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ook/ 어떻게 살 것인가 ]를 통해 돌아보고 나아가기
요즘 이래저래, 생각할 일들이 많아서... 인생을 어떤 방향으로 가꾸어 가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나이가 서른이면 이런 고민은 모두 끝날 것이라 생각했던 십 대 시절에는, 마흔은 정말 모든 고민과 번뇌가 끝나고 평온히 남은 삶을 즐기기 시작할 시기라고 생각했는데... 서른여섯에 도 이런 고민이 아직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다행이라 여겨야 할지, 아니면 큰일이라 생각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 가만히 서재를 바라보고 있다가 눈에 들어온 책이었다.
오래전에 사기도 했었고, 읽기는 했으나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 책장에 수북이 쌓인 책들 중 하나였는데 홀린 듯이 다시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 읽고 난 지금, 미국으로 이사 오기 전에 이 책을 버리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며... 유시민 작가의 이 책 중, 기억에 담아 둘 부분을 남기며 그 부분에 떠오른 나의 생각들을 남겨본다.
위로가 힘이 될까?
...자기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타인의 위로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 내 책임이든 사회의 책임이든, 닥쳐온 고통은 일단 내가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세상을 원망해본들 달라질 것은 없다. 누구도 그 짐을 대신 져주지 않는다.
...삶의 목표와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자유의지를 가진 존엄한 개인의 고유한 권리이지만, 그 자유의지를 발현하는 데는 어떤 상황에서도 지키려고 노력해야 마땅한 이성의 원리 또는 도덕법이 있다.
...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세상의 그 어떤 날카로운 모서리에 부딪혀도 치명상을 입지 않을 내면의 힘, 상처 받아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 힘과 능력은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는 의지에서 나온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삼포세대라는 비관적인 용어로 현재의 젊은 세대를 지칭하는 만큼 너무 힘든 시대를 지나고 있는 한국의 우리들. 하지만, 작가는 이런 우리에게 그저 위로만이 답이 아닌 이유를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분명 도움이 되는 조언임에는 분명했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의 한국의 젊은이들이 "인생이 살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기본 명제와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면 될 것이다"라는 것을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인 건 아닐까?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지기도.
놀고 일하고 연대하라
...살아가려면 체념하지 말고 반항해야 한다.
마틴 셀리그먼 Martin Seligman이라는 임상 심리학자가 수많은 관찰과 상담 사례에서 얻은 결론과 일치한다. 삶의 '위대한 세 영역'은 사랑, 일, 놀이이다.
...
나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그 일은 내 삶에 충분한 의미를 부여하는가?
나는 어떤 놀이에서 즐거움을 얻고 살았으며 어떤 놀이를 더 하고 싶은가?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며 뜨겁게 사랑받고 있는가?
지금 사랑하고 사랑받는 방식이 만족스러운가?
누구와 함께 어디엔가 속해 있으면서 서로 공감하고 손잡으려는 의지를 충분히 표현하면서 살고 있는가?
그래야만 할 이유도 없이 지레 무엇인가를 포기하고 산 것은 아니었던가?
이 질문을 2년 전의 나에게 던져보았다.
2년 전의 내가 가장 답하기 껄끄러웠던 질문은 "놀이"에 대한 부분이었다. 좋아하는 드라마나 영화도 보기 힘든 시기였으니 당연히 "놀이"까지는 언급할만한 상황도 아니었던 시절. 하지만, 그 "놀이"가 인간의 삶의 위대한 세 영역 중 하나라니. 삶의 영역 중 하나를 '사치'즈음으로 치부했기에 더 힘들어졌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질문도 스스로에게 해보면서.
노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로, '놀아서는 안돼'라고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웠던 것은 아닐지. 결국 지구를 떠나는 날에는 가장 즐거웠던 일들만 기억에 남을 텐데... 지금이라도 즐거운 '놀이'를 찾은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부분.
