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모삼천지교 Oct 24. 2021

봉준호와 BTS. 그리고 [스토리 스튜디오]의 교차점

거기에는 ORIGINALITY가 있었네.

타지에서 한국인으로 살면서, 한국의 문화가 인정받고 사랑받는 상황을 맞이하면 여러모로 어깨가 으쓱 솟아오르는 것은 당연지사요, 생각지도 못한 득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겨울연가가 대 히트를 친 이후인 2006년, 도쿄에서 Tsutaya 츠타야 비디오 가게에서 벽장을 가득 채운 한국 드라마들을 감탄하며 바라보고 있는데 왠 일본 할머님께서 "자네 한국인인가? 내가 요즘 겨울 연가 때문에 아주 행복해. 한국에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 학생인 것 같은데 이 돈으로 까까 사 먹어." 라며 쌈짓돈을 쥐어주시어 욘사마 덕에 맛난 과자를 사 먹은 적이 있었다. 

그로부터 십여 년 후, 뉴욕에서 살던 시기에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어, 그날 저녁에 간 모임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본의 아니게 모두의 화제의 중심에 서서 핵인싸가 되어버렸다. 영화와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한국인이라는 이유 만으로 모두가 나에게 영화에 대해, 한국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 한국으로 출장이라도 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 말을 더하며 한국과 서울의 다이내믹함에 대한 나의 설명에 힘을 실어주었었다. 한 번으로 끝나는가 싶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영화 '미나리'가 골든글로브에서 수상을 하고 윤여정 배우가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받자 다시 한번 피어올랐고... 그즈음 정점을 향해 전진 중이던 BTS가 쏘아 올린 영어 노래가 빅히트를 하며 이제 '한국'이라는 나라를 다들 흥미롭게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었다. 

이들만 그러했을까? 나 역시도 흥미로워졌다. 

내가 태어나 자란 한국이라는 나라의 어떤 힘이... 세계로 그 이름이 유명해진 사람들을 배출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그냥 우연히 한국에 태어난 뛰어난 사람들일까? 아니면, 한국이라는 나라와 문화가 가진 어떤 힘이 이들에게 더 담긴 것일까?


새삼 한국인과, 한국의 문화, 한국의 사람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며 졸지에 주변인들에게 한국인을 대표하게 된 사명감에 불타오르며 약진 중이던 한국의 콘텐츠들에 대해서 스터디하던 중, 윤여정 배우의 인터뷰 영상을 하나 보게 되었는데, 그 영상 속 윤여정 님의 이야기 중 머릿속에 확 들어와 앉은 말이 있었다.

"Jewish(유대인)들이 연예계 내지는 문화계를 점령한 시대가 있었거든.
난 한국인이 그럴 거라고 감히 바라봐.
- 윤여정 배우의 인터뷰 중 (재재 문명 특급)-


이 말을 들은 순간, 지금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한국의 문화 예술계의 세계적인 약진이 우연의 일치 또는 아주 실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어쩌다 저쩌다 세계 무대까지 진출하게 된 쾌거가 아닐 수도?'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엄청나게 다양한 인종이 모여사는 뉴욕에서 정말 다양한 나라와 문화의 사람들을 겪어보면서 [정말 세계 어디를 보아도 한국인 같은 사람들은 없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는 했는데, 거의 4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 보니...."정말 세상 이런 사람들이 없다"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내 입 밖으로 터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첫째는, 세상 그 누구보다 빠른 사람들.

한국으로 돌아와 나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이 새어 나왔던 순간들 중 하나는, 계산하는 카운터에서 내가 카드만 꺼내 들어도 이미 그 카드를 받아 빛의 속도로 결제와 대리 싸인까지 한 후 영수증까지 함께 내 손에 쥐어주시는 수많은 캐셔 분들을 뵐 때였다. 어떻게 이처럼 빠를 수가. 거기다, 마치 자동응답기처럼  "회원가입되어 있으신가요.""안되어 있으시면 이쪽에 등록하시면 되고요.""포인트 카드 처리해드릴까요." 등등 단순 계산 외에도 처리할 여러 가지 일들을 순식간에 처리하시는 분들의 속도는 정말 놀라울 수준이었다.

아, 결제 카운터에 계신 분들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커피를 사러 스타벅스에 서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미리 메뉴를 보며 주문할 음료의 내용을 마음속에 정한 뒤 결제수단에 대한 준비까지 마치고 줄에 서있는 것이 아닌가. 그 결과 내 앞에 대기인원 20명은 빛의 속도로 순삭 되었다.

