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촌과 닭백숙 가게 대신...그 곳에 위치한 놀이터를 상상해보다
얼마 전에 여름휴가 중,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와중에 갑. 자. 기.
왜... 한국에 이런 곳이 없지????????
라는 의문이 크게 들기 시작한 곳이 있었다.
특별한 놀이시설이나 관광 스폿도 아닌... 평범한 놀이터들이었는데, 바로 그 놀이터들이 있던 곳이... 너무나 당연하게 주위 환경에 녹아있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전혀 당연하지 않았던 그런 곳들이었다.
바로... 자연환경 속에 녹아 있는 놀이터들.
즉, 인공적으로 조성된 공원 속에, 인공적으로 만든 놀이터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닷가와 산과 같은 천연 자연환경 속에 조성된 놀이터들. 이런 장소들을 마주하고 나서부터 '어쩌면... 그 모든 공간들에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다면 당연히 필요한 시설인데, 왜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을까?? 놀이터가 아닌 무엇이 있었지???'라는 의문들이 끝도 없이 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미국과 유럽 곳곳의 산, 들, 바다 근처에 위치한 놀이터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있을 이유가 충분한데,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충분치 않았던,
자연 속에 위치해서 그 효과는 배가되고, 모두에게 낙원이 된 '놀이터'들!
어떤 곳이 있고, 왜 한국에는 없었던 것일까...?
그 의문의 시작.
스페인 : 바르셀로나의 바르셀로네타 비치의 Rope Playground!
처음 이 의문의 시작은. 바르셀로나였다.
마침 머물던 호텔에서 해변가가 내려다보였는데... 햇볕 아래 어디가 수영복이고 어디가 살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일광욕을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의 풍경 한가운데... 낯익은 그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주로 놀이터의 모래놀이장 한가운데 있던 밧줄로 만들어진, 정글짐!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보던 그것이, 공원이나 놀이터 한가운데도 아닌 해변가에 있었던 것!
한가로이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와 놀이터를 오가면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니 즐겁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왜, 어째서 해변가에 놀이터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을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던 것.
그래서, 이 놀이터를 본 이후로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 WHY?라는 물음을 잊지 않고, 방문하는 곳마다 [자연 속 놀이공간에 어우러진 놀이터]들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스페인 북부: 산 세바스티안의 라 콘차 비치의 놀이터와 회전목마 (Alderdi Eder Parkea)
바르셀로나에서 장소를 옮겨 스페인 북부의 San Sebastian(산 세바스티안)으로 가게 되었다. 그런데, 이 곳에서 마주한 La Concha(라 콘차) 해변가에도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있었던 것. 파도가 잔잔하여 아이들이 놀기에도 부담 없는 La Concha 해변은, 저녁이 되면 만조가 되어 물이 차올라 인근의 거리나 건물들은 이 해변가로부터 살짝 높은 위치에 형성되어 있다.
바로 그 해변가 바로 옆의 광장이자 공원인 곳, 그러니까 해변가와 가장 가까운 공간에 자리 잡고 있던 것이 바로 '놀이터'와 '회전목마'였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놀기 좋게 구성된 이 놀이터는 왼쪽에는 회전목마를, 오른쪽에는 넓은 광장을 끼고 있었다. 해안가에서 놀던 아이들은 수영복 차림 그대로 부모들과 함께 놀이터로 올라와 미끄럼틀을 타고, 그네를 타고 놀다가... 다시 바닷가로 향하는 시간을 반복하며 뛰어놀고 있었다. 또, 놀이터와 나란히 자리 잡은 회전목마는 아이들이 노는 동안 부모들이 쉴 수 시간을 더 벌어주었다.
놀이터는 바닥에는 아이들이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충전재가 깔려 있는 것은 물론, 그네와 미끄럼틀 등을 다양한 연령에 맞춰 구비하고 있었다.
또한, 놀이터와 시 의회 건물 사이의 광장에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을 위한 작은 공연들이 계속되었다.
이 곳은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의 낙원인 것인가.... 싶을 정도.
