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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교실 시대, 부모에게 빠진 한 조각

: AI 리터러시

by 맨모삼천지교

코로나 시기에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은 이미 디지털 툴에 익숙한 세대입니다. 노트북으로 발표 자료를 만들고, 구글닥스에 올라온 과제를 확인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죠. 학교에서 AI 기반 학습 프로그램으로 복습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자, 첫날 집으로 가져온 것은 다름 아닌 “AI를 활용해 과제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였습니다. 인공지능을 사용해 과제를 제출하다 적발되면 강력히 처벌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죠. 아이와 제가 모두 서명한 그 서류를 보면서, “AI가 이제 교육 현장에 깊숙이 들어왔구나”라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교실 안으로 들어온 AI, 혼란스러운 한국

구글은 올해 6월 Gemini 기반 교육 도구 30여 가지를 공개했고, 오픈 AI는 7월 말 ChatGPT 학생 튜터 모드를 선보였습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속도로 인공지능이 교실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다소 혼란스러운 상황입니다. 지난 8월, AI 디지털 교과서가 갑작스럽게 ‘교육자료’로 변경되며 2026학년도 검정 절차가 중단됐습니다. 정책 추진과 철회의 속도가 워낙 빨라, 현장은 도입 준비와 중단의 혼란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Screenshot 2025-09-24 at 9.24.35 PM.png 챗 지피티 스터디모드

그럼. 이 갑론을박의 중심에 있는.

교육 툴로서의 AI. 과연 아이들의 학습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AI, 교육에 도움이 될까?

일부 AI 도구들은 교육적 목적을 고려해 설계되었습니다. 예컨대 칸 아카데미의 칸미고(Khanmigo)는 검증된 콘텐츠를 바탕으로 학생이 스스로 사고하며 학습하도록 돕습니다. 오픈 AI 역시 ChatGPT의 튜터 모드를 활용하면 “정보를 능동적으로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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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사고 과정 자체를 AI에 맡겨버리는 경우입니다.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미국 대학가의 현실은 이를 잘 보여줍니다. 학생들이 에세이와 과제를 AI에 그대로 맡기면서, 학습의 핵심인 ‘고민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MIT 연구가 보여준 결과

MIT 연구팀은 약 60명의 대학생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글쓰기 과제를 수행하게 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ChatGPT에 의존한 그룹

구글 검색만 허용된 그룹

어떠한 디지털 도구도 쓰지 않은 그룹

그 결과, 1번 그룹은 글의 질·동기·뇌 활성도 모두 가장 낮았습니다. 반대로 어떤 도구도 사용하지 않은 3번 그룹은 초안을 스스로 써 내려가며 가장 크게 성장했고,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도 가장 높았습니다.


개인이 주제를 비판적으로 탐구하지 못할 경우, 글쓰기는 피상적이고 편향될 수 있습니다. 이는 인지적 부채(cognitive debt)의 축적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인지적 부채는 단기적으로는 정신적 노력을 줄여주지만,
장기적으로는 비판적 탐구의 약화, 조작에 대한 취약성 증가,
창의성 감소라는 비용을 초래합니다.

-MIT에서 진행한 실험의 결론-


숫자로 드러나는 현실

다 자란 성인조차 이러한데, 아직 사고력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더 큰 우려가 될 수밖에 없겠죠? 뉴욕 타임스에 보도된, 이미 수치로 드러나고 있는 현실의 데이터는 우려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미국 교사 조사: AI 관련 공식 정책이 있는 학교는 20% 미만.

스냅챗 My AI: 전 세계 1억 5천만 명 이상 사용.

Brookings 연구: 부모의 22~26%만 자녀가 AI를 학습에 사용한다고 믿지만, 실제 사용률은 70%에 육박.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은 ChatGPT 유료 구독자 수 세계 2위 국가입니다. 미국 다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갑을 열어 ChatGPT를 쓰고 있으며, 인구수를 대비해서 본다면 엄청난 수치죠. 주간 활성 사용자 수는 1년 만에 4.5배 증가했습니다. 앱 사용자 수는 전년 대비 약 5배 증가해 2,0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그러나 한국교육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은 디지털 도구 활용이나 인터넷 안전 영역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콘텐츠 창작이나 비판적 활용 능력은 낮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다시 말해, 기술은 잘 쓰지만 ‘어떻게, 왜’라는 질문은 부족한 상태인 것이죠.


