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0. 인간관계론: 사람을 대할 때 필요한 네 가지

따뜻하고 다정하게,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by 이도

따뜻하고 다정하게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우연히 법사회학


9장도 어느덧 마지막 이야기만 남았군요. 오늘은 제가 인간관계에 대한 가치관을 세울 수 있었던 출발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여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조금은 시간을 거슬러갈 필요가 있는데요, 지금부터는 제가 대학교 4학년 1학기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저의 대학교 4학년은 쉽지 않았는데, 무엇보다도 졸업하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3학년 이 끝날 때까지도 듣고 싶었던 강의 위주로 최소 학점 언저리 정도만 신청해 들었던 탓에 4학년 때는 계절학기를 듣지 않으면 졸업에 필요한 학점조차도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졸업은 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아무 강의라도 시간이 비어있으면 일단 신청하고 보자는 마음이 강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법과대학에서 개설한 강의도 찾아보게 된 것이었는데요, 법대의 개설 강의 중에는 마침 제 시간표에 비어있었던 월, 수요일 아침 9시에 강의가 있었습니다. 그 강의가 바로 법 사회학이었습니다.


강의계획표를 읽어보니 법 사회학 강의는 법학대학보단 인문대학이나 철학과 수업에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획서에는 칸트나 헤겔, 카프카의 저서를 읽어보고 사회 현상이나 법률문제와 연결해 생각해보는 토론 수업으로 진행된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보니 저는 대학교를 다니며 이런 수업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잘 모르는 내용이지만 왠지 느낌이 좋다는 생각에 강의를 신청했습니다.


결과는 만족, 대만족이었습니다. 이제는 수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침 9시 법대 2층에서 진행되었던 법 사회학 수업이 눈 앞에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6명밖에 신청하지 않았던 법사회학 수업시간엔 제가 상상만 했었던 대학교 강의가 펼쳐졌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강의실이었지만 한쪽 벽 전체가 유리창문이었기에 고개를 돌리면 커다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은 그날따라 더 빛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수업시간마다 교수님이 내려주시는 커피는 매번 원두가 달라져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우선 9시가 되어 6명이 모이면 저희는 우선 커피를 마셨습니다. 한 5분 정도 서로의 안부를 물어본 뒤, 교수님이 주신 프린트를 읽으며 토론 수업이 시작됩니다. 제가 기억나는 것은 카프카의 [법 앞에서]라는 짧은 단편소설인데요, 수업은 이렇게 준비된 텍스트를 읽고 난 뒤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교수님은 토론의 중간 과정에 개입하시거나 이해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선 부가적인 설명을 곁들여주셨습니다. 저는 대학교를 다니며 이런 수업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매시간이 기다려졌고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거기에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지만 왠지 마음이 잘 맞았던 덕에 강의를 들었던 6명은 지금까지도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을 다니면서 소위 '땡땡이'라는 것을 처음 해본 것도 법사회학 수업 때문이었습니다.




방과 후 인간관계론


저는 법사회학 수업이 끝나는 것이 아쉬웠고, 다른 사람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했었기에 10시 30분 수업을 포기하고 수업 시간에 했던 토론을 이어가는 날이 점점 더 늘어났습니다. 마침 안식년을 맞이해 비어있었던 모 교수님의 연구실의 저희들의 아지트가 되었습니다. 이 곳은 교수님과 법사회학 수강생의 방과 후 아지트가 되었습니다. 이 곳에서 우린 죽음, 연애, 성공, 미래, 가족 등등 온갖 주제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며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그리고 점심때가 되면 근처의 식당에서 밥을 먹은 뒤 다시 카페에 가서 또 대화를 시작합니다.


제가 인간관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는 카페에서 오갔던 무수히 많은 대화에서 얻어진 것들이 많습니다. 영화의 제목이 가게의 이름이기도 했던 이 카페는 이제 학교 근처에 남지 않았던 몇 안 되는 흡연이 허락된 카페였기에, 애연가였던 교수님과 선배들은 항상 이곳만 이용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수업이 끝난 뒤 별도로 연락하지 않아도 그 카페에 가면 선배와 교수님을 뵐 수 있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제겐 소중한 추억입니다.


저는 이 카페에서 나눴던 대화를 통해 제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선하 씨는 자꾸 다른 사람을 판단하려고 하더라"
"대화거리를 준비해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거기에 앉아만 있어도 좋으니까, 말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내려두세요"
"그거, 정말 본인 생각 맞아요? 방금 엄청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어"
"왜 자꾸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으려고 해요? 그냥 좀 하면 안 돼요?"


