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아 Jan 07. 2024

영화 크래쉬.. Crash

인간 내면의 자아의 충돌.... 그리고 이해

아주 오랫동안 그 잔상이 남아서 문득문득 떠 오르는 영화. 크래쉬...
영화를 보는 내내 무언가 알 수 없는 외로움과 답답함으로 가슴이 꽉 차 버려서 숨조차 쉬기 힘들었을 때, 인간의 가장 나약하고 공포스러운 순간에 감독이 내민 화해와 이해, 용서의 손길에 난 안도의 눈물을 흘렸었다.

외국에서 이방인으로 15년째 살고 있어 이 영화가 더 공감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10년... 다시 이 영화를 꺼내 보았고 이 깊은 아픔들과 답답함이 이해가 되고 아픔의 근원을 인정하고서야..... 그제야 날 안아줄 수 있었다

“L.A. 에서는 아무도 서로를 건드리지 않아.
모두 금속과 유리 안에 갇혀 있지.
서로에 대한 느낌이 너무 그리워서, 서로를 느끼기 위해서
그렇게 서로 충돌하게 되는 거야.”
- 흑인 수사관. 그레이엄 워터스의 대사 中

이 대사 하나로 이 영화는 설명되는 것 같다.
영화는 인종차별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난 이 영화를 외로움이 만든 불안에서 오는 자신과의 충돌이라고 본다

인간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스스로 만든 타인에 대한 선입견과, 자기 자신에 대한 합리화...
그 선입견은 타인에 대한 충돌로..
자기 합리화는 외로움과 불안을 만들어
나의 자아와 충돌을 하고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착함과 악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난 본능이 악함을 지배하고 이성이 착함을 더 지배하고 있다고 종종 생각해 왔었다.
이 영화에서도 자기 자신의 내면의 충돌을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선입견 또한 자기를 지키려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니까..

감독은 각계 다른 인종과 위치에 있는 8개의 캐릭터들을 통해 인간은 다 똑같은 외로움과 불안, 분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들은 그런 것들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계속해서 묻고 또 묻고 있었다.

산드라 블록이 왜 아침마다 화가 나는지, 왜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불만 투성인지 이유를 묻는 장면에서...

백인 경찰이 자기보다 못하다고 느껴왔던, 아니 도움을 줘야 하는 흑인에게 자신이 도움을 청해야 하는 상황에 모욕감과 불만을 가지고,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단지 부유해 보이는 흑인 부부에게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다시 그 모욕감을 돌려주는 모습에서...

밤마다 총성이 들리는 할렘가에서 딸을 안전하게 보호하고픈 히스패닉계 아빠의 투명망토의 이야기..
자신이 받는 부당한 모든 대우를 딸에겐 비켜 가기를 바라는 그의 간절하지만 불안한 눈빛에서....

난 아팠다.. 나의 내면이 그들과 다르지 않아서...
다 내려놓고 싶지만 그만큼 더 살고 싶다는 내 자아의 충돌....
아이러니하게도, 아니 감사하게도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그들의 충돌은 극한의 공포 앞에서 평화를 보게 된다. 이것이 감독이 전하고 픈 메시지가 아녔을까?

이민자의 딸로 자라나 의사가 된 여자. 차별로 인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사는 아버지가 안쓰럽고 불안하다. 가게를 지키기 위해 총을 사러 온 아버지와 딸.
총포사는 이민자인 이들을 대놓고 무시한다.
그의 성희롱에 가까운 말에 분노를 느끼는 그녀.
총을 쏴 버리고 싶지만 총알 대신 공포탄을 구입한다.
후에 그녀의 이성은 아버지와 열쇠공의 딸을 구한다..

그렇게 무시하던 가정부가 자기의 진짜 친구임을 깨달은 산드라 블록의 눈물...

자기를 남편 앞에서 성추행한 백인 경찰을 증오하지만 극한의 상황에서 그의 인간적인 진심에 용서의 미소를 보내는 흑인 부부의 아내..
사람들은 그렇게 또 용서하고 이해하며 살아내고 있었다.

두 번째 본 이 영화를 통해 갈등과 이해라는 충돌이 갖는 양면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 본다.
사람은 사람을 통해 치유된다는 오래된 이야기.....

나의 개인적인 힘듦과 외로움 또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치유되리라 믿고 있다.
내 마음에도 이해와 용서와 평화가 들어오기를 바라본다.

작가의 이전글 힘내라는 숙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