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인간관계론:
누군가의 삶을 기억한다는 것

다른 사람의 꿈과 행복을 많이 기억할수록, 기억은 호감으로 돌아옵니다.

by 이도

누군가의 슬픈 일은

함께 울고 잊어버리되

다른 이의 기쁜 일은

함께 웃고 기억합시다




기억에 대하여


기억이라는 것은 다양한 창작물에서 자주 활용되는 소재입니다. 당장 떠오르는 영화만 하더라도 <첫 키스만 50번째>라던가 <내 머릿속의 지우개>, <이터널 선샤인>, <노트북>과 같은 영화들이 생각나네요.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만화 <원피스>에서 의사 Dr. 히루루크가 남긴 기억에 관련한 대사가 떠오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어릴 때 이 장면을 읽고 큰 감동을 느꼈던 기억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사람은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을 때다!"


최근에 저의 눈물을 쏙 빼버렸던 영화는 <코코>였습니다. <코코>역시 기억에 관련된 영화이죠. 꼬마 주인공인 미구엘이 망자의 날을 맞이해 죽은 자들이 살아가는 세상에 우연히 방문하면서 펼쳐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누군가를 기억해준다는 것'입니다. 영화를 본 적이 없는 분들을 위해 자세한 내용은 적지 않으려 합니다만, 영화를 본 많은 분들이 깊이 공감했던 아래의 감상평을 읽고나신다면 아직 영화를 감상하지 않은 분들도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실 것 같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떠난 우리 아들도 저렇게 멋진 데서 잘 지내길.. 평생 기억할게 꼭 다시 만나자


이처럼 기억이라는 것은 창작물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도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나의 힘든 현재를 버티게 해주는 것은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과거의 기억이 될 수도 있으며, 반대로 나를 힘들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 또한 후회로 가득한 과거의 기억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기억은 어떤 방식으로든 우리의 삶에 영향을 준다는 것인데요, 물론 인간관계를 함에 있어서도 기억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엔 서로의 기억이 다르다는 이유로 오해와 갈등이 생겨 평생 함께할 것이라고 믿었던 사이에 한 순간에 끝나버리기도 합니다. 또는 나는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된 일이지만 누군가의 마음속엔 영원히 잊히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있어, 이러한 타인의 기억은 나에 대한 증오와 복수로 변신해 나의 삶에 예고도 없이 불행이 찾아오는 계기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기억의 부작용만 강조한 것 같은데요, 그만큼 누군가의 기억에 우리가 기록될 수 있는 상황에선 우리의 말과 행동에도 조심스러움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함이었다고 이해하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번거롭고 불편하다고 해서 피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삶에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존재이자 동시에 다른 사람을 기억할 수 있는 주체이기도 하니까요. 오늘 말씀드릴 내용 또한 이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즉, 저는 어떻게 하면 사람을 기억한다는 이러한 행위가 다른 사람과의 인간관계에서 호감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그럼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좋은 일은 기억해주기


저는 상대방과 대화하면서 그 사람에게 중요한 일이거나 좋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런 일들은 되도록이면 기억해두려고 합니다. 여기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있었던 사건에 대해 기억해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호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런 반응이 나오곤 하죠.


"그걸 다 기억하고 있었어?"


