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참 마음에 들어서 덥석 읽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아주 유려한 문장으로 다듬어진 책은 아니다. 생각하며 읽어야 하는 머리 아픈 책도 아닌, 창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수기 같은 느낌. 하지만, 책 속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두 하나하나 살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던 것은 물론, 얼마나 이들이 절실했었는지가 잘 설명되어 있고 아직도 진행 중인 그들의 사업 속에 함께 하는 것 같았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구글 창업 지원 내용 중 하나인 "Campus for moms"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낸
엄마이자 창업가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모여있던 책.
우선 나에게는 무엇보다, 구글이 그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제일 놀라웠다.
심지어 세계에서 3번째로 한국에서 시작되는 것이라니 더 놀라웠다.
세계적인 기업에서 '한국에서 엄마이자 여성인 사람들의 창업에 대한 비전을 밝게 보았기 때문에 시작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반갑고 고마운 마음까지. 또한, 그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있어서 실제 엄마들이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요소 (ex- 아이를 맡길 곳, 아이와 함께 참여 등등)을 반영했다는 점을 보니 실제 무늬만 있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정말 창업을 위한 엄마들을 고려한 것으로 보여 기업 자체가 달라 보였을 지경이었다.(동시에, 왜 한국의 기업들이 이와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을까. 의아해지기도)
지금 나는 미국에 있고... 서울에서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할만한 창업의 소재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 또한, 이 글 속의 분들과는 달리, 사실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이미 일을 시작했고, 이직을 하는 중간에도 1주 이상 쉬어본 적이 없이 출산휴가를 제외하고는 12년을 쭉 회사라는 곳에서만 몸담고 일했던 터. 그래서 창업과는 어찌보면 거리가 먼 회사원DNA를 가진 그런 평범한 인간이었지만, 창업가이자 엄마이기 때문에 부딪혀야 하는 여러 상황들을 읽어내려가며 나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되기도 했었다.
내가 일하던 업계는 여성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화장품 회사들이었지만... 해외 브랜드의 한국 지사 특성상 대부분 업무의 강도가 매우 높고, 누구나 대체할 수 있는 업무범위 매우 넓은 점, 마케팅의 특성상 잠시 업계를 떠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더 큰 공백으로 사려 되는 점 등 때문에... 출산이나 육아에 너그러운 곳은 아니었다. 요 4~5년 사이에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이제는 이런저런 사례( 아이 출산 후 육아휴직까지 1년 정도 휴직 후 성공적인 복직 등 )들을 볼 수 있게 되었고, 나도 과정이 아주 수월하지는 않았으나 결국 내 이력의 마지막은 육아 휴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내가 아이를 출산했던 2014년만 했더라도, 당시 그 회사에서 내가 육아휴직을 1년 쓴다고 했으면 '퇴사하겠습니다'와 같은 언어로 치부되었을 것이었기에 요 몇 년 사이에 변한 사회의 모습이 참 반갑고 다행이다 싶다.
내 인생은 '나'에게 달려있으니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 고 늘 믿고 노력했던 스스로였는데.
출산하고 처음 이런 생각들을 해보았던 것 같다.
'아.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아이를 낳고 나니 아이를 제외하고도... 이렇게 많은 타자들이 나의 인생에 관여하게 되는구나'
'아이가 있다는 것이 회사 생활에서는 나에게 불리한 것이구나'
'너무나 행복한 동시에 너무나 당황스러운 이 기분은 무엇일까.'
그리고 더불어 이런 생각을 하는 경우도 생겼었다.
'아이가 있는 기혼 여성은 뽑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저렇게 버젓이 하는 사람이 있다니'
'왜 같이 일하는데.... 아이와 회사 사이에서 애간장을 태우는 것은 엄마여야만 하는 거지?'
' 머릿속의 즐거운 워킹맘은. 현실에는 없는 유니콘 같은 존재 군'
집은 거의 스쳐 지나가는 남편은 아이와 집안일에는 손을 댈 수 없는 사람이었고, 그로 인해 일과 아이와 집을 저글링 하는 것도 너무 몸서리치게 힘들고 싫었던 기간도 있었다.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했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 내 일을 부여잡고... 미국으로 이사 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그 커리어를 그나마 손에 쥐고 있었던 이유는 모두 오롯이 일하며 엄마 사람이 아닌 오롯이 '나'로 만나게 되는 수많은 관계 속의 '사람들'덕분이었던 것 같다.
특히, 르네휘테르에 있던 시절, 그때 아마 이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더 일찍 내 커리어는 접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아이가 아픈 아침이면 "이사님, 저..."라는 나의 주저하는 전화에 "볼일 보고 와, 걱정 말고"로 똑같은 엄마 사람이자 일하는 선배로 이해해 주시던 인생 선배이자 상사, 아직 결혼과 육아도 하기 전이지만 막연하게나마 워킹맘인 나의 상황을 이해해주려 애쓰고 일로 열심히 돕던 후배들, 같이 눈물을 쏟아주기도 울어주기도 술을 마셔주기도 하던 동기들, 에이전시에서 일하시면서 작은 브랜드의 상황을 이해하고 물심양면 도와주시던 분들... 그 모든 분들 덕에 그래도 버티고 버티고 버텼던 것 같다. 아,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나의 "엄마". 지금 생각해도 늘 감사하고 감사한 마음.
