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도 돌아오기 무서워 하는 학교라니..
2020년 9월 1일
아침에 아이와 함께 어제 개봉한 롤러블레이드를 즐겨볼 겸, 아침에 한바퀴 돌고 들어오니 오전 11시즈음이었다. 좋은 공기속에 아이와 함께 한바퀴 돌고 오니 어찌나 상쾌하던지.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인가 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기에 메세지 함이 징징 울리기 시작했다.
"Delayed opening!!!"
음...? 이건 무슨 소리지...?하는데 전화기가 울렸다.
굿 모닝을 이야기하기도 전에 울리는 다급한 목소리.
"뉴스 봤어?"
"엉..? 뉴스? 아니? 못봤는데?? 무슨일이야??"
“개학연기...”
“What...????”
그리고 나서 학부모 단체 채팅 창을 확인하니, 다들 속보로 올라온 뉴스를 타전하고 있었다.
세상에 만상에.
학교 개학을 학교측 공지도 아니고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으로 마주하게 될 줄이야.

어이가 없어서 찾아보기 시작한 기사들을 읽어내려가다 보니...
이런 사상 초유의 사태를 뉴욕시 공립학교가 마주하게 된 데에는 너무나 복합적인 사회적 이유들이 수도 없이 자리하고 있다.
도시가 망할판이야!
경제는 살려야 해...!!
그러니 학교를 열자!
이미 수개월째 학교를 닫고, 직장도 닫은(아이들이 학교에 못가면 양육자들도 일하러 갈 수 없다는 것이 미국의 기본적인 대전제. 그러고 보니, 한편으로 아이의 양육과 부모의 회사는 아예 따로 노는 한국의 부모들은 어찌 버티고 있나 궁금해진다.) 뉴욕의 비지니스와 재정은 심각한 상황에 몰리고 있다.
최근 45년내 최악의 재정 위기 상황에, 20퍼센트가 넘는 실업율...그리고, 사라진 관광객들과 교외로 떠나는 뉴요커들로 인해 사라지고 있는 작은 비지니스들. 특히, 레스토랑의 경우 일부 기간은 완전히 닫아야 했고, 영업 재개가 가능해지고 나서도 테이크 아웃으로만 가능했던 시기에, 렌트비나 이미 있던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망해버린 곳들이 눈에 띄게 생겨났다.
그러니, 뉴욕시는 이제 이러나 저러나, 비지니스를 위한 시설들을 열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 그리고, 이런 사업들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이곳으로 출근하는 사람들이 아이를 맡길 ‘학교’를 오픈해야만 한다. 이것이 일단 모든 상황을 뒤로하고 학교를 열겠다는 뉴욕시의 기조인데....교사들도 같은 생각일까?
아니기에 지금 우리는 이런 상황을 마주했다.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 무서운 교사들
뉴욕시의 공립학교는, 미국 최대의 학교 시스템으로 총 1천 1백만명의 학생들을 1,800개의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10명중 1명이 홈리스 아동으로 추산된단다. 무려 11만 4천명의 학생들이 홈리스라니... 작년 아이의 학급이 총 20명이 좀 넘었었는데, 그 중 2명이 집이 없는 아이라 생각하며 그 수치가 얼마만큼인지 훅 와닿았다.
문제는 이런 빈곤층 아이들이 상당수 다니고 있는 학교가 있는 지역은, 당연히 정부 보조를 제외하고는 추가적인 펀딩을 (학부모들로부터 ) 받기가 어렵고...학교는 투자를 받지 못하니 추가적인 보조 교사를 채용할 수도, 각종 기자재를 보완하기도 어려워져 학업 성취도는 계속 떨어지고 해당 지역은 계속 슬럼화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럼 뉴욕의 공립학교들의 시설은 어떨까?
한국에서 학교라 하면..구글에 "초등학교"를 검색하니 나오는 이미지들에서 보이듯 네모 반듯한 건물에, 교실마다 창이 있는 그런 곳을 보통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뉴욕의 학교를 검색하면 이런 이미지가 뜬다.
