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을수록 더 좋은 몇 가지 단어에 대하여
습관적으로 쓰는 말 때문에
나도 모르는 사이
상대방에겐 상처로 남는다
말 그릇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자신의 생각을 담는 그릇입니다. 따라서 상대방과 대화한다는 것은 말이라는 수단을 사용해 자신의 생각을 그릇에 담아 상대에게 전달하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화에서는 어떤 말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언어를 잘 선택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화와 언어라는 주제를 떠올릴 때면 꼭 생각나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은 제가 성인이 되고 처음 경험한 아르바이트인 PC방 야간근무를 했을 때 뵙게 된 PC방 사장님이었습니다. 보통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 점주님과 아르바이트생의 관계는 원만하게 끝나는 경우가 잘 없다고들 하지만, 저에겐 정말 좋은 분이셨습니다.
사장님은 일개 아르바이트생일 뿐인 제게도 참 잘해주셨습니다. 밤에는 심심할 테니 손님이 뜸하면 편하게 게임이라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라고 말씀하실 정도였으니까요, 저도 어린 나이였지만 사장님이 저를 배려해주신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기에 더 열심히 근무했던 기억도 납니다. 사장님께선 종종 밥도 사주셨는데, 그럴 때마다 제게 버릇처럼 해주셨던 말이 하나 있습니다.
대화는 뜻만 통하면 되니까, 가급적 좋은 말을 쓴다면 더 좋겠지.
사장님은 PC방 영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서비스 영업직에서 종사하셨던 경험이 있으셔서 그런지 항상 '좋은 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강조하셨습니다. 전달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되도록 상대방이 듣기 좋은 말을 사용해서 전하는 것이 좋다는 게 사장님의 가치관인데요, 저도 이 말씀에 공감했기에 평소에 사용하는 단어에 대해 신경을 쓰려고 노력했었습니다.
제가 제목에 적은 '어차피, 그래 봤자, 별로' 또한 이 즈음에서 쓰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말입니다. 저는 이 외에도 '~인 것 같아요'라던가 '개인적으로, 그다지, 딱히' 같은 말을 가급적이면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의식하지 않고도 이런 말들을 거의 쓰지 않게 되었는데요, 아마 저의 이전 글에도 제가 지금 언급한 단어들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단어들을 쓰지 않게 된 이유는 물론 사장님의 영향도 있었지만, 저의 생각도 어느 정도는 반영이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개인적으로'라는 말은 제가 말하지 않아도 대화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하는 것이 아닌 이상, 제가 하는 말은 대부분 저의 개인적인 생각일 테니까요. 그래서 저의 생각을 말하는 데 '개인적으로'라는 말을 사용하며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시당한다는 것
제가 상대방과 대화하며 이러한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는 다른 이유는 저 말들이 자칫하면 상대로 하여금 무시당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조심하는 단어가 '어차피'와 '해봤자'입니다. 그 이유는 제가 이런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은 주로 상대방이 제안한 의견이나 생각이 저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라는 점에 있습니다.
만약 이 상황에서 상대방의 생각을 들은 제가 꺼낸 첫마디가 '어차피'나 '~해봤자'로 시작한다면 상대방은 제 말을 다 듣기 전부터 자신의 의견이 부정당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쁠 수 있습니다. 이미 기분이 나빠진 상대방에겐 다음에 이어질 제 말이 아무리 옳고 합리적이라고 한들 그 말이 제대로 전달될 가능성은 낮아집니다. 그래서 저는 상대방이 저의 표현 때문에 자신의 생각이 부정당하거나 무시받았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이전 글에서 저는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잘하는 데 필요한 것은 상대방을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말을 반대로 생각하면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상대방이 무시당했다는 생각이 드는 상황에서 의사소통이 잘 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시피 할 것입니다. 인정의 반대는 무시가 될 것이니까요. 저는 이와 같은 의미에서 '별로'라는 표현도 가급적이면 쓰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에 있어서도 '~인 것 같아요'와 같이 자신의 의견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말로 불확실성이 높아서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도 물론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 많은 경우엔 자신의 말에 책임지지 않고 싶다는 마음이 반영되어 있거나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 빠져나갈 길을 마련해둔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과 대화를 함에 있어서는 불확실한 것에 대해선 자신의 의견을 내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좋은 말
처음엔 이렇게 자신이 사용하는 단어 하나하나를 신경 쓰며 대화하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진 언어구사능력으로도 앞서 언급한 단어를 대체할 수 있는 좋은 말이 얼마든지 많이 있다는 것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사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줄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어렵지 않은 일인 데다 자신에게도 장점이 많은 일이라면 한 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저는 상대방의 의견을 들었을 때 그 의견이 제 생각과는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일단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내가 그 생각은 못해봤네
좋은 의견이야
그렇게도 생각해볼 수 있겠네
일단 제 말의 시작이 이렇게 시작한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기분이 나쁠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제가 여전히 상대방의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저는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식으로 제 의견을 말하거나 또는 "나는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떨까?" 이런 표현도 제가 대화 중에 자주 사용하는 말입니다. 제가 말의 표현을 바꾼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반응은 이전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다른 예로 저도 확실하기 어려운 것에 대해 말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직장생활을 할 때 상급자분들이 질문을 하는 경우에 이런 상황을 마주하게 되었는데요, 저는 모르는 것에 대해선 "확인해보겠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었습니다. 또는 시간관념이 철저한 분들에 대해선 "이 부분에 대해선 확인해보고 XX분 뒤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와 같이 말하기도 했었습니다. 직장에 들어가시면 이런 표현은 저절로 배우시게 될 것이지만, 그래도 미리 습관화해두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사례를 통해 말씀을 드렸기에, 어떤 분들은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게 뭐가 문제야?'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제 생각이 반드시 옳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대화는 뜻만 통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말에 공감하실 수 있으시다면, 한 번 정도는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단어를 상대방이 듣기에 조금 더 편하고 부드러운 단어로 바꿔보는 것을 해보는 것은 어떠실까요? 저는 장점이 많다는 것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저와 같이 사용하는 단어를 바꿔보고 싶은 생각이 드셨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들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 말 중에서 듣기에 기분이 별로 좋지 않거나 꼭 하지 않아도 될 표현들이 있을 것입니다. 이걸 제 방식대로 표현하면 '뭔가 좀 걸리는'듯한 느낌을 주는 단어들입니다.
일단은 이렇게 자신의 마음에 걸리거나 거슬린다는 생각이 드는 단어부터 사용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그리고 이후엔 평소에 자신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어떤 것이 있는지, 이런 단어들을 바꿀 수 있는 좋은 표현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도움이 되실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자신만의 말 그릇을 예쁘게 빗어내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만의 예쁜 말의 그릇을 만들어 내신다면, 이 자체로도 자신만의 한 가지 매력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