그래서, 책의 도입 부분에 아이를 낳은 엄마들이 회사와 사회에서 맞이하게 된 씁쓸한 장면들을 읽어내려 갈 때 이들 곁에 가족이 아닌 이런 동지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창업이 아닌 조직에 속하게 되었을까? 아니면 이분들은 DNA 자체가 창업을 해야만 하는 분들이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그 뒤 내용이 궁금하여 빨리빨리 한 장 한 장을 넘겨보았다. 그리고, 실제 책 속에 나오는 여섯 명의 여자 엄마 사람인 사람들의 이야기는, 각기 모두 그 나름의 배울만한 점이 있었던 것 같다. 읽기 전에는, 원래 운도 좋고, 재력도 있고, 실력도 있는 사람들이 쓴 책이겠거니 예측했던 나의 생각이 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그냥 책을 덮어버렸다면 몇 가지 큰 러닝을 못 얻을 뻔했던 것 같다.
이 책에 나온
"창업가인 엄마들의 공통적인 부분"을 찾아보면..
- 본인이 어떤 상태에서 가장 행복한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
- 여성으로, 기혼녀로, 아이의 엄마로 다양한 경우의 사회적 벽에 부딪히며 이를 어떻게든 넘어서겠다는 강한 의지. (그녀들이 마주했던 벽 : 육아휴직에 대한 보복성 인사, 동료들의 폭언, 기혼녀를 뽑지 않는 회사 등등..)
- 망설이고 주저하기보다는, 일단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이라는 점.
- 가정과 아이와 일이라는 3가지를 현실적으로 잘 저글링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중이라는 점
이들 중에는, 엄마라는 또 하나의 직업을 레버리지 한 창업의 경우도 있었고, 순수히 엄마 이전의 본인이 원하는 '일'에 대한 열정으로 창업을 한 경우도 있었다.
나의 경우와 미루어 생각해보자면... 지금의 나는, 이들 중 어느 즈음의 단계에 있는 듯하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되돌아보고 있으며, 그냥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겨 미래의 나에 대한 단초를 만들어 두고 싶은 상황. 그래서 읽는 내내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를 되새김질하며 읽게 되었다. 얼마 전에 만난 모 기업의 북미 Area director 포함 몇 분이 나에게 이 정도의 이력이면 그냥 일이 아니라 창업을 하라고 권유해주셨으나, 사실 아직은 내가 창업을 하고 싶은지 & 하고 싶은 창업 아이템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 그 답이 명확하지 않아서 지금은 이 부분에 있어서 답을 내기는 어려운 것 같다. 되려... 이곳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접하게 되는 "어린이들에 대한 이곳의 문화와 시스템"에 대해서 더 관심이 많고 이를 한국에 알리고 한국의 문화를 변화시키는 방향에 더 관심이 많은 상황. 그래서 지금은...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얼른 전해야 할 것 같은 이야기 들에 더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이것이 이 책 속의 누군가처럼 '나'의 인생의 일부로 뻗어나갈 수 있을 지도 지금은 탐색 중.
그래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지금의 나를 잠깐 돌아보게 해준 이 책은, 다른 엄마 사람인 일하고 있지 않는 선후배들도 읽어본다면 어떤 부분에서든 스스로를 반추해 보는 기회를 줄 것 같다.
이하는, 이런 생각들을 떠올릴 수 있게 해준 책 속의 구절들과 짧은 생각들.
-김혜송/ 스타일앳홈대표-
내 자신을 객관적으로 분석해봤다. ...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이 같다면 더없이 행복하겠지만 사실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능력이 되지 않을뿐더러 나보다 훨씬 획기적인 기획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을 이길 수 있을까.
-이다랑/ 그로잉맘 대표-
엄마로 보낸 시간도 내 경력이다. / 엄마로 사는 시간이 스펙이다.
꾸준히 써 내려간 글이 비지니스가 된다.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관심 있는 주제가 있으면 부모를 대상으로 어떤 사람들이 어떻게 제공하는지, 기존 콘텐츠가 어떤지를 수시로 살피면서 빈틈을 찾았다. 하나의 주제에 꽂히면 틈나는 대로 관련된 책이나 공부하던 자료들을 읽었고 문장이나 단락마다 나의 생각과 지금의 육아 현실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빼곡히 적었다. 또 SNS에서 엄마들을 팔로잉하고 수시로 그들의 일상과 글을 보면서, 주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요즘 엄마들은 무엇에 관심이 많은지를 파악했다. : 처음에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가는 과정에서, 이분이 SNS를 통한 소통이 그 단초를 마련한 것을 보며, 좋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나 역시도 지금 아이를 키우며 얻게 되는 여러 가지 인사이트 들을 놓치지 않고 흘려보내지 않으려 기록 중인데... 언젠가 이 또한 무언가의 기본이 되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원혜성/ 율립대표-
안 하는 것보다는 뭐든 하는 편이 낫다. / 누구에게나 한 번은 기회가 온다.
