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위로?!.... 아니, 모두 아래로...........
2020년 9월 17일 목요일
다시 핸드폰의 what's app 메시지 창이 징징징징 울리기 시작했다.
머리를 싸맨 이모티콘들과 What the fXXK이 난무하는 메시지들이 핸드폰 가득 떠올랐다.
원래 21일로 예정되었던 등교하는 학생들(blended learning)의 개학 일정이 21일에서 29일로 또 미루어진 것. 유치부 과정부터 5학년까지는 모두 9월 29일에 개학 예정이며, 그전까지는 리모트 러닝(=100% 온라인 수업)과 동일하게 16일부터 온라인 수업 먼저 일단 시작한다는 이야기에 다들 기가 굉장히 기가 차 하는 모습이었다.

우리를 포함, 100%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학생들은 모두 이미 16일 수업을 시작해서 2일째를 맞이하고 있었지만 오프라인으로 통학 예정인 학생들의 가정에는 또?!!라는 반응이 당연했다. 특히 회사를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은 베이비 시터를 고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보육 공백을 메꾸며 간절히 16일 개학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거의 두 주가 미루어진 상황에 또 다른 방법을 준비해야 하게 된 것이었다.
주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9월 17일 기준, 전체 뉴욕시의 학부모 중 58%가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실제 학교를 등교하는 방식. 일주일에 2일 또는 3일 실제 등교하고 나머지 기간은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을 선택했다. 그 말은, 그 수만큼의 해당 학생들을 학교에 수용할 수 있는 시설과 학교 교사들을 위한 안전한 테스트 방식 등 역시도 준비되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사들의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는 방식은 제안되지 못했으며, 결정적으로 이전보다 반으로 줄어든 학급당 학생수만큼 2배 수로 절대적으로 더 필요한 교사를 충원하지 못한 결과 개학은 미루어져 버렸다.
상세 내용을 확인도 전에 공언된 약속을 한 뉴욕시와,
건강상의 안전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교사들 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협의는.
결국 많은 학부모들을 지치게, 그리고 많은 아이들을 또 한 번의 기다림 속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 이 안에서 또 누군가는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의 배울 권리는,
누가 지켜주나요??
갑작스러운 개학 연기로 '리모트 러닝'과 '블렌디드 러닝'이 9월 28일까지 학교를 안 가는 상황은 똑같아졌는데... 교육 콘텐츠에 있어서 그 차이가 확연해지는 상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리모트 러닝(100% 온라인) = 월화수목금. 계속 같은 선생님
100% 온라인 수업을 신청한 아이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쭉 같은 선생님으로부터 온라인 교육을 받으며, 이 선생님들은 현재 아이들이 소속되어 있던 해당 학교에 부임한 교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블렌디드 러닝(일주일에 며칠은 학교 출석 + 온라인 수업) = 학교를 가는 날과 안 가는 날, 각기 다른 선생님.
하지만, '블렌디드 러닝'으로 학교에 2~3일 정도 출석하는 아이들의 경우 이야기가 좀 달라졌다.
학교에 가는 날은, 원래 소속 학교의 담임선생님의 교육을 받는다. (코로나 이전과 동일). 그러나,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은 각 학교의 재정 상황에 따라 아이의 소속 학교의 교사일 수도, 전혀 상관없는 다른 학교의 교사이기도 한 것. 즉, 실제 학교를 출석하기로 결정한 아이들은 '얼굴을 보는 선생님 한 명+ 온라인으로만 만나는 선생님 한 명= 2명의 담임'을 1년 내내 만나게 되었다.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면서 1개 반을 1/2 또는 1/3... 많게는 1/4로까지 쪼개야 하다 보니, 실제 등교하지 않는 날에 필요한 교육을 진행할 교사가 충분하지 않은 학교들이 많아진 것이 이와 같은 상황의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평소에도 채용하고 있던 교사의 숫자가 넉넉하지 않았던 학교의 경우 뉴욕 교육청에서 지정한 타 지역의 교사들을 활용하여 등교하지 않는 날의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도록 교육 공백을 채우는 방식이 된 것.