미국 사람들도 "너무 빠르다"며 늘 삶의 속도감에 대해서 불평하는 뉴욕보다 체감속도 5배 이상인 도시, 서울.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먼저 배우는 단어가 [빨리빨리]라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느껴진다면, 오해 마시라. 한국의 빠르기는 찐이다.


둘째는, 세상 디테일한 사람들.

사소한 불편도 그냥 넘기지 않는 한국 사람들이라, 이 불편을 해소할 소소한 생활 용품들이 넘쳐났다. 거울 속에 보이는 내 얼굴의 작은 잡티나 흉도 쉽게 넘기지 않는 사람들의 관심은 K-beauty의 성장을 가져왔고, 가전제품을 하나 사더라도, 까다롭게 비교하고 분석하는 소비자들 덕분에 설치 서비스는 기본이요 유지보수를 위한 서비스까지 기업들은 세심히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배달 음식을 주로 주문하는 [배달의 민족] 사이트 내 있는 각 식당들의 리뷰만 읽어 보아도 나도 모르게 입이 떠억 벌어진다. 메뉴에 대한 상세한 이미지는 물론, 포장과 맛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리뷰들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이렇게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피드백을 아끼지 않는 특성 덕분에, 한국이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의 테스팅 마켓이 된 것.

그 결과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의 고객 응대는... 정말이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으로 진화하였다. 당연하게 느껴지신다면, 끝도 없는 통화 연결음을 들으며 대기가 일상인 American Airline 항공사의 어마어마한 고객 응대를 꼭 한번 경험해 보실것을 권하고 싶다. (반어법입니다 여러분..) 제대로 된 답은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 응답은 물론, 부서간 돌리고 돌려지는 전화에 해결은 커녕 약국으로 가서 고혈압 약을 사야겠다 싶어지기 일쑤. 반면에 24시간 경쾌한 목소리로 응대해 주시는 대한항공 고객센터의 목소리는 거의 천사와 같이 느껴졌다. 목소리만 친절할까? 질문하는 모든 내용에 대한 명쾌한 답까지 일사천리라, 오밤중에 거실에 서서 "한국 최고!!!"를 외친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셋째, 포기를 모르는 사람들.  

이것이 한국 사람들을 다른 민족이나 인종과 가장 크게 구분시켜주는 부분이 아닐까. 아무것도 없던 불모지에서 도시를 일으켜 세우고,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100년도 안 되는 시기에 도약한 데는 없는 것도 가능하게끔 만드는 한국 사람들의 투지와 근성이 가장 큰 역할이었다. 물론, 사회 전체를 비슷하게 높은 수준의 근성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 그렇지 않거나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 문화는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을 일으킨 데는 이 Grit(근성)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이런 한국 사람들의 특징 중 일부는 뉴욕의 정재계를 좌지우지한다는 유태인들에게서도 자주 볼 수 있는 부분들이었다. 부족한 자원과 치열한 생존 경쟁을 이겨내야 하는 사람들에게서 더 보이는 특성인 것일까.


그렇다면....?


혹시 [영어]라는 언어의 장벽이 사라진다면 윤여정 배우의 말대로, 이제 우리 세대에는 한국인들이 세상을 더 많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는 걸까? 한국말과 영어를 함께 배우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구글 번역기가 한국어로 말해도 찰떡같이 영어로 변환해 준다면 Korean Invasion이라는 말이 나오는 요즘의 한국 문화 전성기는 잠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무한한 방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까? 최근 10여 년 사이에 비약적으로 한국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이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 더 많이, 더 빈번해질까?


여러 가지 질문들이 떠올랐다.

그리고, '물론이지!!'라고 대답하고 싶었다.


그런데,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한국 사회의 큰 특성이 있었다. 바로, 한국이라는 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행복]보다는, [모두의 질서와 안전]을 좀 더 중요시하는 사회에 가깝다는 점이었다.

질서와 안전을 우선시하는 사회는 다양성보다는 조화와 단결을 핵심 가치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눈에 띄는 행동이나 개성보다는 규범을 준수하고 사회에 순응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단결이 잘되고 체계적으로 작동하는 사회처럼 보이기도 한다. 심리학자 사와다 마사토는 규범의식이 높은 집단일수록 제재 행동이 일어나기 쉽다고 주장했다. 집단과 공동체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집단주의적 문화는 개성이나 다양성을 배척하기 때문이다.

