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쿨링을 신청했다.

학교를 떠나는 선택을 하게 되기까지.

by 맨모삼천지교

[홈스쿨링]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고 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이미지는 이랬다.

악. 동. 뮤. 지. 션.

출처 : https://www.smlounge.co.kr/woman/article/12402

이 생뚱맞은 의식의 흐름을 설명해 보자면...


꽤 오래전, 어느 경연 프로그램에서 등장한 신기하고 재미있는 노래를 하는 이 남매에 대해서, [몽골]에서 [홈스쿨링]을 했다는 점이 그 노래만큼이나 기억에 남았던 것. 당시, 이들이 보여주는 창의력과 재능의 이유가 홈스쿨링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하지만, 아주 막연하게만 가지고 있는 이런 이미지로 판단을 하기에는 너무나 리스크가 컸다. 그리고, 실제 미국에서도 홈스쿨링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를 물었을 때, 상당히 이상한(?) 경우가 많은 것 역시 주저되었던 이유 중 하나.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코로나로 인한 학교를 포함한 공공기관과 회사의 폐쇄 속에서 달라지고 있는 “홈스쿨링”에 대한 면면을 살펴보기 위해 일단 뉴욕 교육청 웹사이트 내의 공지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미 집에서 온라인으로 스쿨링을 하고 있는데...
이것과 홈 스쿨링이 큰 차이일까?


가장 명확하고 큰 차이는,

학교의 소속이냐, 아니냐.

그리고, 교육의 주체가, 학교의 선생님이냐 VS 가정 내 부모인가.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용 출처:NYC DOE


1. 생각보다 너무나 간소하여
정말 깜짝 놀라겠는 신청방법

이메일 한통으로 끝!

아이의 이름, 거주지 주소, 생년월일, 부모의 이름과 전화번호

이 간단한 다섯 가지 정보를 메일 내용에 적고 홈스쿨링 접수처 메일로 보내면 완료. (이미 오피스도 코로나로 지난 3월부터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라 이메일 말고는 다른 접수 방식도 아예 없었다.) 접수되었다는 Auto-reply(자동회신) 메일이 오면 끝.


전년까지 다니던 학교의 학적 서류 제출 등.... 당연히 뭔가 엄청 내야 할 것 같았는데! 일체의 서류 없이 이메일 한통으로 끝난다니, 이해가 안 갈 정도로 너무 간단했다. 심지어 그 이메일은 홈스쿨링을 먼저 시작한 이후 1달 이내 제출해도 무방하단다.


2. 마찬가지로 간소화된 학력 평가 방식.

그러나, 간단한 신청 방법 이후 약 한 달 이내에 “연간 학습 계획표”를 제출해야 한다는 것을 보고 약간 겁을 먹었다.

그런데 막상 파일을 열어보니...

생각보다 매우 간단한 것이 아닌가.


말 그대로, 각 과목별로 '누가' '어떻게' '무엇을 가지고 가르칠 것인지에 대한 개요를 제출하는 것이었다. 1학년~6학년의 경우 정해진 과목들에 대해서 커버해야 하는데, 실제 이와 같은 홈스쿨링 플랜을 위한 연간 플랜까지 제공하는 회사들이나 웹사이트를 엄청나게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필수 이수 교과목 -arithmetic, reading, spelling, writing, the English language, geography, United States history, science, health education, music, visual arts, physical education, bilingual education and/or English as a second language where the need is indicated.)


뉴욕의 홈스쿨링 플랜 제출용 서류 : 친절하게. 한국어로도 양식이 올라와 있다.


아이들의 연간 학습 플랜이 교육청에서 통과되었다고 피드백이 오면, 그다음은 일 년에 4번 분기별 리포트와 연말 평가 서류제출이 전부였다. 출결 자료를 내거나, 어떤 수업을 했다는 기록을 교육청에서 증빙자료로 요구할 경우 제출할 수 있도록 준비해둘 필요는 있었지만, 실제 이는 아이가 방임되거나 해당 연령에 받아야 하는 교육을 못 받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가 더 커 보였다.


