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아이는 어른의 거울

문제아는 없다. 아이를 키운 문제의 부모가 있을 뿐.

by 맨모삼천지교

함께 있을 때마다 생기는 울고 소리 지르는 아이들의 상황으로 인해... 이 러닝 포드에서 발생하는 아이들 사이의 주된 문제가 [안네가 빈이에게 하는 (나쁜) 행동이라는 것을 세이지(안네의 엄마)]도 인지하기 시작했다.


어떤 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까 고민하던 오후.

안네의 엄마에게 문자가 왔다.


애들을 같이 만나서 같이 이야기를 좀 해보면 어때?
오후에 시간 되면 애들 데리고 공원에서 만나서 이야기하자.


어딘가 문제를 풀어나가고 싶다는 그녀의 제스처에 나도 화답했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 앞 공원에서 함께 만났다. 안네의 엄마가 안네를 데리고 우리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에 빈이는 신이 났다.

"엄마, 안네가 나한테 그랬던 거 안네 엄마가 알면. 안네한테 사과하라고 이야기하겠지? 그럼 안네가 이제 안 그러겠지?"

"그러게:) 이제 안네 엄마도 알았으니.. 그러지 않을까? 엄마도 빈이가 잘못하면 친구한테 사과하라고 하니까, 안네 엄마도 그럴 거야."

그렇게 손을 잡고 도착한 공원에서는 우리는 안네와 안네 엄마를 만났다. 그간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고 같이 되돌아볼 것이라 생각했는데, 세이지는 이런 말로 시작했다.


"우리 시어머니(퇴직한 교사)에게 물어보니. 애들이 의사 표현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 같으니... 앞으로 서로 싫어하는 표정이나 표현을 할 때, '그만해'라고 잘 전달하는 방법을 연습해 보면 어떨까?"

'애들....?? 서로...?? 빈이는 늘 그만하라고 이야기하는데 안네가 멈추지 않는 상황인데.....???? 왜 그걸 같이 연습하자는 거지...??'


그녀의 이야기가 의아했지만, 적어도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안네가 빈이가 싫다고 표현하는 상황에서 같은 행동이나 말, 소리 지르는 행동을 반복하지만 않아도 일단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따지는 것은 잠시 접어두기로 했다. 문제는, 정작 엄마인 세이지가 이야기하는 내용을 안네는 들으려 하지도 않고 의도적으로 계속 못 들을 척을 하며 공원의 흙을 파거나, 귀를 막는 행동을 하고 있었다는 것. 하지만, 어른들이 계속해서 물어보고, 참여를 권하자 가까스로 안네도 일종의 신호를 하나 만들었다. 일테면... 안네가 또 소리를 지르거나 쨰려보거나 하는 행동을 하면 빈이는 "그만해."라는 말과 함께 발을 구르기로 했고, 빈이가 안네에게 좋지 않은 행동을 할 때 안네 역시 어깨를 여러 번 올렸다 내리는 것 같은 제스처를 취하기로 했다. 그간의 문제 상황들에 대해서 사과를 받은 것도 아니었고, 과연 세이지가 안네가 뭐라 이야기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맞을까 의심스러웠지만, 적어도 이런 시간을 가졌으니 친구가 그만하라고 보내는 신호를 안네가 정말 무시하지는 않겠지...라고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그다음 날. 아이들의 '친분도모'를 위해 러닝 포드가 끝난 뒤 놀이터에서 시간을 좀 같이 보내보기로 했다.




맨해튼의 서쪽에 위치한 놀이터는, 오후의 햇빛과 아이들의 신나는 숨소리가 어우러져 가장 예쁜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다시 잠깐 여름이 찾아온 듯 반팔을 입고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될 정도의 늦여름 날씨에 아이들은 신이 났다. 어제 가졌던 시간이 효과 있기를 바라며... 놀이터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함께 이른 저녁을 먹자는 이야기를 하며 놀이터로 향했다.


