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무엇이 다를까. 궁금해서 물어봤다.
진심으로 궁금했다.
미국에도 고부갈등이 존재할까?
보통 헐리우드 영화를 보면, 영화에 많이 사용되는 관계적인 장치들은 모두 [사위와 장인]사이의 트러블인 경우가 많았다. 딸은 아끼는 장인과 사위 사이의 미묘한 신경전이 주로 "결혼식"을 기준으로 발발되어 이를 에피소드 삼은 영화들.
즉, 분쟁의 주체가 이 관계안의 "여성들"이 아니라 "남성들"인 경우가 대부분.
그래서, 막연히 [장인-사위] 사이에만 이런 긴장이 존재하고...미국에는 고부사이의 갈등이란 없는 것인가? 궁금했었다.
그래서... 그냥 물어봤다.
대상은, 태어난 곳이 미국이고 자란 곳이 미국인 친구들에게.추가로 현재 거주지가 "뉴욕 맨해튼"인 경우. (지역에 따라서도 분위기가 매우 다를 수 있기도 하고...내가 다른 지역에 거주중인 친구들을 만날 방도도 없기에!)
여기서 이 모든 내 친구들은 모두 하나같이 "며느리"인 동시에 아이 엄마들인 유부녀들 되시겠다. (싱글맘은 의견을 받기에 무리가 있으니 패스!) 어쩌겠나. 이미 나의 소속이 "유부녀"인 관계로 미혼녀 만나기는 참으로 어려우니....이들에게 물어볼 수 밖에!
[나의 질문]
너희들은 시어머니와의 사이에 문제가 없어?
내가 미국 영화를 보면...주로 며느리와 시어머니 관계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여. 주로 사위와 장인의 관계만 많이 나오는 것 같아서. 실제 그래?
이런 나의 질문에 돌아오는 답을 들어보니...
그룹을 크게 2가지로 나누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얼마나 친근하냐에 따라 표면적인 답과 실제 속내로 나오는 답이 달랐으니:)
표면적인 답 A ]초면에 밥 한 두번 정도 먹은 사이에서 주로 듣는 이야기
"글쎄, 다른집은 어떤지 모르겠는데...우리는 별 이슈 없는데:) 시부모님과도 편히 지내는 편이야. 그리고 보통 부모님들이 그렇게 자주 오시지도 않아서 뭐 특별히 그렇게 이슈 있을만한 경우도 없어"
솔직한 답 B] 같이 술도 마시고, 고민도 나누도....하는 사이에서 나오는 속내들.
공통적인 답의 포인트는.
그런데 네 이야기 -그러니까 내가 간단히 브리핑 해준 한국 드라마를 포함한 미디어에 극화되어 보여지는 에피소드들,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내 주변 친구들의 경험들 등등-를 들어보면 큰 차이는 있는 것 같아.
[나의 두 번째 질문]
구체적인 예가 궁금해. 일테면 어떤 경우???
By 코린.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되어서, 친정 엄마가 산후조리를 도와주러 오시기로 했는데 시어머니가 본인이 먼저 오시겠다고 연락을 하시는 상황이 있었어. 갓 태어난 아이가 얼른 보고 싶으신거지 뭐.
그럴 때 우리는, "싫어요. 아직은 제가 좀 더 편한 사람하고 같이 있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하는게 크게 문제는 아니야. 그리고 "저희 엄마가 먼저 오시기로 했기 때문에 나중에 오셨으면 좋겠어요" 라고 이야기하는게 가족간에 분쟁거리나...문제가 될 상황은 아니야. 그냥 내 의견은 그렇다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어.
그리고 보통 이렇게 시어머니와 나의 의견이 다를 때, 남편은 내 의견을 부모님에게 그대로 이야기하는 편이야. 이런 경우 남편의 형제가 우리와 부모님 사이의 일-즉, 우리가정의 이슈-대해서 이러니 저러니 이야기하는 것? 상상도 할 수 없는 케이스지."
(** 아주 재미있게도. 정말 대부분의 미국 가정들이 설사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남편에 대해서 불만스러운 부분이 있더라도, 시댁과의 관계에 있어서 '남편'은 남의 편이 아니라 정말 아내편이라는 점을 자주 듣게 되었다. )
By 아드리안.