이 말은 경우에 따라 나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상대방에게 축하할 일이나 좋았던 일을 기억해두는 것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기분 나쁜 일은 아닙니다. 글로 읽으시면 약간 의아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걸 가상의 대화로 예를 들어 다시 설명해보겠습니다. 가령 제가 작년 이맘때 함께 축하파티를 했었던 친구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저는 넌지시 얼핏 기억이 난다는 듯이 "그러고 보니 너 생일이 이맘때였던 것 같아"라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을 꺼내봅니다. 혹은 미리 준비해 둔 작은 선물을 주면서 말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친구들은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떻게 이런 걸 다 기억하고 있었냐는 것인데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제가 적어둔 일기장에서 친구의 이름을 검색해서 친구를 만났던 날의 일기를 읽어보면 되거든요. 그 일기장에는 친구들과 즐겁게 이야기했던 내용이나 추억들이 적혀 있습니다. 생일파티의 경우엔 당연히 적혀 있기에 저는 이렇게 일기를 보고 친구의 생일을 미리 챙겨두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방법을 상대방이 친구가 아닌 경우에도 종종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에 저를 도와주셨던 분들을 다시 만날 때는 사전에 꼭 일기장을 열어 그분이 어떤 도움을 주셨는지를 복습한 뒤에 만나는 편인데요,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것은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다시 한번 그분에게 저를 도와주셨던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에게 감사를 표현하는 상대방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이것은 제가 인간관계를 잘 유지해보고 싶은 분들에게 한 번 해보실 것을 강력히 추천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특히 우리가 모든 상황에 대해 기억을 하고 있을 수는 없기 때문에, 누군가로부터 축하나 도움을 받았던 일들은 '감사의 일기'라도 적어두시면서 평소에 하나씩 기록해두는 습관을 가지실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쌓여가는 기록을 통해 누군가를 다시 만날 때는 만나기 전에 미리 복습을 해둠으로써, 그분들에게 감사를 표현하거나 상대방에게 좋았거나 축하할 만한 일은 내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인간관계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방법이 꼭 기쁘고 행복한 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에게 위로가 필요한 일에도 사용하실 수 있는데요, 가령 저는 소중한 사람의 장례를 치른 지인들과 관련된 기일은 가급적이면 기록해 두었다가 함께 슬퍼해주고 위로의 말을 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슬픔은 함께 나눌수록 줄어들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이러한 방법의 가치는 기쁜 일보단 슬픈 일에 대해서 다른 누군가가 기억해주고 함께 슬퍼해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가 있다는 생각도 하는 편입니다.




안 좋은 일은 잊어버리기


우리들에겐 기억할수록 좋은 것도 있지만 얼른 잊어버리는 편이 더 좋은 것들도 있습니다. 가령 상대방에게 구태여 상기시켜줄 필요가 없는 것들이 후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의 경우엔 농담과 놀림의 목적으로 상대방이 싫어하거나 부끄러워하고 있는 과거의 기억을 일부러 대화의 주제로 꺼내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득 보단 실이 훨씬 큰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을 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상대가 싫어할 수 있는 기억에 대해서는 일부러라도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상대방도 다시 언급되는 것이 싫다는 것을 남에 불과한 우리의 입에서 다시 언급하는 행위가 인간관계에 도움이 될 이유는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런 말을 자주 하는 분들 중에선 '충고나 조언일 뿐이다' ,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와 같이 자신이 하는 행동에 대해 명분이 있다는 식으로 합리화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만, 이런 말은 처음부터 하지 않으시는 게 훨씬 바람직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나쁜 기억임에도 상대방에게 언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한 가지밖에는 없습니다. 그것은 상대방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려는 상황입니다. 예를 든다면 술을 마시고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채 다시 만취할 만큼 술을 마시려는 지인이 있다면, 아무리 인간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때는 말을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이런 경우에도 나의 말에 정당성이 충분하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상대가 자신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반성하는 순간이 온다면, 어려운 말을 꺼내 주었던 우리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럴 때는 잔소리가 되더라도 말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기쁘고 슬픈 일은 오랫동안 기억해주기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일은 잊어버리되

상대방이 잘못된 행동을 반복하려는 상황에선 주저 말고 과거를 상기시켜줄 것

그리고 이와 같이 인간관계를 함에 있어 기억을 활용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기록입니다. 상대방에 좋은 일이나 나를 도와주었던 일 등에 대해선 그러한 내용이 담긴 글을 일기장이나 별도로 기록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매년 돌아오는 슬픔이 묻어나는 일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함께 슬픔을 나눌 수 있도록 기록해두는 것은 타인과의 인간관계의 깊이를 한 층 더 깊어지게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제가 이번 글에선 '기억한다는 것'에 집중했지만, 사실 이 말은 그만큼 '잊어버린다는 것'이 인간관계에 있어선 위협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시는 것도 필요합니다. 연인관계에서도 기념일을 잊어버리고 있으면 갈등이 찾아오듯, 기억할 가치가 있는 일에 대해서 잊어버리는 것은 그 자체로도 인간관계에 균열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저의 글이 여러분들의 마음 한 곳에 약간이나마 기억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제게 있어 보람이자 행복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글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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