한참 뛰어다니며 재미있게 놀던 아이들이, 놀이터의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사다리에 동시에 주렁주렁 매달렸다.

안네, 빈이, 그리고 안네의 동생이 순서대로 올라가는데 아직 어린 안네의 동생이 순서를 무시하고 빈이를 막 밀치며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겨우 네 살 무렵의 남자아이가 무얼 알겠는가. 하지만 체격이 좋아 또래보다 한두 살은 더 커 보이는 안네의 동생에게, 빈이는 빈이대로 순서를 지키라는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제일 위에 있던 안네가 빈이 얼굴을 향해 발길질을 하기 시작했다. 발이 얼굴에 닿았는지는 기둥에 가려 보이지 않았지만, 그 순간 사다리에서 떨어진 빈이가 큰 소리로 울며 나를 향해 달려왔다.

"엄마... 엄마. 엉엉. 안네가 내가 사다리에 올라가는데 위에서 나를 발로 찼어. 높은 데서 나 떨어지라고 발로 확 찼어... 억억"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아이를 들어 안고 위를 올려보니, 바로 위에서 안네가 빤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응. 그래 알았어. 정말 안네가 일부러 그랬어? 거기서 발로 차면 친구가 다치는데.... 올라가려다가 잘못해서 그런 것 아닐까...? 응? 빈아 진정하고, 우리 가서 물어보자."

"아냐...!!! 아니라고!! 엄마 왜 나 안 믿어!! 안네가 나 떨어지라고 발로 찼다니까!!!!! 내가 하지 말라고 계속 계속 이야기했는데도 안 했어!! 어제 한 약속 안 지켰어... 억엉엉엉엉엉 "

눈앞에서 목격한 상황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아이가 품 안에 있었지만, 평정심을 찾아야 했다.


이미 안네가 자기를 늘 못살게 군다는 사실이 머리에 박혀버린 상태의 빈이가 안네의 행동을 나쁜 방향으로 오해할 소지도 없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 분명 우리 앞에서 안네도 약속을 한 것이 있고.... 안네 역시도 어쩌면 빈이랑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그랬을 텐데 섣부르게 [왜 그랬니]라고 묻는 것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헤쳤다. 분하고 화가 나서 가슴팍에 안겨서도 최근 몇 년 들어보지 못할 정도의 소리를 내며 울고 있는 아이를 안고 최대한 침착하게 물었다.

"안네, 잠깐 내려와서 우리 같이 이야기해보지 않을래?"

"내가 안 그랬어요!!!! 난 안 그랬다구요!!!!!!!!" 사다리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며 안네는 온 놀이터의 사람들이 듣도록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응, 그래, 안네 야. 이거 사고일 수 있어. 그러니까 위에서 그러지 말고 우리 내려와서 같이 이야기해보자."

멀리서 안네 동생과 놀고 있던 세이지가 안네의 목소리를 듣고 뛰어왔다.

"무슨 일이야?"

"안네가 아마도... 사고인 것 같은데, 사다리를 올라가다가 빈이를 발로 찼어."

"내가 안 그랬다고!!!!!!!!! 사고였다고!!" 계속 발작하듯 소리 지르는 안네에게 세이지도 안네에게 일단 내려오라는 이야기를 계속 건네고 있던 찰나.


쟤는 좀 배워야 해요!! 배워야 한다고요!!!!!


이런 이야기를 하며 빈이에게 손가락질하며 소리 지르는 안네를 보고 그제야 이 상황의 진실을 알았다.

'이건 사고가 아니야.

일부러 그런 거였어... 빈이를 [가르쳐야 한다]라고 생각하며 발로 찬 거였어!'

그런데, 이렇게 소리 지르고 있는 안네의 말을 끊으며 세이지가 안네에게 외쳤다.

"No! It was accident!! come down!(아냐! 그건 사고였어! 내려와!)"

