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방을 메고 가는 뒷모습을 보고 싶었단다

너의 첫 학교생활이 이렇게 될 줄은. 엄마도 몰랐단다.

by 맨모삼천지교


2020년 8월 25일


결국 최종 결정을 내렸다.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온라인으로 아예 학기를 시작하거나, 시작했다가 확진자가 많이 생겨나서 학교를 닫은 다른 주의 사례를 참고하여 현재 조정 중인 뉴욕시에서 공립학교 학부모들에게 크게 2가지 옵션을 주고 선택할 수 있게 하였다.


첫 번째는. 100% 온라인 러닝으로 진행하는 것(100% remote learning).

한번 온라인 러닝을 신청할 경우, 3개월 간은 해당 방식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즉, 9월에 신청하면 11월까지는 학교에 통학하는 방식으로는 조정 불가.

두 번째는, 직접 학교에 등교하는 것(In person).

정해진 공간 당 인원을 반 이하로 조정해야 해서 기존 학급을 1/2 또는 1/3로 나누고, 아이들의 등교 일정도 일주일에 2~3회 아니면 1~2회로 조정된다. 하지만, 오프라인으로 직접 등교하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100% 온라인 러닝으로 전환할 경우는 익일부터라도 바로 가능하다.


모든 학교가 일시에 문을 닫았던 지난 3월과 달리, 부모의 선택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학비가 일 년에 7천만 원 이상하는 사립학교들은 이미 각 학교별로 특단의 강구책을 내놓았다. Collegiate 학교에서는 아이들 책상 별로 맞춤 제작된 플렉시글라스로 실드를 장착하고 수업마다 이 책상을 가지고 이동하도록 할 예정이란다. Browning 학교의 경우, 온라인으로 수업하겠다고 선택한 가정의 학생들을 위해 클래스 내 수업이 실시간을 중계되는 시설을 갖추었다 하고... HORACE MANN 학교의 경우 안티 박테리아 필름을 책상과 문고리, 핸드레일에 모두 부착하여 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할 예정이란다. 모든 수업이 라이브로 중계되는 것은 물론 당연지사. 더불어, 학교 측에서 각 가정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테스트를 미리 받고 그 결과지를 학교 측에 제출한 뒤 등교해 줄 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즉, 등교를 어떤 식으로 하더라도 안전할 수 있도록 갖은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은 물론... 천문학적인 학비에 걸맞게 아이들의 학업 내용에 공백이 없도록 각 조치를 강구중이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는 공립.

작년에 유치부 과정부터 공립으로 진학할 것을 예상하고, 뉴욕시 내에서 평점이 높은 공립 존을 찾아 이사 온 것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도 과연 이 학교들이 안전한 조치를 마련해 줄 수 있을까. 교육 수준을 떠나.. 안전의 수준은 같은 공립 간에도 달라지는가? 답을 내릴 수 없는 질문들이 내 머릿속에 날이 갈수록 가득해졌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결국 우리 가정이 선택 가능한 옵션은 변치 않고 두 가지.

보내며 건강에 대한 위험을 감수하고 사회성을 키우는 것을 택하던지, 보내지 않고 안전하되... 아이의 사회성 발달은 좀 더 후를 기약하는 것.


그 선택 앞에서 정말 무수히 많은 고민을 했다.

외동아이로 자라, 집에서 함께 놀 또래가 없는 아이에게 얼마나 더 친구의 자리를 대신해 주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과연 온라인 러닝을 선택하는 것이 맞을까? 그래도 날이 따뜻한 동안에라도.. 단 한 달이라도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줘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아무리 마스크 쓰라고 해도 운동장에서 신나게 놀다 보면 숨 막힌다고 마스크를 벗겠다고 하면 어쩌지? 그리고, 마스크를 안 쓰는 다른 친구들과는... 어떻게 지내야 한다고 이야기해줘야 하지...? 과연 공립학교에서. 이 만 일곱 살 전의 꼬마들이... 서로가 서로의 바이러스를 가져가지 않도록 잘 관리해줄까...? 아이가 학교에 안 간다면, 그럼 어떤 식으로 아이가 친구들과 정서적인 교류를 쌓게 해 주지..? 그리고 아이가 계속 집에 있는다는 이야기는. 나는 일을 하기 어렵다는 말. 그럼... 내 일은 어떻게 해야 하지...? 그래도 아이나 가족 중 누군가 진짜 재수 없게도 '유증상'으로 이 바이러스에 맞서야 하거나, 뉴욕 시에서 보고된 수많은 아이들의 '염증 다발성' 증상이라도 생기거나... 어른인 나와 남편 둘 중 하나가 아픈 상황이 생긴다면...?


그 와중에 날아든 친구의 메시지 속 기사 한 줄이 눈길을 끌었다.

Nearly half of NYC’s Asian families opt for fully virtual learning, new figures show

뉴욕시에서도 아시안들만... 거의 반수가 온라인 스쿨을 신청한다고? 그렇다면 나머지는???

