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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숏폼, 부모의 분노로 번지다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허락할 것인가

by 맨모삼천지교


혹시 최근 카카오톡을 열어보셨나요?


이제는 단순히 메시지를 주고받는 메신저가 아닙니다. 어느 순간 생긴 추가탭에서는 ‘숏폼’라는 이름으로 짧은 영상들이 흘러나오고,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이 SNS 피드처럼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이 변화가 어른들만의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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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계정도 예외 없이 이 쇼츠에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아이가 “엄마, 나 카톡 해도 돼?”라고 물었을 때 단순히 메신저를 허락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숏폼 SNS까지 부모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허락하게 된 이 상황이 화가 나는 것을 넘어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부모가 아이를 지키고 싶다면, 각종 인증 절차를 거치고 복잡한 차단 과정을 수행해야 합니다. 보호자 본인 인증 및 자녀 인증을 진행한 뒤 가족관계증명서 파일을 첨부해야 한다죠? 그런데, 이 보호조치는 유효기간이 1년에 불과하고, 여러 자녀가 있는 경우 부모가 일일이 각 자녀마다 설정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더불어... 부모가 이 설정을 완료하였을 경우에 보이는 화면도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한창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꾀하는 청소년기에 "나는 지금 부모님 요청으로 사용을 못한다."라는 공지화면이 주변 친구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카카오톡은 정녕 이해를 못 하는 것이 분명해 보이네요. 이런 숏폼 기능과, 자녀보호 화면 공지를 고민한 팀에 과연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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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카카오톡이 사실상 ‘학교 생활의 기본 인프라’는 물론 대부분의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 된 현실 때문에 더 난감합니다. 단체방 공지 확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에게 계정을 만들어주지만, 그 순간부터 아이는 원치 않는 영상의 바다로 밀려 들어갑니다. “차라리 스마트폰을 아예 금지하면 좋겠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아이의 사회적 소속감을 지켜주려는 마음과, 유해한 콘텐츠로부터 떼어놓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충돌합니다. 이처럼 부모로서 느끼는 분노 속에는 단순한 불평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며 매일 부딪히는 모순과 고충이 담겨 있습니다.


이런 제 마음이 단순한 과민 반응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이 문제는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니까요. 미국에서도 같은 우려가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5년 봄, 미국 Pew Research가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10대의 절반 가까이(48%)가 소셜 미디어가 또래에게 대체로 부정적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습니다. 불과 3년 전인 2022년에는 32%였는데, 단기간에 이렇게 치솟은 겁니다. 반대로 “긍정적이다”라고 답한 비율은 23%에서 11%로 반토막이 났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여론의 흔들림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가 체감하는 불안과 상처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부모와 아이 사이에는 시각 차이가 있습니다. 부모들은 소셜 미디어를 자녀 정신 건강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꼽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쁘다”는 자각을 하면서도, 동시에 “놓칠까 봐 불안하다”는 감정을 버리지 못합니다. 남들이 다 쓰는데 혼자만 빠질 수는 없는 현실, 이것이 바로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 박사가 지적한 [집단행동의 함정(collective action trap)]입니다.


<< 집단행동의 함정(Collective Action Trap) >>
: 우리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허락하는 이유를 곰곰이 따져보면, 꼭 원해서라기보다는 “다른 아이들은 다 가지고 있으니까”라는 불안 때문일 때가 많습니다. 조너선 하이트는 이를 집단행동의 함정(collective action trap)이라고 설명합니다.
개인은 “우리 집만 안 주면 아이가 소외될까” 걱정해서 규범을 깨지만,
그 결과 모두가 원치 않는 상황 — 어린 나이에 아이들이 소셜 미디어에 빨려 들어가는 상황 —에 갇히게 됩니다.


이 함정에서 벗어나는 길은 혼자의 결심이 아니라 집단적 합의와 제도입니다. 부모들끼리 약속을 모아 “중학교까지는 스마트폰 금지”라는 규범을 만들거나, 학교에서 “종이 울릴 때부터 울릴 때까지 폰 금지”를 실행하거나, 나아가 국가 차원의 연령 제한과 규제가 마련될 때 비로소 효과가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미국에는 “Wait Until 8th”(8학년까지 기다려요)라는 부모 서약 운동이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자녀에게 중학교 8학년이 끝날 때까지 스마트폰을 주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부모들의 연대입니다. 혼자만 늦추면 아이가 소외될까 두려운 것이 현실인데, 이 서약은 같은 학교·같은 학년에서 최소 10 가정 이상이 함께 참여해야 발효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서약이 활성화되면 부모 명단이 공유되어 서로 연결되고, 실제로 12만 5천 명 이상이 참여하면서 미국 곳곳에서 ‘함께 기다리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전화와 문자만 가능한 기본폰이나 키즈용 스마트워치를 대안으로 안내해, 필요하면 아이가 완전히 단절되지 않도록 돕는 장치도 있습니다. 이처럼 개인적 결단이 아니라 집단적 약속을 통해 압력을 줄이고 새로운 규범을 만드는 방식은, 하이트가 말한 집단행동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실질적 모델이라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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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 박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역사상 가장 덜 번성하는 세대다.”

그의 진단은 매우 단호합니다. 아이들의 뇌는 경험을 통해 배선되는데, 성장기에 필요한 ‘달리기, 뛰어놀기, 친구와 다투고 화해하기’ 같은 경험 대신, 스와이프와 탭만 반복하다 보니 뇌가 그 방향으로 고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는 부모들에게 이렇게 강조합니다.


“그래프와 통계가 부족해도 괜찮다. 그냥 나쁘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를 지키고 싶어도 부모 개개인의 힘을 뛰어넘어버리는 제도와 기술은 부모로서의 스스로를 참으로 망연자실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치지 않고 분노해야 하는 이유는, 부모가 여전히 아이의 세계를 지킬 수 있는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이죠.


카카오톡 업데이트에 대한 한국 부모들의 항의는, 단순히 특정 기업을 향한 불만이 아니라, 우리 시대가 직면한 더 큰 질문을 드러냅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세상을 허락할 것인가?” 바로 그 질문 말이죠.


당신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Jonathan Haidt, The Anxious Generation: How the Great Rewiring of Childhood Is Causing an Epidemic of Mental Illness (2024). https://www.anxiousgeneration.com/book

Ezra Klein Show, “Our Kids Are the Least Flourishing Generation We Know Of”

https://www.youtube.com/watch?v=RN2GhPal4qA


Pew Research Center, Teen & Parent Survey on Social Media (2025).

https://www.pewresearch.org/internet/2025/04/22/teens-social-media-and-mental-health/

국내 언론 보도, “카카오톡 2025년 9월 업데이트: 쇼츠 기능 도입 및 미성년자 자동 노출 논란.”

https://www.youtube.com/watch?v=l-INj83s2Sg

https://www.hani.co.kr/arti/economy/it/1220505.html


메인 이미지 출처 : https://newneek.co/@gosum_beat/article/3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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