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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희 Aug 06. 2024

집이 무너진다

왜 거리를 떠도세요

쇄골과 턱이 서로를 끈질기게 잡아당겨

돌돌 말릴 듯 굽은 고개와 등 때문인가요


왜 돌아가지 않으세요

잡동사니 쓰레기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

가득 담긴 검정 봉지는 또 뭐고요


커피 맛을 아세요?

그냥 드린다니까 자꾸 돈은 왜 주세요

천 원짜리 늘 어디서 구해오시는 건데요


거리가 보이세요? 건물이 보이세요?

그림은 또 어쩜 그렇게 잘 그리세요

땅만 보이는 굽은 고개로 어떻게 보고 그리셨어요


행선지는 놓아놓고

종이와 연필만은 놓지 못하는

이유를 말해주진 않겠죠


티끌을 그어 종이 위에 쌓아 올린

당신의 거리 당신의 작품

그 밑 온 힘을 실어 새긴 글씨


이름 잃은 당신

서명일 리야 없겠다 싶었지만

그건 대체 무슨 과거냐고요


그 누구도 몰라줄

우주에서 홀로 사라질

당신의 집이

그 집이


집이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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