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만상에. 뉴욕에서 홈스쿨링을 고려해보게 될 줄이야.
9월 23일 수요일- 신학년 개학 2주 차.
아침부터 라이브로 진행되는 리모트 러닝 수업에 들어간 아이는, 시작한 지 십 분이 좀 지나자 몸을 배배 꼬며 재미없음을 온몸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난 학년의 경우, 이미 전반기가 다 지난 상황에 학교가 문을 닫아버려서 온라인이더라도 이미 익숙한 친구와 선생님과 함께 였다면, 지금은 완전히 새로운 선생님과 만난 적 없는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었고... 이는 아이로 하여금, 온라인으로 만나는 클래스에 흥미를 더 떨어뜨리는 기제가 되었다.
동시에, 학교에서 라이브로 진행하는 온라인 교육과 명확히 비교할만한 다른 상황이 우리에게는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는데...
Learning POD 소규모 그룹 과외
뉴욕시의 학교가 가을에 개학을 할지, 아니면 봄처럼 전면 온라인 수업을 하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될 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여름 방학 말미부터 인근 학부모들 사이에 일종의 추가적인 '과외수업'을 도와줄 개인 교사를 찾는 움직임이 매우 활발했다. 비슷하게 교육열이 높은 곳으로 손꼽히는 샌프란시스코의 베이 에리아 지역에서 이미 고급 선생님들의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기사까지 떠오르고 나자, POD(=과외 그룹)을 꾸리고 선생을 찾는 학부모들의 공고가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었다.
하긴, 뉴욕... 그것도 맨해튼.
바로 헬리콥터 맘의 원조 중의 원조들이 넘쳐나고.
어마어마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어 있는 곳.
그만큼, 코로나 시기에 더 심해진 부의 양극화와 교육의 양극화가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지는 곳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국과 다르지 않게 대학 입시는 늘 중요하고.
그 중요한 입시를 앞두고 전체 미국 내의 다른 아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니, 바이러스에 심각한 타격을 받아 어쩔 수 없이 뒤쳐지는 학업을 손 놓고 바라볼 수 없는 마음은 세계 어느 곳이나 동일한 것 아닐까. 거기다, 이 도시에는 '바이러스가 넘치는 학교'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거나 온라인 교육 환경에 적응할 수 없어 사교육 시장으로 자진해서 나온 교사들이 넘치기 시작한 상황 한가운데 있었다. 그렇게, 학부모들의 니즈와 풍부한 교사의 공급은 순식간에 학교 외의 과외 교육 시장을 빠르게 형성해 나갔다.
우리 아이의 경우, 집에서도 수학이나 미술 등 몇가지 과목은 학교보다 나은 수업을 학교 컨텐츠를 바탕으로 부모인 우리가 직접 더 재미있게 가르쳐 줄 수도 있었지만, 영어와 그 외 과목들에 대해서는 학교의 도움이 너무나 절실했다. 하지만, 온라인으로 전달받을 수 있는 수업의 내용의 한계가 너무나 명확하다는 사실을 지난 상반기 내내 확인했었기에, 우리 역시도 뭔가 대책을 세워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이었기에 이런 맨해튼 학부모들의 움직임이 마냥 남의 이야기 같지만은 않았다.
그렇게, 상황을 지켜보며 어찌해야하나 고민하던 어느날.
학교 개학을 며칠 앞두고 마침 학생 한 명을 더 모집 중이라는 한 과외 그룹에 초대를 받아 무료 시험 클래스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전 학년 친구들로 꾸려진 작은 그룹과외의 선생님은 작년까지 일반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전직 교사. 작은 책상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아이들과 선생님의 모습은, 마치 코로나 이전의 교실 한쪽켠을 그대로 덜어내 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지켜본 지 오래지 않아 아이들 뿐만 아니라 가르치는 이 선생님도, 사람대 사람으로 무언가를 전하는 공간과 시간이 다들 너무 간절했다는 사실을 나도 느낄 수 있었다.
라이브로 진행이 되더라도, 다른 친구가 이야기하는 동안에는 '음소거'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는 것이 익숙해졌던 아이들인데... 언제 그랬냐는 듯, 궁금한 것이 있으면 다른 친구가 선생님과 이야기 중이더라도 손을 들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저 여기 있어요! 저 궁금한 것 있어요! 저 말하고 싶어요!'를 온몸으로 발산하고 있었다.
그러니, 이 달콤한 대면교육의 맛을 알아버린 아이에게는.