해변가에서 놀다가 수영복 차림 그대로 놀이터로 와서 놀다가, 회전목마를 타고... 공연을 구경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 아이들의 하루는 얼마나 짧게 느껴질지 상상해 볼 수 있었다. 동시에, 이 놀이공간 주변에는 어른들도 앉아서 쉴 수 있도록 나무 그늘 아래 벤치가 많이 놓여 있었다. (어디서나 앉아서 쉴 곳을 찾는 나 같은 체력 약한 엄마에게는, 이런 벤치가 있고 없고 가 참으로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이 놀이터는 그동안 내가 봤던 여러 놀이터들 중, 가장 효율적인 그네를 가지고 있었다. '효율적'이라고 지칭한 이유는... 정해진 공간에서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형식으로인 것은 물론, 한 번에 꽤 많은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그네가 만들어져 있던 것!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네 모양이 단순한 패널을 긴 끈에 연결한 형태였다면, 이 곳에는 앉는 좌석 부분이 각기 다르게 생긴 서로 다른 그네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열쇠 모양처럼 생겨 다른 친구와 함께 마주 보고 탈 수 있는 그네, ㅁ자 형으로 생겨 누워서 타거나 둘이나 셋이서 함께 탈 수 있는 그네 등..... 그 덕에, 그네의 개수는 6개에 불과하지만 한 번에 탈 수 있는 아이들의 수가 10명 이상이 될 때가 많았던 것! 그래서, 아주 넓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는 놀이터는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놀이터는 상당히 많은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었다.
바다와 놀이터, 회전목마와 광장이 어우러진 이 곳에서 아이들은 뛰어놀고, 그 아이들을 보는 부모들은 편안한 시간이 계속되던 그런 풍경이었다.
프랑스 : 생장도 루주 해변가의 야외 키즈클럽
스페인 북부에서 멀지 않은 남부 프랑스의 해변가에 간 날이었다. 긴 해변을 따라 산책하면서 각기 다른 색상의 파라솔들을 보며 예쁘다 생각하고 있던 중, 저 멀리 미끄럼틀이 눈에 들어왔다.
해변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이 곳에서는, 수십 명의 아이들이 다 같이 모여서 체조 같은 것을 하며 단체로 무언가를 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하루에 25유로를 내면 종일 아이들이 그 안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포함한 해변 액티비티에 참여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일종의... 해변가에 위치한, 시간별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키즈카페라고 해야 할까? 유료로 운영되는 곳이기는 했으나 서울의 키즈카페 입장료 대비 가격은 비싸다 할 수 없었고, 그 안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보았을 때는 충분히 지불하고 즐거운 시간을 즐길만했다.
하루 나절을 잠시 스쳐가는 여행자였던지라, 아이를 캠프에 등록할만한 시간은 없어서 해변가를 좀 더 걷다가 모래사장에 자리를 잡았다. 우리가 앉은 곳 근처에는 또 다른 시설이 있었는데, 얼핏 보니 작은 미끄럼틀이 눈에 들어왔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울타리 안에 영유아를 위한 놀이기구들이 비치되어 있고, 그 안에서 엄마와 아가들이 신나게 놀고 있었다. 그리고, 앞쪽의 넓은 모래사장에는 5세 이상 아이들을 위한 트램펄린과 짚라인!
문의해보니 6유로를 내면 한 시간 정도 이용이 가능하단다. wow!!!
그 결과!
바닷가에서 실컷 논 아이는, 물놀이가 지루해질 즈음 6유로를 내고 짚라인을 50번 즈음 탄 뒤 숙소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깊은 잠에 빠졌다.
바다와 놀이 공간이 어우러지니 그 효과는 종합 놀이공원이 따로 없었던 곳.
프랑스와 스페인에서 이런 놀이터들을 마주하고 가만히 생각해봤다.
그리고, 거꾸로 기억을 더음 어보니 정작 유럽이 아닌 미국에서 처음 이런 놀이터를 마주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네티컷 콤포 비치(Compo beach)의 놀이터
콤포 비치 파도와 가장 가까운 곳에는 딱 두 가지가 존재하고 있었다. 놀이터와 그리고 앉아서 쉴 수 있는 테이블. 조금 더 걸어가면 식당도 있긴 했으나, 콤포비치의 모래사장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주인은 바로 놀. 이. 터. 였다. 밧줄로 된 정글짐부터 타이어 그네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기구가 가득해서, 계절 상관없이 그곳을 방문할 때마다 두서너 시간은 너끈히 놀이터에서 놀 수 있고는 했었다. 더불어... 놀이터 바로 옆에는 아주 널찍한 잔디밭이 있어서 해변-놀이터-잔디밭으로 이어지는 공간에서 아이들을 실컷 뛰고 놀고 웃었다.
