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달팽이의 제주 표류기

제주도에서 나고자란 내가 표류 중인 이유

by 표선희

"혹시, 너 육지에서 전학 왔니?"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가,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제주도 아이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었다.

"아닌데, 제주도에서 태어났어"

그 시절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질문에 무척이나 혼란스러웠다.


태어나서 기억이란 것을 하게 된 다섯 살부터 부모님께서는 식당을 운영하셨다. 시골에서 나름 번화가인 사거리에서 이름 난 맛집이었다. 부모님께서는 무서운 할아버지를 피해 오빠 둘을 데리고, 제주도로 내려오셨다고 했다. 그리고 몇 해 뒤 내가 태어났다.

일곱 살 되던 해, 초등학교에 병설유치원이 생겼다는 소문을 들었다. 이름 난 맛집 타이틀 덕에 바쁘신 부모님께서는 유치원이 생긴 줄도 모르셨다. 친구들은 모두 유치원으로 갔다. 오전 내내 혼자 놀았다. 처음으로 나는, '혼자'라는 섬에 표류하게 되었다.


부모님의 식당은 경쟁 식당의 위치 선점으로 어렵게 되었다. 다니던 입시미술학원을 그만두었다. 친구들은 대학교를 갔다. 친구들 사이에서 또다시 섞이지 못하는 그 섬에 표류하게 되었다.


다음 해에 어렵게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다. '제주도'는 제주에서 작업을 하는 작가 인생에 최우선의 주제였다. 바다와 해녀, 바람에 꺾인 나무와 돌담, 한라산과 오름들.

그래, 주제 주제가 문제다.

내가 이 글을 주저리주저리 써 내려가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주제.

어려서부터 내 주변, 말하자면 가족이나 사촌, 이웃사촌을 통틀어 해녀는 없었다. 돌담 사이사이 농작물을 키우는 사촌이나 이웃사촌도 없었다. 우리 집에서는 한라산과 오름이 보이지 않았다.


해녀 어머니 밑에서 자라지 않은 아이는 해녀의 삶을 이해할 수 없으며, 고된 밭농사에 거칠어진 손을 보고 자라지 않은 아이에게 제주도는 '환상의 섬'일 뿐이다.

'감히 제주도를 아는 척하지 마'

누가 누군가에게 한 말은 아니다. 뼛속까지 제주 아이들에게서 느낀 무언의 말이다. 표류자인 듯 사는 내가 스스로 느낀 것이다. 육지에서 전학 온 것 같은 느낌은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것이었다.


살다 보니 이런저런 곳에서 이방인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 속에서 살고 있지만 잠시 머무는 사람 같은 느낌 말이다. 직장에서, 친구들 사이에서, 때로는 가족에게서 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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