안네는 자기 입으로 사고가 아닌 '고의'였다는 점을 외치고 있었고, 안네의 엄마인 세이지를 현장을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사고]였다고 아이에게 강조하고 있었다. 당연히 안네가 지르는 소리로 놀이터의 모든 시선은 우리를 향했고, 당혹감과 민망함에 죽을힘을 다해 안네에게 내려오라 설득 중이었다. 도대체 같은 나이의 친구 사이에 뭘 가르치겠다고 친구 얼굴을 발로 차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무조건 사고였다며 아이의 말을 끊고 입을 막아버리는 세이지의 행동도 이해가 가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혼란스러움과 어지러움, 그리고 우는 아이의 목소리와 안네의 괴성까지 섞여 회오리처럼 돌아갔다.


잠시 후 결국 놀이터 바닥으로 내려온 안네였지만, 내려와서도 나와 빈이의 눈을 마주 보려 하지도 않고 계속 엄마의 뒤로 숨으며 같은 소리를 반복했다.


세이지가 안네를 붙잡고 자기를 좀 보라며 진정하라고 이야기를 하던 중.

"안네, 일단, 앉아봐. 앉아서 진정하고 이야기를 하..... 악!!! "

"싫다니까!!!!!!!!!!!!!!!! 말하기 싫다고!!!!!!!!!"

안네가 엄마 세이지의 머리를 확 잡아당겼다.

세이지의 갈색 머리를 단정하게 묶고 있던 고무줄이 풀어져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지고,

단발머리가 마구 흐트러졌다.


아무도 보고 있지 않는 척했지만, 놀이터의 모두가 보고 있었다.

안네의 괴성도, 엄마의 머리를 쥐어뜯는 행동도.

안네 때문에 울고 있던 빈이도, 이야기하자는 엄마를 때리는 안네의 행동에 적잖이 놀라 울음을 멈추었다.


순간 흐른 정적 속에 얼굴이 창백해진 세이지가 말했다.

"안네, 네가 배가 고픈가 보다. 배가 고파서 그런가 봐... 그래. 집에 가자.

우린 가야 할 것 같아. 오늘 저녁은 같이 못 먹겠다. 먼저 갈게."

그리고, 어린 동생의 유모차에 큰 몸을 마구 욱여넣으며 우리와 눈 조차 마주치기를 거부하는 안네를 데리고 세이지는 황급히 놀이터를 떠났다.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아이가 훈육 중에 이를 듣지 않고 정작 엄마를 공격하는 상황 속의 세이지가 느꼈을 모멸감과 창피함이 어느 정도일지, 피해자와 가해자 이전에.... 같은 부모로 가늠이 갔기에 아무 말하지 않고 알겠다 말했다. 사과의 말 한마디 듣지 않았지만, 다음날 좀 차분해진 후에 세이지와 다시 이야기해보는 것이 좋겠다 생각하며 빈이를 달랬다.



다음날 아침.

세이지와 나는 마주 앉았다.

어색한 공기. 무거운 침묵 끝에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제 일 말인데.... 빈이는, 계속 우리가 정한 그만하라는 신호를 안네에게 보냈다고 이야기해. 그런데도 안네가 본 척도 하지 않았다고. 그리고 발로 찼고."

"........ 글쎄. 난 그 상황에 내가 있던 게 아니라 잘 모르겠어."

"음. 근데 일단, 실수던 사고던 내가 한 어떤 일로 타인이 감정이 상하거나 상처를 입게 되면 보통 나는 [미안해]라고 이야기하도록 아이에게 이야기해. 의도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상대가 힘들어한다면 그만해야 한다 이야기하고. 이런 부분은 어떻게 생각해? "

"어제 일에 대해서 우리도 집에 와서 이야기를 안 해본 건 아니야. 근데 내가 전에 말했듯이 나와 안네는 정말 성격이 똑같아. 그래서 정말 많이 싸운다고도 이야기했었지? 대신, 생각하는 구조도 비슷해서 내가 안네였다면 어떤 생각이었을까..라고 고민해봤는데. 딱히 미안하다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나 싶더라고."