" 언젠가 아이 테니스 레슨에, 시어머님이 오셔서 보신 적이 있었어.
그런데 아이를 픽업해서 오시고 나서 남편에게 "테니스 코치가 너무 재미 위주로만 수업을 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이야기하시더라고. 워낙 교직에 오래 계셨으니 뭐 그러실 수 있기도 하다..싶지만, 동시에 불쾌한 것도 사실이었어. 일하는 와중에도 정신 없이 그 레슨 알아보고 등록 한 것이 나라는 것도 뻔히 알고 계시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그래서 그냥 바로 이야기했어.
'그 코치는 동네에서도 아주 인기강사고, 아이는 아주 즐거워 하며 수업을 받고 있고, 지금 그 나이에는 즐기면서 배우는 것이 제일 좋은 방식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보실 필요 없다. 그리고 이건 저희가 알아서 할 부분이라 신경 안쓰셔도 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시어머니를 존중하지 않거나, 우리가 예의바르지 않아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의견이 다른 부분은 언제나 이야기할 수 있어."
By 갈릿
"너도 알다시피 유태인 가족의 그 혈연관계란...한국인하고 되게 비슷해. 그래서 내가 한국인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래서 우리 시부모님의 자식과 손자에 대한 집착은 진짜 상상초월이야. 아이 학교 선정에 대한 것 까지 일일이 다 체크하고 알아보시니...피곤해.
그래도 그나마 다행은.
다른 애들이 말한 것 처럼, 적어도 내 가정에 대해서는 내 의사가 더 존중되고 내 의견을 말하는 것에 대해서 크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 아마 안그랬으면 난 지금쯤 이혼했을걸?"
By 로렌
"우리 시부모님이 나와의 관계에서 뭐 다른건 크게 이슈가 없으셨는데.
아이를 맡기기만 하면 아이가 꼭 다치는거야. 한번은 맡기고 나갔다 왔는데, "그냥 손이 옷장에 좀 끼었다"라고 하셔서 별거 아닌가 해서 아이한테 가보니 엄지 손가락이 손가락 2개만하게 부풀어 올라있더라고. 그런데 그냥 아무 처치도 안하시고 계셔서...나 기절했잖아.
결국 그 날 이후에 남편에게 "한번 더 당신 부모님한테 아이 맡기자고 하는 경우는 꿈도 꾸지 말고. 아이를 봐주로 오시겠다던가 하실 경우는 알아서 처리하라"고 통보했어. 좋으신 분이시지만 아이와 관련하여 케어를 하시겠다던가 하시는 경우는 사절. 그리고 물론, 남편은 이런 나의 이야기를 불쾌하게 여기지 않아. 남편이 우선순위로 생각해야 하는 가정의 범주는 명확해.
그리고... By 디타
(**그녀는 체코에서 왔다. 남편은 두브로브니크 출신. 런던에서 만나 결혼 후, 남편 직장을 이쪽으로 전근 받으며 이사온 경우로....맨해튼 거주 5년차. 친언니가 WFC 챔피언인...영어도 터프하게 말하는 5살 아들 엄마)
아이 낳고 6개월간 어쩌다가 시댁에서 지내게 되었어. 그때 우리 부모님도 오라고 하셨지만 그 때 내가 왜 그랬는지 지금 기억도 잘 안나는데 ㅎㅎㅎㅎㅎ 그냥 시댁 가겠다고 했었거든. 근데 말야. 내가 지옥문을 열었더라고!! 남편에게 3개월즈음 지나서 나를 지금 여기서 꺼내주지 않으면 도망가겠다고 했었어.
물론 우리 시부모님 좋으신 분이야.(디타답게, 화끈하게 이야기하다가...급 칭찬 마무리)
그런데 역시 다 큰 성인이 같이 사는건 아닌 것 같아. 가끔 뵙는 것은 좋아, 그런데 같이 사는건...Oh No.....두번 생각도 하기 싫어.
미국인이 아닌 디타의 이야기까지 들어보니.
이건 비단 미국/한국/유럽 어딘가의 이슈가 아니라 만국 공통의 이슈가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연찮게.
