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 마음의 이해:
믿음에 필요한 건 한 번의 성공

어떻게 해야 자신을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하여

by 이도

두 번도 아닌

한 번의 성공

이것만 있으면

자신을 믿게 된다




또 쟤야?


소제목이 좀 이상하죠? "또 쟤야?"라는 말은 제겐 믿음을 주는 마법 같은 힘이 있는 단어라서 소제목으로 붙여보았습니다. 자랑처럼 들릴까 봐 약간은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사실 저에겐 자랑스러운 말이기도 합니다. 그럼 이 말에 담긴 사연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또 쟤야?"라는 말은 제가 겨울방학을 앞둔 2학년 기말고사가 있었던 즈음에 들었던 말입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시험 성적과 등수가 표시된 프린트를 교실 게시판에 붙여두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로 좋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 시절엔 여기에 대해 다들 불만이 없었습니다.


처음엔 과목별 성적과 등수가 나오다가, 기말고사가 끝난 뒤 1주일쯤 지나면 반 등수와 학년 전체의 등수가 표시된 프린트가 게시판에 붙습니다. 심심한 학교에서 이런 이벤트는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엔 부족함이 없습니다. 선생님이 프린트를 게시판에 붙이자마자 저희는 득달같이 달려가 서로의 성적을 확인해봅니다.


10년도 지난 일인데 아직도 이 날을 떠올리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저의 성적은 반에서 1등이었습니다. 예상외로 수학 성적이 잘 나와준 덕분에 지난번보다 총점이 많이 올라간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정말 기분이 좋았던 것은 이로써 제가 2학년에 치렀던 4번의 시험에서 모두 1등을 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또 쟤야?"라는 말을 들었던 것도 이때입니다. 당시 프린트가 붙어있는 게시판에 너무 사람이 많이 몰려들어 누가 이 말을 했는지는 아직까지도 모르지만, 당시 저는 그 순간에 "또 쟤야?"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은 이 교실에서 저밖에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고등학생 때도 눈치는 있어가지고 그날 하루 종일 표정관리를 했던 기억도 남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 날 야간 자율학습시간에 제가 잘 따랐던 지리 선생님께 문제집을 선물 받았던 기억도 나네요. 여하간 제겐 참 멋진 하루였습니다.


사실 어떤 분들에겐 내신성적으로 반에서 1등을 한 것이 그리 대수롭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내신보단 수능이 중요하고, 수능보단 대학 합격여부가 중요한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제가 내신성적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던 이유가 있습니다. 그건 제가 정말 공부를 못하는 편이었기 때문입니다.




이해하면 즐겁다


제가 공부를 못했던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외우면 그 순간에는 문제가 풀렸지만, 이런 방식의 공부는 다음 날이면 어제 풀었던 문제도 풀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비단 수학뿐만이 아니라 이해가 필요한 모든 과목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나마 암기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결되었던 사회과목은 할만했지만, 문제는 수학과 영어였습니다. 공식을 아무리 외워도 조금만 응용이 들어간 문제는 여전히 풀 수 없었고, 추론 능력이 없다시피 하니 아는 단어 몇 개만 가지곤 영어 지문 독해가 전혀 안 되는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진 공부가 정말 싫었습니다. 이 때문에 당시 저는 인문계 고등학교에 온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공부에 흥미가 없으니 집에 가서도 문제집보단 만화책이 좋았습니다. 저는 이미 어지간한 만화는 다 본 상황이었기에 인터넷을 검색해 판매량이 높은 만화책 순위를 찾아 장르에 관계없이 읽어보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이 덕분에 저는 취향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나>, <너에게 닿기를> 같은 만화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제가 만났던 만화는 바로 <후르츠 바스켓>이었습니다.


<후르츠 바스켓>은 유명한 만화이므로 이미 읽어본 분들도 많으실 것이란 짐작이 듭니다. 후르츠 바스켓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마음속에 상처가 있습니다. 이 과거의 상처 때문에 이들은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고통스러워합니다. 그러나 우연한 계기를 통해 그들의 상처는 조금씩 치유되어가죠. 후르츠 바스켓에서는 한 사람이 가진 상처가 다른 사람에 의해 회복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요, 이것이 만화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이 만화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게 본 장면은 여주인공의 친구와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겉보기엔 불량 그 자체인 이 친구에게도 마음속엔 역시 상처가 가득했습니다. 또한 만화에선 이 친구의 상처가 회복되어가는 과정이 나옵니다. 이 장면을 읽으며 저는 자신을 믿어보겠다고 결심할 수 있었던 한 마디의 대사를 읽게 되었습니다.


