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Dear myself: 진작에 시작했다면

고민만 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하여

by 이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자신에게 꼭 말하고 싶다

"제발 고민 좀 그만해!"





과거를 마주하다


지금 제가 구상하고 있는 소설 중 하나는, 과거에 자신이 만났던 누군가와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만날 수 있다는 설정이 있습니다. 주인공에겐 이러한 마법과도 같은 일을 해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한테나 이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이 과거에 만났던 사람과 조우하고 싶은 사람은 주인공에게 거래의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데요, 주인공이 원하는 것은 '오랫동안 품어온 슬픔과 원망, 그리고 후회'입니다.


주인공이 하는 일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온 응어리진 슬픔과 원망을 거두어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을 만나고 난 사람들은 미래를 살아가며 더 이상 과거의 잘못된 행동과 생각 때문에 고통받지 않게 됩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과거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것은 아닙니다. 몇 가지 조건을 지켜야 하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언젠가 나오게 될 저의 소설에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가 이런 내용의 소설을 쓰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저 역시도 자신이 과거에 해왔던 행동으로 인해 후회하고 있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눈을 감고 한 가지 상상을 했습니다. 만약 과거의 자신을 만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의 거래를 통해 5년 전의 자신과 만나고 싶다는 것이 저의 바람이었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방의 문을 열고 5년 전의 제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들어옵니다.


현재의 제가 5년 전의 자신과 만날 수 있게 허락된 시간은 5분입니다. 거래에 따르면 탐욕이 섞인 내용과 미래에 대한 것은 이야기할 수 없다고 하니, 저는 자신에 대한 것만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과거의 자신이 저를 보는 표정을 보아하니 얼핏 실망한 듯한 기분이 드는데요, 저도 5년 전의 자신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으니 피차일반일 뿐입니다. 이런! 갑자기 생각이 너무 많이 떠올라 시간 가는 것을 잊어먹고 있었습니다. 이제 시간은 30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제가 가장 후회하는 것. 과거의 자신으로 하여금 딱 한 가지만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것을 골라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초조해지는데요, 과거의 자신도 이런 제 모습을 보며 무슨 말이라도 좀 해보라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만 보고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해줘야 제 삶이 바뀔지,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로 가득 차 머리가 터질 것 같습니다. 어느새 시간은 20초가 흘러 이제 10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저는 과거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발 과거의 자신이 이것 하나만은 지켜주길 바라며 온 힘을 다해 있는 힘껏 크게 소리 지르며 외쳤습니다.


"절대 고민하지 마!!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무조건 행동으로 옮겨!!! 제발 쫌!!!"

저는 이 한 문장 속에, 제가 가진 모든 고민과 걱정의 원인이 담겨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생각만


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슨 일이든 생각'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저는 이솝 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신포도 이야기 속 여우보다도 실천의지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우는 포도를 먹어 보려고 몇 번 시도라도 했으니까요. 만약 제가 여우였다면 분명 아무것도 하지 않고 '저 포도 맛있겠다'라고 생각만 했지 포도를 먹기 위한 구체적인 시도를 하는 경우는 없었을 것입니다.


저는 하고 싶은 일이 생겨도 한 번에 실천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사랑니입니다. 저는 사랑니를 뺄까 말까만 가지고 8년을 고민했습니다. 물론 고민만 했을 뿐 치과에 가서 검진을 받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결국 저는 사랑니에 충치가 생기고 나서야 발치하게 되었습니다. 제 삶에는 이런 사례가 너무나 많습니다.


요즘은 가지 못하지만 목욕을 좋아하는 저는 목욕탕에 가는 것조차도 온갖 고민을 하고 나서야 행동으로 옮기는 편입니다. 심지어 제가 좋아하는 일인데도 말입니다. 저는 '꼭 목욕탕에 가야 하나?', '지난번에 다녀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여기보다 다른 곳이 더 괜찮지 않나?'같은 생각을 하며 불필요한 고민을 반복합니다. 하지만 결국 목욕탕에 가게 되고, 따뜻한 탕에 들어가면 '역시 오길 잘했어'같은 생각을 합니다. 처음부터 아무 고민 없이 목욕탕에 왔어도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을 텐데, 괜히 시간만 잡아먹는 고민을 버릇처럼 하는 것이 저의 나쁜 습관이었습니다.