어떻게 죽을 것인가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
(철학자 밀)
...나이가 많이 든 후에도 철학적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 발전시킨 예외적 인물들은 공통점이 있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젊은 사람들과 수평적으로 대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들은 나이가 많이 들어도 변함없이 개방적으로 생각하며 유연하게 행동한다.
내가 사회생활을 하며 알게 된 선배들 중,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선배가 두 분 계신다.
이 두 분의 공통점은 나이가 까마득히 어렸던 나에게 00 씨라는 존칭을 썼던 것과 매사 본인의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음을 시원히 인정하며 '소통하는 척'이 아닌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 애썼던 점이었다. 그래서 존중받는 만큼 나도 그분들을 더 존경하고 따르게 되었던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나에 대한 "존중"이란, 내가 왜 어떤 생각을 어떤 배경으로 했는지에 대해서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여 주셨던 부분이었다. '내가 너의 나이를 지나왔기에, 이럴 것이다'라는 추측으로 그저 간과하기에 앞서, 귀 기울여 듣고 내 생각을 이해하고 배우려 애써주시던 선배님. 까마득한 후배의 이야기에도 이런 태도를 보여주셨던 분들이라, 시간이 지나도 새로이 등장하는 무언가에 늘 열린 태도로 다가서셨던 것은 아닐는지.
... 마음의 설렘이 없는 일에 인생을 쓰고 싶지 않았다.
지금 내 손에 쥐어져 있는 2가지의 선택지 중 하나는.
남들이 보기에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나에게는 익숙하고 재미있지는 않은 일.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신기하고 재미있을 것 같은 일. 다른 사람이 알아주기 쉬운 일은 아니라도, 나에게는 의미 있는 일.
그 사이에서 번뇌 중이었는데, 이 문장을 보는 순간 조금 생각의 시소의 한 축이 기울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마음의 설렘이 이는 일. 그게 무엇인지는 너무나 명확했으니까.
...많은 사람들에게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주는 제도와 관습, 문화는 바로잡아야 한다. 이것은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고치지 않으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도와 관습, 문화를 바꾸려면 '투쟁'해야 한다. '투쟁' 하는 데는 비용이 든다. '투쟁'하면서도 즐거울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그 '투쟁'이 성공하면 혜택은 모두가 함께 누리지만, 드는 비용과 스트레스는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 우리들 각자는 사회적인 것이든 개인적인 것이든 부정적인 생활 사건이 주는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사회가 내 인생을 책임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견디기 어려운 스트레스를 주는 제도와 관습이라.
생각해보니 너무 많지만 그중 그냥 머릿속에 바로 떠오르는 것 먼저 적어 내려가 보았다.
▶명절이면 당연시되는 며느리들의 노동.
▶형식만 남은 제사.
▶허례허식만 남은 결혼문화.
▶독립하지 않은 성인들이 만나, 결혼 후까지 이어지는 원가정과의 이슈들.
▶유아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관대한 제도.
▶차별당하는 것은 싫지만, 차별하는 것에 아무렇지 않은 문화
▶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나이를 묻고 서열을 정하는 문화.
▶능력보다 나이가 중요한 사회
등등.
나와서 보니 좀 더 눈에 보이는 이런 것들을 바꾸기 위해서 한국은 투쟁 중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않고... 투쟁만 집중적으로 더 부각되다 보니, 직접적으로 연관 없는 대중들의 피로도는 더 과대하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은 아닐는지.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작가도 이야기해 듯, 그 비용과 스트레스는 오롯이 나 개인의 몫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더불어... 그런 스트레스를 다루는 방법 역시도 내가 찾아야 한다는 것도 그는 이야기하고 있다. 아 어렵다. 하지만 나를 책임지는 것은 '나'뿐이라는 명제는,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룬다고 해서 변하지 않는 사항이니.. 나를 포함한 모두를 바꾸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내 삶의 불합리한 스트레스를 야기하는 요소들은 바꾸어 보리라 생각했다. 참고 꾸역꾸역 견디느라 스트레스를 받느냐, 아니면 내 의견을 부각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받느냐... 를 고민했을 때, 결론적으로는 후자가, 내 인생에 훨씬 유익할 테니.
