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코로나 블루에게

우리는 나아질거에요.

by 맨모삼천지교

혹시 잠이 오지 않나요?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챙겨 먹어도 자꾸 체하거나 속이 불편한가요?

책을 읽어도 눈에 잘 안들어오고 내용이 머릿속에 남지 않나요?

무슨 일을 해도 집중이 잘 되지 않나요?

집에 있는 아이가 계속 징징 거리며 엄마에게 매달리나요?

이유없이 한숨이 자꾸 나오나요?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의 작은 말에 예민해지나요?


분명 나는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내 일을 하고 있고.

가급적 좋은 생각을 하고,

잘 챙겨먹고, 좋아하는 일들도 해보고...

매일 일상을 변함없이 잘 이어내려 하고 있고.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매일 매일 뉴스에서 듣고는 있지만

적어도 나와 내 가족은 괜찮은데...

괜찮게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 이런지 의아한가요.


저도 의아했어요.

제가 딱 그랬답니다.


3월의 뉴욕은 겨울이 끝나가고 있었고,

한국보다 평온해보였어요.

하지만 보이지 않게 몰아치던 바이러스에

정말이지 속수무책으로 강타당한 도시는

학교와 회사를 비롯한 모든 곳의 문을 걸어잠갔습니다.

오직 슈퍼와 약국만 문을 열고 있었죠.

집 밖의 모두가 마치 저 밑바닥으로 꺼지고 있는 것 같은 뉴스가 계속 들려오고

아무 곳도 가지 못하고

아무도 만나지 못한 채 세 식구가 집에만 머물러 있어야 했던 시간이었지만.

적어도...우리 가족이 있는 집은 따뜻하고 안전했었어요.


밖에는 구급차 소리가 끊이지 않고,

사람들이 911 테러 때 보다 더 죽어가고 있다고 해도.

그래도 안전한 집 안에서 버텨야했고,

그렇게 실내에 머물 수 있는 것에 감사했어요


모든 레스토랑과 까페는 모조리 문을 닫았기에

할 수 있는 건 유일하게 열려있던 슈퍼에서

식자재를 사다가

직접 요리하는 것 뿐이었죠.

하지만 슈퍼를 가는 것도 무서웠어요.

가장 바이러스가 살기 좋은 “저온의 실내”라는 조건에

너무나 부합하는 곳이었거든요.

한때는 온라인 오더와 배달이 잘 되는 이유로

살기 좋다 이야기하던 대도시 였지만,

아마존의 배송도 한달씩 걸리고...

식료품 배송 서비스를 하던 다른 회사들은 아예 웹사이트 접속이 안되었어요. 감당못할 수준으로 접속량이 폭주했거든요. 모든 식자재 구매 대행 서비스가 그랬어요. 그래서, 사람들의 접속이 좀 줄어들고 새로 배송 타임이 업데이트 되는 밤12시가 되면 핸드폰을 들고 마치 BTS 콘서트 티켓팅을 하듯 광클로 어떻게든 주문을 넣어보려고 애를 썼답니다.


그래도 안되는 날은,

잘 먹고 버텨야 하니 먹여야 하니

중무장을 하고 마트에서 식량을 공수했어요.

그리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요리를 하고 또 했습니다.

그렇게 하나하나 다 내 손으로 씻고, 다듬고,

양념한 음식을 삼시세끼 입속으로 넣으며

‘이렇게 매 끼니 잘 챙겨 먹은 것도 엄마밥을 졸업한 이후 처음인가...??’ 싶기도 했구요.


빵을 굽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에요.

우리집만 그런 것은 아닌지,

밀가루와 이스트가 마트에 동이났더랬습니다.

처음에는 휴지를 쟁이고 그 다음에는 다들 빵을 구웠죠. 그 다음은 뭐였냐구요? 다들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자전거는 구하기 힘든 희귀품이 되었습니다. 아, 그 다음에는 다들 캠핑을 떠났어요. 덕분에 캠핑 용품 회사의 주가들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어요.


그 즈음 도시는 조금 회복해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상황이 조금 나아진다 싶었을 떄의 미국에서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인해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시위대를 가장한 폭도들로 거리의 상점들이 다 부서지고, 불길이 치솟았어요. 밤에 나가지 말라는 시장의 통금 명령이 떨어졌죠. 그래서, 다시 우리는 집안으로 들어앉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집에 머무는 마음 한켠에는, ‘내가 집에 머무는 동안 다른 이들은 일상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만 세상에서 떨어져 나와 뒤쳐져 가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올해에 세웠던 목표들은 멀어진 채, 뭘 해낼 수 있기는 할 까...라는 자포자기의 마음도 커져갔죠. 그리고 물론, 이런 생각은 지금도 마음 한켠에 남아있어요.


그런데 말이죠.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게 부서져 내렸던

매일의 일상들이 슬펐던 3월도.

돌아보니 벌써 반년전이더군요.

지금도 우리의 삶은 정상이 아니지만,

이 모든 것이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집에서 가족과 버티던 시간을 통해

이런 사실들도 알게 되었어요.


보기에 예뻤던 의자가 잠시 앉기는 좋지만,

오래 앉아 일하기는 힘들구나.

아, 나는 이런 요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이구나.

이 재료는 이런 맛을 내기도 하는 구나.

아이는 이런 순간에 더 나를 찾는 구나.

우리 아이는 격한 집순이의 기질도 가지고 있구나.

집에서 하는 홈트레이닝으로도 몸이 달라지는구나.

밖에서 사먹는 음식이 이렇게 더 짰구나.

음식을 사서 먹었을 때, 몸이 더 거북해지는 식당들이 있구나.

긴 머리는 내가 손질 할 수 있구나.

이런 드라마를 보는 순간으로 행복해지는구나.

내 가족이지만 내가 몰랐던 이런 면도 있구나.

음악이 공간의 공기를 새롭게 바꾸기도 하는구나.

.

.

.

쉴새 없이 달리다 갑자기 내려진

모든 것에 대한 중단을 맞이하며

당황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그 멈추어버린 시간동안.

우리는 서로를 더 들여다 보고

스스로를 더 들여다 보며 살피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돌아보니 벌써 이 모든 일들의 시작이

아득하게 느껴지듯.

지금의 매일을.

그저 버티는 마음으로라도 보내는 순간들이.

째깍째깍 흐르는 시계에 더해져

언젠가는 지나갈 거에요.


그러니 우리 모두 힘내요.

다시 만나서 서로 웃으며 얼굴을 가까이 마주해도 이상하지 않을 그 날 그 기쁨이 더 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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