찬찬히 기사를 읽어보니, 뉴욕시에 거주하는 아시안의 47%가 100% 온라인 러닝을 신청했고 이는 뉴욕 시 전체의 신청 결과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는 다른 인종 대비 압도적인 수치였다. 흑인 중 27%가, 히스패닉의 27%가, 그리고 백인 중 23%가 온라인 수업을 신청한 것에 대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 물론, 아직 많은 학부모들이 최종 선택을 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꽤 높은 수치. 그 이유야 아무도 모르겠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인종 대비 이 미국 대륙에서 '외부인'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아시안들에게, 그 가족 중 누구 하나라도 아픈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생기는 비극을 감당하지 않기 위한 조심이 아닐까. 우리가 그렇듯 말이다.


결국 우리는 어떤 결정이든,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결정이 늦어질수록 이 모든 확정되지 않은 계획 속에 더 혼란스러운 건 아이일 테니... 그래서 결국 우리는 긴 밤 끝에 결국 학교를 보내지 않기로 결정을 하고 뉴욕시 교육청 사이트에 신청서 입력을 마쳤다.


이로써, 아이는 100% 리모트 러닝(온라인 수업)으로 학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번 학년이 모두 온라인 수업으로 마무리될 수도 있어 보여서 더 슬프지만, 이 모든 결정이 너를 위한 & 그리고 우리를 위한 최선이었기를.






2020년 8월 27일


아침에 아이에게, 가을에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서 클래스를 할 예정이라 이야기해주었더니 그냥 엄마랑 있어서 좋다고 할 줄 알았던 아이가 이런 말을 했다.

"나........ 학교 가고 싶은데. 친구랑 놀고 싶은데."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사람이 그립구나. 친구들이 그립구나...

아이에게 지금 상황이 어떻고, 가정마다 내리는 결정이 다르고... 등등 설명을 쭉 해주었더니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정말 이 복잡한 다이내믹스를 다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엄마 아빠의 마음은 전달이 되지 않았을까. 하지만, 집에서 학기를 시작한다고 해서 아이에게 새 학기를 시작하는 설렘까지 빼앗아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오후에 아이를 데리고 근처 문구점에 다녀왔다. 가서 보니, Back to school 프로모션을 엄청나게 하는 중이라 학교 용품에 관련된 섹션은 아예 디스플레이 색상이 눈에 확! 띄는 노란색으로 변신해있었다. 가기 전, 아이에게 학교 생활에 꼭 필요할 것 같은 리스트들을 고민해 보라고 했더니 이런 답을 내놓았었다.


Playdough, Notebook, New Bag, Pencil, Sharpner, Sticker, Folder, Pencil case...

하나씩 내놓는 필요한 준비물들.

아무 일 없었다면 학교에서 이런 준비물들을 꺼내놓고 시작되었을 너의 1학년이라 더 아쉬운 너의 Must have lists.

어린 시절의 일들은 대부분 드문드문 단편처럼 기억 속에 남아 있지만. 그중 단연 선명한 기억중 하나는 초등학교를 입학하던 날이었다. 왜 손수선을 가슴에 꼭 달라고 했는지는 지금도 사뭇 의문이지만... (아마도 코 닦으라고...?) , 분명 크게 쓴 이름표 아래 손수건을 잘 접어서 옷핀으로 함께 꿰어 가슴에 달고 입학식에 참여했었다.

책가방을 메고 운동장에 앞으로 나란히 팔을 들어 간격을 맞추고, 딱 팔 길이만큼 앞 뒤 친구와 떨어져 줄줄이 선 아이들 사이에서 미묘하게 떨리던 기분. 앞에 있는 '선생님'이라는 분을 쳐다보며, 한쪽 눈으로는 운동장을 둘러싼 부모들 중 엄마의 얼굴을 찾아서 두리번거리던 기억. 그 뒤 교실에 들어가서 무엇을 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아도 분명 입학시의 그 날을 기억한다. 그 날 운동장에서 처음 "초등학생"이 되던 날의 날씨와 공기, 그리고 그 날 그 인파 속에서 날 바라보며 동생 손을 잡고 웃던 엄마의 표정까지.


아마도... 이제 정말 '엄마' 손을 떠나 어디에선가 '나'의 생활을 시작한다는 그 떨림 때문에 그 날이 특별하게 남아 있으리라.


그래서, 그런 기회를 아이에게 박탈해 버린 것 같은 아쉬움과, 그럴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과... 이 모든 상황을 만든 어른으로의 죄책감이 마음을 흔든다. 그래서 신나게 장바구니를 끌고 돌아다니며 리스트들 속의 제품들을 하나씩 채워 넣는 아이를 보면서도 자꾸 자꾸 눈물이 났나 보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눈물 때문에 못생겨진 얼굴이 드러나지 않아 다행인 저녁이 지났다.




참고 기사


https://ny.chalkbeat.org/2020/8/17/21372764/remote-learning-race-nyc


https://www.crainsnewyork.com/education/how-new-yorks-50000-year-elite-private-schools-are-reope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