... 세상에 대해서, 타인에 대해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는 좋은 세상을 원하지만 그 소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을 저주하지는 않는다. 좋은 사람들을 사랑하지만 무조건적으로 절대적인 사랑을 믿지는 않는다. 내 생각이 옳다고 확신하는 경우에도 모두가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내가 하는 일들은 의미가 있다고 믿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임을 인정한다. 삶이 사랑과 환희와 성취감으로 채워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좌절과 슬픔, 상실과 이별 역시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요소임을 받아들인다.
이 책은 육아서가 아닌데도, 부분 부분 나에게는 육아서처럼 읽히는 부분이 있었다.
하긴, 아이를 키우는 것이 내 삶의 일부이고 자녀를 키운 유시민 작가에게도 그의 삶에 큰 일부분이었을 테니 이 또한 이상한 명제는 아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화가 나고, 좌절하고, 슬프고, 기쁘고 할 때마다... 이런 감정의 진폭을 아이에게 전하지 않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내 아이를 남의 아이처럼 대하라"라는 이야기가 있다. 남의 아이에게 라면 늘 어느 정도의 기본적인 친절과 다정함은 유지하게 되고, 반대로 극도로 화가 나는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 이처럼, '자식'은 나 스스로 못지않게 더더욱 일정한 거리감을 두고 바라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 챕터를 읽어 내려가며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쩌면 나 자신보다 더 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너무 많은 기대와 슬픔과 기쁨, 상실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너무나 사랑하는 아이지만 한걸음 떨어져 아이의 삶을 있는 그대로 지켜봐 주어야만 아이도, 나도, 모두 행복하겠다는 결론.
...인간의 대뇌피질에는 타인의 고통과 기쁨을 인지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신경세포인 '거울 뉴런'이 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않는 것을 '특별한 능력'인 것처럼 과시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한 기업의 총수 일가가 보여준 갑질의 전형적인 케이스들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도 이런 "대뇌피질"이 덜 발달된 사람들을 간혹 보게 된다. 공감이라는 능력도 "지능"의 일부인데, 발달되지 않은 지능을 마치 '알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도 더러 보게 되고.
콜 센터 직원에게 전화해서 앞뒤 없이 화내는 것으로 시작하는 갑질 하는 소비자.
가정에 가져다주는 생활비가 아내에게 퍼붓는 폭언과 잔소리에 대한 권리 비용인 것처럼 생각하는 남편.
학원 뺑뺑이로 우울증에 걸린 아이를 더 공부하라 채근하는 부모.
임대주택단지의 아이들에게 아파트 이름을 써서 따로 줄 세운 교사.
장애인 학교 설립에 집단 반대하는 시위를 너무나 당당하게 하는 주민들.
이들 모두에게.
그들이 지금 하고 있는 행동과 생각이 모두 '지능'이 덜 발달되었기 때문이라 이야기해도 같은 행동을 할까?
아닐 듯하다.
옳은 일을 필요할 때 친절하게
...남들과 잘 소통하면서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그 자체가 좋은 일일뿐만 아니라 직무를 잘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소통과 인간관계의 비결은 자기의 마음을 닦는 것이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해도 타인을 미워하거나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섣불리 평가하려 하기보다는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교감해야 한다. 내가 다른 사람을 바꾸어 놓을 수는 없다. 바꾸려고 해서도 안된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나를 그렇게 대한다. 이것이 재미있는 일을 즐겁게 하는 비결이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일만' 잘하면 되지 일일이 타 부서 담당자의 감정까지 챙겨야 하나?'라는 오만방자한 생각에 빠져있던 그런 시기. 당연한 일을 하는데도 왜 "친절"까지 포함하여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던 그런 덜 자란 시기.그 즈음 남편과, 회사나 사회의 상위 조직에 가있는 사람들 중 여러모로 두루두루 뛰어난 사람을 제외한 아래의 2개 그룹 중 어느 쪽이 더 나은가에 대한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인간관계는 좋으나 일의 능력으로는 배울만한 점이 없는 사람과
일은 잘하지만, 인간적으로 배울만한 부분이 없는 사람.