".... 응? 미안하다고 이야기할 일이 아니라니...?"

"Sorry(미안해)라는 단어 안에는 2가지 의미가 있잖아? 내가 너에게 [미안하다]는 의미가 있고, 그 상황에 대해서 [유감이다]라는 의미로 할 수도 있고? 그 어느 쪽이든 신중히 이야기해야 한다 생각해.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안네 성격이 너무나 내성적이기 때문에 사람들 있는 곳에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라고 절대 시키지 않아. 그게 아이의 자존감을 약화시키는 행동이거든."

"안네가 [넌 좀 배워야 해]라고 빈이에게 이야기한 것 기억해? 나는, 그 말을 듣고 안네가 사고로 어쩌다 그런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

"아냐. 그건 사고였어. 사고라고."


안네가 했던 말과 행동과 상관없이, 모든 상황을 본인의 시선으로 이유를 만들어 설명하는 세이지를 바라보며 그동안 그녀와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스스로가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깨달았다.

그동안 수도 없이 안네의 Bossy (네이버 사전 역: 우두머리 행세를 하는, 다른 사람을 쥐고 흔드는)한 성격이 [여자로서 성공할만한 자질]이라 전혀 나쁘게 보지 않는다고 유난히 강조하며 이야기했던 세이지는, 이제는 그런 안네의 성격이 내성적이기 때문에 절대 혼내지 않는다 말하고 있었다.

어이가 없어 얼이 빠진 나에게 세이지가 말했다.


"네 딸도 완벽하지 않잖아? 자기주장 강하잖아? 그냥 비슷한 애들끼리 그럴 수도 있는 거라 생각하는데 난? 빈이가 안네한테 똑같이 했어도 안네는 전혀 기분 나빠하지 않았을걸? (= 별 문제 아닌 상황에 빈이만 불쾌해하는 거야)"


문제 상황의 주체가 [안네]라는 상황을 끊임없이 회피하고 교묘하게 [두 아이 모두의 문제]로 프레임을 바꾸는 그녀를 보며, 그 간의 모든 사건, 사고들이 마치 영화를 되감기라도 한 것처럼 눈 앞을 스쳐갔다. 그리고, 왜 안네의 행동은 그만하라는 빈이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점점 심해졌는지 이해가 갔다. 친구를 놀리거나. 놀린 친구가 울거나. 친구의 물건을 빼앗는 그 모든 상황에도 안네는 혼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부모님께 혼나지 않을 것이란 것도 알 수 있었다. 더불어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그 날의 대화로 너무 알아버렸다.


"그래. 어쩌면 안네는 그런 아이일 수도 있지. 친구가 자기에게 어떻게 대해도 전혀 상관없는. 그런데 말이야. 나는 빈이에게 이렇게 가르쳐. 네가 하는 말로 누군가 슬퍼하거나, 누군가 기분 나빠한다면... 네 의도와 상관없이 멈추라고. 그리고 친구가 빈이가 한 행동으로 슬퍼한다면, 미안하다고 이야기하라고.

그게 우리 가정에서 타인을 대한 기본 원칙이야."

"............."

"생각의 차이가 너무 커서, 아무래도 이 러닝 포드에 우리가 계속 있기는 어려울 것 같네. 그만두는 쪽을 고려해보아야 할 것 같아."

"그건 네 마음이지만. 뭐........."


말끝을 흐리는 세이지와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집에 돌아온 뒤.

[본인의 아이가 내성적이기 때문에, 타인에게 사과하라 가르치지 않는다]라는 안네 엄마의 논리를 곱씹고 곱씹었다. 도무지 이해가 안 갔기에, 나는 이 곳 미국에서 만난 수많은 다른 부모들에게 조언을 구했었다.