공부는, 이해하면 즐겁다


제가 이 말을 감명 깊게 받아들인 이유는 저 자신이 공부에 대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고통스러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에게 있어 이해할 수 없는 공부는 즐거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만화에선 이해만 된다면 공부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이 말을 한 번 믿어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성공


역시 현실은 만화와 달랐습니다. 제가 만화를 읽었다고 갑자기 성적이 오르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만화를 읽기 전과 지금의 저는 분명 달라진 것이 있었는데, 그건 공부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입니다. 그리고 이때 저의 믿음을 강화시킬 수 있었던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은 지구 단위로 생각했을 땐 작은 나라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는 이 지구에는 대한민국보다 훨씬 큰 나라도 많고, 인구도 수십억이나 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공부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들은 적게 잡아도 수백만 명은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수백만 명은 제가 태어나서 눈으로 본 적도 없는 숫자입니다. 저는 그런 사람들이 하나같이 평생 공부하며 살고 있다는 것은 모르긴 몰라도 공부가 아예 지겹지는 않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저는 공부는 이해하면 즐거울 수도 있으며, 이미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공부하고 있다는 것은 재미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공부를 계속했었습니다.


공부 실력은 계단처럼 상승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정말 그 말이 맞았습니다. 고등학교 수준의 공부는 어느 순간에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이해될 때가 찾아오는 경우가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이 경험을 첫 번째로 했던 것이 수학에서 극한이라는 개념을 공부했을 때인데, 그 날 저는 처음으로 이해만 되면 공부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공부를 하는 것이 마냥 고통스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인생에서 경험했었던 성공경험 중 하나입니다.




믿는다는 것


이후로도 저는 어려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언제나 고등학교 시절을 자주 떠올렸습니다. 전혀 이해되지 않았던 극한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던 순간, 그리고 공부를 통해 2학년 내내 1등을 차지했던 이 경험은, 어려운 일을 마주친 제가 주눅 들지 않고 일단 부딪혀볼 수 있게 만들어준 것입니다.


이런 경험 덕분인지 저는 사람이 자신감을 가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스스로 생각한 것을 성공해보는 경험을 가져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한 번의 경험은 생각보다 오랫동안 자신의 마음에 남게 됩니다. 그리고 언제나 자신의 곁에서 어려움이 닥쳤을 때는 어김없이 나타나 이렇게 말을 해주는 것이죠.


왜 미리부터 겁을 먹고 그래, 예전에도 잘했는데 뭘,
이번에도 별 차이 없을 거니까 일단 해보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으면 우리는 자신에 대해서도 믿음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제가 이전에 말씀드렸듯 '하다 보면 결국은 된다' , '그냥 한다' , '잘 되겠지 뭐' 등등의 마음가짐을 함께 떠올릴 수 있다면 자신에 대한 믿음은 더욱 강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하나씩 하나씩 성공 경험이 반복하여 쌓기게 된다면, 나중엔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겁이 나서 망설여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덧 8장도 마무리가 되어가는 이 즈음에 와서 제가 이전에 작성했던 글을 읽어보면 신기하기만 합니다. "정말 이걸 내가 다 썼다고?"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제가 작성했던 글엔 평소에 제가 자주 하는 생각들 뿐 아니라 찬찬히 읽어봐야지 "아, 이거 내 생각 맞네"라는 생각이 들 만큼 온갖 자료를 찾아서 공부해서 쓴 글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연말까지 100편을 완성이라도 하면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추세로는 더 빨리 완성될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듭니다. 저도 1편을 쓰고 있을 땐 이런 생각을 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저 막연하게나마 스스로를 믿으며 쓰기 시작했던 것뿐이니까요. 그런데 역시 하다 보니 되긴 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망설이거나 겁내지 마시고 일단 시작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스스로 시작한 일을 끝까지 완수해냄으로써 자신의 삶에 성공의 경험을 하나씩 추가해 나간다면, 우린 분명 스스로를 믿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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