제가 이전에 적은 9장의 내용을 읽어보셨던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저의 인간관계에 대한 가치관은 대부분 이 당시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당시엔 이 모임에서 제가 가장 어렸기에, 저는 모임을 좋아한다는 마음에 이것저것 대화거리를 준비해 가거나, 뭔가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의 모습이 교수님과 선배들의 눈에는 부자연스럽거나 인위적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것들을 느끼더라도 있는 그대로 말해주는 경우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좋았습니다. 여기서 대화를 하고 나면 제가 항상 궁금하게 생각했던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보다 선명하게 알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나치게 솔직하신 교수님은 한 번씩 제게 "내가 이렇게 세게 이야기하는데도 자꾸 찾아오는 것은 내 말을 듣자마자 흘려버리는 건지, 정말 좋아서 오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라고 말씀하셨지만, 저는 정말 좋아서 찾아갔던 것입니다. 물론 가끔은 듣고 흘려버리기도 했지만요. 이걸 보고 교수님은 제게 "내 말이 접수가 되고 있는 거 맞아요?"라고도 하셨던 기억이 나네요.




인간관계의 네 가지

시간은 흘러 법 사회학 강의도 종강 날이 찾아왔고, 저희는 여름방학이 시작되기 전 쫑파티를 겸해서 기말고사 시험을 치른 뒤 항상 만나던 카페에 갔습니다. 시험을 치자 말자 교수님과 학생들이 함께 카페에 가는 것도 지금 생각해보니 참 신기한 경험이네요. 다들 학점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제목에 적었던 말은 이때 들었던 말이기도 합니다. 당시 법대 출신인 선배들은 취업과 로스쿨 진학에 대해 고민이 많았고, 저도 졸업이 머지않았기에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한창 하고 있었던 시기입니다. 하지만 교수님은 진로에 대해선 큰 걱정이 없어 보이셨습니다. 아마 교수님의 평소 지론인 '어떻게든 사람은 살아가기 마련이다'를 몸소 실천하신 것이 아닌가 짐작만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날 교수님은 저희의 진로보단 인간됨에 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해주셨습니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은데 누군가가 교수님께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라는 질문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을 들었던 교수님은 다른 것은 잊어버리더라도 이 네 가지는 기억해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셨던 것이죠.


"따듯하고 다정하게, 그리고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사람을 대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요. 뭘 자꾸 더 잘하려고 하지 마요"


저는 이 말을 들었던 순간부터 오늘까지도 항상 이 네 가지를 인간관계를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땐 무엇보다도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을 가지고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거짓됨이 없이 스스로가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상대방과 관계를 있어간다면, 그런 사람을 보고 나쁜 사람이라고 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어쩌다 보니 이 말을 제가 다시 누군가에게 전달하게 되었네요. 저는 이 말엔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제 글을 읽어준 분들 중에서 누군가가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신다면, 언젠가 이 말을 다시 전해주실 것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오늘 제가 이 말씀을 드린 이유도 사실 여기에 있거든요. 저는 사람을 대하는 이 네 가지 기준이 조금이라도 더 널리 알려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인간관계에서 따뜻함과 다정함, 솔직함과 자연스러움 중에서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제 생각만이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요소들이 자신에게 체득되어갈수록, 우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점점 더 좋은 사람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늘어갈 것입니다. 그러니 인간관계가 고민스럽다면 우선은 이 네 가지를 떠올려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하나씩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나가다 보면, 인간관계에 대한 자신의 고민은 어느새 사라져 버리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저도 여러분들께 그런 날이 머지않아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9장을 마치며


처음엔 '언제나 돼야 9장이 오려나'싶었는데 어느덧 9장도 마무리가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집니다. 역시 무슨 일이던 꾸준히 하기만 하면 끝은 있다는 말을 새삼스레 다시 확인하게 되는 기분도 듭니다.


만약 제가 지금까지 말했던 모든 것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러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아마 평소에도 생글생글 잘 웃으며, 말을 하기보단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주는 것을 좋아할 것입니다. 그리곤 사람의 말을 집중해서 듣고 궁금증이 생기는 부분에 대해선 질문도 하겠죠. 거짓말을 하거나 허세를 부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선 최선을 다해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항상 따뜻하고 다정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대하며 그들의 슬픔과 기쁨에 공감해주는 사람이라면, 이런 사람이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물론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간관계라는 것은 백수든 직업인이든 누구에게나 중요한 것이므로, 자신만의 인간관계에 대한 가치관을 세우시는 데 저의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이네요. 10장의 제목은 [Dear myself]입니다. 1장부터 9장과는 달리, 10장에선 현재 백수인 저의 생각을 담은 내용으로 채워보려고 합니다. 10장의 내용은 백수로 지내고 있는 이 삶을 제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지금까지 어떤 생각을 해왔고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계획해 나가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담길 것입니다. 10장에 대해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둔 것이 없어 저도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 궁금한데요, 가급적이면 솔직한 제 심정을 담아내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10장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마지막 10장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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