당시 나의 의견은, '회사는 일을 하기 위해서 굴러가는 곳이니 일만 잘하면... 크게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 '에 가까웠었다. 그런데, 그러부터 시간이 얼마 정도 지나.. '일만 잘하면 인성 같은 것은 문제없어도 회사는 OK"라는 생각을 아주 뚜렷하게 하는 사람과, 그런 사람을 계속 승진시켜주는 조직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결국 그것이 조직의 아주 많은 사람들의 정서를 파괴하고, 조직문화 자체를 와해시켜...'일'을 해야 하는 회사에서 '누가 누구와 왜 문제가 있는지'를 더 들여다봐야 하는 경우까지 가는 것도.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타인을 모욕하고 괴롭히는 일이 정당화되는 조직은, 결국 그 어떤 성과도 제대로 낼 수 없었다.
결국 회사도, 사람이 모여서 하는 곳.사람을 존중할 줄 알아야 비로소 제대로 굴러갈 수 있다. 설사 상대가 나의 기준에 맞지 않다고 하더라도, 노력을 기울이는 것만으로 더 나아질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아이들을 옳게 사랑하는 법
...자식이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면 두 가지를 가지도록 도와줄 수 있다.
첫째는 행복을 느끼는 능력, 둘째는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이다.
자기가 옳다고 믿거나 좋다고 생각하는 삶의 방식을 강제해서도 안된다. 자녀들은 부모가 그렇게 할 경우 그것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삶의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은 행복을 누리는 능력을 기를 수 없다.
... 아이를 잘 키우려면 도를 닦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두 가지만 이야기하자. 따지고 드는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 공정성 fairness에 대한 인식이 일찍 발달하는 아이일수록 지적 재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회성은 가장 높이 발달한 생물학적 재능이다. 끝없이 "왜?"를 쏟아내는 아이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더 창의적인 아이들은 덜 창의적인 아이들보다 부모를 더 힘들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기존의 규범으로 길들이면 아이는 호기심을 버리고 창의적이기를 그만둔다. 어떤 부모도 자기에게 없는 것을 자식에게 줄 수는 없다. 자녀에 대한 사랑과 훌륭한 삶의 자세를 가지고 있는 부모만이 그것을 자녀에게 줄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언어로 대화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큰 문제가 없는 경우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말과 더불어 진행된다. 인간은 언어로 사유한다. 부모가 반쪽짜리 '아기 말'을 쓰면 아기의 생각도 반쪽짜리가 된다.
요즘 너무나 자주 반복되는 아이의 WHY에 거의 울 지경이었다. 유난히 설명에 설명을 더 원하는 아이에게 "Cuase I said soooooooooo!"라는 말을 뱉어놓고 후회하기도 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에게 위로하기도 하는 그런 저녁이 반복되던 중.
이 문단을 읽으며 나의 어린 시절을 다시 되돌이켜 보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나는 내가 지나온 모든 학제 중 가장 무뚝뚝하고 성의 없는 담임을 만났었다. 당시의 나는 왜 지하철에서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라고만 이야기하는 것인지, 왜 "내리실 문은 진행 방향 기준 오른쪽입니다"라고 이야기하지 않는지, 사람들이 다 그렇게 이야기하기로 약속한 것인지 등등 모든 것에 왜? 가 따라붙던 그런 어린이.
