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기억할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했던 거짓말을
나는 잊어버렸는데
상대는 기억하고 있다
위기는 이때 발생한다
선배의 좌우명
존경하는 선배가 있습니다. 분명 겉으로 보기에 이 선배는 멋진 느낌은 아닌데, 사람을 끄는 매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궁금했습니다. 이 선배의 어떤 점에서 제가 매력을 느꼈던 것인지가 궁금했던 것입니다. 지속적으로 선배를 관찰하며 3년 정도 지켜본 결과, 저는 선배라는 사람이 가진 매력의 원천을 찾았습니다.
이 선배는 절대 거짓말하지 않는구나
비결은 단순한 데 있었습니다. 선배는 무슨 말을 하더라도 빈 말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말한 부분에 대해선 반드시 행동으로 보여줬습니다. 저는 선배가 가진 이 매력이 좋아서 저를 보면 맨날 장난치고 놀렸지만 그래도 쫄래쫄래 따라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저는 선배와 술을 마시며 농담이 섞인 말투로 선배는 욕을 하면 했지 빈 말은 안 하는 거 같더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그러자 선배는 제게 자신의 좌우명을 알려주었습니다.
거짓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기억할 필요가 없다.
저는 이 말을 들었던 그 순간에도 참 좋은 말이라는 생각을 했었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겐 이 말이 마음속 깊이 남아있습니다. 제가 만약 인간관계에 대한 문장을 3개만 뽑아야 한다면, 저는 이 말을 반드시 포함시킬 것입니다. 그만큼 이 말은 인간관계의 핵심을 담고 있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눈치채셨듯 오늘의 이야기는 '거짓말'에 대한 것입니다. 세상엔 선의의 거짓말도 있다곤 하지만 이런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인간관계를 맺음에 있어선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가 끝나버리면 너무 싱겁죠. 조금 더 이어가 보겠습니다.
기억하지 못한다
거짓말하는 것의 가장 큰 문제는 내가 했던 모든 거짓말을 기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데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두뇌를 가진 분이라 하더라도 만나는 사람마다 거짓말을 섞어서 대화하게 된다면 나중엔 어떤 사람에게 무슨 거짓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 자신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본인이 잊어버리게 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내가 했던 거짓말을 나는 잊어버렸는데 상대방은 기억하고 있는 경우게 발생합니다. 특히 저같이 상대방을 만나기 전에 마지막 만남에서 어떤 대화를 주고받았는지를 확인하고 오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엔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습니다.
만약 상대방이 과거에 함께 이야기했던 내용들 중 우리가 거짓으로 말했던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거짓말과 관련된 이야기가 대화 중에 언급되었습니다. 이 때는 내가 과거에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기억나는 것도 문제고 기억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기억이 난다고 한들 그 상황에서 자신이 거짓말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기에, 결국 또 다른 거짓말을 생산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자신이 거짓말했다는 것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엔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흐름이 끊어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나의 거짓말을 믿었던 상대방도 같은 사람이기에 마음속에서 의심의 씨앗이 생겨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한 번 의심이 시작되고 나면 그다음부턴 우리가 아무리 사실을 이야기한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마음에서 의심을 걷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여기에 있습니다. 나의 말에 진위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한 사람과 인간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힘든 일입니다. 차라리 상대방과 나와의 인간관계에서의 문제로 끝나면 그나마 나을 텐데, 이 상대방이 나의 거짓된 태도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경우도 드문 일이 아닙니다. 이 과정이 몇 번만 반복되고 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평판은 '거짓말쟁이', '믿을 수 없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이런 평판을 가지고 인간관계를 잘 해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커지는 부담감
거짓말의 또 다른 문제는 무엇보다도 거짓말을 하는 자신의 마음에 부담과 압박감이 쌓여간다는 데 있습니다. 슬픈 이야기지만 우리는 종종 신문 기사를 통해 거짓으로 출근하는 생활을 하다 결국엔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사례를 접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당장의 상황을 빠져나가는 것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내가 거짓말했다는 사실이 언젠가는 발각될 수 있다는 부담감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본인의 마음건강에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닙니다.