[차이, 차별, 처벌] 이민규 지음

근성 있고, 경쟁심 있고, 빠르고, 신속한 한국 사회가 가진 또 다른 아주 중요한 특징은 '집단주의적인 문화'가 아주 강하다는 점이다. 그 덕에 모난 돌은 정을 맞아 깎여나가는 것이 사회화의 과정이다 여겨지고, 모두가 YES를 외칠 때 No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눈총을 받는다. 잘해서 성과를 인정받은 사람들에게 따라붙는 눈길이 선망이나 응원보다는 질시가 더해지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고, 남들과 다른 발상을 하는 사람들을 '쟤 사차원이야'과 같은 특정 용어를 붙여 범주 외의 사람으로 지정해버린다. 다수가 선택하는 삶의 형태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남과 다른 삶의 이유를 설명하고 양해받아야 할 것 같은 무언의 사회적인 압력에 시달린다.

그리고, 이런 집단주의 적인 문화는 한국인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특별함을 펼치지 못하게 만드는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방법은 없을까?

그런데, 현재 한국을 알리는 민간사절과 같이 회자되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다 보니, 바로 이 [집단주의적인 문화]에서 다소 특이하거나 다르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지만,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서사와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나간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만의 기술과 이야기 + 근성

세상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디테일이 뚜렷한 봉준호 감독.  

자신들만의 스토리를 노래로 부르고,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콘텐츠와 노래로 소통하는 BTS.***

이미 국내 영화계에서 매우 편안히 안주할 수 있는 나이에도 다양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 윤여정 배우.


이들은 모두, 각각이 가진 '고유의 콘텐츠(Original Contents)'가 그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를 토대로 음악, 연기, 영화와 같은 예술 분야의 특성상 타인들과 구분되는 특징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분야기에 자연스럽게 '모두와 같은' 생각과 행동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지키는 역할을 했다는 추측을 조심스레 해보았다. 이와 같은 분야적인 특성에 한국인 특유의 근성과 노력, 꿈에 대한 속도감 있는 도전 정신이,진화한 미디어 기술을 만나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된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그들을 바라보고, 나를 되돌아보고, 자라는 나의 아이를 바라보았다.


과거의 나에게도 분명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좋아하는 일'을 탐험할만한 시기가 있었다. 보통 이런 시기를 '학창 시절'이라고 우리는 칭한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과 여러 가지 시도들이 필요하다. 시도를 반복할 비어있는 시간과, 무엇이든 해 볼 수 있는 공간 말이다. 그런데, 그 시절의 나는 이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대신, 다른 이유들로 너무 바빴다. 하교 후에는 당연한 듯 학원을 가고, 유명한 강사의 강의를 듣고, 독서실에서 시간을 보내며 학생이니 열심히 해야 한다고 주로 이야기되는 것들에 몰두하며 지냈다. 모범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 과정안에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탐구는 후순위로 밀려나가 있었다는 것을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깨닫고 있는 중이다. "성적이 좋으면 선택지가 넓어져."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뭘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해야 한다는 공부나 하자.'와 같은 마음이 더 컸다. 그 결과, 나뿐만 아니라 많은 친구들이 대학에 진학해서도 스스로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지 못해 방황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럼 대학 중에는 찾을 수 있었을까. 취업에 떠밀리듯 졸업 후 회사원이 되고 나서 까지, 그리고 아이의 엄마가 되어 또 인생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반복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 맞는가', '나의 적성에 맞는 일인가', '나에게 더 맞는 다른 일이 있지 않을까''지금 이 일을 하면서 즐거운가'와 같은 과거로부터 유예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그래서, 내 곁의 작은 아이를 보며.... 부디 이제 자라는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는 스스로의 관심과 적성을 탐험할 시간과 공간이 충분하고, 어떤 표현이라도 넉넉하게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자리잡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세계를 평정할 또 다른 인물들이 문화 예술계뿐만 아니라, 인문과 과학을 포괄한 모든 분야에서도 쏟아져 나올 자질이 충분한 민족이라는 것을 알게 되니 더더욱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남과 다른 삶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더 열심히 바라보고, '나 다움'을 논할 수 있는 공간들을 더 살펴보는 중이다.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들을 살펴보며 널리 알려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더 간절해졌다. 시행착오를 반복 중인 어른으로,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도, 다음 세대들은 좀 더 수월하기를 바라기 때문.