상냥하기 그지없지만, 직접 만나 손을 잡아볼 수도 없는 화면 속 선생님은... 이미 시작부터 매력적일 수 없었던 것이었다. 거기에, 전체적으로 더 쉽게 조정된 내용을 기초로 하는 온라인 수업보다는, 약간은 더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을 직접 눈을 바라보며 가르쳐 주는 선생님과의 시간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즐거울 수 밖에. 이 맛을 우리만 본 것은 아니었는지, 리모트 러닝을 하는 아이들을 포함 학교에 직접 가지 않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러닝포드(소규모 그룹과외 수업)이 지인들의 소셜 네트워크에서도 계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직접 교육환경에 따라(대면인지, 비대면인지) 달라지는 아이의 태도와 반응을 보고나니...
과연 이 모든 상황 속 우리에게, 아이에게, 무엇이 최선일지를 두고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선택지 1/ 대면 교육이 효과적이니...다시 직접 등교로 변경할 경우.
이미 스물스물 높아지고 있는 감염율을 보건대, 바꾸더라도...겨울이 되면 다시 어쩔 수 없이 리모트 러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이는 상황. 그러니, 바꾸는 효과가 없을 것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가장 중요한 [바이러스로부터의 안전]은 전혀 자신이 없었다. 더더군다나 9월말에 바꾼다고 해도, 온라인->오프라인으로의 변경은 3개월 단위로만 가능하여 실제 등교 가능한 시기는 11월 말 이후. 그 즈음은 이미 온연히 겨울에 접어들 예정이라, 학교에 가던 아이도 거두어야 할 판이었다.
게다가 블렌디드 러닝(학교에 2-3일 등교,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는 아이들의 등교 상황을 들어보니, 학교에 간다고 해서, 직접적인 선생님이 살뜰한 가르침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등교한 아이들은 모든 과목의 첫 수업 시간 내내 선생님을 끌어안거나, 손을 잡거나, 타인의 물건에 절대 손을 대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만 소리에 대강 학교의 분위기가 매우 와 닿다. 물론, 이 시국에 이 정도로 주의하는 '미국'의 도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다행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학교에 가더라도 이전 같은 따뜻한 교육을 받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지금이 코로나 시대임을 깨닫게 되기로 했었다. 특히, 아침에 엄마랑 헤어지기 싫다고 우는 유치원생을 다독여 교실로 데려가던 과거와 달리.... 그런 아이들에게는 긴 막대기를 주고, 선생님과 아이가 각자 다른 쪽 끝을 붙잡고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본적 없는 풍경이 선연하게 그려졌다.
선택지 2/ 그냥 온라인 리모트 러닝을 계속할 경우.
학교별로 시작점부터 학습 내용에 현격한 차이가 보이는데, 학년말은 얼마나 더 심할까 걱정이 매우 되었다.
뉴욕시 내의 사립 학교들이, 고학년들은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더라도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경우 일부러 더 대면수업을 진행하려 하는이유가 평생에 걸쳐 확립될 '학습방식'을 잡아주는 시기 때문이라는 기사를 접하고 나니. 더더욱...이 선택지에 대한 회의가 몰려왔다.
이것도 답이 아니오, 저것도 답은 아닌 상황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울고 있던 중,
이런 나의 고민을 들은 친구가 나에게 말했다.
"홈스쿨링 생각해봐. 나도 고려중이야."
"홈스쿨링? 지금 하고 있는 게 홈스쿨링이지 뭐야. 집에서 다 끼고 가르치고 있구먼!"
"내 말은... 진짜 홈스쿨링. 학교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는 것 말고, 커리큘럼은 네가 짜서 하는 진짜 홈스쿨링 말이야."
"................. 뭐.......?"
학교를 지각하면 큰일 나는 줄 알았으며,
아파 죽지 않는 이상 결석하면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던 나에게.
이 친구는 '학교를 나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대학 수업 역시도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는 나에게, 아이를 학교라는 곳에서 아예 빼내는 방법을 고려해보라니.
이 무슨 소리인가.
이 이방인 살이에 만나는 커뮤니티의 중심이자,
정보의 중심이었고,
아이가 새로운 문화와 친구를 사귀는 곳이었던...
아이의 학교를 그만둔다?
정말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는 선택지를 듣고 어이없는 얼굴을 하고 있는 나에게 친구가 말했다.
"올해, 뉴욕시에서 홈스쿨링 신청방식과
관련 증빙자료를 대폭 간소화했어.
사람들이 많이 원하니까.
일단 한번 봐.
꼭... 학교에 머무는 게.. 답이 아닐 수도 있어.
특히 지금은.
17세기 아니고 2020년에.
산골 오지나 몽골의 초원위도 아니고.
뉴욕 한복판에서 홈스쿨링을 한다....?
네이티브 잉글리쉬 스피커도 아닌 내가. 미국에서 아이를?
눈앞이 캄캄하다며 손사래를 치는 내게, 친구는 일단 읽어보라며 사이트 주소를 던져줬다.
참고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