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실력이 드러나기까지 D-3년?
소설 ‘남아 있는 나날’(카즈오 이시구로) 속에는
집사 ‘스티븐스’씨가 등장합니다.
스티븐스 씨는 자신의 집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입니다. [품위]’란 집사의 기본적인 소양이며, 집주인이 하는 모든 일에 의문을 갖지 말고 충성심을 갖고 일해야 한다 설명합니다. 집안의 연회를 챙기느라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도 응당 그럴 수 있는 일이었다 말하지요. 반면, 여러 하인들 중에서도 상위자인 자신의 집무실에 더 낮은 직급의 총무가 자유로이 들락거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말하는 것을 통해 그에게 ‘계급’이란 무조건 따르고 추종해야 할 가치라는 것도 볼 수 있었죠. 그에게 집은, 떠날 수 없는 직장인 동시에 스티븐스라는 집사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일부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왜인지 자꾸 실소가 터졌습니다.
어딘가 현대 직장인들이 겹쳐 보이기도 했고, 2026년인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집사’라는 직업에 대한 그의 프라이드가 굉장히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혹 누군가 그에게 “당신이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하는 일이, 60년 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오.”라고 말해준다면 어떤 표정일까 궁금해졌죠.
한때는 그토록 존중받던 일이, 가치 없어지는 상황이라… 어쩌면 그건 미래의 우리의 모습이려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0년 후에는 지금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일’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하는 일론 머스크의 말이 사실이 된다면 말이죠.
얼마 전 세계 최대의 온라인 플랫폼 아마존의 해고 소식에 뉴스와 SNS가 들썩였습니다.
Thread를 포함한 sns에는 이와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넘쳐났습니다.
분명 어제까지 함께 밥을 먹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던 동료가 사라진 책상을 보며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다음 차례는 자신일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양가감정을 느끼는 해고 생존자들의 이야기. 앞으로 남은 대출과 생활비에 대한 걱정을 하며, 자신과 비슷한 업무와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업계로 수도 없이 동시에 쏟아져 나와 재취업에 대한 불안감도 커진 상황을 털어놓는 해고된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세계적으로 가장 크다고 하는 테크 회사의 대량 해고인 동시에, 앞으로도 이런 해고가 또 반복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져 나오는 만큼 인공지능으로 인해 사라지는 일자리는 정말 이제 바로 앞에 그려지는 현상일 듯합니다.
한국의 경우 미국에 비해 매우 고용이 안정적인 시장입니다. 하지만, 이곳 역시도 인력 감축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최신의 테크놀로지가 일의 프로세스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하는 제가 있는 화장품 업계도 마찬가지죠. 다소간의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소프트웨어 투자로 장기적인 인력 감축이 가능한 구석에 손을 대지 않을 회사는 없기 때문이죠.
그래서, 당장 아마존 같은 대량 해고는 아니지만, 미래에 발생하게 될 급박한 감원을 대비하여 순차적으로 진행 중인 곳들도 많이 보입니다. 자발적으로 퇴사한 직원이 있는 경우 후임을 뽑지 않거나, 업무를 중심으로 여러 개의 브랜드를 묶기도 하는 효율화 작업이 서서히 진행하고 있는 것이죠. 갑자기 줄어든 팀원으로 당장 두 사람 몫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당황스러운 후기가 들려오기도 하지만, 이런 세계적인 흐름의 방향을 바꾸기는 이미 어려울 듯합니다. 예전이라면 한 사람이 하루 종일 분석해야 했을 데이터들이 버튼 한 번에 추출되어 나오는 상황이 되었으니까요.
이 와중에 집단으로 강을 거슬러 오르려는 시도도 보이기는 합니다.
현대 자동차 노조는 2028년까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3만 대를 생산해 미국 공장부터 투입한다는 회사 측의 계획에 반대하며 “노사 합의 없이는 단 한 대의 로봇도 현장에 들어올 수 없다”라고 반대했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되었습니다. 이런 현대자동차 노조의 모습은, AI와 로봇 기술이 생산성 혁신의 핵심으로 떠오른 가운데 노조가 고용 불안을 이유로 제동을 거는 모습이 마치 과거의 ‘러다이트 운동’과 유사하다는 평을 듣고 있지요.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
19세기 초 영국 노동자들이 산업혁명으로 인한 실업과 생활고에 저항해 방직 기계를 파괴한 집단행동. 단순한 기계 혐오를 넘어, 급격한 기술 변화 속에서 노동자의 생존권 보장과 정당한 대우를 요구했던 최초의 조직적 노동 운동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가진다.
이런 상황을 보며 당장 제 밥그릇도 걱정하지만,
자라는 아이를 보며 걱정하기도 합니다.
“도대체, 뭘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무슨 일을 하는 어른으로 키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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