 

그래서, 그런면으로 한국에 귀국하여 돌아본 이 공간이 갖는 의미는 특별했다.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근처에 위치한, 스토리 스튜디오 & 스토리 라이브러리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앞 스타벅스가 있는 건물에 자리 잡고 있는 [스토리 스튜디오]와 [스토리 라이브러리]. 뉴욕에 있을 당시 특파원으로 일하던 C-program에서 기획, 운영한 공간이었기에 대략적인 특성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방문해서 구석구석 살펴보며... 이 공간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은 정말 큰일 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12세~19세의 청소년들 중,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방문해서 영화와 음악을 즐길 수도, 글을 쓸 수도, 그림을 그릴 수도, 스스로 만든 게임을 전시할 수도 있는 공간이란다. 세상에, 문을 열고 들어간 이곳에는 "취향"이라는 이름을 구체화해보기 위한 다양한 도구들이 즐비했다.

다양한 공작을 위한 도구들. 미국의 유명 미술관에 준비되어 있는 소품들과는 비교도 안 될 '좋은' 퀄리티와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종류들. 이 공간을 위해 별도 제작되는 것들이 대부분
해보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시도해 볼 수 있는 공간. 앉아서 쓰고 그릴 수도, 빈백에 누워서 생각을 해볼 수도 있는 공간.

실제 이 공간은, [어른 출입 금지]라고 입구에 떡 하니 쓰여있듯, 12세-19세 청소년을 제외하고는 입장 자체가 불가능하다.


오롯이 그 나이 또래의 친구들이 스스로에 대한 탐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규칙 중 하나인데, 한국문화 자체가 어른과 아이들 사이의 위계질서와 어른이 갖는 권위가 절대적인 문화라는 측면에서 볼 때 아이들을 자유롭게 활동하게 해주는 중요한 포인트로 여겨졌다. ex-뉴욕 특파원 특전으로 이 공간의 휴일에 아무도 없을 때, 방문해 볼 수 있었는데... 이렇게 살짝 엿보는 동안 여기 앉아 있고, 누워있고, 웃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학생들이 만든 다양한 창작물들. 컨테스트를 만들어 다른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기도. 동일한 테마에 대해서 다른 친구들의 생각이나 제작물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어쩌면, 이 공간이 그저 방문하여 홀로 즐기다 가는 그런 곳이었다면 놀라움은 덜했을 듯하다. 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이 스스로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도구들을 준비해두고 공간과 시간을 무상으로 열어주는 시설들은 뉴욕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두 가지 특징이 이곳을 세상 그 어느 곳과도 다르게 만들고 있었다.

아니, 월드 클래스로 만들어주었다.

 

길라잡이가 되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들.

자율적으로 탐험을 하며 자신의 취향과 관심을 세심하게 구체화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어디서부터 그 질문을 던지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청소년들을 위해 그 시작의 방점이 되어줄 만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중 일부는 코 시국을 맞이하여 온라인으로 라이브 방송되고 스토리 스튜디오의 유튜브에 남아 있다.

 스토리 스튜디오 유투브 https://youtu.be/iblHVVtnvsM

그림은 좋아하기는 하지만, 그린 그림들로 뭘 하면 좋을지, 정말 그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은 어떻게 작업하는지가 궁금할 청소년들을 위해 실제 전문가를 섭외하여 작업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방식으로 그 내용들은 실질적인 길라잡이가 되어 주기에 충분했다. 예를 들어, 수수진 일러스트레이터님과의 드로잉 토크 방송은 실제 12-19세가 아닌 너무 다 큰 어른인 나도 온라인이라는 특성을 백분 활용하여 잠입하여 구경해보기도 했는데, 집에서 혼자 끄적끄적 마음 가는 대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끄적거릴 줄만 알았지 그것이 무엇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생각해 보본 적 없던 13살 나를 타임머신 태워 납치해 오고 싶은 그런 내용들이었다.


신호등이 아니라, 가로등이 되어주는 어른들.

이 스토리 스튜디오에 존재하도록 허락된 어른은 오직 '스스의 운영자'뿐이다. 이 어른들은 단지 공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부담스럽지 않게 도움을 주면서 공간 안을 자연스럽게 탐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낯선 곳을 방문한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입구에서 갈아 신는 슬리퍼 색상부터 고민하는 이 분들은, 세심하게 아이들을 살피며 더 접근 방식과 다양한 방식의 길들이 있다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섭외하여 콘텐츠를 기획한다.


