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 가정이 알려준. 행복한 결혼의 비밀.

book/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by 맨모삼천지교

결혼하지 않은 두 여성이 집을 함께 사고 새로운 형태의 ‘가정’을 만들어 간 과정을 이야기한 이 책을 두고, 혹자가 "결혼생활"에도 비추어 볼 수 있을만한 이야기라고 말했는데....

웬일. 정말 맞는 이야기였다.


언젠가 결혼을 앞두고, 우리가 어떻게 새로운 가정을 꾸려나가야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던 날, 미래의 남편이 될 나의 남자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당신을 오래 만났고 서로 잘 알고 있긴 하지만.결혼이라는 계기로, 완전히 부부로 살게 되는 것은 또 다른 상황일 것 같아.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해도, 처음 집에 데려온 날로부터 얼마간은 적응할 시간을 주잖아? 나는, 우리도 서로의 새로운 자리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그래서, 서로의 원가족에게 결혼에 따른 우리의 자리를 확인시켜주는 행사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1년은 서로에게 오롯이 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


내가 이런 이야기를 결혼식도 하기 전에 남편에게 이야기했던 이유는 당시 나보다 앞서 아내, 며느리, 엄마의 자리를 해 나가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듣는 이야기와 모습이, “행복”이라는 단어로 설명되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과거에는 친절한 남자 친구의 어머니였던 분이 갑분 ‘시어머니’ 타이틀과 함께 권력관계의 상위에 존재한다는 것을 어필하는 상황, 아이가 태어난 뒤에도 부모의 자리보다는 ‘아들’의 자리에 머물고 싶은 남편, 결혼을 했지만 매 주말 얼굴을 보고 싶어 하시는 친정 부모님 등등 새로 꾸려진 가정을 둘러싼 너무나 많은 낯선 상황들이 배우자의 존재를 넘어 밀물처럼 밀려오는 경험에 압도당한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먼저 결혼한 사람들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철없이 이런 스토리는 내 일생에 생길 일 없는 이야기처럼 순진하게 장밋빛 결혼생활을 그리는 나였지만 아주 다행히도 “해야 한다면 가급적 늦게 해. 아주 늦게”라는 조심스럽지만 정말 진심을 담아 조언을 건네는 친구들이 있었고, 일하는 엄마이자 며느리와 와이프인 선배들의 삶이 녹록지 않음을 보고 알 수 있을 만큼 여성이 많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특히 나에게는 휴일인 명절이, 누군가에게는 없는 출장도 만들어서 떠나고 싶은 시기라는 것을 보며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비혼 주의자가 아니라,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었다.


시간을 돌려 과거 결혼을 앞두고 있던 우리 커플이 읽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으니까.


왜 이 책 속의 저자들이 결혼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는지,

그 결정의 배경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

결혼이 아닌 계기로 모인 사람들 사이에도 이렇게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결혼이라는 제도까지 더해진다면 어떨지,

이들이 새로운 가정의 형태가 행복한 이유가 무엇일지.

이런 이야기들에 대해서 soon to be 남편과 이야기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조금은 이런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을 것 같다.


원가족에 대해서 가지는 ‘의무감’의 연장선에 배우자가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

즉, 효도는 셀프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며.

많이 비슷한 부분을 통해서 가까워졌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수많은 영역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 같고.

같이 사는 사람과 하는 싸움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알고 싸움을 시작했을 것 같고

집안일을 외주 주는 것에 대한 기쁨을 좀 더 빨리 누릴 수 있었을 것 같다.


이들이 이렇게나 평온하고 행복한 새로운 형태의 가정을 일구게 된 것은, 이들이 만든 새로운 형태의 가정에는 일반적인 결혼으로 생겨나는 '광범위한 의미의 가정'과 그 큰 가정 내의 수많은 참여자들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새로운 형태의 가정의 주인인 두 사람의 이야기만으로도, 책이 한 권 나올 만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에는 많은 에너지와 많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그것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니라...결혼을 할 예정이거나 한 사람들이 더 읽어봐야 하는 책으로 추천해 주고 싶다.



