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병과 안도의 중간 어디즈음
2020년 9월 8일
개학 연기에 혼이 빠져 읽지도 못하고 묵혀둔,
친구가 보내주었던 기사가 하나 퍼뜩 떠올랐다.
기사의 내용인 즉.
8월 26일, 뉴욕시에서 각 학교의 환기 시스템을 체크하는 방식이 심히 "야매"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이 공개되었단다. 실내 바이러스 확산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환풍기의 정상 가동 여부에 대해서 나무 막대기에 휴지를 환풍기 앞에 붙여서 가져다 대고 흔들리는지 보는 정도로 확인하고 끝냈다는 사실이 그것!
최첨단 공기청정 기술이 넘쳐나는 21세기에, 그 감지 기술을 활용... 하리라는 나의 예상과 전혀 거리가 먼... 곰이 마늘 먹고 사람이 되었다는 시대에나 통했을 법한 방식으로 진행된 환기시설 확인 현장 사진은 정말 파안대소를 불러왔다. 막대기에 휴지를 붙이고, 환풍구에 가져다 대는 사진이라니.
시각적으로 바람이 불어 나오는 것과 바람이 나가는 방향 정도는 측정할 수 있겠지만, 과연 안 좋은 공기를 빨아들이고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여 밀폐된 실내의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느냐의 여부는 완전 다른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러니, 이 간단한 테스트만으로 "음! 좋아! 환기가 잘 되는군!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해!"라고 평가해버리는 뉴욕시의 행정처리에 다들 분노하는 것이 당연해 보였다.
특히, 이 곳에서 긴 시간을 수많은 아이들에 둘러싸여 지내야 하는 교사들의 걱정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겠다. 이와 더불어, 등교하는 학생들에 대해서 일제히 체온을 재는 것도 아니고 랜덤 체크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프로토콜에, 도대체 '랜덤'으로 할 것이면 왜 하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 야매 검사 같은 결과도 통과를 못한 뉴욕시 내의 21개 학교들은 아예 당분간 학교를 열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단다.
"세상에.. 우리 학교는 없어 천만다행이야.
우리는 예정대로 개학하겠어!"
그간 아이를 못 다닐 환경에 보낸 것은 아니라 다행이고,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되었다며 기뻐하는 같은 학교 엄마들의 메시지를 보며 의아했다.
' 이런 테스트라도 통과한 것을 기뻐해야 하려나?
난 더 불안한데....과연 통과했다고 볼 수 있는건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결국 이 모든 상황이 열무김치처럼 박박 버무려진 결과 예정대로라면 내일(9월 9일) 시작했을 학교는 지금도 열심히 개학 준비 중이란다.
16일 시작을 기다리며,
과연 한 주 후면 끝나는 것이 맞을까.
또 더 놀라운 뉴스는 이제 더 없는 것일까.
2020년 9월 16일 수요일
아이의 첫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반 배정이 난 뒤 12명으로 구성된 우리 학교의 Remote learning(리모트 러닝: 학교 등교하지 않고 100% 온라인 수업 신청자들에게 제공되는 수업) 같은 반 아이들의 이름을 쭉 살펴보니... 뉴욕시의 학생 중, 아시안들만 과반수가 넘게 온라인 러닝을 신청했다는 기사와 일치하게 Park와 Kim과 Lin, Ng 등 한눈에 보아도 미국이나 유럽계의 성은 아닌 아이들의 이름이 꽤 보였다.
'얘는 한국인 같고... 얘는 중국계인가, 이 아이도 미국이나 유럽 쪽 성은 아닌데...'
실제 반 미팅이 시작되면 더 자세히 알 수 있겠지만, 기사 속에 드러난 인종에 따라 다른 온라인 교육 신청 비율은 그렇게 아이들의 이름 속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새학년 첫 수업은,
다정해 보이는 선생님과 각 가정별로 10분~15분 정도의 미팅 시간을 가지는 것으로 첫 미팅이 시작되었는데, 수업이라기보다는... 오리엔테이션에 가까운 그런 시간이었다.