미리 정해둔 길을 따라 이 쪽으로 향하라며 마치 컬링 하듯 매끄럽게 잘 닦아둔 길로 떠미는 어른이 아니라, 수많은 길들이 있고 그 길들이 보이도록 밝은 빛을 비추어 둘 테니 한번 생각하고 어디로 갈지는 스스로 고민해보라는 그런 어른들이 이곳에는 있었다.

 

 

스토리 스튜디오 바로 옆에는 [스토리 라이브러리]가 존재한다.


다양한 주제를 기준으로 마련된 서가와 그렇게 접하는 콘텐츠들을 시작으로 '나'의 이야기를 한번 펼쳐보게끔 유도하는 공간이라 설명할 수 있는 이곳을 사용할 수 있는 연령도 12-19세. 스토리 스튜디오와 마찬가지로, 이 공간은 해당 연령의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단다.  먼저 살펴본 '스토리 스튜디오'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모든 영역에 걸쳐 탐험해 보는 것이 가능한 공간이라면, 이곳은 보다 '쓰고, 읽는' 활동을 위주로 하여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라 생각하면 될 듯하다. 입구부터 코 끝을 간지럽히는 교보문고 향과, 알록달록하면서도 다양한 형태로 진열되어 있는 책과 도구들을 보며... 이곳에서 머물며 작가가 될 미래의 누군가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었다.





겨우 여덟 살인 아이를 키우며, 하루에도 수십 번 이 아이의 장래를 고민한다.  

그리고, 지금 내 아이 나이 즈음의 나에게 어떤 기회와 도움이 있었다면 좋았을까... 라며 지나버린 시간에 대한 질문도 함께 반복하고는 한다.  

사실, 그 모든 상상과 고민의 이유는 하나였다.

나도, 나의 아이도 부디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힘들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찾기를, 그리고 그 안에서 느끼는 행복감으로 삶이 충만하기를 바라는 그 마음 말이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가장 인상 깊게 둘러본 이 공간-스토리 스튜디오 & 스토리 라이브러리- 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와 나누고 싶었다. 12-19세의 청소년이 주변에 있는 어른에게는 어떻게 꿈을 찾고 있는지 도와줄 수 있는 이런 공간이 있다고 알리고 싶었고, 그보다 어린 자녀를 키우는 나와 같은 부모가 있다면 아이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일지 이런 공간을 보며 한번 같이 생각해 보자고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일모레 마흔에도 자아 성찰과 진로 고민을 반복 중인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이런 스토리 스튜디오/ 스토리 라이브러리와 같은 공간에서 하는 활동들을 통해서 늦더라도 진짜 관심과 흥미를 찾아낼 수 있지 않겠냐고 질문하고 싶었다. 스토리 스튜디오와 라이브러리는 12-19세에게만 열려있지만, 인생에 걸친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를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잡는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야기들과 콘텐츠들을 바탕으로 내 안의 '나만의 스토리 스튜디오'를 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 글을 읽으시고, 추천해 주고 싶은 12-19세가 주변에 있다면...!

[스토리 스튜디오 예약] https://booking.naver.com/booking/10/bizes/371030/items/3477134

[스토리 라이브러리 예약] https://booking.naver.com/booking/10/bizes/558076/items/4017923


*먼저 인스타그램으로 슬쩍 둘러보려면, 요기로!

https://www.instagram.com/hello_storystudio/

https://www.instagram.com/hello_storylibrary/

*유튜브는 여기요.

https://youtu.be/iblHVVtnvsM : 이곳에서 진행되는 수많은 프로그램들은 유튜브를 통해서 실시간 라이브로 진행되고는 합니다. 어른은 들어갈 수 없지만, 유튜브 시청은 가능하죠. 마음은 청소년인 어른 아이분들도 난입 가능합니다. 저처럼요.

*현재 스토리 스튜디오가 되기까지의 준비와 고민 과정이 담겨있는 매거진도 찾았네요. 방문하는 청소년들이 공간을 부드럽게 받아들이도록, 슬리퍼 색상까지 고민하는 이 분들의 노고를, 저는 참으로 감사히 여기지 않을 수가 없네요.

https://brunch.co.kr/magazine/storystudio



*** 추가로... 이 글의 작성자인 저는.

스토리 스튜디오에 있는 주제별 작품 세션에 있던 BTS 코너를 보고 뿌듯했던!! BTS만이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 스토리에 매료된 ARMY라는 점을 밝힙니다:)

스토리 스튜디오에서 청소년들이 만든 LP플레이어와 아미밤, BT21 태태 너무 귀엽지 않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만약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