이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오만가지 불필요한 고민을 반복하는 저인데, 제 미래나 장래와 관련된 직업, 직장 등을 고르는 선택을 함에 있어선 생각만 하는 나쁜 버릇이 훨씬 심해진다는 것을 글을 읽는 분들도 충분히 짐작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머릿속으로는 거의 모든 직업과 미래를 다 그려보고 상상해봤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실천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행동하지 않더라도 시간은 흘러가니까요. 차라리 이럴 시간에 생각했던 것 하나라도 실천에 옮겨야 했습니다. 그랬다면 제 인생은 분명 훨씬 달라졌을 것입니다.




할까 말까는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금은 예전처럼 고민만 하다 아무것도 행동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나쁜 버릇인지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민은 일단 시작하고 나서 해도 아무 문제가 없으며, 충분히 준비하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시작부터 하고 고민과 준비는 그다음부터 해도 된다는 것을 마음으로 이해했습니다. 저의 이런 생각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이 표현해볼 수도 있습니다.


할까 말까는 한다

갈까 말까는 간다

살까 말까는 안 산다

먹을까 말까는 먹지 않는다


몇 년 전 인터넷에서 본 내용인데, 이 네 가지 문장은 제가 살면서 항상 잊어먹지 않으려고 늘 되새기고 있는 문장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고민이 생길 때면 항상 이 문장들을 떠올리며 고민하는 것을 그만두고 행동으로 옮기려고 노력합니다. 처음엔 쉽지 않은데, 이 또한 습관이 되고 나면 그리 힘들지는 않아지는 때가 옵니다.


이러한 판단기준은 제 삶에 많은 행운과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습니다. 가령 저는 어느 날 삼성역에서 2호선 지하철을 반대방향에서 타는 일이 있었습니다. 관악구로 가야 했는데 잠실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에 탑승했던 것이죠. 원래라면 지하철에 내려 다시 반대편 지하철을 타야 했지만, 저는 모처럼 이런 일이 생긴 김에 잠실역에서 내려 항상 가보고 싶었던 롯데월드에 혼자 가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마침 그 날은 지진으로 인해 수능시험이 연기되어 롯데월드엔 거의 사람이 없었습니다. 만약 수능시험이 연기되지 않았다면 이 날은 수능을 친 수험생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들로 가득 찼을 것입니다. 그 덕분에 저는 이날 2시간 동안 롯데월드의 모든 놀이기구를 10분도 기다리지 않고 타볼 수 있었습니다. 이때 롯데월드에선 퍼레이드도 하고 있었는데, 사람이 워낙 없어 마치 이 퍼레이드가 저 혼자만을 위한 이벤트가 열린 것 같다는 신기한 경험을 해볼 수도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월급을 두 곳에서 받고 있는데, 이 또한 제가 고민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곳에는 모두 지원해보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고용보험에 가입되어있으면 당연히 선발되지 않을 것 같던 일도, 지원자가 부족해서 제가 맡게 된 것도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처음부터 고민만 하며 안될 거라고 생각해 지원하지 않았다면, 이런 기회는 결코 제게 주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덕분에 저는 일을 한다는 경험과, 받은 월급으로 부모님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부터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절대로 고민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안되더라도 좋습니다. 하지만 안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가장 나쁜 나쁜 선택을 하는 것이라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합니다. 자꾸 반복해서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니까요. 이렇게 하다 보면 실패하는 경험도 쌓이겠지만, 그 자체로 경험이 쌓인다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상상하지도 못했던 좋은 기회가 자신의 것이 되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는 것을 꼭 한 번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문장 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오는 문장인데요, 이 문장은 제가 어떤 일을 시작하려고 할 때 고민하지 않고 도전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이 문장이 도움되셨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운명은 대담한 자들과 벗한다 ----------------------------------

따라서 나는 운명은 가변적인데 인간은 유연성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처신 방법이 운명과 조화를 이루면 성공적이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한다고 결론짓겠다. 나는 신중한 것보다 과감한 것이 더 좋다고 분명히 생각한다. 왜냐하면 운명의 신은 여신이고 만약 당신이 그 여자를 손에 넣고자 한다면, 그녀를 거칠게 다루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계산적인 사람보다 과단성 있게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매력을 느끼는 점은 명백하다. 운명은 여신이므로 그녀는 항상 젊은 사람들에게 이끌린다. 왜냐하면 젊은 사람들은 덜 신중하고, 보다 공격적이며, 그녀를 더욱 대담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강정인 옮김, [군주론] 172페이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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