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거리를 떠도세요
쇄골과 턱이 서로를 끈질기게 잡아당겨
돌돌 말릴 듯 굽은 고개와 등 때문인가요
왜 돌아가지 않으세요
잡동사니 쓰레기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
가득 담긴 검정 봉지는 또 뭐고요
커피 맛을 아세요?
그냥 드린다니까 자꾸 돈은 왜 주세요
천 원짜리 늘 어디서 구해오시는 건데요
거리가 보이세요? 건물이 보이세요?
그림은 또 어쩜 그렇게 잘 그리세요
땅만 보이는 굽은 고개로 어떻게 보고 그리셨어요
행선지는 놓아놓고
종이와 연필만은 놓지 못하는
이유를 말해주진 않겠죠
티끌을 그어 종이 위에 쌓아 올린
당신의 거리 당신의 작품
그 밑 온 힘을 실어 새긴 글씨
이름 잃은 당신
서명일 리야 없겠다 싶었지만
그건 대체 무슨 과거냐고요
그 누구도 몰라줄
우주에서 홀로 사라질
당신의 집이
그 집이
집이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