3. 아직 저학년(1학년)이라는 아이의 나이

아마, 우리 아이가 고등학생이라면... 여러모로, 미국에서도 중요한 대학 입시를 앞두고 그에 걸맞은 교육 내용을 부모인 내가 제공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불안과 염려가 클 것 같았다. 실제, 홈스쿨링을 한 기간에 대한 학력 인정 방식을 보아도, 홈스쿨링 학년이 끝나기 전에 한국의 검정고시와 같은 몇 가지 종류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겨우 1학년을 시작하는 우리 아이의 연령에 대한 가이드는, 연말에 뉴욕시에서 인정하는 교사자격증을 가진 누군가에게 아이의 학력 수준을 인정한다는 일종의 구술평가결과서 정도로 완료가 가능했다.

그러니... 1년 정도는 모험 아닌 모험을 해보아도 크게 무리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하는 아직은 어린아이의 나이가 홈스쿨링에 대한 고민을 좀 더 가볍게 해 주었다.


3. 내가 가르칠 수 없는 과목들 (영어, 미국 역사)등을 담당해줄 수 있는 선생님을 구할 수 있다는 점.

실제, 직접 출근을 강요하는 학교들로부터 나온 교사들, 운영이 불가능해진 학원시설들로부터 나와 일자리를 구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낮아진 공립학교들의 교육 수준에 대한 영향으로, 뉴욕 시 내 많은 부모들이 일종의 그룹과외와 같은 형태로 아이들의 교육을 보조하고 있었다. 이 선생들 중 많은 수가 뉴욕시의 인증을 받은 교사들로, 이를 통한다면 연말에 아이의 학력을 인증 레터를 받는 것도 가능했다.


4. 가정 상황에 맞는 자율적인 일정과 확장되는 경험의 공간

사실, 이 부분이... 나의 일과 아이의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 가능지였다.

학교의 정해진 부모의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한 리모트 러닝(전일제 온라인 수업)과 달리, 내가 일정을 조정하여 아이 스케줄을 짜는 것이 가능했다.


또한, 아이와 함께 하는 모든 공간과 시간이 스쿨링의 연장선에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하이킹이나, 가족 여행과 같은 것들도 그 안의 콘텐츠를 잘 기획한다면... 충분히 교육내용으로 반영하는 것이 가능했다. 예를 들어, 등산은 체육수업으로, 박물관 방문은 자연과학이나 미술 관련 수업으로 교육청의 분기 리포트에 기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점을 더욱 잘 활용하도록 뉴욕시에서는 홈스쿨링을 신청하는 학생들에게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다양한 곳을 방문할 수 있도록 교통카드를 증정하고 있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무상으로 진행하고 있기에... 이런 부분만 잘 활용한다면, 어찌 보면 학교에서 하는 천편일률적인 수업을 벗어나 다양한 경험을 열어주는 것이 가능했다.


발명왕 토마스 에디슨도 엄마와 홈스쿨링을 했다는데. 그의 창의력이 자라난 토대 역시, 이런 이점과 크게 멀지 않았다.


5. 모든 것이 평범하지 않은 시기에... 평범한 우정을 만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

비슷하게 홈스쿨링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 정해진 그룹 내에서는 예전 학교와 같이 마스크를 끼지 않고 교유관계를 형성하며 이전과 같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아이들의 사례를 볼 수 있었다.

이미 지난 3월부터 진행된 온라인 수업으로 '컴퓨터 화면'으로만 만나야 하는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아쉬워하며.... 흥미를 점점 잃어가는 아이에게 '인간대 인간'의 교류를 열어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더해졌다.


그래서, 홈스쿨링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고 나와 있는 각종 법적 조항들을 읽어 내려가며 한 줄 한 줄 혹시 오인하는 부분은 없는지 읽고 또 읽고 읽으며 고민하고 고민했다. 다른 가족도 없는 이 미국 땅에서, 형제도 없이

외로운 아이에게 어쩌면... 이 비대면의 시대에 대면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출처 : http://www.p12.nysed.gov/part100/pages/10010.html#b

그리고 몇 일간의 고민이 이어지던 중.

함께 영어와 수학을 공부하던 그룹의 친구가 홈스쿨링을 신청할 예정이라는 연락을 해왔다. 더불어, 가능하다면 함께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도 함께.



그날 밤.

길고 긴 고민 끝에 컴퓨터를 열고 앉아서 신청메일을 써 내려갔다.


SEND


그렇게, 그 날 저녁.


내 나라도 아닌, 미국에서.

처음 학교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의

인생 최초이자 마지막일 홈스쿨링이 시작되었다.


이전 06화홈스쿨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