한국인의 정서인 내가 이 완전히 다른 문화권의 다른 가치관을 미처 이해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내가 몰라서 이해를 못한 부분이 있다면 이해해 보고 싶었다. (코로나로 사람들이 수 없이 죽어나가는 상황 속에서도 절대 마스크를 안 쓰는 사람이 대통령인 나라니 말이다.) 한국인으로 이 곳에서 아이를 낳고 키워본 친구, 태어나서부터 쭉 뉴욕에서 자라 이 곳의 가치관을 잘 이야기해 줄 미국인인 친구들, 미국에서 아동 심리치료를 하고 있는 친구, 변호사 일을 하며 이런 케이스를 많이 맡아보았을 친구 등등.... 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일어난 일과 세이지의 반응을 설명했다. 고맙게도 시간을 내주어 이 모든 상황을 듣고 함께 고민해 준 고마운 지인들은 모두가 입을 모아 이런 조언을 건네 왔다.

"그 사람. 그 애도... 안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하루라도 빨리."

"되려 애들 교육에 신경 쓰는 부모일수록, 그런 예의 같은 것 더 엄하게 가르쳐. 이상한데...?"

"내성적이라서 안 혼낸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네. 근데 안네가 내성적이라고...? 안네 엄마가 그래???"

"전형적인 Bully's mom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아이의 엄마)이네. 보통 그런 아이들 엄마들이 꼭 그렇게 말하더라고. 그리고.. 인정 절대 안 할 거야. 그냥 하루라도 빨리 분리시키는 게 최선일 것 같은데."


그 정도로 최악의 사람을 내가 좀 더 일찍 알아보지 못한 채,

해결이 되기를 바라며 계속 아이를 그곳에 두었다는 사실이 더 후회스러워 미어지는 가슴을 끌어안고 울며 밤을 지새우고. 결국 우리는 안네가 떠날 리 없는 러닝 포드를 나오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그만두지 않도록 회유하고 싶은 다른 두 엄마들은, 해결책을 찾아보자 다양한 방법들을 제안했지만.... 선생에게도, 안네의 부모에게도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는 나의 이야기와 그간의 과정들을 듣고 우리의 결정을 존중해주었다. 그리고,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고 싶지 않은 세이지에게는 문자로 우리의 결정을 알려주었다.


그런데 그만두겠다는 우리의 결정에 돌아온 세이지의 문자는 그간의 모든 일들의 이유를 정확히 알려줬다.

[그래. 떠나기로 한 것 알려줘서 고마워. 그런데 말이야. 우리 '재정적'인 이슈에 대해서는 따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 이미 초반에 시작할 때 향후 1년은 러닝 포드를 하는 것으로 동의하고 들어왔잖아? 개인적인 이슈나 이사 등으로 떠날 경우에라도 남은 잔여기간에 대한 비용은 내는 것은 너도 알고 있었어. 이건 따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아. 선생은 분명 아직도 문제없이 수업을 진행 중이고.. 말했다시피 이건 너희가 [개인적인 선택으로] 떠나기로 결정한 거니 네 결정에 따른 재정적인 부분은 감안해야 할 것 같은데? ]

2달도 채 안 다닌 러닝 포드에서. 개인적인 문제(이사나 이직 등으로 인한 이주 등등)가 아니라, 지금 본인의 아이가 한 행동으로 인해 우리가 그만두겠다고 이야기하는 상황 속에서, 세이지는 이 모든 상황을 안네의 괴롭힘이 아닌 우리 [개인의 선택]으로 떠나는 것이라 강조하며 이듬해 6월까지 잔여 8개월분의 기간에 대한 비용도 지급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마치 아무 일이 없는데, 우리가 변덕을 부려 그만두는 것처럼.


안네가 빈이에게 아이의 방식으로 괴로움의 시간을 선사했듯.
본인의 아이가 불리(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아이)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은 세이지는 어른의 방식으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안네는. 그저 그런 엄마를 따라 그대로 자랐을 뿐이라는 것을.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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