[분자 가족의 탄생 / by 김]

결혼은 답이 아닌 것 같았다. 단지 혼자의 고단함을 피하자고 결혼 제도와 시월드와 가부장제 속으로 뛰어드는 건 고단함의 토네이도로 돌진하는 바보짓이었다. 나를 충분히 바보로 만들 만큼 매력적인 남자가 갑자기 나타난다면 모를까. 하지만 그것도 내가 원하는 게 아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다른 삶의 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결혼까지 생각했어/ by 황]

... 무엇보다 결혼하지 않아서 가장 다행인 점은 누군가의 며느리로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사랑받는 딸로, 유능한 직업인이자 자유로운 개인으로 살아가던 여자들은 며느리라는 관계에 놓이는 순간 갑자기 신분이 몇 계단은 추락하는 것 같다.

... 관계에서의 의무는 지지 않지만 자식의 옆에 있어주어 든든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위치라면 누군가의 며느리가 되는 일도 얼마나 산뜻하고 가뿐할까?


[내가 결혼 안 해봐서 아는데/ by 황]

... 결혼 안 한 나를 두고 무슨 결격 사유가 있다는 양 비아냥거리거나 내가 너무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다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이 둘 말고도 많았다. 백번 양보해서 그게 사실이라 쳐도 그런 얘기를 사람 앞에다 두고 할 수 있는 무례함이 놀랍고, 그렇게 무례한 사람들도 결혼을 했다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다.



[집요정 도비의 탄생]

만약 황선우가 남자였다면 그에겐 능력 있다는 칭찬이 쏟아지는 사이사이 "어서 살림을 돌봐줄 아내를 맞아야지"" 남자 혼자 사는 살림이 다 그렇지" 정도의 타박이 가끔 곁들여졌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은연중에 여자에게는 직장에서 일도 잘하고 동시에 집에서 살림도 잘할 것을 요구한다." 여자 혼자 사는 집이 이게 뭐니?"라면서. 누구도 그에게 "어서 살림을 돌봐줄 남편을 만나야지"라고 충고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걸 동시에 잘 해내기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밖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집안을 돌봐줄 '아내'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그 '아내'는 남자일 수도, 여자일 수도 있다. 때론 가사도우미일 수도.


[두 일생이 합쳐지다]

... 처음에 우리는 서로의 비슷함을 발견하고 놀라워했지만 이후로 서로의 다름을 깨달으며 더 크게 놀라게 되었다. 우리는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이었다. 그것도 매일매일 끝없이 들고 나는 파도처럼 이어질 '생활습관'이라는 거대한 영역에서.


[싸움의 기술/by 황]

내가 어떤 이유로 그렇게 생각하고 말했는지 나의 논리를 이해시키려고 해 보지만 상대방에게는 변명일 뿐이다. 화가 나고 서운한 마음을 살피고 위로해주는 게 먼저가 되었어야 한다. 싸울 때조차 나의 중심은 나에게만 있었던 거다.

... 이 싸움의 목적이 뭔지 생각해본다. 나의 가장 잘 드는 무기를 찾아 쥐고 한 번에 숨통이 끊어지게 적의 급소에 꽂는 것인가? 다시는 일어날 수 없도록 흠씬 두들겨 패서 밟아버리는 것인가? 함께 사는 사람, 같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과의 싸움은 잊어버리기 위한 싸움이다. 삽을 들고 감정의 물길을 판 다음 잘 흘려보내기 위한 싸움이다. 제자리로 잘 돌아오기 위한 싸움이다.


[우리는 다른 세상에 산다/by 김]

... 나와 상대의 다른 점이 더 또력하게, 자주 콘트라스트를 이루므로 그 다른 점을 흥미롭게 여기고 나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지켜보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겠다. 나에 대해 깨닫고 나자 오히려 동거인에 대한 이해의 폭이 더 넓어졌다. 우리가 세상을 똑같이 지각하는 게 아님을, 애초에 당신과 나의 세상이 다름을 알게 되었으므로.


[혼자 보낸 일주일/by 황]

... 내내 가족들과 함께 오롯이 둘 만의 문제로도 책이 한 권 나올 만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에는 많은 에너지와 많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오롯이 둘 만의 문제로도 책이 한 권 나올 만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에는 많은 에너지와 많은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내며 특히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기혼 여성인 친구는 선물로 옷이나 가방, 보석이 아니라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을 원했다. 성격이 내성적인 사람들일수록 누군가를 만나지 않고 혼자 조용히 지내는 시간에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하는데, 아이들까지 있는 가족의 주양육자인 여성이라면 그렇게 충전할 시간을 갖기 쉽지 않을 것이다. 휴식의 공간이어야 할 집에서도 내내 다른 가족 구성원을 위해 움직이며 일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