이런 점에서 생각해보면, 거짓말만큼이나 변명하는 것도 좋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몇몇 분들은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회피하기 위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온갖 변명과 핑계를 대며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기도 합니다. 물론 정말로 억울한 상황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본다면 이런 분들이 핑계와 변명하는 데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압박을 견뎌내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깔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변명하고 핑계를 설명하는 것은 결국 거짓말하는 것과 유사한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아무리 그럴듯한 핑계를 댄다고 하더라도 집요하게 원인을 추적하는 상대방을 만나게 되면 결국은 자신의 책임과 잘못이 있다는 사실을 마지막에 가서야 인정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비난받지 않을 방법은 없다고 생각해도 좋습니다.
이런 부담과 압박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거짓말하지 않고, 핑계나 변병하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하는 것이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실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잘못에 대해 곧바로 인정하거나 본인에게 불이익이 가더라도 진실을 말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믿음과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게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거짓말과 핑계 대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마음에도 도움된다는 사실입니다. 당장은 비난과 질책, 부끄러움 등의 이유로 진실을 말하고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이 힘들 수는 있지만, 이러한 상황에는 반드시 끝맺음이 있습니다. 한 번 잘못한 것을 가지고 끝없이 끄집어내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경우엔 잘못한 사람보다 더 나쁜 사람이라는 평가를 얻게 될 것입니다. 비난의 대상이 바뀌는 것이죠. 그러니 너무 두렵게만 생각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하고, 잘못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실된 사람
거짓말하지 않아야 하는 마지막 이유는, 이 자체만으로도 인간관계에 있어 자신에 대한 매력과 호감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두 사람을 떠올려보면 됩니다. 대체로 일은 잘하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람과, 일을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가 생기면 곧장 보고하고, 거짓말은 하지 않는 두 사람이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사람과 일을 하고 싶으신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의 경우를 선택합니다.
또한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거나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거나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서 말에 사소하게라도 거짓과 과장을 섞는 사람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습관을 바꾸시는 것이 좋습니다. 거짓과 과장이 사소하다고 생각할수록 본인이 그것들을 기억할 가능성은 낮아지며, 한 번 습관이 들면 이걸 되돌리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데 익숙해질수록, 처음엔 사소했던 거짓과 과장이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언젠가는 다른 사람에 의해 자신의 과장된 말과 거짓말이 들통나는 순간을 맞이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것을 두고 [말과 행동에 기름기를 뺀다]라고 표현하는데요, 저도 글을 쓰는 매 순간마다 고민이 드는 것이 솔직한 마음입니다. 제가 쓰는 글에는 제 삶이 담겨있다 보니 조금이라도 더 멋져 보이고 싶고 자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물론 부끄럽거나 숨기고 싶은 것에 대해서는 쓰지 않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마음이 들수록 반대로 더 가감 없이 쓰려고 노력했었습니다. 에필로그에서 따로 말씀드리겠지만 이 100편의 글은 제가 살아온 삶이 있는 그대로 담겨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것이 제가 글을 쓰게 된 계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이전에 작성했던 글을 읽는 것이 참 힘듭니다. 너무 부끄럽거든요.
그래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한 번쯤은 자신의 삶에 대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으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합니다. 만약 제가 적은 이 글이 널리 알려져 제 글을 읽는 누군가를 우연히 만났을 때도 저는 걱정하지 않습니다. 부끄럽긴 해도 거짓된 내용은 없으니까요. 저는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거짓말하지 않는 것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을 차치하고라도, 안 그래도 복잡한 머릿속에 자신이 거짓말했던 내용까지 기억해두려면 머리가 얼마나 복잡할까요? 그러니 최소한 거짓말이라도 하지 않음으로써 우리의 머릿속 공간을 조금 비워두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짓말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기억할 필요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