일부 가족들의 경우 생일잔치나...아니면 가족 모임에 초대를 받아 직접 내 눈으로 시부모님 또는 장인장모와 사위와의 관계를 보게 되는 경우가 꽤 생겼다.
그리고 그들 사이의 대화와 이야기를 한 발 떨어진 이방인의 눈으로 관찰하며.한국과 참 다른 부모 자식의 관계/ 고부간의 관계의 차이를 아주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한번은...이런 상황.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데 아이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놀고 있어서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었다 ㅎㅎ 아이 엄마들이야 익숙하지만 어르신들 귀에는 거슬릴 수도 있는 그런 정도랄까.
시아버님 왈.
" 알렉스 목소리가 너무 크지 않니?? 너무 주변에 민폐니 컨트롤을 해야하지 않겠니"
이에 대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 엄마이자 며느리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반론이었다.
"정말 얘는 태어나면서 부터, 우는 소리가 병원 담장을 넘었던 아이에요. 그렇게 태어난 애를 제가 어쩌겠어요. 주의를 준다고 듣는 나이도 아니고. 그건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다시 시아버님.
"그래도 좀 어떻게 해야하지 않니?"
다시 며느리.
"안되는걸 어쩌겠어요. 저리 태어났다니까요?"
그렇게 대화는 끝났다 ㅎㅎㅎ 안되는건 안되는 것이니 그만 이야기해요 우리~로 마무으리.
이렇게 글로 대화의 오가는 것만 써놓고 보니 '싸우나?' 라고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건 순전히 "의견 공유" 였다는. 한국어로 그들이 나눈 대화를 써보자니...존칭이나 높임말이 없는 영어의 특성상 더 세게 느껴질 수도 있긴 하지만 이는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온한 대화였다.
결론적으로.
이들을 통해서 듣고, 그리고 곁에서 지켜보면서 알게된 미국의 가족들에게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부갈등"이 존재하긴 한다. (물론,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의 문제를 지칭하는 이런 단어자체가 이 곳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
하지만,
결혼과 동시에 '독립된 가정'을 일구는 것이기에 자식의 가정의 일상에 과하게 개입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편.
물론, 손자나 손녀의 양육 방식 등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보이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 경우인 것은 맞다.
의견 표력 자체가 아예 없다는 이야기는 아닌셈.
하지만 아주 큰 차이가 있다면
며느리(또는 사위)가
"싫다/ 의견이 다르다"는 부분을 배우자의 부모에게 명확히 이야기 하는 것이 충분히 받아들여지는 문화.
그리고, 그러한 배우자의 의견에 대해서 철저히 배우자의 편에서 이야기를 듣고 전달하는 남편 또는 아내.
만약 배우자와 부모사이에 문제가 생긴다면, 대부분의 경우 배우자의 편에서 문제를 해결하거나...문제가 심각할 경우 연락을 끊는 경우로 보통 마무리 된다한다.(물론, 부모 자식간의 연락은 지속하더라도...문제가 생긴 관계-예를들어 시어머니와 며느리-사이의 연락을 강요받지 않는다.)
즉, 인생의 우선 순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배우자"인 셈.
그래서, 그 결과....
[배우자의 부모]가 인간 대 인간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더라도...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게 되는 경우의 수는 되려 적어지는 듯 하다. 때마침 이 글을 쓰던 중에, 완전 팬인 #육아빠 정우열 선생님의 블로그에서 [시어머니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워요]라는 사연에 대해서 듣게 되었다.
문제 상황에 대한 선생님의 개선 제안 방법의 시작은
"분쟁을 만드는 것이 두려워 거절 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라"라는 내용이었다.
이들 미국 가정들이 원가정인 부모의 가정과 큰 불화 없이 지내는 것도, 어찌 보면 같은 맥락인 것이 아닐까 싶다. 불합리한 요구에는 "싫다"라고 명확히 이야기하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성숙하게 "이미 분리된 가정"의 주체를 인정하는 그런 모습.
그러니...부모로서 먼저 자식을 결혼시킬 때,
[자식의 독립된 가정을 인정하기] 부터 시작 한다면, 좀 더 빨라질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결혼의 당사자인 사람들은, 결혼과 동시에 [독립된 가정]으로 설 경제적인 준비와 심리적인 준비를 함께 해 나가는 것 역시도 중요하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