나를 알기 위해 애쓴 지난날. : 네트워크 마케팅부터, 방판 영업까지 안 해본 일이 없던 그녀의 삶이 후에 그녀가 하는 사업에 큰 밑바탕이 된 것은 분명해 보였다. 역시 뭐든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 것은 진리.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 역시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 김성, N 잡 전성시대-
여러 가지 일을 다양하게 하고 계신 분이었는데... 동시에 멀티로 여러 가지 일을 + 육아까지 하고 계신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던 분이었다.
-김미애/ 아트 상회 대표-
이 책에서 본 여러 창업가 중, 가장 "본인이 원하는 것"을 잘 아는 사람이지 않을까라는 느낌. 버킷 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하나씩 완수해 가는 모습부터. 그리고, 그렇게 그녀의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멋지게 나이 드는 여성상에 가장 가까이 가있는 사람이 아닐까 싶었던 분. 무엇보다, 비즈니스의 모토 자체가 "돈보다는 사람, 이익보다 나눔이 좋아"라는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기도.
-양효진/ 베베템 대표-
육아는 여성만의 노동이 아니다 : 육아 관련 아이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 자체를 "엄마"만을 위한 곳이 아닌, "양육자"를 위한 공간으로 기획하고 꾸려나간 점.
엄마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 : 기업 문화 및 회사 운영 방식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 육아에 있어서, 양성평등이라는 부분을 신경 썼다는 점. 그리고 엄마의 역할을 함께 해 나가야 하는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던 분.
-김형철 경일대 교수의 추천글 중-
이젠 여성이기 때문에, 엄마이기 때문에 갖게 된 삶의 제약조건이 빛을 발하는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서 보는 시선, 연대와 공감, 그들은 협업의 달인이다. 위험에 대한 예민함과 꼼꼼함, 그들은 비판적 사고의 전문가다. 부드러운 포용과 다정한 질문, 끝없이 이어지는 수다와 토론에서 태어나는 아이디어, 그들은 소통과 창의적 혁신의 엔진이다.
아이가 돌을 조금 지났을 무렵,
잘못된 일처리를 한 부하 직원덕에 밤을 지새게 된 날.
덕분에 안그래도 부족한 수면시간이 반으로 줄어 솟아나는 화를 억누르며 한밤중에 노트북을 두드리다가, 방에서 자던 아이가 울어 토닥이고 다시 돌아앉았었다.
그러다 문득.
'내 아이도 언젠가. 누군가와 일하며 이렇게 배워나가는 날이 올텐데. 이 아이도 잘못하고 어떤 선배에게 혼날만한 일을 하는 날이 있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고 나니 다음날, 화 내지 말고 잘 가르쳐 주자...라고 마음이 가라앉았던 날의 기억. 엄마가 되지 않았어도 순순히 그런 친절한 마음이 솟아날 사람이었을까 묻는다면 '아니오'였을 스스로 였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된 스스로가 더 신기했던 날이었다.
이렇게 '나 개인'과 '엄마가 된 나' 사이의 사람을 대하는 방식과 그 기본에 큰 차이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를 스스로에게도 발견했었고, 주변의 많은 선배들에게서도 볼 수 있었다. 그건, '엄마'라는 과정을 겪는 와중에 자의 반 타의 반 아주 자연스럽게 '인간에 대한 존중'과 내가 아닌 누군가를 먼저 고려해야 하는 삶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일 것. 그래서, 책 속 곳곳에 엿보이는 이 창업자들의 사람들(동료, 또는 직원들 포함 일하는데 마주하는 수 많은 사람들 모두) 을 대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더 웃음이 지어졌던 것 같다. 쓰고 버리는 스쳐가는 '소모품'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존중하고 같이 갈 동반자로 존중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 어쩌면 [엄마인 여성 창업가]들이 가진 가장 긍정적인 영향의 시작인 바로 이 부분일 수 있다.
100세 인생이라 치면, 이미 나는 내 인생의 36%를 살아 냈고, 남아 있는 삶은 길이는 길 수 있겠으나 그 시간의 가중치는 이미 내가 지나온 시간의 반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더, 그 남은 시간이나마 온전히 '내 아이가 살아갈 다음 시간'이 좀 더 나아지는데 써야만 하고 그렇게 더 나은 사회로 변할 수 있게..적어도 나 하나라도 더 애써야 한다는 마음이 늘 한가득이다. 그래야 이 사회에 이 아이를 내 마음대로 내 놓은 것이 덜 미안할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이런 엄마이자 여성이자 창업자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들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그 안에 보이는 작은 변화의 시작들을 모두 공감하고 함께 했으면 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