스위스: 피르스트- 바흐알프제의 보이트 놀이터
그렇게 바닷가 곳곳에 위치한 놀이터들을 떠올리며, 한국의 해변은 어땠나 고민하던 중.
휴가에서 돌아와 점심을 먹으러 만난 친구가 나에게 스위스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 이야기 중,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야 하는 높은 산 중턱에 너무나 멋진 놀이터가 있었다는 것! 놀이터의 이름을 기억하지는 못한다고 해서 인터넷을 뒤져보기 시작했는데... 바로 '보어트Bort 놀이터'였다.
스위스 3대 놀이터라고 사람들이 명명한 (누가 붙였는지는 미상이지만!) 곳 중 대표 격이라는 이 곳에 대한 정보를 찾다 마주한 사진을 본 순가, 산 한가운데의 놀이터만이 가진 압도적인 풍광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든 놀이터의 재료들이 목재로 이루어진 것은 물론... 아이들이 뛰어놀며 눈에 담는 모습이 융프라우의 풍경이라니...!!
스위스의 산속의 놀이터에 대한 이야기까지 듣고 나자, '그래... 분명. 몰라서 그렇지, 한국의 해변가나 산에도 이런 놀이터가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통해 주변 지인들에게 “위의 예시들처럼, 자연 속의 놀이공간(해변/ 계곡/ 산)등에 아이들이 위해서 구성된 놀이터를 본 적이 있으신 분은 제보 부탁드려요~”라고 했는데...
두 가지 답변을 받았다.
한국에도 한 곳! 제주도 '곽지과물해변 모래사장에 놀이터가 있다'는 반가운 소식과,
한국의 해변에는.... 위의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횟집'이 해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웃픈 소식.
아예 없지는 않다는 점은 희망적이었지만... 대부분이 횟집이라는 답변은,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 보아도 생각이 나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바다에는 횟집이, 강가나 계곡에 자리 잡은 수많은 닭백숙집이, 산 정상에는 막걸리와 파전집이!
먹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지인에게 건네는 인사가 “밥 한번 먹자”인 한국인이기에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했지만... 그 많은 곳들에서 아이들이 놀 공간은 많이 보지 못했었다는 사실에,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주 많지 않아도... 놀이터 하나 더해지는 것 만으로, 해변과 산은 종합놀이동산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하고 나니 더욱 커지는 아쉬운 마음.
그래서 "왜 없을까?"라는 질문을 돌려,
"어떻게 하면, 그런 환경을 바라볼 때 그곳을 즐기는 사람들 속에 '아이들'을 포함해서 생각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돌아보기로 했다.
어쩌면 그 시작은, 아이들이 있어도 되는 곳과 아이들이 없어야 하는 곳의 구분이 사라지는 것부터가 아닐까.
그리고 단지 어른보다 좀 더 활발하고 다이내믹한 놀이가 필요한 이 작은 어른들의 특성을 이해할 때, 그 아이들과 향하는 모든 곳에 필요한 그 무언가를 조금 더 고민하고 생각해보게 되지 않을까.
바닷가와 놀이터를 오가며 뛰어놀던 여름휴가 속 아이의 사진을 정리하며.
다시 한번 한국에도 이런 공간이... 산과 들, 바다에도 많아져 그곳을 찾는 어른도 아이도 모두가 즐겁고 여유로운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랬던 그런 여름이었다.
* 본 글은, 브런치 북 "뉴욕에서 엄마로 살고 있습니다"에 게재된 동일 제목의 글과 동일합니다.
SEESAW 플레이 펀드를 통해 각국의 해외 특파원들이 업데이트 하는 "해외특파원이 발견한 제3의 공간" 매거진에도 공유되었던 내용으로, 브런치 북을 발행하며 부득이하게 기존 매거진에서 빠져나오게 되어, 매거진을 구독자 분들을 위해 복수 게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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