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였던 나는 부단히도 혼자가 되려 애썼고
또 혼자였다
혼자의 엉덩이 자국만큼 시려진 바닥이 너무나 부끄러워서
낯이 달아올라 더웠으니까
봉오리도 못된 나는 여름이 오는 게 무서워
만개의 축제가 절정인 그곳에 내 자리는 없고
아지랑이에 올라타 겨드랑이 젖어 들면 숨이 터질 듯 어지럽다
창피한 수치
그 수치의 고삐만 끌어안고
춤을 추는 이들에게 이리저리 차여가며
여름을 들이마시면 더위 습기 폐에 가득 차 숨이 옅어지고
존재가 흐려져 묽게 뿌예진다
젊지도 늙지도 않은 우리 사랑은 금세 흩어질 수증기
무엇이 되었는지는 늘 뒷전
뭐가 되고 싶은지만 생각하느라 바빠
평생을 전개로 살아가다 전환도 못 하고
끝맺음은 바랄 수도 없는
주변의 변하지 않는 것들은 태양을 머금고 자랑만 계속하는데
안 들리면 없는 거야
안 보이면 없는 거야
잘게 저며진 젊음은 선잠의 연속
눈부심을 피하려 여명을 베고 잠들었던 청년은
삭은 석양의 어스름을 젖히며 일어났다
벌레 먹은 이상은 죽은 듯 누워있는 보통
그 옆에 평행선을 그리며 또다시 눕는다
더위를 가르는 시원한 바람
땡볕을 진동하는 매미 우는 소리
물먹은 해가 녹아내린 들판
입안 가득 뭉그러지는 복숭아 과육
그 한철 한철에 피고 지는 꽃떨기
때가 되면 떠올라
지독하게 괴롭히다 사라지는
어느 철에 오셨다 어느 철에 가시려나
밀 수도 없고 당길 수도 없는
그 철에 오셨다 그 철에 가시려나
그 집
그 집에 돌아가고 싶다
비밀번호가 네 생일이던
어두운 나무 벽 위로 담배 연기 기어올라 틈새로 사라지던
어둠 속에 숨어 창밖 여름날의 맑은 평화를 훔쳐보던
젊지도 늙지도 않는 사랑을 만지작거리던
그 여름
그 여름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