어느 날인가 종례식 시간에 알림장에 적을 내용을 불러주셨는데, 그 내용 중 일부가 좀 더 구체적으로 궁금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000에 대해서 공부하고 노트에 적어오세요"와 같은 기본적인 숙제였는데, 나는 "어떤 노트에, 무슨 내용을 위주로 적어야 하는지"가 궁금한 상황. 그래서 질문했으나 돌아왔던 것은 선생님의 한숨, 그리고 뭘 그렇게 꼬치꼬치 물어보냐는 이야기와 함께 추가 설명이 이어졌다.
혼난 것도 아니었지만, 어딘가 나의 궁금증에 대해서 비난받았다는 마음에 기분이 좋지 않았고, 하교하는 길 내내 '나만 이런 내용이 궁금한 것인지', '내가 이상한 것인지', '이런 질문은 원래 하면 안 되는 것인지' 머릿속으로 고민 고민하다 하굣길 친구에게 "너는 안 궁금했어?"라고 물었었다.
그런데 친구의 대답은 "나도 몰랐어. 근데 물어보면 안 될 것 같아서 가만있었어"였던 것.
궁금한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종례식 시간이면 짜증지수가 높아지는 선생님에게 더 물어볼 수 없었던 것.
그래서 그날, 이런 결론을 내렸던 것 같다.
'더 물어보았다가 눈총만 더 받을 수 있구나...'
'잘 모르는 것도 일단, 물어보지 말고 다른 아이들이 물어볼 때까지 기다려야지'
그렇게 호기심 많던 어린이는 입을 다물게 되었었다.지금 내 아이는 그 호기심이 폭발하는 시기. 힘들지만... 내가 그 몇 년을 참지 못해서 아이의 입을 다물어 버리도록 한다면, 아이의 인생의 문은 또 닫혀버리겠지?라는 생각이 크게 머릿속을 울렸다. 그렇게 아버지인 유시민 작가에게 또 하나 배웠다.
품격 있게 나이를 먹는 비결
1. 잘난 체, 있는 체, 아는 체하지 않고 겸손하게 처신한다.
2. 없어도 없는 티를 내지 않는다.
3. 힘든 일이 있어도 의연하게 대처한다.
4. 매사에 넓은 마음으로 너그럽게 임하며 웬만한 일에는 화를 내지 않는다.
5.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신중하게 행동한다.
6. 내 이야기를 늘어놓기보다는 남의 말을 경청한다.
사람마다 이 리스트를 보면서 와 닿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나는 우선 2와 3을 보면서, "푸념"하지 않는 법을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을 터놓는 사람에게 간혹 지금의 상황에서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하소연하듯이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다 보면, 내가 가지지 않은 것과 힘든 상황에 대한 나열을 반복하게 된다. 해결책은 나 스스로 찾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입 밖으로 꺼내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친구에게 이런 나의 짐을 같이 무겁게 느끼게 하지는 말아야지.라고 다짐했다.
진보주의란...?
...'진보주의'를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이라 유시민 작가는 정의하고 있다.
...성인이 되었을 때의 정치적 진보성과 청소년기의 IQ는 단조 증가 관계를 나타냈다.
...강한 진보적 정체성을 가진 미국 시민은 강한 보수적 정체성을 가진 시민보다 평균적으로 11점 이상 청소년기의 IQ가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정치적 이념에 대한 지능의 영향력은 성이나 인종보다 두 배는 강력하다. (지능의 사생활/ 웅진 지식하우스, 가나자와 사토시 지음)
...신앙이나 이념은 훌륭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조건이 있다.
다른 이념과 다른 신앙에 대한 관용 tolerance을 갖추는 것이다.
불운을 어찌할 것인가
...나는 세상의 부조리와 설명할 길 없는 불운을 일어나는 대로 그대로 받아들인다. 행운에 대해서는 감사하되 불운에 대해서는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이것이 좋은 방법이라서가 아니라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내 선택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은 주어진 환경으로 받아들이는 게 최선이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 "현명하게 지구를 떠나는 법"
모든 내용이. 귀감으로 삼을만했다. 특히 사랑하던 사람들과의 이별 방식과 내가 떠난 후 가족들이 이를 애도하는 방식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이 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