현재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1/2로 학급을 나누어 학교 3일, 온라인으로 집에서 수업 2일을 하는 형태를 많은 아이들이 선택하고 있는 상황. 하지만, 조사를 하다 보니 기존 학생수가 많아 반이 거의 1/4로 나뉜 학교의 아이들은 실제 등교는 일주일에 1번, 나머지 4일은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받는 상황이 생겨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 이 아이들은 모두...
충분한 양과 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뉴욕의 많은 공립학교들 중, 학업 성취율이 높은 학교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PTA라는 학부모-교사 협의회를 통해 추가적인 예산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교사를 채용하고 교육 기자재를 충원하는 방식으로 학업 수준을 끌어올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학부모들의 기부금이 공립학교의 정해진 경계를 넘어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이 가능하도록 지원해 왔던 셈인 것. 그래서, 공립 학군이 좋다고 소문난 지역의 집값은 세계 어느 곳과 다르지 않게 상대적으로 높은 주거비를 내고도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들고, 또 그렇게 그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은 학교에도 기부를 많이 하여 지속적으로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뉴욕에서는 바로 이런 지역의 거주자들 역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늪에 빠져버렸다.
비싼 주거비를 내고, 좋은 교육을 받으리라 기대한 소속 공립학교가 주관하는 교육은 1/2 또는 1/3만 받고 나머지 기간은, 지금 학교와 전혀 상관없는 교사의 지도를 받게 된 상황이 된 것.
이와 같은 케이스를 경험 중인 친한 친구 가족을 통해 그 내용을 자세히 들어보았다.
학교를 등교하지 않는 날(Distance learning)은,
지금 집으로부터 약 2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뉴욕시 내의 타 지역 학교의 교사가 담임으로 지정되었어. 그런데, 업데이트된 수업 콘텐츠의 내용이 너무 형편없어.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단 5분 만에 끝내고 하루 종일 놀만한 그런 수준? 되려 그 콘텐츠 그대로 지금 우리 둘째(이제 4살)에게 시켜야겠다 싶을 정도야....
초등학교 1학년에게 숫자 20부터 1까지 세어보라는 게... 맞아???
중간에 진행되는 1회~2회의 라이브로 진행되는 교육 내용 역시 기대 이하라서 같은 반 아이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게다가 수시로 바뀌고 업데이트되는 미팅 링크 때문에
수업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도 속출하는 중이고. (한숨)
그녀가 보여준 채팅창 속에는, 정말 이 내용이 최선인가에 대한 의문들과 학교 측에 건의해서 조정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어찌 보면 적어도 공교육에 있어서는 거주 지역에 상관없는 교육의 평준화가 일부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재원이 충분한 학교의 경우 학교 내 교사들로 온&오프라인 모든 수업을 커버하고 있고, 결국 이와 같이 타 지역의 교사를 배정받는 경우는 기존에도 재원이 충분치 않았거나 코로나로 인해 교외로 이사 나가는 아이들로 학생수가 줄어들어 정부 보조가 줄어든 학교들일 수밖에 없는 것.
그러니, 결국 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뉴욕시 공교육의 상황은,
'평준화'라기보다는 '평준 하향화'라는 말이 더 맞을 듯하다.
더불어 학부모들이 시청 가능한 교육의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뉴욕시 공립학교 소속의 교사들의 수업 능력은 아주 적나라하게 공개되고 있는 중이다. 모두가 혼란스럽기만 해서, 수업을 하기만 해도 감지덕지였던 봄과는 다들 기대도, 반응도 다른 올 가을.
과연 내년 6월 이번 학년이 끝날 때,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게 될까.
행복했고, 많이 배웠고, 즐거웠다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정말 잘 모르겠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