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인간관계론:
혼자서 기대하고 혼자서 실망하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하여

by 이도

누군가에 대하여

혼자서 기대한다

그리고 실망한다

상대방은 어리둥절




갑자기 왜 저래?


우리는 어제까지도 잘 지냈던 사람으로부터 오늘따라 이상하게 차갑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처음엔 그냥 기분이 좋지 않은가 보다 하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우리를 대하는 상대방의 태도는 여전히 차갑습니다. 예전에 비해 관계가 서먹서먹해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정도면 괜찮은 편입니다.


상대방에 따라선 관계가 서먹해지는 것을 넘어 우리에 대한 험담과 안 좋은 소문을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통 이런 이야기에서 우리는 가해자가 되어있고 상대방은 피해자로 변신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다른 사람들은 양 쪽 이야기를 다 듣고 판단하는 것이 옳다는 것을 머리론 알고 있지만, 일단 안 좋은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이성보단 감성이 앞서 움직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뭔가 잘못한 게 있긴 한가 보네'라는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게 됩니다. 아직까지도 우리는 왜 상황이 이렇게 되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저는 살면서 이 같은 상황을 몇 번이나 경험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에게 무례한 행동이나 말을 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사과를 한 적도 많았습니다. 이유는 모르지만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은 저의 잘못에 대한 인정과 사과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황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한 가지 방법을 실행했습니다. 이 방법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방법이긴 하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모든 문제를 가장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직설적으로 물어보는 것입니다.


요즘 저에 대해서 안 좋은 말을 하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지금 저한테 직접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말에는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엄청난 힘이 들어있습니다. 당사자인 상대방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얼굴을 붉히며 엄청나게 화를 내거나 그런 적이 없다고 발뺌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대의 반응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단 이렇게 공론화를 시켜두고 나면 더 이상 상대방은 우리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저는 이러한 방법을 두고 [험담엔 앞담화로 받아친다]라고 명명해 두었습니다.


이야기가 잠시 옆길로 새 버렸네요. 우선 이런 상황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사건의 시작은 어제까지 좋았던 관계가 하루아침에 달라진 데서 출발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확인해볼 부분은 도대체 왜 상대방은 우리에 대한 태도가 바뀌었나 하는 부분입니다. 앞에서 저는 저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실수했거나 잘못했다는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것은 원인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말씀드렸습니다.


관계가 서먹해짐에 있어 나의 말과 행동이 원인이 아니었다면, 다음으로 생각해볼 부분은 상대방의 심경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그대로지만, 아직까진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인해 우리에 대한 심경이 달라졌다는 것인데요, 제가 오늘 이야기할 부분은 여기에 대한 내용이기도 합니다. 도대체 상대방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길래 갑자기 우리가 싫어진 것일까요? 저는 이 부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생각했습니다.


상대방은 나에 대해 멋대로 기대했고, 혼자서 실망하였다.
이 과정에서 나에게 물어본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방법은 없다


미리 말씀드리면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제가 상대방을 찾아가 '앞으론 저에게 대해 아무런 기대를 하지 말아 주세요'라고 말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리도 없습니다. 또한 우리에 대한 상대방의 마음이 호감에서 실망으로 바뀌는 것 역시 우리가 상대방에게 일부러 무례한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사전에 예방할 방법은 없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에서 예방 방법이 아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소개드렸던 것입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우리에 대해 상대방이 실망을 느낄 수는 있지만, 그 실망을 험담이나 비방 등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유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면, 이 상황에선 힘들더라도 용기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분들은 이 방법이 부담스러워 자신도 상대방이 했던 것처럼 뒤에서 해명하거나 똑같이 비방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미 상대방으로부터 우리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에겐 아무리 해명하더라도 변명처럼 들릴 뿐입니다.


그러니 용기를 내실 수 있어야 합니다. 화를 낼 필요도 없으며 소리를 지를 이유도 없습니다. 담담하게 그들이 하고 있는 행동에 대해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이야기를 하시면 그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런 행동을 하면 당돌하거나 맹랑하다는 평판을 받게 되거나 오히려 왕따를 당할까 봐 겁을 내는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본인께서 잘못한 것이 없다면 그럴수록 더 당당해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은 여러분의 편입니다. 결국 뒤에서 상대방을 비방하던 사람은 언젠가 그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는 날이 찾아올 테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상대방이 우리에게 가진 기대감을 실망감으로 바뀌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요? 완전한 답은 아니지만, 제가 생각한 방법 중 하나는 '거리감'이었습니다. 저는 상대방에 대해 너무 깊게 파고들지도 안돼, 그렇다고 단절되는 것도 아닌 그 미묘한 줄타기를 할 수 있는 것이 인간관계에선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추상적인 대안이라 만족스러운 방안은 아닙니다. 이 부분은 저도 조금 더 오랫동안 고민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판단하지 않기


제가 이 문제에 대해 뚜렷한 해결방법도 없으면서도 글을 쓰게 된 것은 다른 이유에서 입니다. 그건 우리부터가 상대방을 대함에 있어 혼자서 기대하고 멋대로 실망하는 것을 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사람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상대방에 대해 기대하고 실망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누군가를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자신이 내린 판단에 대해 근거가 없거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누군가를 판단하는 행위를 많이 할수록 상대방에게 실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신이 '사람을 잘 본다'는 믿음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분들은 인간관계에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도 같다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사실 '사람을 잘 본다'는 생각은 장점보단 단점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도대체 어디까지 보는 것이 사람을 잘 보는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없을뿐더러 자신이 사람을 잘 판단한다고 믿는 분들일수록 상대방이 자신이 기대한 것과 다른 행동을 했을 때 더 큰 실망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어떤 분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판단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을 경우엔 억지로 상대방의 행동과 말을 고치려고 간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행동에 대해 상대방이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당연히 그 관계에서는 갈등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위험부담을 안고 가면서까지 사람을 판단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닌,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선입견과 편견도 가자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가능한 선 까지는 그런 부분을 배제하려고 생각이나마 해두는 것은 필요합니다. 물론 상대에 대해 너무 큰 기대를 할 필요도, 실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또한 있는 그대로 상대를 보기 위해선 '믿음'이라는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속으론 지금 상대가 하는 말에 거짓과 과장이 들어간 것 같더라도, 일단 밖으로 나온 말에 대해선 그것만 가지고 믿어보는 것입니다. 미리부터 괜히 의심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누군가의 말을 있는 그대로 잘 믿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의 호감을 얻는 데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말을 믿어준다는 것조차도 경험하기 어려운 세상이니까요.


마지막으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러한 방법이 비단 상대방에 대해서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자신을 대함에 있어서도 지나친 기대를 가지거나 편견과 선입견을 가지고 스스로를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주어진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기대가 커질수록 실망감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자신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많을수록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자기 자신을 객관화시켜 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너무 자만할 필요도 없으며 그렇다고 위축될 필요도 없는 것입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바라보며,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찾아보고 실행합니다. 그리고 주어진 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다시 도전을 반복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성장을 경험하며 동시에 자신의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커질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높아진 기대감은 허황되지 않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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