힘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어떤 선택을 하려고 하더라도 언제나 이 기억을 떠올리고 난 뒤에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드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용기 내지 못해 후회만 가득하다고 생각하는 이 기억에 대해 그래도 추억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동시에 저는 오늘을 살아가며 늘 한 가지를 다짐합니다. 이 다짐은 앞으론 과거의 자신처럼 주저하고 망설이다가 후회할 일은 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별 것 아닌 내용이지만 단순히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자신의 후회로 얼룩진 기억을 떠올려가며 선택지를 고른다는 것은 실천력에 있어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퇴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이나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여러 기업에 지원하며 전공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분야를 공부하게 된 것도 선택의 밑바탕엔 더 이상 우물쭈물 망설이며 가만히 있어선 안된다는 무의식이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면 저는 실패한 제 짝사랑의 기억에 대해 감사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처럼 지나간 과거는 후회로 가득하다 할 지라도 자신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후회스러운 과거의 기억도 저처럼 활용한다면 미래의 선택을 보다 후회 없이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하니까요. 저의 후회와 미련이 담긴 이 글이 누군가에겐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을 하는데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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