부모에게 빠진 한 조각, AI 리터러시

교육부는 2025년부터 초·중·고 전반에 걸쳐 AI 활용 교육과 사회정서학습(SEL)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현장 교사들은 “가이드라인만으로는 부족하다”라고 지적합니다. 실제로는 어떤 학교는 AI를 전면 금지하고, 또 어떤 학교는 과제 제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학교별 편차가 큰 상황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 현장에서 인공지능을 마주하게 될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를 대상으로 한 AI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은 전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듯합니다.


부모로서도 AI 선행학습이 필요한 시점인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이 지점에서 참고할 만한 것이 AILit Framework입니다.

AILit Framework는 유럽 위원회와 OECD가 공동 주관하여 code.org를 포함한 여러 교육 전문가들의 협력을 받아 AI리터러시의 기준을 확립하고 있는 기관입니다. 이곳에서는 단순히 AI를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한계와 위험이 있는지, 윤리적·사회적 영향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학생들이 이해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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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을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히 기술을 아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가 이러한 파괴적인 도구를 사용할 때 인간의 사고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AI는 놀라울 정도로 효율적인 기계적 도구이며, 우리는 학습자들이 이러한 도구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역량을 길러야 합니다. 그래야 AI를 사용할 때 우리의 사고방식을 가장 잘 형성할 수 있습니다.

-티에리 비에빌(Thierry Viéville) / 프랑스 보르도에 위치한 국립정보학·제어이론연구소(INRIA)의 계산신경과학 분야 선임 연구원-

그래서, 이 사이트 내를 잘 둘러보면 AI에 대한 각종 자료와 논의해야 할 이슈들이 아래와 같이 아이들도, 부모들도 생각해 볼 수 있게끔 매우 잘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죠. 특히 이 기관에서 운영하는 www.teachai.org 웹사이트에는 다양한 리소스들이 업데이트되어 있습니다.


한국은 AI 도구 활용 의지와 접근성에서 이미 세계 상위권입니다. 하지만 기술을 얼마나 잘 쓰느냐보다 중요한 건 어떻게 바르게 쓰느냐겠죠. 부모와 교사, 그리고 정책 담당자가 함께 AI의 가능성과 위험을 이해하고, 올바른 사용 습관을 만들어줄 때, 아이들은 단순히 ‘빠른 정답 찾기’에 익숙한 세대가 아니라, 스스로 사고하고 성장하는 세대로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AI 시대, 부모는 더 이상 구경꾼이 될 수 없습니다.

챗지피티에 지갑을 빠르게 연 것만큼,

이제는 머리와 가슴으로 AI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뉴욕 타임즈의 관련 기사.

https://www.nytimes.com/2025/09/11/opinion/parents-children-ai-learning.html?smid=nytcore-ios-share&referringSource=articleShare


한국의 인공지능 교과서 도입에 대한 기사 / 코리아 해럴드 March 19, 2025

https://www.koreaherald.com/article/10445407#:~:text=This%20is%20the%20first%20leg,one%20of%20the%20three%20subjects.


대학생들의 과제를 대신해주는 툴로서 사용되는 인공지능의 현상황을 보도한 뉴욕타임즈 기사.

https://nymag.com/intelligencer/article/openai-chatgpt-ai-cheating-education-college-students-school.html

MIT에서 발표한, 인공지능과 학습능력을 상관관계를 다룬 논문

https://arxiv.org/pdf/2506.08872


한국의 AI 보급 현황 관련 기사

https://aimatters.co.kr/news-report/ai-report/26069/#:~:text=%ED%95%9C%EA%B5%AD%EC%9D%98%20AI%20%EA%B5%90%EC%9C%A1%20%ED%98%84%ED%99%A9,3.01%25%EC%97%90%20%EB%B6%88%EA%B3%BC%ED%95%9C%20%EA%B2%83%EC%9C%BC%EB%A1%9C%20%EB%82%98%ED%83%80%EB%82%AC%EB%8B%A4.

https://www.wiseapp.co.kr/insight/detail/554

**AI 리터러시에 대한 OECD의 기준을 담고 있는 웹사이트 2가지.

https://www.teachai.org/ailiteracy

https://ailiteracyframework.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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