미리 개학 하루전인 15일 오전에 담임 선생님이 구글 서베이로 보내주신 링크에 들어가, 아이의 특이 사항이나 교사가 참고할 부분을 작성하여 보내 두었고 선생님은 이것을 미리 보시고 각 가정과 1대 1 면담을 진행하는 형태. 만나본 적도 없는 선생님을, 대면도 아니고 온라인으로 처음 만나는 상황이라 간단한 서베이 양식에 홀로 논문을 쓰는 마음으로 아이에 대한 정보를 상세히 적어서 보내 두었었다. 이런 성향이고, 이런 부분을 좋아하고, 작년에 이런 평가를 선생님으로부터 받았으며... 우리는 이런 이유로 100% 온라인 러닝을 신청했으며... 등등등. '남편에게 쓰는 편지를 이렇게 수시간 공들여 썼으면 더 사랑받으려나?' 같은 쓸데없는 생각도 잠시 하며 적어 내려 간 편지는 구글 서베이 폼을 타고 선생님께 날아갔다.
아이가 가장 생기 있고 발랄한 오후 3시로 미리 예약한 미팅 시간에 남편과 아이, 나 이렇게 셋이 떨리는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화면 속에 등장한 선생님은 미리 전체 학급 보낸 공지 메일 속의 자기소개로 엿보였던 것처럼 발랄하고 아이에 대한 눈길이 따뜻한 분이었다. 아이들 눈에 좋은 어른과 나쁜 어른은 금세 보인다더니,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는 경계를 풀고 금세 웃기 시작했다.
아.. 다행이다.
이미 4개월을 온라인으로만 수업받긴 했지만, 이전 학년의 경우 한창 선생님과 친구들이 친해진 시점에 온라인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었다. 즉, 선생님과의 감정적인 연대가 있는 상황을 바탕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아이가 확 바뀐 상황에도 그래도 좀 부드럽게 적응해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던 것.
그랬기에, 새 학년을 새로운 선생님과 온라인으로 처음 만난다는 부분에 분명 심정적인 압박이 존재했다. 그런데, 만나기 전부터 느껴졌던 담임 선생님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선생님의 말투가 그 걱정을 프라이팬의 버터가 녹듯, 살살 녹여주었던 것. 그리고, 학기 시작 전 공지된 전체 메일에 써져 있던 이 새로운 담임 선생님의 말이 진심으로 마음에 내려앉았다.
" Please tell your children that I can’t wait to meet them and learn more about them!
We are going to have a really fun year together!"
(아이들에게 제가 아이들을 만나는 것을 정말 고대하고 있고, 아이들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 한다고 꼭 이야기해주세요. 앞으로 정말 즐거운 한 해를 보낼 예정이랍니다!)
이후 공지된 메일을 통해, 수업 이틀째인 목요일 17일에는 오후 1시 전체 반 아이들이 모여서 선생님과 함께 수업을 진행하고, 3일째인 금요일에는 오전 9시 30분부터 진행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공지받았다.
그리고, 개학 2주차 부터는 오전 8시 45분부터 약 30~40분 미팅, 그리고 10시 20분에 스페셜 과목들(음악, 체육, 댄스, 아트 등), 그리고 1시에 또 약 30~40분간의 미팅. 아이들의 전체적인 미팅.
각 학년에 맞는 NYC DOE(뉴욕 교육청)의 지침에 맞게 앞으로 점차 온라인 라이브 수업 시간은 다음과 같이 늘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개학 첫 달 9월 : 하루에 75-85 분
10월 : 하루에 80-90분
11월~12월 : 하루에 90-100분
지난 학년과 다르다면...
하루에 여러 번의 미팅이 진행된다는 점 정도로 보이는데 과연 한 학년 큰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이 온라인 수업이 채워줄 수 있을까?
그리고 미팅이 하루에 여러번 시간차를 두고 진행되는 이유는...아이들의 방임과 학대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일까?
알아봐야겠다.
참고 기사
https://ny.chalkbeat.org/2020/8/26/21403495/tissue-paper-test-ventilation-nyc-schools
https://ny.chalkbeat.org/2020/8/26/21403495/tissue-paper-test-ventilation-nyc-schools
https://nypost.com/2020/09/17/de-blasio-to-delay-in-person-learning-for-grades-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