외형적으로 그냥 딱! 봐도! 오래되어 보이지...않는가.
부촌에 위치한 공립이라 할지라도 워낙 오래된 도시에 있는 건물들인지라...한국과 같은 밝은 채광과 환기가능한 구조를 모두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
꽤 많은 건물들이 지어진지 오래되어 환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거나, 교실임에도 불구하고 창문이 없어 환기 자체가 불가능한 공간들도 많단다. 그럼, 바이러스를 깨끗이 소독할 수 있는 약품이나, 교사들이 본인들을 지킬 수 있는 보호 장비는 제대로 지급이 되느냐? 라고 했을 때 이 부분 역시 확답을 얻기 어려운 상황. 그러니, 바이러스가 공포인 이 시기에...환기도, 청결도 보장받을 수 없는 교사들에게 어른보다 활동력이 배는 되는 아이들을 수십~수백명 마주해야 하는 학교로 무조건 돌아가라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온라인도 오프라인도 동시에 가르치라고?
미션 임파서블....
뉴욕시의 리모트 러닝(100% 온라인 수업) 신청자의 인종을 분석해보니 미국 내에서 마이너리티로 분류되는 인종으로 갈 수록 온라인 수업 신청율이 증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56%의 아시안들이 학교를 가지 않는 편을 택했고, 그 다음이 흑인 37%, 히스패닉 36%...그리고 백인은 27%로 아시안의 거의 절반 수준. (9월 11일 기준업데이트)
하긴, 어디가 아프더라도 믿을 구석 - 돈, 의사의 인맥...도와줄 가족들-이 있는 사람들(인종)이라면, 질병에도 조금 덤덤하게 맞설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 중 어느하나도 없는 사람들에게 질병이란 단번에 삶의 수준을 바닥으로 끌어내리는 덫이 되기도 한다. 그러기에, 이 대륙에서 마이너리티로 느껴지는 인종일 수록 더 보수적인 선택을 하리라. 우리만 해도, 이 땅에 가족이라고는 달랑 셋인데. 셋 중 하나가 아프면 나머지 둘의 생활 역시 무너져버리기에 최대한 조심스러운 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더랬다.
그래서 우리와 같이 온라인 러닝을 신청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랬든 저랬든 학교는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또는 보내야만 하는 사정이 있는) 가정들도 있는 상황. 거기에, 실내 수용 인원을 반으로 조정하기 위해서 학급을 둘로 나누어 2부제로 수업을 진행하게 되니 이 특수한 상황에 필요한 교사의 숫자는 거의 세배로 늘어나버렸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와,
학교 등교하지 않는 날의 아이들을 가르칠 또 다른 교사.
온라인 수업을 신청한 아이들의 전담 교사까지
학교로 돌아오고 싶어하지 않는 교사들의 수는 늘어나는데,
학교에는 교사가 이전보다 배로 필요한 아이러니라니.
결국, 협의가 되지 않은 뉴욕시 측과 교사 협의회 측의 논의 결과...
학부모들은 하루아침에 9월 첫날, 개학이 기존의 9월 9일에서 9월 21일로 또 늦어진다는 소식을 받아들게 되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온라인 교육 신청자는 9월 16일부터, 학교 등교를 원하는 아이들만 21일 시작이란다.
과연.
우리딸.
(비록 온라인일 지언정)
2020년 새학년을 ,
1학년을 시작하게 되긴 할까.
참고 기사.
https://en.wikipedia.org/wiki/New_York_City_Department_of_Education
https://www.wsj.com/articles/new-york-city-faces-toughest-fiscal-crisis-since-the-1970s-11598205600
https://gothamist.com/news/how-can-nyc-escape-its-worst-economic-crisis-decades
https://gothamist.com/news/nyc-public-schools-reopening-plan-heres-what-we-know-so-f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